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8화 〉 작은 드라의 모험(2). (138/289)

〈 138화 〉 작은 드라의 모험(2).

* * *

“....그래서, 넌 누구야?”

금방까지 전력 질주를 해서 송골송골 맺히는 땀을 닦던 여자아이가 드라고노바를 바라보며 묻는다.

“머리카락 색이 이상해~”

“눈도 완전 빨개!”

그에 질세라, 마찬가지로 뒤처져서 뛰어오던 사내아이 두 명도, 드라의 머리카락 색과 눈동자를 이상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온통 검은 머리와, 검은색의 눈을 가진, 한의 사람들과는 다른, 드라고노바의 외견에, 그들은 신기하면서도 큰 관심을 나타내었다.

[아....그러니까....나는....저어기, 애슐란에서 왔어....]

“애슐란? 거기가 어딘데?”

“바아보, 저번에 훈장님이 말해줬잖아. 배를 타야 할 만큼 저 머얼리 있는 나라라고.”

“아...알고 있었거든? 잠시 까먹은 거야!”

“그런데 애슐란에서 무슨 일로 온 건데?”

[어...어...그러니까....우리 주인...아니 오빠가 스타 주막에 와서, 나도 같이 왔어.]

그녀를 향해 쏟아지는 질문에 드라고노바는 자신의 주인, 진혁을 그대로 주인이라고 말하려고 했다가, 순간적으로 바꾸었다.

지금 자신의 모습은 인간의 모습이고, 아까 가게에서 벼루가 자신을 소개할 때 여동생이라고 말한 기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희들은 어디가?]

“우리? 자치기*(긴 나무막대로 짧은 나무막대를 쳐서, 더 멀리 나가는 승부를 겨루는 전통놀이.)하려고 나뭇가지 주우러 가는데.”

[자치기?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재미있겠다!]

자치기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드라고노바였지만, 분명 재미있어 보이는 놀이라고 생각하며 눈을 반짝였다.

“음....너도 갈래?”

“뭐?”

“오...좋다! 얘도 같이 가자!”

“그래! 같이 놀 사람 많으면 좋잖아!”

[지...진짜?]

그런 드라고노바를 바라보던 여자아이가 같이 가자고 말을 꺼내자, 그 옆에 있던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무슨 소리야! 오늘 처음 보는 애를, 그것도 무슨 귀신같이 생겼는데, 같이 가자니!”

맨 처음 달려 나갔던 창호를 빼고 말이다.

“나는 미은, 여기 이 둘은 감호와 감준, 형제야.”

“안녕!”

“안뇽...”

“그리고 저기 툴툴대는 애는 창호.”

“뭐가 툴툴댄다는 거야!”

[나는...드라, 드라 야.]

“역시 이름이 특이하다, 그치?”

“그러게, 신기하다.”

“맞아.”

“내 말 무시하지 마!”

자꾸 자신의 말을 무시한 채, 인사를 건네는 그들에게 신경질적으로 버럭 화를 내는 창호.

“너는 무슨 사내대장부가 계집애처럼 구니? 드라한테 달리기 져서 그래?”

“누...누누가 졌다는 거야?! 아니거든?”

괜히 심술을 피우는 창호에게 강력한 비수를 날린 미은에게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거리며 뺴액 소리를 지르는 창호.

“아무튼, 일단 가자!”

“그래!”

“자, 자, 창호 너도 빨리 와!”

[헤헤....]

“아니...야! 야아!”

자꾸만 씩씩대는 창호를 제친 미은이 드라의 손을 잡고, 쭉쭉 앞으로 걸어 나가자, 당황하던 창호는 입으로 툴툴거리며 천천히 그들의 뒤를 따랐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에고....이게 뭐야....”

“좋아! 지금은 내가 일등이다!”

마치 거울처럼 햇빛을 반사하는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개울가.

