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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7화 〉 작은 드라의 모험(1). (137/289)

〈 137화 〉 작은 드라의 모험(1).

* * *

[심심하다....]

탁자에 턱을 괴고 풀린 눈으로 중얼거리는 드라고노바.

오늘도 그녀의 주인인 진혁이 스타 주막에 방문하여 힐라, 라고 불리는 엘프 여자와 대련하고 있다.

분명 자신이 있으면 진혁은 최강일 텐데.

‘너에게 의존만 해서는 안 되니까, 기본기부터 착실히 단련해야지’라면서 자신과 비교하면 질도 나쁜 고작 철검 하나만 들고 대련을 하고 있다.

[힝...내가 있는데 어째서....]

그렇게 중얼거리던 드라고노바는, 자신의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다시금 인간의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약 몇백, 몇천의 시간 동안, 검의 형태로 지내던 그녀는, 석상에 꽂혀,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다가, 몇 년 전, 우연히 지금의 주인인 진혁을 만나 다른 세상을 구경하고는 했다.

하지만, 그때도 여전히 그녀는 칼집에 있어,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가 없었다.

그랬던 것이 약 몇 개월 전.

강하 일행을 따라 엘프 마을에 도착한 드라고노바는, 자신의 탄생에 도움을 준, 백설이라는 드래곤 덕분에 인간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처음으로 자기 신체로 대지에 선다는 것은, 그녀에게 축복이나 다름없었다.

언제나 주인이 맛있게 먹던 음식도 먹을 수 있었고,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도 있었다.

“음? 드라, 무슨 일이야? 그렇게 뚱하니 있고.”

[아, 셰프니임~]

그렇게 멍하니 주막의 구석에 앉아있던 그녀에게 스타 주막의 주인, 강하가 말을 걸어왔다.

그녀는 인간과 용이 섞인 반룡인이라는 존재로.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압도적인 무력에 잔뜩 겁을 먹었었다.

자신과 주인이 전력을 쏟아내었음에도, 너무나도 쉽게 져버렸던 기억이 있어, 무서운 존재였으나.

지금은 주인과 자신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주인이 이 나를 내버려 두고 이상한 검으로 대련한다고 나를 내동댕이쳤어....]

“그러니까, 심심하다는 소리구나?”

[응....]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강하에게 현재 상황에 대해 한탄을 하는 드라고노바.

“흠, 그러고 보니 벼루가 곧 마을에 뭘 사러 간다고 나간다고 하던데, 같이 나가보자 그래?”

[응? 바깥...에?]

바깥, 인가.

드라고노바는 기본적으로 인간으로 변했지만, 상시 진혁의 곁에서 떠나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가, 강하의 말을 듣자 무언가 두근거리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나 갈래! 갈래갈래!]

“그래? 잠시만....아, 벼루야?”

“네? 부르셨어요?”

그런 드라고노바가 격하게 반응하자, 주위를 기웃거리던 강하는 2층 계단에서 내려오던 벼루를 보고는 그녀를 불렀다.

“드라가 지금 심심하다고 그러던데, 거리로 나갈 거면 드라도 데리고 가주지 않을래?”

“네? 그거야 저는 괜찮긴 한데.....저 대로요?”

“아....그런가?”

[응?]

그러자 벼루는 드라고노바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가 입고 있는 복장은, 한에서는 팔지 않는, 그 곳에서만 입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비단과 신발로, 이 한의 거리와는 잘 맞지 않는 복장이었다.

애초에 흐트러진 긴 백발과, 찢어진 빨간 동공만으로도 충분히 눈에 튀기는 하지만 말이다.

“음....잠시만요, 분명 제가 어릴 때, 입었던 옷이 있었던 것 같은데....”

“오, 그러면 다행이지, 차라리 그걸로 갈아입히는 게 좋겠다.”

잠시 고민하고 말한 벼루의 말에 찬성하는 강하.

[응?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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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마지막으로 저고리를 매주면....됐다!”

성심성의껏 자신이 어릴 적 입었던 한복을 입혀주는 벼루.

옷을 갈아입자는 소리에 갑자기 입고 있던 옷을 훌렁훌렁 벗어 던지던 드라고노바 덕에 잠시 당황하기는 했지만, 어떻게든 잘 마무리 지었다.

[와....! 셰프님이랑 같은 옷이다!]

별다른 문양 없이, 무난한 갈색과 연한 노랑으로 만들어진 한복이었지만, 강하와 벼루가 입은 옷과 비슷한 보였던 탓인지 드라고노바는 방방 뛰면서 빙그르르 돌았다.

긴 장발이었던 머리카락도 벼루가 땋아주어 상당히 편한 느낌이 들었다.

“이 정도면 괜찮을까요?”

“음....뭐, 머리색이나 눈은 별수 없나? 괜찮겠지 뭐.”

