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9화 〉 숲속의 저격수.
* * *
후우.
후우.
한 번씩, 숨을 내쉴 때마다, 새하얀 입김이 피어오른다.
그런가, 벌써 이런 계절인가.
후우.
침착하게, 평정을 잃지 않는다.
절그럭거리는 조총*(화승총의 일종.)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려놓으며, 앞쪽을 주시한다.
그의 조총이 겨누는 정면에는, 바닥에 떨어진 알맞게 익은 탐스러운 나무 열매를 지나치지 못한 사슴 한 마리가, 얼굴을 바닥에 박고는 허겁지겁 열매를 먹고 있었다.
후우.....흡..!
천천히 내뱉던 숨을 이번에는 크게 들이마시고는, 숨을 참는다.
두근.
두근.
보통 같은 사람이라면, 손에는 땀이 나고, 쿵쾅거리는 심장이 더더욱 가열차게 두드리겠지만, 그는 달랐다.
평온하게, 아주 평온한 마음으로.
타앙
방아쇠를 당겼다.
꾹꾹 눌러진 화약에 티끌 같은 불티가 떨어지자, 순식간에 엄청난 힘을 뿜어내며, 철 구슬을 밀어내었다.
이내 총구에서 튀어나온 철 구슬이 아주 빠른 속도를 유지하며 공기를 갈랐다.
푸학.
카......
그리고, 아주 정확하게 약 30간*(정: 조선시대 길이 단위 중 하나로, 1간은 약 1.82m, 30간은 약 54m 정도이다.)정도의 거리에 있는 사슴의 오른쪽 눈에 정확히 파고들어 갔다.
영문도 모른 채 눈을 통해 뇌가 관통당한 사슴은 그저 외마디 새된 소리를 지르며 그대로 풀썩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제서야 한참을 누워, 이 순간만을 고대하던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발아래를 예의주시하며 천천히 사슴의 사체로 향했다.
“....후...”
그대로 고꾸라진 사슴은 움찔거리기는 하지만, 그것은 사후 경직일 뿐, 운이 좋게도 한 번의 탄환으로 깔끔하게 목숨이 끊겼다.
사냥이라는 것은, 첫 탄환을 맞추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배 같은 내장에 타격을 입었다면 몰라도, 대부분의 사냥감은 그대로 쓰러지지 않고, 곧바로 부리나케 도망가, 또다시 추격전을 겪어야 하는 것이 일방적인 사냥.
그것을 대비해 그도 화승총만이 아닌, 사냥 활 또한 챙겨온 것이었다.
“.....이제 갈까.”
살짝 연기가 나는 조총의 총구에 훅하고 바람을 부는 그.
서라벌의 사냥꾼이자 포수, 창.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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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옵....워어....이번에도 거물을 잡아 오셨구먼!”
상당히 거대한 식칼을 휘두르던 해체작업이 끝나 잠시 쉬고 있던 백정, 간호가 자신의 가게 앞으로 다가온 창을 반기다가, 그의 지게에 매달린 사슴을 보며 감탄사를 내보였다.
“우연히 발자국을 찾았네, 운이 좋았지.”
언제나 오르던 산에서 우연히 사슴의 발자국의 흔적을 찾아낸 창은, 그의 노련한 사냥 경험으로 사슴을 추적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사슴을 잡기까지 대략 사흘은 걸릴 정도의 고생이 있었지만, 그만큼 이 사슴의 크기는 상당했다.
“이정도면....한 35금에서 40금은 받겠구먼, 그리고 한 방에 보내서 그런지, 가죽에 상처 또한 없으니, 운이 좋다면 50금은 버시겠어!”
“그렇다면 곧바로 부탁하지.”
“좋지! 마침 당장 일도 없으니, 그래도 반 시진은 기다려야....아니다, 미리 피도 다 빼두고 오셨구먼, 역시 창 씨야! 이 정도면 3 각 정도면 해체는 끝날 걸세.”
갓 잡은 사냥감은, 언제나 곧바로 피를 빼두어야, 고기에 누린내도 배지 않고, 더욱 맛이 좋아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창은, 사슴의 피를 빼두고, 잡았던 곳 근처에 있는 시냇가에 잠시 담가, 세균 번식 또한 막아내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암, 잘 알고 있지, 한 부위 먼저 달라는 소리 아니오?”
“잘 부탁하지.”
그리고, 창이 무언가를 부탁하려는 찰나, 간호는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걸어두었던 식칼을 빼 들며 해체 작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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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아저씨! 어서 오세요!”
“그래, 오랜만이구나.”
딸랑하고 손님이 울리는 종소리를 들은 벼루가 부리나케 주막 입구로 달려가자, 그곳에는 창이 서 있었다.
“그나저나, 주모는 어디 계시니?”
“셰프님은 지금 주방에 계시는데, 불러드릴까요?”
“하하, 그러면 좋겠지만, 너무 귀찮게 구는 것 같구나, 혹시 괜찮다면, 이것을 전해주지 않겠니?”
그리고 창이 곧바로 이 스타 주막의 주모이자 셰프인 강하를 찾자, 그녀를 부르려던 벼루를 제지하던 창이, 자신의 품에서 부스럭거리며 무언가를 꺼냈다.
“이건...?”
“오늘 식사는 이걸로 만들어주기를 바라서 말이지.”
