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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9화 〉 밀떡? 쌀떡? (129/289)

〈 129화 〉 밀떡? 쌀떡?

* * *

“자, 내가 말한 재료들은 다 들고 왔어?”

“네 네, 그런데 이런 간단한 것들로 정말 떡을 만들 수 있어요?”

강하의 부탁을 받고, 재료들을 옮기던 파렌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강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강하가 부탁한 재료는 밀가루, 소금, 물, 너무나도 심플한 재료들이었기에, 어떻게 이 재료만으로 떡을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한 것이었다.

“뭐, 잘 보도록 해. 엄청 간단하니까, 만들기도 쉬워.”

그런 파렌의 물음에 강하는 그저, 팔을 걷어 올리며 넓은 볼에 밀가루를 들이부었다.

그리고 소금을 탄 소금물을 밀가루에 부어가며 밀가루를 반죽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반죽이 손에 달라붙지 않고, 찰기가 생겼다면, 비닐이나 팩에 담아....내고 싶지만, 이 시대에 그런 건 존재하지 않으니 그냥 밀봉이 가능한 그릇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숙성시켜준다.

“자, 이대로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 놔두면 기본은 끝이야.”

“어..엄청 간단하네요?”

한 5분도 채 되지 않아 밀떡의 기본 준비를 뚝딱 끝낸 강하를 바라보던 파렌이 감탄하며 말했다.

“그렇지? 이왕이면 쌀떡도 만들어 보고 싶긴 하지만, 한에서 챙겨왔던 쌀은 저번 만찬 때 바닥이 나버렸으니.....이걸로 만족하지 뭐.”

강하는 애슐란에 오기 전, 쌀 한 가마 정도 따로 챙겨서 애슐란으로 왔지만....저번 만찬에 나갔던 김치찌개가 워낙 호평받았기에, 김치와 마찬가지로 그날 만에 텅텅 빈 가마만이 남게 되었다.

“근데 형, 어묵은 없어?”

“아 맞다. 어묵.”

떡볶이를 만드는데 어묵이 빠지는 것은 사도.

“파렌! 아...그...뭐냐...흰 살 생선, 생선들 좀 찾아와줄래?”

“네? 아 넵!”

“향이는 당근이랑 양파 좀 챙겨주고.”

“네~”

“어묵...? 이보게 혁수, 어묵이라니 그것은 무엇이냐?”

“어묵이 뭐냐고....어....아무튼 맛있는 거.”

“그렇군, 기대가 되는구나!”

어묵이 뭔지도 모르는 류월은 혁수의 맛있다는 말 한마디에 눈을 반짝거리며 기대하기 시작했다.

­...항상 이런 느낌이구나? 즐겁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백설은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셰..셰프님!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어? 어어, 충분해.”

강하는 파렌이 들고 온 생선을 보고는, 곧바로 해체에 들어섰다.

지느러미와 아가미를 제거해주고, 머리를 잘라낸 후, 내장이 있었던 부분에 칼을 밀어 넣어, 석 장 뜨기를 해준다.

깔끔하게 포가 떠졌다면, 붙어있는 껍질을 제거하고, 잘게 으깨어준다.

이제 떡을 반죽할 때와 마찬가지로, 넓은 볼에 으깬 생선을 담고, 다진 양파와 당근도 같이 담아준다.

“혹시 새우는 없던?”

“새우라면....금방 나오는 길에 봤던 것 같습니다!”

“좋았어, 새우도 좀 꺼내줘.”

생선만 들어가서 조금 심심한 차라, 식감과 맛을 위해 새우도 껍질을 벗겨 다진 후, 곧바로 넣어주었다.

이제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추고, 재료가 한데 잘 어우러지게 하도록 잘 섞어준다.

이제 이 어묵 반죽을 뭉쳐줄 차례.

밀가루와 달걀, 그리고 수제 전분을 넣고, 잘 치대주면서 탄력이 있도록 반죽해준다.

