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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6화 〉 스타 주막의 재산. (136/289)

〈 136화 〉 스타 주막의 재산.

* * *

이른 아침.

보통이라면 스타 주막의 하루를 위해 개업 준비를 할 시간이지만, 오늘 스타 주막의 주방은 매우 고요하다.

“소쿠리는?”

“여기 있어요!”

“어젯밤 소금물에 절여놓은 배추는?”

“이 몸이 챙겨 두었다!”

그 대신, 어느새 스타 주막 직원들 전원이 마당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들은 오늘 하루 장사도 쉬고,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좋아...그럼 김장을 시작할까?”

“““예!~”””

그렇다.

오늘은 김장을 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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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김치가 이것밖에 안 남았어?”

하루의 장사를 마치는 시각인 늦은 밤.

언제나 하루의 마무리는 식재료 점검으로 끝내는 강하가 냉장창고 안에 보관된 항아리를 열어보며 중얼거렸다.

분명 스타 주막을 개업할 당시, 마치 산처럼 쌓인 김치를 얻었는데, 어느새 강하의 허리에 올 정도의 항아리 두 개 정도의 양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한 쪽은 푹 익어서, 시큼한 냄새가 났다.

푹 익은 김치도 충분히 맛있어서 요리에도 쓰이지만, 너무 푹 익어버려서 밑반찬으로 나가기에는 영 그런 김치였다.

“이거 큰일인데?”

김치.

그것이 무엇인가.

한국인 하면 김치, 김치 하면 한국인 아니던가.

이곳 [한]또한 김치를 매우 중요시하는 나라.

현대에서는 고춧가루가 임진왜란을 통해 들어와서, 그전에는 백김치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 한 에서는 이미 고춧가루가 퍼져있어서, 매콤하고 아삭한 김치를 먹을 수 있었다.

그만큼 현대에서든 한 에서든 김치를 빼먹을 수는 없는 법.

한국인들은 김치볶음밥에 김치찌개를 먹고 열무김치를 곁들여 먹는다고 하지 않던가.

“열무....아 참! 깍두기!”

문득 떠오른 깍두기를 확인하기 위해, 바로 옆 항아리를 열자, 더욱 상황은 처참했다.

배추김치에 비해, 그다지 많은 양이 들어오지 않았던 깍두기는 이미 바닥을 보이는 지경이었다.

배추김치야 아직 조금은 남아있으니까, 내일 장사에는 어떻게든 할 수 있었지만, 깍두기는 이제 거의 없었다.

“비상....비상이다...!”

순식간에 얼굴이 시퍼래진 강하는, 후다닥 주방을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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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님...? 무슨 일이신가요...?”

늦은 밤.

하루를 마무리하고 이불 속에서 슬슬 잠들 찰나, 강하의 비상에 벌떡 일어난 직원들이 가까스로 잠기는 눈을 부비며 1층의 홀에 모였다.

“무엇이느냐....이 몸은 매우 졸리거늘....”

“얌마, 넌 잠을 잘 필요가 없잖아.”

“아, 그렇긴 하단다. 근데 류월이는 워낙 나와 함께 잠들려고 하느라..”

“아....백설님이 수고가 많으시네요.”

“아냐, 나도 류월이랑 있는 건 좋으니까....그래서, 무슨 일이니?”

“맞아! 뭔 일이야 형? 이제 딱 잠들려고 했는데.....”

“그래, 그게 중요하지, 큰일이다....”

그런 그들이 강하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자, 강하는 얼굴을 근엄하게 만들고는, 대답해 주었다.

“김치가...거의 떨어져 간다.”

“....뭐?”

“김치가...?”

“김치라면, 그 시뻘건 그 채소 아니더냐? 고작 그거 하나 떨어졌다고 이렇게까지 난리를 피우는 것이냐?”

“에에? 김치요? 그게 없으면 그렇게 큰일이라도 나나요?”

“김치인가....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음....미안하구나, ‘김치’가 뭘까...?”

“아, 백설, 네가 저번에 먹었던 그 빨간 배추 말이라네.”

“아아~ 그게 김치구나? 그럼 지금 그게 없어서 문제라는 거구나~”

근엄하게 모두를 불러서 말하는 것이, 고작 김치가 없어서라는 소리를 들은 애슐란 출신들과 고대의 용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기...기기....김치가 없다고??!? 조졌다!!!”