“이번에는 어떤 짐승을 잡으셨을까.....후훗, 알았어요! 일단 자리부터 안내해 드릴게요!”
“고맙구나.”
창에게 건네받은 주머니를 쥔 벼루가, 총총거리며 그를 이끌었다.
“여기에 앉으시면 돼요”
“그래.”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알겠다.”
친절하게 자신을 자리로 안내한 벼루는 창이 건네준 주머니를 들고는 후다닥 주방으로 달려 나갔다.
“....기대되는군.”
그런 벼루의 모습을 바라보던 창은 후후 웃으며 미리 나온 수건에 손을 쓱쓱 닦으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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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건 사슴고기잖아? 그것도 안심...!”
“사슴고기...인가요?”
벼루가 받아온 주머니를 풀어헤친 강하는 그 속에 담긴 고기를 바라보며 감탄사를 뱉자, 그 옆에서 지켜보던 향이가 물었다.
창, 이라는 손님은 그렇게 자주, 주막에 들르지는 않았지만, 항상 올 때마다 자신이 사냥한 고기를 들고 오는 특이한 손님이었다.
지금까지는 멧돼지나 토끼 같은 고기였지만, 이번에는 상당히 거물이었다.
사슴을 다 해체해도 얼마 나오지 않는 부위인 안심의 크기가, 꽤나 거대했다.
“사슴의 안심은 지방 부위가 현저히 적어서, 조금만 열을 더 가해도 순식간에 딱딱해지지만, 그만큼 맛있는 부위거든.”
“오....그렇군요?”
“좋아, 오랜만에 전력을 다해 구워야겠군, 향아, 파렌도 불러와서 같이 지켜봐, 이건 상당히 귀중한 경험일거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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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기다렸을까.
“오래 기다리셨죠!”
‘왔다....!’
그 기다림 끝에, 자신의 요리를 들고 다가오는 벼루가 보였다.
“사슴 안심 스테이크입니다!”
“음, 고맙구나.”
벼루가 자신이 들고 온 접시를 창의 앞으로 들이밀었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
모든 접시를 내려놓은 벼루가 자리를 뜨자, 본격적으로 자신의 앞으로 나온 요리를 찬찬히 살펴보는 창.
“오....정말 아름답군....!”
잘 익어 갈색의 색을 내뿜는 고기가 적절하게 한입 크기로 잘려, 부채꼴로 늘어져 있다.
그사이에 보이는 분홍빛 연육은, 그의 식욕을 끌어오기 충분해 보였다.
고소한 고기의 향과 사슴고기 특유의 진한 육향이 그의 코끝을 스쳐, 전신의 오장육부로 퍼져나갔다.
“...잘 먹겠습니다.”
꿀꺽, 침을 삼키던 창은, 이내 젓가락을 들어, 고기 한 점을 집어 입에 밀어 넣었다.
“.....음!”
‘아주 부드럽다. 고기의 씹는 맛은 확실히 존재하면서도,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입에서 녹아버리는 군....!’
버터의 고소하고 짭짤한 감칠맛과 여러 가지 향신료, 그리고 진한 육향을 가득 머금은 고기의 맛을 본 사람은, 역시나 곧바로 새하얀 흰 쌀밥을 찾기 마련.
창 역시 숟가락으로 고슬고슬한 쌀밥을 입에 욱여넣었다.
밥 또한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배어 나오니, 더더욱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창은, 사냥꾼.
산에서 자라, 대지의 기운을 잔뜩 머금은 사냥감의 목숨을 끊는, 그런 존재.
그렇기에 그는, 자신에게 잡혀주어 고맙다는 뜻과 다음 생에는 부디 인간으로 태어나라는 바람을 담아, 자신이 잡은 사냥감의 일부를 항상 먹어왔다.
스타 주막이 생기기 전에는, 모닥불에 나무 꼬치로 꿰어 구워 먹고는 했지만, 이 주막의 주모의 요리 솜씨를 보자, 그녀에게 부탁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다행이도, 강하는 그런 창의 부탁을 스스럼없이 들어주었고, 사냥감을 잡은 날에는 어김없이 한 부위를 들고 와, 그녀에게 요리를 부탁하는 것이었다.
한번 씹을 때마다 자신만의 애도를 바라는 창이었지만, 그것보다도 너무나도 이 요리가 맛있었다.
역시 주모의 실력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그렇게 상당히 많이 있었던 고기들도 한 점, 두 점씩 먹다 보니, 어느새 접시의 빈 곳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이윽고 모든 접시를 깔끔하게 비워냈다.
“.......”
‘네 육신은 내 몸으로 들어왔으니, 걱정하지 말고 편히 가기를 바란다.’
그런 빈 접시를 보며, 마지막으로 잠시의 묵념을 보낸 창은 요리값을 탁자에 올려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음의 주모는 재료비는 받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이것은 그만의 감사 인사였다.
“.....보자, 남은 돈으로 조총의 손질을 부탁하고, 화약은 충분하던가...?”
스타 주막을 나온 그는, 이번에 사냥한 사냥감으로 얻을 수익금을 생각하며, 헐거워진 총신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
그리고, 그는 다시금 산에 올라갈 준비를 할 것이다.
그것이, 그의 일이자, 다시금 스타 주막을 방문할 계기가 될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