어느 정도 모양이 뭉쳐진다면, 그릇 위에 넓게 펼치고, 냉장고에 넣어, 모양이 유지되도록 굳혀준다.

“음....짜투리 반죽이 조금 남았네?”

그리고 반죽했던 볼을 바라보니, 공간이 모자라 떼어냈던 반죽들이 아직 남아 있었다.

“간단하게 어묵 핫바라도 만들어 볼까?”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을 잡고 시장을 걷다 보면, 향긋한 기름 냄새와 함께 팔던 어묵 핫바.

“힐라, 냄비에 기름 좀 달구어 줄래?”

“네 셰프~”

힐라가 어묵을 튀길 기름을 준비하는 사이, 강하는 어묵 반죽을 동글고 길게 뭉쳐 두었다.

“기름은 어때?”

“준비 완료임다!”

반죽을 끝낸 강하가 슬쩍 다가가, 달구어진 기름에 조금 떼어낸 어묵 반죽을 떨어뜨리자, 이내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오면서 기름 위를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다.

“오케이, 잘 됬네, 그럼 바로...”

기름 온도가 적절하게 달아오르자, 강하는 이내 뜨겁게 달아오른 기름에 어묵 반죽을 조심스레 넣어, 튀겨주었다.

“오오...!”

“냄새 좋다....~”

튀김옷이 마치 꽃처럼 피어오르며, 노릇노릇 고소한 냄새가 주방을 가득 채웠다.

황금빛으로 잘 튀겨진 어묵을 기름을 털어내어 인원수대로 준비한 나무막대에 꽂아내어, 위에 케쳡과 수제 머스타드를 뿌려주면, 끝!

“자, 하나씩 먹어.”

“우와! 맛있겠다!”

“감사합니다 셰프님!”

“어서, 어서 주거라!”

­맛있겠다!­

“핫바라니...저것도 참 반갑네...”

­어머~냄새가 참 좋구나~­

[셰..셰프님...제것도 있나요?]

“그래 그...드라고노바?”

[그냥 드라 라고 불러요!]

“그래그래, 드라야. 네 것도 있어.”

[우와! 맛있겠다!]

그렇게 강하에게 어묵 핫바를 받은 일행들은 하나씩 저마다의 감탄을 하며 어묵 핫바를 먹기 시작했다.

“음~생선과 새우의 맛이 훌륭해요!”

­겉은 바삭하고, 안은 부드럽기 그지없네!“

“이거지! 이게 핫바거든!”

[주...주인? 왜 울어?]

“아...그냥...너무 오랜만에 먹어서...”

­어머나~ 이 핫바라는 것도 너무 맛있구나~­

밀도 높은 생선과 새우의 살과 여러 가지 채소들이 한데 모여 짭조름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이루어 냈다.

튀겨내어 바삭하기도 하지만, 느끼할 수도 있었을 텐데, 케쳡과 머스타드의 새콤한 맛이 더욱 감칠맛 있게 맛을 잡아주어, 뜨거워서 입천장을 데어 가면서도 일행들은 먹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우물....쩝...이것 더 없느냐?”

“뭐야? 벌써 다 먹었어?”

그 중에서도, 순식간에 핫바를 비워버린 류월이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리는 것을 본 강하는 작게나마 경악을 질렀다.

“기다려 봐, 슬슬 밥도 먹을 시간도 됐으니, 떡볶이나 먹자구!”

“아! 그러고 보니 저희는 떡볶이라는 요리를 만드는 것이었죠....!”

금방 튀겨낸 어묵 핫바의 존재감이 너무 커서, 순간 자신들이 뭘 하는지도 있었던 파렌이 손을 탁 치며 대답했다.

“슬슬 떡하고 어묵도 모양을 잡았을 테니, 본격적으로 만들어 볼까?”

냉장고에서 반죽한 밀떡 반죽과 어묵을 꺼내어 준다.

