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3화 〉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
* * *
“와....진짜 크다아...”
“지...진짜로 와도 되는거야...? 혼나는 거 아니야..?”
“드..드라야...진짜로...우리를 부른거 맞아...?”
[응!]
서라벌의 악동들, 미은과 감호, 감준 형제는 자신들의 눈앞에 있는 거대한 건물, 스타 주막을 바라보고는 입을 쩌억 벌리며 드라에게 다시금 물었다.
“헹....뭐 이 정도 크기 가지고 놀라냐?”
그런 그들에게 코웃음을 치며 한껏 거드름을 피우던 창호였지만.
‘와....진짜 크잖아...? 한의 전국 방방곡곡을 둘러봐도 이런 주막은 한 군데도 없을 텐데....!’
마음속으로는 계속해서 벅차오르는 두근거림을 잠재우려 애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자! 가자!]
한껏 움츠러들어, 스타 주막의 입구에서 얼어있는 그들을 바라보던 드라는, 어서 재촉하며 그들을 스타 주막으로 이끌었다.
분명 그들은 오늘, 계곡에서 물고기를 잡으려고 놀려고 했었건만, 이게 어찌 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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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 어디가?”
[아, 셰프님!]
오늘도 스타 주막을 방문한 진혁을 따라 한으로 텔레포트해온 드라는 벼루가 선물로 받은, 한에서 입는 한복을 순식간에 갈아입고는, 후다닥 밖으로 달려 나가려는 것을 보게 된 강하가 그녀에게 물었다.
[친구들 만나러 가요!]
“치...친구? 진혁아, 이게 뭔 소리다냐?”
“아~ 그 저번에 벼루와 같이 나갔을 때, 동네 아이들과 친해진 모양이더라고요, 허구한 날 친구들 보고 싶다 같이 놀고 싶다고 해대는 통에, 저도 힘들다니까요~”
“흐음....그렇구만.”
[헤헤...]
드라에게 친구가 생겼다는 이야기에 강하는 살짝 대견하다는 듯이 드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본디 마검이었던 드라는 인간으로 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살짝 위태로워 보이기는 했지만, 심성이 착한 아이였기에, 강하는 마치 어린 사촌을 보는 시선으로 드라를 바라보고는 했다.
“흠....드라야, 걔네들 좋아?”
[네!]
“음....그럼 걔네들을 한번 여기 스타 주막으로 데리고 오렴, 드라 친구들인데 맛있는 거라도 만들어 줘야지.”
[정...정말요...?]
“물론이지.”
잠시 팔짱을 끼고 고민하던 강하는, 드라의 친구들이 궁금하기도 하고, 이왕 친구를 사귀었는데 맛있는 거라도 먹여주고 싶은 마음에 드라에게 그들을 스타 주막으로 데리고 오도록 말했다.
[저...저...어서 다녀 올게요오!!]
강하의 제안에 눈을 반짝이던 드라는 곧바로 후다닥 스타 주막을 박차고 나왔다.
“흠....애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이라....역시 그건가?”
“이번엔 어떤 요리이려나....아, 혁수 형님, 이 칵테일 맛있네요, 한 잔만 더 주세요.”
“뭐...상관없기는 한데....너 요즘 맨날 여기 와서 술만 마신다...?”
“에이....손님은 많으면 좋잖아요!”
그런 광경을 바라보던 진혁은 어느새 혁수가 만든 칵테일을 홀짝거리며 말했다.
“.....저 술들을 다 들고 온 녀석이기는 한데....야, 그래도 적당히 마셔!”
“예이 예이!”
“참....마침 손님들이 빠지는 시간대이기도 하니까, 곧바로 준비해볼까...!”
그런 진혁을 한숨을 쉬며 바라보던 강하는 이내 가볍게 어깨를 돌리며 주방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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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가 스타 주막이야!]
“오와...”
“안도 엄청나게 크다아....!”
“신기한 것들 천지...!”
“뭐....뭐 봐줄만 하네...”
그렇게 스타 주막으로 들어온 악동들은 쭈뼛거리며 스타 주막의 내부를 이리저리 관찰하기 시작했다.
상당히 이국적인 가구들과 장식품, 그리고 엄청나게 넓은 홀에 그들은 살짝 주눅이 들어 드라의 뒤꽁무니만 쫄쫄 따라다녔다.
“어머나, 너희들이 드라의 친구들이니?”
[향이언니!]
그러던 중, 잠시 시간이 비어, 홀의 테이블을 닦던 향이가 그런 그들을 발견하고는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아...안녕하세요....”
“그래~마침 셰프...아니 주모님이 너희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있으니, 잠시 여기에 앉아 기다리고 있으렴?”
“아...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어린 그들과는 다른,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향이의 태도에, 살짝 안심되던 그들은 향이가 안내해준 대로 가, 착석했다.
“그나저나....이 정도로 큰 주막이니까...엄청 맛있는게 나오는거 아닐까..?”
“호...혹시 꿀떡?”
“바보, 주막이니까 당연히 부침개지! 저번에 아버지랑 같이 다른 주막에 갔을 때도 부침개가 나왔다고!”
“에헤헤....그런가?”
[꿀떡...? 부침개...? 그게 뭐야?]
“뭐? 너는 이 주막에 있으면서도 꿀떡이랑 부침개를 몰라?”
“진짜?”
[응.]
그렇게 자리에 앉은 그들은 과연 무슨 음식이 나올까 기대감을 가득 부풀리며 추리를 시작했지만, 그들이 말하는 음식을 드라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드라가 스타 주막에서 먹는 음식은 양식 요리사인 강하가 만드는 음식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양식만 먹던 것은 아니었지만, 꿀떡이나 부침개 같은 요리는 먹어본 적이 없었다.