“셰....셰프님..? 정확히 지금 남아있는 양이 얼마나..되나요...?”

“아....대충 배추김치는 두 항아리인데, 한 항아리는 너무 익어서 밑반찬으로는 못 나가고, 나머지 항아리는 절반 정도, 깍두기는 이제 항아리 바닥이 보이는 정도...?”

“그건 정말 큰 일이잖아요! 아아....어떡하지...?”

“그...그럼 내일 장사는 쉬어야 하나요...?”

“음....아마 그래야 하지 않을까....?”

“으아아.....어쩌면 좋지....?”

그들을 제외한 현대 한국의 출신과 한에서 자란 그들은 곤혹에 빠진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하고 말았다.

한의 수도, 서라벌에 위치한 스타 주막의 요리는 대부분 사람이 먹어보지 못한 양식 요리로 이루어진 것은 사실.

허나, 그 스타 주막의 손님들은 한의 사람들이다.

삼시세끼 김치를 챙겨 먹는 그들에게, 김치를 내어주지 못한다면, 꽤 큰일이 날 것임이 틀림없었다.

“그런고로, 내일은 주막을 하루 쉬고, 김장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지금의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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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배추 800포기, 무 400개....음, 확실히 다 절여졌네.”

강하는 어젯밤, 소금물에 절여둔 배추와 무들을 맛보며 중얼거렸다.

안 절여지면 어쩌나 싶었지만, 다행히 배추와 무들은 숨이 죽은 상태였다.

“그런데, 너는 왜 여기있냐?”

그리고, 강하는 뜬금없이 나타난 한 인물.

“하하, 안녕하십니까? 형님!”

[안녕하세요 셰프니임...!]

애슐란의 소드마스터이자, 같은 동향자인 진혁과, 그 진혁의 에고소드, 드라고노바가 모습을 보였다.

“그게, 가끔씩 힐라씨와 대련을 하기 위해 종종 워프를 타고 오고는 하는데, 오늘 왔더니 김장을 하신다고 들어서....이런 건 돕는 사람이 많아야 좋지 않겠습니까?”

“.....본 목적은?”

“....도와드릴테니 제발 김치 조금만 나눠주세요...”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같은 동향인 만큼, 진혁은 한국인.

하지만 애슐란은 밥과 김치가 주식이 아닌, 빵과 고기가 주식이었다.

현대의 사람들도 해외여행 갔다 하면, 김치가 그리워질 지경인데, 그는 강하를 만나기 전, 몇 년은 김치를 보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매일같이 스타 주막에 오자니, 은근히 눈치가 빠른 왕녀가 난리를 칠 것이 뻔했으니, 김치라도 좀 얻어가고 싶은 모습이었다.

“그래 그래, 도와주면 몇 포기 정도는 챙겨줄게.”

“진짜요?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슴다!!”

“좋아,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인력도 늘었고, 저 산처럼 쌓인 배추도 얼른 담가야 하니, 강하는 손뼉을 짝 치며, 김장의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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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이렇게...? 이렇게 하는 것인가...?”

“음....그런 걸까?”

류월과 백설은 반으로 잘린 절인 배추를 붙잡고, 강하가 만든 김칫소를 손으로 연신 비벼대고 있었다.

하지만, 양념은 겉 부분에만 치덕치덕하고, 속까지는 전혀 묻지 않았다.

“아뇨 류월님, 백설님, 이 부분은 이렇게....! 이렇게 속까지 묻혀줘야 한답니다.”

“오오...그렇군. 고맙구나!”

“아아~이렇게 하는 거구나? 고마워~”

그런 모습을 보던 향이가 옆으로 다가와, 배추를 뒤집어가며 시범을 보이자, 그제야 류월과 백설도 제대로 김장을 할 수 있었다.

[주인...이거 매워어...]

“얌마. 그걸 먹으면 어떡하냐? 자, 나를 보고, 따라 하란 말이야.”

“진혁 도령은 정말 잘하시네요?”

“아하하....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김장을 도와드렸던 적이 있어서, 그럭저럭할 줄 압니다.”

