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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1화 〉 그들이 개월제를 즐기는 방법.(1) (131/289)

〈 131화 〉 그들이 개월제를 즐기는 방법.(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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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이렇게나 사람이 몰릴 줄은 몰랐는데... 결국 순식간에 재료가 다 떨어졌네...”

강하는 철판에 눌어붙은 떡 부분을 빡빡 씻어내며 중얼거렸다.

처음 애슐란의 사람들에게 파는, 이국적인 음식이라 조심스러웠던 강하는, 약 100인분 정도의 요리만 만들었기에, 순식간에 늘어가는 사람들의 인파에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맛있게 먹어주니 파는 입장인 자신에게도 썩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흠....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지?”

오늘 하루, 노점을 운영하려던 강하의 계획은, 점심이 되자 순식간에 무산되어 버렸다.

이미 준비된 재료들도 다 소진되었으니, 오늘은 노점의 문을 닫아야 할 텐데,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할지 고민이었다.

“형, 형, 오늘 장사 끝났어?”

“어? 뭐, 그렇지?”

반짝거리는 철판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던 강하에게, 혁수가 다가와 물었다.

“그럼, 나 놀러 가게 돈 좀.”

“....니가 무슨 꼬맹이냐?”

“아니...형이 주는 돈은, 한에서 사용하는 돈이라서 여기서는 못 쓰잖아. 그래서 형한테 온 거지, 형은 애슐란 돈이 있을 거 아냐?”

“뭐, 그렇기는 하지.”

오늘 하루 번 돈은, 전부 애슐란의 돈이었기에, 적당한 현금을 들고 있는 강하였다.

“그럼....좋아, 일단 가서 애들 좀 다 불러와.”

“응? 왜?”

“아 일단 불러오라면 불러와 임마.”

무언가 결심한 듯, 혁수에게 직원들을 불러 모으라고 말한 강하.

그 말에 혁수는 괜히 툴툴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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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마침 할 일도 없고, 이왕 축제에 왔으니 즐겨야지 않겠어?­

이내 직원들을 전부 모은 강하가 그들의 앞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진혁과 아델리아는, 무슨 일이 있는지, 오늘은 따라오지 않았기에, 현재 스타 주막의 직원들과 백설만이 있었다.

­자, 1인당 1골드씩, 용돈을 줄 테니, 즐겁게 즐기고, 저녁에 다시금 이곳으로 모이도록.­

그렇게 말한 강하는 오늘 번 수익금이 담긴 자루에 손을 넣고 뒤적거리며, 반짝거리는 금화를 손에 쥐었다.

이곳의 현금은, 코퍼, 실버, 골드가 있었는데, 한의 동, 은, 금과 비슷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기에, 이 정도면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조아쓰! 혁수! 금방 오던 길에 재미있던 가게가 많던데, 따라와!”

“에에? 저는 배고픈데...”

“일단 따라오기나 해!”

“으헉!”

­크흠...! 이 몸은 일단 배가 고프니, 밥을 먹어야겠구나. 백설, 너도 따라오도록.­

­그럴까? 류월 너는 언제나 축제를 좋아했었지~­

­지...지금 그런 말을 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가자!­

­조심해서 가~ 그러다가 넘어질라!­

언제나 활기찬 힐라와, 그런 힐라에게 시달리는 혁수,

먹보 드래곤과 보호자 드래곤.

그리고.

“저...저기...혹시 괜찮으면...같이...다닐..래?”

“.....그럴...까요?”

“저....정말?! 그...그럼 어디로 갈까?”

최근 후끈후끈한 분위기를 내뿜는 파렌과 벼루.

이렇게 총 세 팀은 서로의 목적을 가진 체, 축제의 인파에 달려 들어갔다.

“...어느새 다 가버렸구먼, 그럼 나는 어쩐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던 강하는 잠시 팔짱을 끼며 자신은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오싹.

‘음? 뭐지? 왜 갑자기 한기가 느껴지는 것 같지?’

목덜미로 느껴지는 시선에, 순간 한기가 돋은 강하.

“셰...아니 도련님~”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

“오늘은...우리 둘밖에 없네요?”

