〈 127화 〉 데프콘 발령! 데프콘 발령!
* * *
으흠....
애슐란 디 바이제르는 지금 심란한 마음속을 다스리고 있다.
강하 일행과 자신의 딸이자 이 나라의 3 왕녀, 애슐란 디 아델리아가 엘프들이 발견되었다는 숲, 하멜른의 숲으로 간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건만, 아직도 연락되지를 않고 있는 것이다..
당장 따라간 인원만 해도, 애슐란의 소드마스터, 진혁과 위대한 드래곤인 류월이 따라갔으니, 신변에 별문제는 없을 것이지만, 그래도 아비로써 걱정은 당연한 것.
그리고 애슐란의 축제인 개월제가 곧 시작되는 상황.
이제 슬슬 돌아올 때가 되었는데...
그렇게 바이제르는 발을 동동 굴리며 언제 돌아올지 모를 왕녀와 강하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국왕 폐하, 실례하겠습니다.
음? 그래, 들어오거라.
자신의 집무실을 방문한 하인에게 들어오라 명하는 바이제르.
무슨 일이지?
아...그게....아델리아 님 께서 통신마도구로 통신을 해왔습니다.
오! 그렇느냐? 아델린은 지금 어디에 있다고 하더냐?
드디어 아델리아에서 연락이 온 것이었다.
기다리던 연락에 얼굴이 밝아진 바이제르가 미소를 지으며 아델리아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저....왕녀님께서 전하시기를....무슨 일이 일어나도, 놀라지 말아달라. 라고 연락하시고는, 그대로 통신이 끊겨버리고 말았습니다.
그게...무슨?
허나, 연락받았다던 하인은 식은땀만 뻘뻘 흘리고는, 정작 아델리아가 어디에 있는지는 전해 듣지 못하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델리아가 남긴 말인 ‘무슨 일이 일어나도, 놀라지 말아달라.’ 라는 말이 신경 쓰이는 바이제르.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드는 그 순간.
폐...폐하! 큰일입니다!
음? 이번에는 무슨 일이더냐!
애슐란 왕가 전속 호위 단장, 펜 하울린의 얼굴이 사색이 된 채로 바이제르의 집무실에 우당탕 하고 달려오며 소식을 알렸다.
혀...현재! 애슐란 상공에,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아주 빠른 속도로 낙하하고 있습니다!
뭐...뭣이?
갑작스럽게 하울린이 전해오는 충격적인 소식에, 바이제르는 책상을 쾅! 하고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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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란의 공격인가?
아...아직 파악된 정보가 전혀 없습니다.
낙하 속도는?
이대로라면....아마 3분 뒤, 애슐란 왕궁의 바로 위에 착석할 예정입니다.
바이제르는 빠른 걸음을 걸으며 현재 상황은 대신들에게 전해 듣고 있었다.
지금 소집될 수 있는 마법사들을 모두 모아라! 어떻게든 방어 결계를 치도록!
예! 알겠습니다
마법사들의 마력이 부족할 수도 있으니, 마석도 준비하도록.
예!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
바이제르는 다급하지만 침착하게, 대신들에게 지휘를 내리며 현 상황에 대해 대비를 하기 시작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이미 성 밖으로 대피하셨습니다.
그래...다행이군.
폐..폐하도 어서 대피하셔야 합니다!
아니, 나는 자네들과 함께 있겠다.
무...무슨! 그건 안됩니다! 폐하가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애슐란은 어찌한단 말입니까!
나는, 이 애슐란의 국왕으로서의 의무가 있다. 그리고....나에게 무슨 일이 있다면, 카이제르 그 아이가 나를 이어 이 나라를 이끌 것이다.
애슐란 디 바이제르.
그는 애슐란의 국왕.
....예! 이 펜 하울린! 끝까지 폐하를 지키는 검이 되겠습니다!
좋다!
그런 바이제르의 국왕으로서의 모습을 본 하울린은 마음속에 북받치는 감정을 꾸욱 눌러 담고, 자신도 모든 것을 바칠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상공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저...저것은...!
아...아아...!
백색의 날개를 펼친, 그 누구보다도 위에 선 존재.
드...드래곤이다!!
아...애슐란이시어....
젠장....! 마법사들은 마력이란 마력을 다 쥐어짜라!
드래곤의 등장은, 그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의지를 꺾어버리기 충분했지만, 바이제르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아바마마아!!!!!!!!!
음? 이 소리는....
....아델린?
어째서인지, 너무나도 익숙한 그녀의 목소리가 저 위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저에요 저!! 아델리아 에요!!!!!!!!
애슐란의 3 왕녀, 애슐란 디 아델리아는 새하얀 드래곤의 머리맡에서 얼굴을 삐쭉 내밀며 크게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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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바이제르는 풀린 동공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꾸만 허공을 직시했다.
저....폐하, 괜찮으십니까?
그런 모습을 보다 못한 강하가 가까이 다가가 안부를 물었다.
괜찮...괜찮으냐고? 물론 괜찮고말고! 아하하하!!!
강하의 질문에, 바이제르는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껄껄 웃고 말았다.
그...그래서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놀라지 말라고 했는...
씁! 아델린! 손 내리지 마셔요.