물론, 비가 오는 날에는, 술을 못 먹는 사람들 몰래, 부침개를 구워 막걸리와 함께 먹기는 했지만, 그때의 드라는 방에서 잠들어 있었기에, 전혀 몰랐던 것이었다.
“그럼 너는 여기서 뭘 먹어?”
[음....스파게티랑....팬케이크랑....스테이크! 아, 오삼불고기!]
“으음....스파게티...팬케이크....? 넌 알아?”
“아니, 너는?”
“....몰라.”
“헹! 그것도 모르냐?”
“뭐? 그럼 창호, 너는 알아?”
“엄....아니....몰라.”
“에이...뭐야?”
그와 마찬가지로 드라가 말하는 요리를 전혀 모르는 그들은 결국,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
“오래 기다렸지?”
상당히 널찍한 쟁반에 무언가를 여러 개 올린 강하가, 주방에서 나와 그들에게 저벅저벅 걸어왔다.
“너희들이 드라의 친구니? 반가워, 이 스타 주막의 주모란다.”
“주...주모?”
[셰프님!]
그들이 앉아있는 탁자에 쟁반을 올려둔 강하가 하하 웃으며 가볍게 자기소개를 건넸다.
“.....우리보다 조금 나이 많은 사람인데....주모?”
“에이...설마, 이런 누나가 이 큰 주막의 주인일 리가 없잖아~”
“맞아! 우리 또래 같은데?”
“언니...에요?”
울컥.
“......하.하.하....이...일단 맛있게 먹으..렴?”
살짝 손등에 핏줄이 돋는 강하였지만, 그들은 아직 어린, 악의는 없는 말일 테니까. 응. 괜찮아. 응.
어색하게 웃던 강하는 그렇게 요리를 가져다주고는, 재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그런데...이게 뭐지?”
“그러게...? 근데 맛있는 냄새가 난다....!”
그렇게 멀리 사라져가는 강하를 바라보던 그들은 이내, 시야를 돌려, 강하가 전해주고 간 음식에 초점을 맞추었다.
황금빛이 감도는 동그란 무언가 사이에, 여러 가지 채소와 뭉친 육전이 끼워져 있고, 그 옆에는 마찬가지로 황금색의 길쭉한 무언가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그리고 같이 나온 유리잔에는 새까만 액체가 부글부글 거품을 내뿜고 있었다.
[아! 햄버거다! 아싸! 패티도 두 개나 넣어주셨네!]
그리고, 이 음식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드라는 환호성을 내지르며 그들이 신기하게 바라보던 동그란 무언가를 덥석 집더니, 이내 와구 하고 한 입을 크게 베어 물었다.
“어....어때?”
“맛있...어?”
[.....으음...! 역시 맛있어어...!]
“““.....꿀꺽...!!”””
“잘 먹겠습니다!”
“나...나도 먹을래!”
“나도!”
“어...야...!....아이씨...모르겠다!”
그런 드라를 바라보던 그들은, 방긋 미소를 지으며 우걱우걱 햄버거를 먹어 치우는 드라를 보더니, 이내 자기들도 하나씩 손에 집어, 먹기 시작했다.
“““............!?!?”””
처음에는 부드러운 햄버거 번의 쫀득하고 찰진 식감.
그리고 이어지는 아삭한 양배추와 토마토의 아삭아삭한 맛.
햄버거 사이사이에 잘 발려진 마요네즈.
새콤한 피클과, 눅진한 치즈가 고소한 맛을 낸다.
그리고, 고기.
따끈따끈하고, 육즙을 가득 품을 고기 패티가 씹히자마자 가두어두었던 육즙을 팡! 하고 터트리자, 그 육향이 입에 가득 맴돌았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새로운 맛.
“와....”
“이거....진짜 맛있다...!”
“이...이게 뭐야? 괭장하잖아?”
“마...맛있네...?”
[그치?!]
어느새 자신과 마찬가지로 우걱우걱 햄버거의 맛에 감탄하며 먹기 시작하는 친구들을 바라보던 드라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케..케흑..! 으...목말라...!”
하지만, 햄버거가 맛은 있지만, 무작정 먹었다가는 목이 메기 십상이었다.
급하게 입으로 햄버거를 밀어 넣던 감준은 목이 콱하고 메이자 물을 찾았다.
[자, 이거 마셔.]
“우....뭔가 이상하게 생겼는데...?”
[괜찮아! 맛있어!]
“으.....햄버거도 맛있었으니까....그럼....”
우중충하고 어두운 콜라의 색이 이상하던 감전이었지만, 드라의 말과 금방까지 먹던 햄버거를 믿고, 꿀떡꿀떡 콜라를 마시기 시작했다.
“....푸하...! 이...이게 뭐야?? 이...입이 짜릿하고...달고...어....그러니까....”
“그래서? 어떤데?”
“무슨 맛이야?”
“어....잘...모르겠지만....맛있어!”
탄산의 톡 쏘는 색다른 경험과 달콤하고 새콤한 맛이, 어린애들 입맛에는 아주 최적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더 이상의 경계 없이 음식들을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감자튀김 역시, 짭짤하고, 바삭해서,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헤헤...맛있다...”
“야, 너 입에 다 묻었어~”
“아하핳! 진짜 웃긴다!”
“뭐....뭣? 너희들도 마찬가지거든?”
[푸하하하하!]
어느새, 그저 평범한 아이들처럼 웃고 떠들기 시작하는 아이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방긋 웃는 드라는, 이 순간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