“그...그렇지?”

어느새 자신의 바로 뒤에 선 향이가 강하에게 달라붙어 말했다.

“그럼, 같이 다닐까요?”

“그럴...까?”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눈빛.

그런 향이의 눈빛에 꼼짝도 못하고 옭아매인 강하는, 결국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다.

그렇게 총 4팀으로 이루어진 스타 주막의 직원들의 개월제 즐기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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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이거!”

“....이건?”

­오? 엘프 손님은 처음인데? 어서 오시게! 단검 던지기에서 잘 맞추면 장인이 만든 인형을 준다네!­

혁수의 팔을 질질 끌던 그녀가 멈춘 곳은, 여러 가지 상품을 따는 노점의 앞이었다.

­아저씨! 여기 하나!­

“으엑? 진짜 하려고요?”

“응? 너도 해볼래? 이건 내가 쏘지 뭐.”

“에...무서운데?”

“덩치도 큰 녀석이 별게 다 무섭니? 자, 자, 너 먼저 해봐!”

“허어....”

그렇게 힐라의 닦달을 이기지 못한 혁수는 앞에 놓인 작은 단검을 손에 들었다.

­자, 규칙을 설명해 드릴게요~ 이 동그란 원판의 중심에 많이 맞출수록, 상품은 더욱 좋아집니다~ 그럼....시작!­

“자! 뭐해! 어서 던져!”

“에? 자..잠만!”

순식간에 시작된 시간에 당황하던 혁수는 이내 있는 힘껏, 과녁을 향해 단검을 내질렀다.

결과는?

단검 5개 중 단 하나도 원판의 중심에 맞추지 못했다.

­어허 이런~ 형씨, 아쉽게 됐어, 참가상으로 이걸 주지.­

­이...이건?­

하나도 맞추지 못해 살짝 침울한 표정을 짓던 혁수에게, 주인장은 혁수를 위로하며 무언가를 혁수에게 건넸다.

­이거 가지고 연습이라도 좀 하라고! 하하!­

그것은 바로, 나무를 깎아서 만든 작은 단검이었다.

그걸 받은 혁수가 주변을 둘러보니, 근처 꼬맹이들도 죄다 나무 단검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마치 네 실력은 꼬맹이다. 라는 느낌이 드는 혁수였다.

“...뭔가 무시당한 느낌이 드는뎁쇼....”

“하하하! 완전 웃기네, 좋아. 다음은 내 차례, 잘 보고 있으라고!”

­자! 규칙은 금방 설명한 그대로이니...바로 시작!­

그런 혁수를 밀어내고, 자신의 비용을 지불한 체, 시작하는 힐라.

“보자...단검의 무게는..? 흠...살짝 가볍나?....흡!”

탁.

“오..! 오오...!!”

단검을 던져서 손으로 받던 힐라는, 손을 빠르게 움직이더니, 과녁에는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정중앙에 단검이 꽂혔다.

과거에는 숲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엘프이자, 악귀들을 처치하는 악귀갑사의 소대장이었던 힐라에게 이 정도 단검술은 누워서 떡 먹기였다.

“흡! 후! 이얏!”

“오..!...오오...!!!!....우와아..!!!”

­.........­

그 뒤로도 던지는 단검은 하나같이 과녁의 정중앙에 들어맞았고, 점점 감탄을 내뱉는 혁수의 표정과는 반대로, 주인장의 얼굴은 조금씩 썩어가기 시작했다.

“이거지~숲을 넘나드는 엘프를 무시하면 이렇게 되는 거라고!”

어느새 주어진 단검 전부를 중앙에 꽂아버린 힐라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 브이 자를 그렸다.

­허허...이것 참...내가 졌네, 역시 엘프는 전해지는 말처럼 날렵하기 그지 없구먼...이거 받게나.­

­와! 고마워 아저씨!­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제일 높은 곳에 장식된 고급스러운 천으로 만들어진 곰인형을 꺼낸 주인장이 마지못해 힐라에게 곰인형을 내밀었다.

상당히 큰 곰인형 이었기에, 힐라의 입가에는 미소가 만개해있었다.

그렇게 그들의 축제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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