어...어마마마...!
어허!
....히잉....
그리고 그 옆에서 무릎을 꿇고, 손을 번쩍 들고 있던 아델리아가 무어라 중얼거리자, 바이엘른은 평소의 빙긋 웃던 미소는 어디 가고, 날카로운 표정으로 아델리아에게 말했다.
후....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엘프들의 마을은 실존했고, 저....그...
백설.
그래, 백설님께서 그 힘으로 숨겨두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식으로 우리 애슐란과 엘프들의 마을...그....이샤렌! 그래, 이샤렌 사이의 교역을 하기 위해 방문....이 맞는가?
예, 그렇습니다.
.....하다못해 미리 언질이라도 주었으면 좋았을 것 아닌가...
죄...죄송합니다아!!! 분명 왕녀님께서 ‘음! 내가 잘 말해 두었다! 걱정할 필요 없다!’ 라고 호언장담을 하셔서...
.......
그...그렇게 노려보시면 무섭사옵니다아....
드래곤.
저번에도 말했듯이 그 존재는 매우 매우 위험하고, 감당할 수 없는 존재였다.
대충 예시를 들어보면, 우리는 아주 거대한 핵폭탄 미사일을 타고, 애슐란으로 날아온 꼴이었다.
국가가 전복되지 않은 것이 이상한 상황.
미안해라...오랜만에 나온 바깥이라서 저도 모르게 흥분하고 말았습니다.
아...아닙니다. 예....저희 딸아이의 무모한 부탁을 들어주셔서...감사..합니다.
그런 바이제르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백설을 바라보던 바이제르는 기겁을 하며 손사래를 쳤다.
이상하게도 강하가 데려오던 드래곤들은, 옛 문현에게 적힌 존재들처럼 오만방자하지도 않았고, 괴팍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드래곤은 드래곤.
허나, 어찌하여 백설 공 께서 애슐란 까지 오시게 된 것인지..?
그게 참....이 아이와 만난 것이 오랜만인지라...같이 있고 싶어 그랬습니다.
아앗...! 머리 쓰다듬지 말거라! 난 아이가 아니거늘
그래 그래~ 착하지.
흐..흥! 특별히 이 몸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을 허락하마....
백설은 질문을 듣자, 바로 자신의 앞에 있던 류월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웃었다.
그리고...
그리고?
맛있다. 라고 느낀 이 감정을, 조금 더 느껴보고 싶었기에.
....아아~ 그 마음 이해가 갑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 번째 이유에서 바이제르는 조금이나마 경계를 풀 수 있었다.
‘그래, 솔직히 저 아이의 요리는, 인간이고 드래곤이고 모조리 포로로 만들기 충분하지...’
자신도 그 요리의 마성을 알고 있었기에, 조금이나마 백설의 마음을 이해한 바이제르였다.
크흠...! 다행이 백성들은 귀공의 출현을 눈치조차 채지 못한 듯 보이는데, 어떤 방법을 쓰신 건지?
확실히 마치, 산보다 거대한 백설의 본 모습이 하늘에서 나타났는데, 왕궁의 사람들을 제외한 백성들은 그녀가 나타났다는 것조차 눈치채지를 못했으니, 어떤 방법을 썼는지 궁금했던 바이제르가 백설에게 물었다.
아~ 간단하답니다? 위장막을 펼쳤죠.
허...허나? 어째서 왕궁의 사람들에게는 보였는지...
음....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아! 아델리아라는 아이가 사용하던 통신마도구를 아시나요?
예? 예에....물론입니다.
대충 살펴보니, 일정 패턴을 지닌 마력 흐름으로 통신을 하는 것 같던데, 그것과 마찬가지 랍니다?
...예?
왕궁에 있는 사람들의 흐름에 맞추어, 위장막을 펼쳤기 때문이죠~
아...하하...그러시군..요?
‘무슨 바보같은...!’
백설은 마치 아주 간단한 수학 문제를 푸는 것처럼 말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무리 그렇다고 한들, 왕궁의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최소한 3백에서 4백은 되는 각기 다른 마력 흐름을 가진 인간들의 흐름을, 모두 맞추었다는 소리 아닌가.
역시, 드래곤은 드래곤이었다.
인간의 지식으로는 이해가 되지를 않는 영역을, 아주 가볍게 넘나들고 있었다.
허...허나, 그런 방법이 있으면서도 어째서 왕국의 사람들에게는 보이도록 하셨습니까...?
그렇다면 그냥 모습을 완전히 감춘 채로 도착할 수도 있었을 텐데?
어...그게.....
왕녀님이 자신이 드래곤의 머리 위에 올라간 것을 자랑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뭣이?
아앗...! 지...진혁! 어째서 배신을....!
왕녀님,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반성하시길.
그러자 도중에서 말을 가로챈 진혁이 이 모든 일의 발단이 아델리아의 판단이었다는 것을 모조리 불어버렸다.
...아델리아. 잠시 다른 방으로 갈까요?
어..어마마마.....? 아악!! 아...아픕니다!! 귀...! 귀 만큼은!!
조용히 하고 따라오세요!
그렇게 이 사건의 마무리는 바이엘른은 5시간 연속 설교로 끝났다나 뭐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