인근의 숲에서 주워온 나뭇가지를 자갈밭에 쑤셔 넣고, 손에 들린 막대로 있는 힘껏 쳐낸 미은이었지만, 그다지 멀리 가지 못했다.

현재, 감호가 가장 멀리 나무막대를 멀리 보낸 상태였다.

“좋아....이제 내 차례다.”

‘아까 전에는 어떻게 내 옆을 따라온 지는 모르겠지만....이번에는 어림없지...! 자치기는 내가 제일 잘하는 놀이라고...!’

분명, 앞으로 쭉쭉 달려 나갈 때만 해도, 보이지 않았던 드라고노바가 순식간에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자, 괜히 달리기로 밀리는 것 같았던 창호였기에, 이번에야말로 자신의 실력을 저 거슬리는 여자아이에게 보여주겠다고 다짐한 창호가, 나무막대를 불끈 쥐었다.

“자...간다....앗”

딱!

있는 힘껏, 손에 쥔 나무막대를 휘두르자, 자갈밭에 박힌 나무막대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하늘로 높이 치솟았다.

“와....엄청 멀리 갔네?”

“흥!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가장 멀리 보냈던 감호의 나무막대보다, 7척*(?:한자어로 척이며, 우리말로는 자, 라고 부르는 길이 단위, 1척이 약 19cm이다.)이나 더 멀리 보낸 창호가 기세등등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드라가 하면 되겠다.”

“헹, 그깟 계집애가 나보다 멀리 보낼 수 있겠어?”

생긴 것을 보면, 팔도 자신보다 얇은 비리비리 해 보이는 드라였기에, 이미 자신의 승리를 예감하는 창호였다.

“자, 있는 힘껏! 멀리 보내면 돼!”

[있는...힘껏?]

“응! 아주 쎄게!”

[있는 힘껏....아주 쎄게...!]

미은이 자신에게 나무막대를 건네주며 말해준 말을 중얼거리는 드라.

‘좋아....있는 힘껏 멀리 보내면....되겠지?’

여기서 하나.

드라고노바는 일단, 위대한 드래곤인 백설의 용석에서 태어났다.

[그럼...간다!]

인간형으로 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무술 이라던지, 예술 같은 복잡한 일은 하지 못하지만, 그녀의 완력은, 보통 사람보다 훨씬 강력했다.

콰앙.

분명, 단순한 나무가 부딪치는 소리일 텐데,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어?”

“.......어어...?”

창호가 보낸 거리는 고사하고, 엄청난 속도로 하늘을 나르던 나무막대는 이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어때! 잘했지?]

“.........”

이해하지 못할 만큼의 힘.

보통의 인간이었다면, 미지이자 매우 강력한 힘을 지닌 드라고노바를 무서워하고, 두려워한다.

그도 그럴 게, 고작 나무막대를 한번 휘둘렀을 뿐인데, 자갈이 있던 곳이 움푹 파여, 흙이 보일 지경이었다.

하지만.

“우...우와....! 대단하다...!!!”

“뭐야? 어떻게 한 거야??”

“멋있어! 멋있어!!”

그들은 아직 긴 세월을 겪지 못한, 어린아이.

공포와 두려움보단, 그 힘에 순수하게 감탄하는, 그런 아이들이었다.

[헤헤....]

그리고, 그런 칭찬이 너무나도 좋은 드라였다.

“창호보다 멀리 나갔어!”

“그게 뭐람, 아예 보이지도 않았는데?”

“애슐란 사람들은 다 너처럼 강해?”

[아니, 이건 다 내가 엄청나게 대단한 검...아니 대단한 사람이라서 그래!]

그렇게 그들은 드라를 칭찬하며 감탄을 연발했다.

“....뭐야 저 여자애....!”

하지만, 달리기도, 자치기도 모두 가볍게 농락당해버린 창호는 잔뜩 화가 나서는 바닥을 굴렸다.

“어..? 창호! 어디가?”

“몰라! 시끄러!”