[으잉.....눈이 매워...!]

“야이..! 양념이 묻은 손으로 눈을 비비면 어쩌자는 거야?! 에구...이리와, 물로 씻자.”

그런 진혁의 옆에서 사고를 치는 드라고노바.

어느새 진혁은 그런 드라고노바를 마치 손이 많이 가는 여동생처럼 대하고는 했다.

“어우....허리야....이제 몇 포기 남았지..?”

몇 시간은 쪼그려 앉아 배추를 만지작거려서 그런지, 뻐근한 허리를 쭉 펴며 혁수가 중얼거렸다.

“이제 거의 다 담았어요!”

그런 혁수의 옆에 있던 벼루가 슬쩍, 남아있는 배추와 무를 바라보고는 밝게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드디어 다 끝나가네....벌써 해가 중천이야.....배고프네.....어? 그나저나 형은?”

“셰프님이라면 아까 전에 점심 준비하신다고 주방으로 먼저 들어가셨어요.”

“점심인가....좋아! 후딱 끝내고 밥 먹자 밥!”

점심이란 말에 힘을 얻는 그들은 속도를 조금씩 빠르게 올리기 시작했다.

양념이 잘 묻은 배추와 깍두기를, 옆에 놓인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아낸다.

이렇게 담아둔 김치는 한동안 든든히 주막을 지탱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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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마지막....끝!!”“고생하셨어요~”

“에고...허리야....벼루야, 괜찮아...?”

“네, 김장은 익숙해서 괜찮아요, 파렌 오빠...는요?”

“나? 나야 멀쩡하지!”

결국 해가 완전히 하늘에 머무는 점심때가 되자, 김장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김치와 깍두기가 가득 들어있는 항아리들이 줄을 지었다.

“오, 다 끝났어? 고생 많았어! 점심 먹자!!”

마지막으로 김장을 하던 자리를 치우던 찰나, 강하가 슬쩍 나타나 고개를 끄덕거리며 나타났다.

“형! 나 배고파! 오늘 점심은 뭐야?”

“원래 김장을 할 때 나가는 국룰이 하나 있지.”

“그게 무엇인가요?”

“바로....갓 담근 겉절이와 푸욱 익혀 보들거리는 수육이지!”

계속 싱긋 미소를 짓던 강하가 뒤에서 접시가 가득 찰 만큼의 수육과, 큰 접시에 담긴 겉절이를 앞으로 내보였다.

“와.....지렸다....!”

“고기! 이 몸은 역시 고기가 먹고 싶다!”

“어머~맛있겠구나~”

“힘든 김장을 끝내고 먹는 갓 담근 겉절이와 수육...? 이건 못.참.습.니.다!”

“아침부터 일해서 그런지 엄청나게 배가 고프네요!”

“자자, 모두 배고프지? 일단 간편하게 상 펴고, 먹자!”

“““잘 먹겠습니다!!!”””

야외에서 먹기 위한 간편한 상위에 접시를 올려두니, 사방에서 나타나는 젓가락들이 하나씩 고기와 겉절이들을 집어갔다.

“음~아삭하고 매콤한 겉절이는 역시 최고에요...!”

“고기는 푹 익혀서 부드럽고 누린내 하나 없네요....! 역시 셰프님!”

“고기! 아주 좋구나! 맛있어!”

“어머 참....류월, 천천히 먹으렴? 아직 많이 남아있단다.....그나저나 정말 맛있구나!”

“햐....이게 노동의 참맛이지....!”

[주..주인...! 나 젓가락질 힘들어....]

“뭐? 에휴, 자, 내가 집어줄게, 먹어봐. 어때?”

[와...와와....엄청...엄청...그...엄청...맛있어!]

그렇게 순식간에 비워지는 접시를 바라보던 강하는 다시금 주방으로 들어가, 남은 수육도 모조리 썰어내어 주었다.

“그래도 간신히 김장을 마쳐서 다행이네.”

내일부터 바로 장사를 해야 했기에, 그렇게까지 많은 양은 아니지만, 적어도 올해 겨울을 나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우리 주막의 재산들이 맛있게 익어가기를 빌면서, 강하도 그들의 사이에 끼어 수육을 한 점 맛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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