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화 〉 집으로.(시즌 2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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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슐란에서 보내는 시간도 어느새 훌쩍 지나가 버려, 어느새 다시금 한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그대가 애슐란에 와서, 내 얼마나 풍족한 식사를 했는지 모를 지경이로군, 특히 최근에 만든 ‘떡볶이’ 라는 음식이 아주 대단해! 우리 가족들은 물론이고, 백성들조차 떡볶이의 맛에 푹 빠져버린 모양이더구만.
아닙니다, 제가 할 일이 그것뿐 아니겠습니까?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건네는 바이제르의 손을 잡은 강하가 힘차게(물론 힘 조절을 하며) 손을 흔들었다.
그런데,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저희는 정말로 배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만.
강하는 자신들이 애슐란으로 오기위해 탑승한 나탈리 호를 떠올리며 바이제르에게 물었다.
현재, 그들의 일행에는 그 대단한 드래곤만 두 명.
백설의 말로는, 여기서 한까지의 거리 정도라면, 날아서는 반나절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엄청나게 거대하고, 호화로운 그 배를, 고작 우리를 위해서 승선을 시킨다는 것에 묘한 미안함이 들었기에, 나탈리 호의 탑승을 거절하고, 백설과 류월의 도움을 받아 한으로 돌아가려던 것을, 바이제르가 뜯어말린 것이었다.
자네는 공식적으로 우리 이웃 나라, 한에서 온 사절단 아닌가. 이런 배 한 척 태워 보내지도 않고, 알아서 가라고 한다면, 우리 입장에서도 곤란하다네, 그러니 부디 마음 불편하게 여기지 말고 푹 쉬면서 가도록 하게.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외교상 문제인가....
그건 그렇고, 정말 ‘그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그런 와중, 바이제르는 강하에게 다가오더니 귓속말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네....저도 ‘그것’이 가능하다는 소리를 듣고, 엄청나게 놀랐습니다.
하긴....우리 애슐란의 전역을 뒤져봐도, 그런 것이 가능한 마법사는 없으니까 말일세, 굳이 뽑자면 마탑의 최고봉, 아크 위저드인 조리에 경조차 온갖 마석을 들이부어야 한 번 정도 될까 말까 할 테니 말일세....
그 정도 입니까?
그렇고 말고, 아무튼, 기다리고 있겠네.
예, 짧은 시간이지만, 신세 많이 졌습니다.
그렇게 둘은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는, 다음을 기약하며 떠났다.
“자, 이제 돌아가자, 집으로.”
이제는, 정말로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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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드디어 집에 가는구만...”
나탈리 호의 개인 룸에서, 침대에 털썩 쓰러진 강하가 얼굴을 이불속에 파묻으며 중얼거렸다.
처음의 그 책 한 권으로 시작돼서, 애슐란의 사절단으로 파견되고, 왕족들에게 요리도 만들고, 나쁜 짓을 하던 놈도 잡고, 엘프의 마을도 보고, 또 다른 드래곤도 만나게 되었네.
아마 백설은, 류월의 간곡한 요청(억지로)으로 둘이서 같은 방을 쓰는 모양이었다.
뭐, 백설도 좋다고 하니까 상관은 없나?
이제 한으로 돌아가면, 먼저 가게 문을 열고, 재고 정리도 하고.....아. 전하께도 한번 들러야 하는구나....
“아아...귀찮아아....”
원래 휴가가 끝나면,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쏟아지는 법이었다.
“그래도, 즐거웠으니 됐나?”
여러 가지 일이 있기는 했지만, 애슐란은 좋은 나라였고, 여러 가지 것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판타지 세계라는 느낌이 팍팍 나서 마음이 뜨거워지기도 했고.
똑똑.
“혀엉? 저녁밥 다 됐으니까. 나오래~”
“엉? 아아~ 지금 나가~”
‘그래, 이것도 휴가니까, 최대한 즐기든가 해야지!’
오랜만에 누군가가 차려주는 맛있는 밥이나 먹고, 늘어지게 뒹굴뒹굴하자고 생각하는 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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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네~”
높게 솟은 2층의 기와집.
그들의 집이자 일터인 스타 주막의 앞에서, 강하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어머나~ 여기가, 너희들이 사는 곳이니?
예 뭐, 엘프들의 마을에 비하면 좀 볼품없기는 하지만요.
나는 이 집도 참 멋있는걸?
백설은 그런 스타 주막을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원래 살던 곳보다 비좁은 곳일 텐데, 좋아해 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강하였다.
“그럼! 저는 류월님과 함께, 하백 도련님의 댁에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오마.”
“어어~ 다녀와~”
그리고 오랜만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자신들의 자매가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류월에게 부탁해둔 힐라가, 빠르게 떠났다.
뭐, 힐라는 어서 빨리, 애슐란에 있는 엘프들의 마을에 대해 알려주고 싶겠지.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
“일단, 들어가자.”
류월이 힐라를 데리고, 공중으로 날아가 버리자, 강하는 일단 스타 주막의 잠긴 문을 풀었다.
잠금 열쇠는 걸어두었지만, 혹시나 하는 것도 대비해두면 좋으니, 자신의 마력으로 이 일대를 자신들 이외에는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놓은 것이다.
물론, 류월이 기, 그러니까 마력을 쓰는 법에 대한 요령을 알려줘서 손쉽게 할 수 있었다.
“어우...한동안 비워둬서 그런 걸까요? 먼지가 많이 쌓였네요~ 저는 청소부터 해야겠어요~”
“그럼 저도 돕겠습니다.”
