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0화 〉 검은 악마의 유혹.
* * *
“콜라....”
처음 이 한마디가, 이 모든 일의 원흉이 되었다.
“...뭐?”
“콜라 마시고 싶다...”
주막의 브레이크 타임.
손님들이 빠지는 시간을 통해, 청소를 마친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는 시간.
혁수는 홀의 중앙에 있는 탁자에 엎드린 체,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걸 옆에서 듣고 있던 강하는 손에 들린 반쯤 마신 커피를 바라보았다.
‘콜라....’
분명, 커피도 맛있는 음료이긴 하다.
고소한 커피의 향과, 씁쓸한 맛.
충분히 맛있다, 맛있기는 한데...
“그러네....콜라...인가...”
차갑게 식혀진 콜라병은, 만지기만 해도 그 손 끝에서부터 느껴지는 시원함.
뚜껑을 딱! 하고 따니, 치이익...! 하고 올라오는 탄산 거품.
그리고, 한 모금.
혀끝에서부터 느껴지는 짜릿한 탄산과 달콤한 설탕.
목으로 넘어갈 때의 청량감.
“......마시고 싶네...”
탄산.
분명 애슐란에서 들여오는 에일도, 탄산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야.
술도 좋지만, 그 달콤하고, 청량감 있는.
콜라가 마시고 싶다.
“그치! 콜라가 진짜 먹고 싶어!”
“야....니가 말하니까 진짜로 먹고 싶어졌잖아....!”
“아....자판기라도 있으면 뽑아서 마실텐데....”
“바보냐, 이 시대에 자판기가 어디있어....큭큭...”
“그러게 푸흐흑....”
“.........”
“.........”
“.........만들까...? 콜라....?”
“...! 지...진짜로..?!?"
그렇게 두 사람의 말을 시작으로, 콜라 만들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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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슥하고 야심한 밤.
스타 주막의 하루는 이미 끝나, 홀에는 불이 꺼지고, 조용하고 잠잠한 적막만이....흘러야 할 텐데.
딱 한 곳, 불이 켜져 인기척이 느껴지는 곳이 있으니.
“자, 다 왔지?”
“ㅇㅇ 다 왔음.”
“저....정말로 만들 수 있는겁니까...?”
그것은 바로, 현대인 3인방이 주방에서 떠드는 소리였다.
“그래, 우리는 지금부터....콜라를 만든다!”
“오오!!!”
“.....크흑....!”
원래라면 강하와 혁수, 두 사람만 있었을 테지만, 마침 진혁 또한 스타 주막에 와 있었고, 같은 현대인 출신으로서 이런 기회를 빠뜨리게 만들 수는 없었다.
“일단 여기, 탄산수가 있습니다.”
“탄산수!”
“그런데 탄산수는 어디서 나신 건가요? 예전에 어디서 봤는데....막 자연적으로 솟구쳐 나온다고 하던데...”
“아니, 이건 내가 저번에 베이킹을 할 때, 류월에게 부탁하여 만들게 된, 인공적인 탄산수야.”
그렇다.
저번의 피낭시에를 만들 때 소개했던 방식으로 만든, 인공적으로 만든 탄산수였다.
“자, 그럼....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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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
코카의 잎에서 추출한 성분과 콜라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원액에 캐러멜과 여러 가지를 섞어, 탄산수를 섞은 음료.
그렇기에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콜라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코카의 잎과 콜라나무를 찾는 것 자체가 현재 상황으로써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최대한 콜라와 비슷한 탄산음료를 만드는 것이 목적인 셈이다.
일단 코카의 잎처럼, 화한 맛을 내는 허브가 필요한데...
“그래서 일단, 허브란 허브는 죄다 꺼내와 봤다.”
그렇게 말하던 강하는 탁자 위에 민트, 라벤더, 레몬그라스, 고수, 케모마일 등, 여러 가지 허브들을 올려놓았다.
“어떤 게 좋을까?”
“음....그래됴 역시 민트가 나을 것 같은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
여러 가지 허브가 있기는 하지만, 역시 가장 익숙한 허브는 민트이긴 하다.
“그럼 일단 민트를 넣기로 하고, 본격적으로 만들어 보자!”
“예!!!”
먼저, 콜라의 색을 내기 위해서, 캐러멜을 만든다.
현대의 콜라에도 캐러멜 색소가 들어가지만, 우리에게 그런 건 있을 수 없으므로 직접 태운 캐러멜을 사용해야 한다.
냄비에 설탕을 부어, 진득한 검은색이 나도록 잘 태워준다.
어느 정도 진한 검은색이 난다면, 물을 부어주고, 그 안에 또 다른 설탕을 대량으로 퍼부어, 잘 졸여준다.
콜라는 역시 그 단맛이 중요하기 때문에, 색을 내는 용도와 단맛을 내는 용도로 나누어서 사용한 것이다.
거기에다가 반으로 자른 레몬과 라임의 즙을 짜, 새콤한 맛을 내어준다.
