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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0화 〉 개월제의 시작! (130/289)

〈 130화 〉 개월제의 시작!

* * *

개월제.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애슐란의 축제이며, 애슐란의 건국 신화의 대정령, 애슐란이 거대한 보름달에 지상으로 내려왔다는 신화를 바탕으로, 그런 애슐란에게 감사와 앞으로의 번영을 바라는 축제이다.

그렇기에 그 규모는 상당히 거대하며, 수많은 상인들과 노점들이 마치 끝도 없이 이어지는 상황.

“향아, 재료들은 이상 없지?”

“네!”

“파렌, 육수는 어때?”

“문제없습니다!”

“힐라, 기름은?”

“후끈후끈 합니다!”

그런 축제에 강하 일행도 마찬가지로, 노점을 내는 상황에, 개업 전, 마지막으로 문제는 없는지 검사하고 있었다.

“좋아 좋아.....그럼, 개업해볼까?”

“““예!”””

강하의 말 한마디를 시작으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개월제의 시작을 알리는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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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사람 정말 많네...­

체실은 수많은 사람이 바글거리는 이곳에서, 시선을 자꾸만 돌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1년 전, 모험가가 되기 위해서 집을 뛰쳐나와 애슐란의 수도로 왔을 때도, 시골이었던 자신이 살던 마을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건물과 수많은 사람을 보았지만, 마치 사람들이 미어터질 정도의 인파는 처음인 체실이었다.

아직 모험가 등급 중, 제일 낮은 철 등급의 체실 이었지만, 한동안 열심히 고블린과 자이언트 레트를 처치한 보상으로 그럭저럭 버틸 수 있는 돈이 있었기에, 모험가 길드에서 떠도는 축제에 대해 즐기고 싶었던 체실은 주변의 분위기에 압도되지 않기 위해, 고개를 강하게 휘젓고는, 씩씩하게 앞으로 걸어 나갔다.

축제에는 정말 여러 가지 볼거리가 많았다.

수많은 바드들이 광장에 모여, 아름다운 선율을 퍼뜨렸고, 수많은 먹거리가 존재했다.

체실은 생전 처음으로, 슬라임으로 만든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맛은.....글세, 그에게는 딱히 취향이 아닌 모양이다.

그렇게 하염없이 축젯길을 돌아다니던 와중.

­음? 저건...뭐지? 스타...주막?­

체실은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였다.

아주, 아주 긴 인파로 이루어진 줄이, 어떤 노점의 앞에 줄지어 서 있었다.

축제이긴 했지만, 수 많은 노점들이 가득한 와중, 한 노점만이 너무 극단적인 인기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

모험가인 그에게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호기심이 생긴 체실은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그 노점으로 옮기고 있었다.

­실례합니다. 이 노점은 뭘 팔고 있길래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가요?­

맨 끝줄에 도달한 체실은, 자신의 바로 앞에 서있는 남성에게 물었다.

­어? 글쎄...나도 이 기다란 줄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서 줄에 선 거라...잘 모르겠지만, 다 먹고 난 이후의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하는 말이, 엄청나게 맛있는 음식을 판다는데?­

­그렇습니까?­

그 남성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길게 늘어진 줄에 흥미를 느끼고 서 있었지만, 그가 말해준 말에 따르면, 이 노점의 음식이 아주 맛있다고 한다.

‘하...궁금해지는 걸?’

그렇게 체실은 하염없이 늘어진 줄의 일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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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체실의 차례가 돌아오고 말았다.

­어서 오세요!­

­어..엄....이 노점은 뭘 팔고 있는 건가요?­

그리고, 체실은 자신의 차례가 되었음에도 혼란스러운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바라본 노점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들을 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당히 크고 넓적한 철판에 있는 빨간 스튜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고,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기름에 무언가를 자꾸 튀겨내고 있었다.

­아아, 이 요리는 ‘떡볶이’ 라고 하는 겁니다.­

­떠...떡포키?­

­밀로 만든 떡에 각종 채소와 매콤한 소스를 곁들인 음식이죠.­

­이...일단 그럼 그 떡뽀키? 떡볶이? 라고 하는 거 한 그릇 주세요.­

­네입!­

­흠...­

체실이 떡볶이를 주문하자, 커다란 나무 주걱으로 떡볶이를 휘적거리던 소녀는 한술 크게 떠서, 나무 접시에 담기 시작했다.

­이건...뭔가요?­

그 모습을 보던 체실은 주변을 기웃거리다가, 기름 냄새를 풀풀 풍기는 음식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것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건 ‘어묵 핫바’와 튀김이랍니다! 이 어묵이란 건 생선 살과 여러 가지 재료들을 으깨어 뭉쳐서 튀긴 요리고요, 튀김은 여러 가지 음식들을 튀김옷에 묻혀서 튀겨낸 요리에요, 떡볶이와 찰떡궁합입죠!­

­아..네...그럼 그것도...­

‘에..엘프? 엘프가 왜 여기에...?’

엘프라는 존재는, 딱 한 번, 모험가 길드의 모험가로 활동하던 엘프를 본 것 빼고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에, 순간 당황하며 그녀가 소개하던 어묵이나 튀김도 다 같이 사버리고 말았다.