“저도!”
상당히 오래 비운 스타 주막의 내부는, 새하얀 먼지가 쌓여 있었기에, 향이를 비롯한 다른 직원들은 우선 빗자루와 걸레를 손에 들었다.
잠시만, 이 정도라면 내 힘으로 금방 청소할 수 있단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백설이 한 발 나서, 자신의 힘으로 청소를 하겠다고 말하였다.
과연 드래곤은 이 정도는 뚝딱이겠지.
하지만.
괜찮습니다.
에? 하..하지만, 괜히 너희들이 힘을 뺄 필요는 없으니까...
강하는 그런 백설을 가로막으며, 단칼에 거절해 버렸다.
아무리 편리한 힘이 있다고 해도, 그곳에만 의지해서는 나태해지기 마련입니다. 굳이 백설님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면, 스스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류월이나 백설의 힘은 참 편리했다.
초창기에는 류월의 도술로 청소나 빨래 등을 맡겨버리고는 했지만, 만약 그렇게 류월 만을 의지하다가, 류월이 없으면 어떻게 할 건가?
그래서 지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면 굳이 류월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하게 되었다.
....라고 직원들에게 말해 두기는 했지만, 가끔 음식을 미끼로 이불 빨래 같은 걸 몰래 시킨 건 비밀이다.
백설님은 일단 ‘그것’을 부탁드립니다.
그러니? 그렇다면 알았어.
강하는 청소나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위해, 백설을 2층으로 안내했다.
음....여기 정도면 괜찮으려나요?
2층의 많은 방 중,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방을 하나 고른 강하가 백설에게 말했다.
음, 넓이도 이 정도면 충분하고, 그럼 시작할게.
그러자 백설은 손가락에서 새하얀 빛을 내더니, 방을 다 채울 만큼의 원을 바닥에 그렸다.
그리고 뭔가....복잡한 글자들을 마구잡이로 써 내리고 있는데...
‘와....마법진...!...쩐다아...!’
그 글자를 강하가 이해할 리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입을 쩌억 벌린 체 감탄만 하고 있었다.
음, 다 됐다.
바닥에 마법진을 그리느라 굽혔던 허리를 피던 백설이 완성을 알렸다.
그러자, 마법진은 갑자기 밝은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어..어어...! 갑자기 왜 이러나요?
음~ 상대방 쪽에서 벌써 이쪽으로 오려는 모양이야.~
그런 불빛에 깜짝 놀란 강하가 당황하며 백설에게 물었지만, 백설은 그저 태평하게 마법진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던 순간.
와! 와! 정말로 순간이동이 가능하다니! 아주 놀랍구나!!
와..왕녀님! 날뛰지 좀 마세....아, 형님, 오랜만입니다.
[셰프님! 안녕하세오!]
오랜만은 무슨, 헤어진 지 며칠밖에 안됐구먼.
새하얀 광원이 사라지더니, 마법진의 위에는 분명 애슐란에 있어야 하는 애슐란의 왕녀, 아델리아와 그런 날뛰는 왕녀를 말리는 진혁, 그리고 인간형 모습의 드라고노바가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
이 마법진은 바로, 애슐란의 왕궁과 이어진 텔레포트 마법진 이었다.
저번에 백설과 이야기를 하다가 우연히 나온 이야기였던 한과 애슐란을 잇는 순간이동 이야기에 반응을 보이던 아델리아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하는 백설에게 밀어붙여 만들게 된 마법진 이었다.
그것만 있으면 언제든지 스타 주막의 밥을 먹을 수 있다나 뭐라나.
순간이동에는 엄청난 마력이 필요하지만, 애초에 마법진을 그린 사람은 바로 그 위대한 드래곤, 백설이었다.
허나 드래곤이라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이, 당장 류월을 불러와서 해보라고 해도, 그녀는 하지 못하는 것이다.
류월보다 오래 살았으며, 그동안의 엄청난 지식량이 담겨있는 백설만이 가능한 짓이었다.
이 마법진이라는 것이, 세상에 밝혀지면, 이 세계 문명의 발전이 기하수급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기에, 대놓고 밝히지는 않았고, 그냥 애슐란 왕족들의 비밀별장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된다.
애초에 방법을 안다고는 해도, 이 정도 거리를 이을 수 있는 건 백설밖에 없을 테지만 말이다.
뭐, 백설도 가끔 자신이 살던 엘프 마을에 들르고 싶기도 하다고 하니,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나저나 배가 고프구나!
아, 형님, 사실 저도...
[와! 셰프님의 요리! 먹고 싶어요!]
이 녀석들은 근데 오자마자 밥 타령이냐?
하하...그래 그래, 슬슬 청소도 끝나 갈 테니까, 간단하게 뭐라도 만들까?
그래도 뭐, 그게 내가 할 일이니까.
그렇게 말한 강하는 그들과 함께 1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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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느덧 스타 주막을 연재한 지도 132화 째네요!
이번 화로 시즌 2, 애슐란 편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상당히 질질 끈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모두 작가의 역량 부족이니 마음껏 욕해주시길(?).
그래서 시즌도 끝났겠다. 다음인 마지막 시즌을 연재하기에 앞서, 잠시간의 휴식을 가져볼까 합니다.
그 전에, 간단한 후기나 여러 질문을 받아, 내일 올리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그럼 많은 질문 부탁드립니다! 성심성의 있게 대답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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