[그럼 나갈 수 있는 건가요?]

“그래, 뭐, 암튼 나가면 벼루의 옆에 꼭 붙어 있어야 한다?]

[네에!]

그렇게 드라고노바의 첫 서라벌 거리 탐방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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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와....!]

“그렇게 신기해?”

[응!]

한의 수도 서라벌.

한 나라의 수도인 만큼, 거리는 늘 복작거렸으며, 그만큼 여러 가게도 줄기차게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진혁을 따라 애슐란의 거리를 보았던 드라고노바에게는 서라벌의 거리가 아주 색다르게 다가왔다.

‘마치 여동생이 생긴 것 같네....후훗..’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드라고노바를 바라보던 벼루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아, 다 왔다.”

[여기는...어디..?]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새 벼루가 거리로 나와서 살 것이 필요한 도구를 파는, 가게 앞까지 도착했다.

“지금 쓰고 있는 붓이 다 달아서....새로 사려고.”

[아하!]

저번 애슐란으로 떠났을 때, 한에서는 팔지 않는, 그 곳에서만 파는 물감을 한가득 사 온 벼루는 매일같이 그림을 칠하며 붓을 쓰다 보니, 어느새 지금까지 쓰던 붓이 다 달아버린 것이었다.

이왕 사는 김에, 여러 가지 물감용 붓을 사려고 마음먹은 벼루였다.

“안녕하세요~”

“오? 벼루 아니냐? 오늘은 무슨 일로 왔니?”

“새로 사용할 붓을 조금 사려고요.”

“허허, 그렇구나....옆의 아이는?”

“아아, 저희 주막 손님의....동생, 네, 여동생분이에요. 타국에 있던 아이라서 서라벌의 거리가 궁금하다고 해서, 이렇게 같이 다니고 있어요.”

[아...안녕...하세요...?]

“그렇구나~ 하긴 한에서는 보기 힘든 백발에 빨간 눈이라니, 왕제께서 애슐란과 무역을 시작하면서 다른 나라의 사람들도 자주 거리를 돌아다니고는 했지.”

드라고노바의 모양새가 특이하기는 했지만, 요즘 서라벌에 한에서는 팔지 않는, 그 곳에서만 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서, 그렇게까지 이상하게 보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그럼, 드라? 언니는 잠시 붓 좀 보고 있을 테니까, 잠시 구경이라도 하고 있으렴?”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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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벼루를 따라 서라벌의 거리로 나온 것은 좋았지만, 뭐랄까....

“음...이 붓은 털 고르기가 조금 난잡하네....이건 너무 작고....이건....으음...”

벌써 2각*(?:시간을 나타내는 조선시대 단위. 1각은 15분. 2각은 30분을 나타낸다.)이 지날 동안 계속해서 붓을 뒤적거리는 벼루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드라고노바는, 이내 점점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야! 같이 가!”

“늦은 사람이 잘못한 거야!”

“뭐?”

그녀들이 있는 가게의 밖에서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려오자, 드라고노바는 고개를 돌려 바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자신의 신체와 비슷한 크기의 아이들이 시끌벅적 웃으며 거리를 달려 나가고 있었다.

[저 애들은 누구...?]

근질.

드라고노바는 잘 모르겠지만, 무언가 근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쟤들 사이에 껴서, 놀고 싶다...

검으로 수천 년을 살아온 드라고노바였지만, 인간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게 된 것은 고작 몇 개월.

마치 신체의 나이와 비슷한 욕구를 가지던 드라고노바의 망설임은, 꽤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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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붓으로 정했다!....근데 어라? 드라?”

마침내 고르고 고른 정예 붓 들을 손에 올린 벼루가 금방까지 옆에 있었던 드라를 찾았지만, 그녀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드라....라면, 그 여자아이인가? 아까 전 동네 꼬마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더구나.”

“아아.....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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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내가 먼저 도착했다!”

동네 또래들과의 달리기에서 언제나 일등을 하던 창호가 거친 숨을 내쉬며 뒤를 돌아보았다.

“야...! 같이 가...!”

“하아...하아...”

“헷! 거북이들이잖아?”

역시나 자신의 달리기를 따라오지 못하던 아이들이 저 멀리서 헐떡거리며 달려오고 있었다.

“역시나 내가 달리기를 제일 잘해!”

그렇게 언제나 의 승리를 만끽하며 크게 소리를 지르던 창호.

[정말? 너 달리기 잘해?]

“그럼 당연하....흐힉?!”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자신만만하게 대답하며 돌아본 창호는 화들짝 놀라며 펄쩍 뛰었다.

눈처럼 새하얀 백색의 머리, 새빨갛고 찢어진 동공, 그리고 이국적인 얼굴.

[얼마나 빨라? 응?]

드라고노바가 어느새 창호의 옆에서 눈을 반짝이며 물어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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