­네~ 감사합니다! 여기 어묵 핫바와 튀김 세트입니다!­

­여기 떡볶이도 나왔습니다~ 다 합쳐서 1실버, 5코퍼입니다~­

­네...여기 있습니다.­

‘축제치고는 상당히 저렴한데?’

축제를 활용하여, 어떻게든 벌어먹기 위해 단가를 올리던 다른 노점과는 다르게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을 파는 노점이었다.

­맛있게 드세요~­

­아 예, 감사합니다.­

두 손 가득, 그릇을 손에 쥔 체실이 줄에서 빠져나와, 근처를 두리번거리며 자리를 잡을 곳을 찾았다.

운 좋게도 얼마 걸리지 않아, 분수대 앞에 비어있는 자리를 발견한 체실이 후다닥 다가가 털썩, 자리에 앉았다.

­보자....이게 그...터포키?­

자리에 앉은 체실은 본격적으로 자신이 산 요리가 무엇인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빠알간 소스가 윤기를 내며 그녀가 말한 ‘떡’이라는 음식에 가득 묻어 있었다.

달짝지근하고 매콤한 냄새가 풍기자, 체실은 일단 한 입 맛보기로 했다.

­....음?!...으음...!­

한 입 떡을 밀어 넣자, 쫄깃쫄깃한 식감이 먼저 강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달짝지근하고 맛난 소스가 함께 어우러져, 처음 느껴보는 맛이지만, 상당히 맛있다고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콜록! 커흑!...이거 상당히 매운데?­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간에 기별도 안 가는 매운맛이었으나, 매운 요리가 다양하게 있지 않은 애슐란의 사람이던 체실에게는 상당히 맵게 느껴졌다.

하지만, 무엇일까.

‘왜...먹는 것을 멈출 수가 없지..?’

땀을 뻘뻘 흘리고, 입가가 따가워 하~ 소리를 내면서도, 체실은 포크질을 멈추지 않았다.

맛있게 맵다.

정말 저 말 그대로 너무나도 맛있었기 때문이었다.

­잠만, 다른 음식도 있었는데...­

그러다 잠시 포크질을 멈춘 체실의 시선은, 떡볶이가 아닌 다른 음식도 샀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말았다.

­...어묵 핫바...라...­

나무 막대에 꽂혀있는 이 음식은 마치 꼬치처럼 생겼기에, 나무 막대를 든 체실은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음...! 이것도 맛있는데?.....잠만....아~ 터포키에 들어있던 이게 이거였구나!­

겉 부분은 바삭하고, 안 은 생선 살과 새우살로 인해 탱글한 식감을 내면서도, 고소한 기름이 자꾸만 손이 가게 만드는 이 어묵이, 떡볶이에도 들어간 음식이라는 것을 깨달은 체실.

상당히 어울리면서도, 저마다의 맛을 확실하게 내는 재료들이었다.

­그리고.....모둠 튀김?­

체실은 순식간에 나무 막대만 남은 핫바를 치우고, 마지막으로 담긴 그릇에 손을 얹었다.

그곳에는, 각 모양새가 다른 튀김이라는 것이 3개 있었는데.

하나는 동그란 모양이 달걀을 튀긴 것임을 빠르게 눈치챌 수 있었고, 나머지 두 개는 처음 보는 재료들이었다.

­먼저...익숙한 것부터...­

처음은 제일 익숙한 달걀부터 집은 체실이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바삭바삭한 튀김옷에, 담백한 달걀의 맛이 상당히 맛있었다.

­근데 좀 퍽퍽하네....­

하지만 달걀 특성상, 입안이 건조해지고 텁텁한 맛이 남아, 무언가 찍어 먹을 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찰나.

­여기에 찍어 먹어 볼까?­

매콤하고 달콤한 떡볶이의 국물이 떠오른 체실은 달걀튀김을 떡볶이 국물에 푸욱 담구어, 다시금 한번 입 속에 밀어 넣었다.

­...이거네....이건 이렇게 먹는거구나...­

퍽퍽한 식감이 매콤달콤한 소스와 만나, 부담 없이 넘길 수 있었고, 튀김 특유의 느끼한 맛도 잡아주어 환상의 하모니를 이루는 맛이었다.

나머지 튀김 또한 오징어와 새우를 튀긴 것이었는데, 떡볶이 소스와 찍어 먹으니 말 그대로 찰떡궁합이었다.

­아...잘 먹었다.­

어느새 텅텅 빈 나무 그릇을 바라보던 체실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빵빵하게 부른 배를 두들겼다.

이제야, 저 노점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저기...실례합니다.­

­네? 무슨...일이시죠?­

그러던 와중, 누군가가 다가와 체실에게 말을 걸었다.

길쭉한 지팡이와 모자를 눌러쓴 여성은 아마 마법사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인 듯 보였다.

­혹시....이 근처에 맛있는 음식을 파는 노점을 아시나요? 출출한데 금방 이상한 슬라임으로 만든 요리를 먹어서....어서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고 싶어서요...­

­아....그 슬라임.....솔직히 최악이었죠...­

그녀도 체실과 마찬가지로 그 노점에서 만든 요리를 먹었나 보다.

­그러면 추천해 드리는 노점이 하나 있죠! 스타 주막이라고 하는 곳인데...­

그렇다면, 이 맛있는 요리를 추천해야겠다고 생각한 체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와 함께 자신이 금방 갔었던 노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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