그럼에도 화가 식지 않았던 창호는 자신을 부르던 벗들을 무시하고는, 첨벙첨벙하고 냇가에 발을 담갔다.

차가운 시냇물이 오소소 발목을 타고 냉기가 느껴졌지만, 창호의 불타는 마음은 식혀지지 않았다.

“뭐냐고 정말....내가 제일 잘하는데....저 계집애가 다 망쳤어!”

자신이 동네 아이들 중에서 제일 멋있는 아이였는데, 처음 본 이국의 여자애가 자신의 구역을 전부 망쳐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냇가에서 발을 마구 휘저으며 첨벙거리던 창호.

“어...!...아얏...!”

힘껏 내지른 발이 헛디디며, 첨벙하며 넘어져 버렸다.

“...이씨...피...!”

그러자 잘못 넘어졌는지, 창호의 무릎에는 새빨간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뭐야? 괜찮아?”

“다쳤어?”

“힉..! 피 나온다...!”

그런 창호의 모습을 바라보던 일행이 헐레벌떡 달려와 창호에게 달라붙었다.

다행이 살짝 피부가 까진 정도였지만, 이때 나이대의 아이들은 피만 봐도 식겁하는 나이었다.

[괜찮아...?]

“이씨....몰라!”

그리고, 이토록 자신을 화나게 만든 드라가 다가오자, 계속 참고 있던 눈물이 울컥 쏟아지던 창호가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돌렸다.

[음....잠시만...!]

“읏...! 뭘 하는거...!..응?”

그런 창호의 상처를 지그시 쳐다보던 드라가 잠시 손을 올리더니, 미약하지만 밝은 빛이 그녀의 손에서 맴돌았다.

[자! 어때?]

“...상처가...나았어?”

그리고, 그녀가 손을 떼자, 금방만 해도 피를 흘리던 상처 부위가, 깔끔하게 나아 있었다.

에고소드 드라고노바.

사용하는 자의 마력을 강탈하는 마검이었지만, 자신이 비축한 마력을 사용자에게 내보내어 상처를 치료하거나, 순간 강력한 힘을 내게 하는 힘 또한,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검의 형태가 아닌, 인간의 형태에서는, 만지는 것으로도 마력을 빼앗던 힘이 나타나지 않아, 그다지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도 위험하지 않았다.

이 정도의 상처 정도야, 그녀에게는 아주 간단한 상처였다.

“와....도술도 쓸 수 있는거야?”

“멋있다...!”

“진짜로 나았어?”

“.......응.

[헤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다시금 눈을 반짝이는 일행들이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아, 재미있었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고, 창호 일행들은 다시금 길을 걸어, 마을로 향했다.

[아 맞다...! 나 언니에게 말도 안했지...!]

그리고 신나게 놀고 나서야, 자신이 벼루에게 한 마디도 안 하고 나왔다는 사실을 깨달은 드라.

[나...나 이제 가 봐야해...]

“그래? 아쉽네...”

“내일은? 내일도 와?”

[음....몰라!]

“내일 온다면, 다시 여기로 와야 해, 알았지?”

[응! 좋아!]

이미 같이 놀며 순식간에 친해진 그들이 아쉬운 듯 드라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안녕!”

“잘 가~! 내일 봐!”

“꼭 다시 와야 해!!”

천천히 멀어지는 드라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는 이들.

그리고.

“.....내일 봐...”

아주 조그마하게, 입을 달싹이는 창호.

[....! 응! 내일 봐! 창호야!!!]

“어엇...! 아니...어떻게....!”

그리고, 그런 조그마한 소리를 들은 드라가 더욱 미소를 지으며 팔을 거세게 흔들었다.

그러더니 이내, 슝 하고 달려 나가버린 드라.

갑작스럽게 나타났고, 뭐든지 뛰어나서 속을 긁던 아이였지만.

‘내일...인가.’

그래도, 저 아이 정도라면, 벗으로 받아들여도 괜찮겠다고 생각하는 창호였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