밀떡은 납작하게 밀대로 밀어, 손가락 마디 정도의 크기로 잘 썰어준 뒤, 살짝 굴려준다.

어묵은 우리가 항상 봐왔던 분식집의 떡볶이 어묵처럼 납작하고, 삼각형 꼴로 잘라주어 가볍게 튀겨내면 어묵은 끝!

잘라낸 떡은 끓는 물에 약 5분 정도 삶아내고, 꺼내어서 차가운 물에 바로 식혀주면, 쫄깃한 밀떡은 완성이다.

“우와...정말 간단하네요?”

“그렇지? 일단 떡볶이가 뭔지 알아야 하니 즉석떡볶이라도 만들까?”

“즉석...”

“떡볶이...?”

“먼저 육수를 만들어 볼까...”

간단하게 집에서 만들어 먹을 정도면 굳이 육수까지 준비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이 요리는 곧 사람들에게 판매될 예정이니까 한번 시험 삼아서 본격적으로 만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강하는 커다란 냄비에 물을 가득 담았다.

그곳에 다시마, 큼직한 무, 작은 새우랑 꽃게도 넣어준 해물 육수를 뭉근하게 끓여낸다.

다시마는 물이 끓으면 질척하고 쓴맛을 내는 물을 내기 때문에 끓기 전에 미리 꺼내준다.

“이봐, 자네가 부탁한 것은 끝냈다.”

“그래? 타이밍 딱 맞췄네.”

육수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자, 강하의 옆에선 류월이 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해주었다.

강하가 류월에게 부탁한 것은 이동식 화로, 그러니까 부루X타 였다.

즉석떡볶이는 역시 직접 끓여가면서 먹는 맛이지!

“자! 다들 모여 봐!”

강하의 말에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인 인원들이 중앙에 놓인 이동식 화로와 커다란 냄비를 똘망똘망하게 바라보았다.

“자...이제 여기에다가 육수를 붓고...떡과 어묵, 금방 만들어 낸 고추장 베이스의 양념장과 채소들을 들이부으면...끝”

“에? 이대로 끝인가요?”

“응, 이제 끓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익으면 먹으면 돼!”

­오오....역시 자네는 늘 새로운 요리를 보여주는군....기대가 된다!­

[주인! 이거 맛있어?]

“응, 장난 아니게 맛있을 거야.”

[우와아...!]

그렇게 모두들 시선을 집중시켜 냄비의 내용물이 어서 빨리 끓어 익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 기대에 맞추어, 냄비가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며 떡과 어묵, 채소들이 양념을 가득 배며 익어가고 있었다.

“...꿀꺽...!”

­...츄릅...!­

이어가던 대화도 점점 사라져가고, 그들의 시야는 결국 떡볶이가 끓는 냄비에 고정되고 말았다.

­자! 이제 잘 익었으니까, 먹으면 될 것 같...­

“아자! 1빠”

“이...이 녀석...!치사하게 먼저 국자를 들다니...!”

“우....뜨거워....!”

[주...주인! 또 울어..?]

“이거야....이게 K­음식이지....!”

­으음...! 이 떡이라는 음식은 참으로 특이한 식감이구나! 그리고...커흑! 조금 매콤하구나!­

­어머...! 이것도 맛있네~ 특히 이 소스? 양념? 이 은근 자극적이야!­

“마..맛있다..!”

“셰프님 이거 정말 맛있어요!”

강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순식간에 비워져 가는 냄비.

“그...그래, 맛있으면 됐지....응.....계속 먹고 있어...난 서류 좀 쓰고 올게...”

‘맛있게 먹어주는 건 좋지만....마치 내 요리가 마약인 것처럼 달려드는데...괜찮겠지?’

순식간에 냄비를 비워가는 그들을 바라보던 강하는, 살짝 질린 얼굴을 숨기며 국왕에게 받은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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