중요한 건 한번 식히고 즙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팔팔 끓는 상태에서 즙을 넣었다가는, 산미가 열로 인해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이제 여기에다가 민트를 넣고, 잘 우려지도록 잠시 놔둔다.
이제 충분히 우려졌다 싶으면, 준비된 탄산수를 넣고 잘 섞어주면.....
“자! 콜라(와 최대한 비슷하게 만든) 완성이다!”
차갑게 얼린 얼음이 담긴 컵에, 만든 콜라를 넣으니, 뽀글뽀글 올라오는 기포가 치이익! 하며 소리를 내고 있다.
“오...오오....!”
“...꿀꺽...!”
“자...그럼, 마셔보자!”
“아...알았으니까 빨리...!”
“와...와와...!”
그렇게 각자 콜라를 손에 들고, 마시기 시작했다.
꿀꺽. 꿀꺽.
“........크으...!”
“...푸하!”
“.....캬하...!!!”
분명 한 컵 가득 따라두었던 콜라가 순식간에 사라져 얼음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와....이거다...! 이거지!”
“약간 콜라와 모자라기는 하지만....이게 어디야!”
“크흑....! 진짜....얼마만에 맛보는 콜라야....!”
솔직히 말하자면, 진또배기 콜라와 비교하기에도 부족한 점이 많았다.
애매한 당도, 콜라 특유의 화한 맛. 탄산 등.
그럼에도, 괜찮았다.
그들의 처지에서는 이것 또한 매우 감지덕지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혀가 저리는 탄산과 상큼한 레몬과 라임, 그리고 달콤한 설탕이, 오랜만에 느끼는 속세의 맛을 즐기는 것 같았다.
“야, 콜라를 먹는데, 그냥 먹기에는 심심하지 않아?”
“그치?!”
“맞아요!!!”
분명 콜라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무언가랑 같이 먹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하는 법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큰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은...
“치킨...튀길까?”
“오오오오오오오옹!!!!!!!!!!!!!”
“네네네네네넨ㄴ네ㅔ네네네ㅔ넨”
역시 치킨만 한 것이 없었다.
강하는 즉시, 냉장창고에 남아있는 닭과 밀가루로 튀김옷을 만들어, 순식간에 프라이드 치킨을 튀겨 내었다.
하지만, 이대로 먹기에는 심심하지.
간장, 설탕, 다진 마늘 등으로 만든 간장소스와.
고추장, 조청, 수제케첩을 이용한 양념소스.
두 가지 소스를 한순간에 뚝딱 만들고는, 달궈진 팬에 튀긴 치킨과 소스를 들이붓고는 맛깔나게 소스를 입혀주었다.
그렇게 간장치킨과 양념치킨이 담긴 접시를 중앙에 올려두고.
세 사람의 잔에도 콜라를 가득 부어주었다.
“자...그럼....”
“““잘 먹겠습니다!!!”””
서로의 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외치는 그 순간.
“세 분, 무엇을 하고 계시는지요...?”
흠칫.
분명, 2층에서 자고 있을, 향이의 목소리가 주방의 입구에서 들려왔다.
그 즉시 고개를 돌린 세 사람이 입구를 바라보자, 정자세로 서 있는 향이가 싸늘한 눈빛을 보내오고 있었다.
“아.....아니...이건 그러니까....”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변명을 하려던 찰나.
“맛있는 냄새가 코끝을 간질거린다 생각하고 있었건만....이 몸 몰래 이런 짓거리를 하다니...”
“치...치사함다 셰프님!!! 어떻게 저희를 빼고 이런 짓을 하실 수가 있나요?”
“맞습니다! 셰프님!”
“와....맛있겠다...”
“어머나....그 음료는 뭘까....? 아무리 그래도 우리 몰래 이런 짓을 하다니....조금 섭섭한걸?”
[주인....어떻게 나를 떼어놓고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어....!]
어느새 스타 주막의 직원들 전원이 차례대로 주방에 들어와 모든 상황을 목격하고 말았다.
“어...어어....그러니까.....”
“....형이 콜라....그러니까...신메뉴 만든다고 우릴 꼬신거야!”
“예예....! 저도 그냥 불려 나왔어요..!!”
“야이....이런 의리라고는 개미눈물만큼도 없는 것들이!!”
그런 상황에 어버버하고 있자니, 그 틈을 탄 혁수를 시작으로 오리발을 내놓기 시작하는 두 사람.
“하....이미 만들어 버린 것은 어쩔 수 없지요....그래도 저는 이런 일에 불러주지 않으신 게 너무 속상하네요....”
“그렇다! 맛있는 것을 만들 때에는, 이 몸을 불러야 하거늘...!”
“............알았어! 이렇게 된 이상, 오늘 밤은 다 같이 먹자!”
결국 강하는, 자신들을 빼고 맛있는 것을 몰래 먹었다는 그들의 원망에 미친 듯이 치킨을 튀길 수밖에 없었다.
아, 그래서 콜라는 어떻게 됐냐고?
다행히 나머지 주막 직원들의 입맛에도 잘 먹혀서, 본격적으로 스타 주막의 신메뉴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잘됐네! 잘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