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4화 〉 최강 생물은 단 것이 좋아! (144/289)

〈 144화 〉 최강 생물은 단 것이 좋아!

* * *

­흠....그렇군, 과연....며칠 전에 급작스럽게 진혁이 나를 찾아와, 여러 가지 술을 찾던 이유가 이것이로군...­

늦은 밤.

텔레포트가 있다면 의외로 매일같이 스타 주막을 찾을 것만 같던 아델리아가 오랜만에 스타 주막을 방문했다.

아델리아는 금방까지 가득 차 있던 유리잔을 비우고는, 진혁이 술을 찾던 이유를 깨달았다.

갑자기 자신을 찾아와 궁전에 있던 술들을 깡그리 쓸어가서, 무엇을 하나 했더니, 이런 짓을 하고 있었다니....

­참으로 훌륭하군!­

­감사합니다.­

설마, 그저 덩치 큰 남정네 같았던 혁수가 이런 실력을 갖추고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아델리아였다.

­아, 그래서 이 술의 이름이 뭐라고...?­

­하이볼,입니다. 위스키 베이스에 달콤한 트리플 섹 리큐르와 탄산수, 그리고 가볍게 레몬즙 약간과 애플민트를 올려 마무리했습니다.­

­흐음....그렇군, 이 톡톡 쏘는 탄산...? 이라는 것이 참으로 흥미로워, 아까 자네가 만든 콜라 또한 아주 훌륭해...! 그럼에도 확실히 술이라는 게 느껴지는 군...­

­....그런데, 왕녀님 술을 드셔도 괜찮으신지...?­

­음? 이미 성인식은 작년에 끝냈으니, 상관없지.­

­아아....­

‘성인 이였냐?’

그동안 강하가 봐온 아델리아는 어린 말괄량이 소녀 같았는데, 성인이었을 줄은....아니다, 이 시대의 성인 기준은 현대보다 훨씬 낮으니....뭐...

­그래서 결국, 스타 주막에 바를 설치하게 된 것인가?­

­네, 이왕 이렇게 많은 술을 받았는데, 이렇게 써먹기도 좋고, 술도 맛있으니 괜찮겠다 싶어서 말입니다.­

­흠....그건 그렇지....하지만, 나는 약간 불만 사항이 있네.­

­불만...사항이라면?­

얼음만이 남은 하이볼 잔을 탁자에 탁하고 내려놓은 아델리아가 눈을 부릅뜨고, 강하를 향해 말했다.

­어째서...­

­...네?­

­어째서 디저트는 없는겐가?!­

­디저트...요?­

­그렇다, 분명 자네가 저번에 보여준 피낭시에는 정말이지 훌륭한 맛이었네, 허나, 이것을 보게! 디저트라고 해봐야 팬케이크나 와플, 그리고 간단한 음료뿐이지 않느냐!­

아델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스타 주막의 메뉴판을 열어 보였다.

확실히 식사에 어울리는 요리들은 아주 많았지만, 본격적인 디저트는 상당히 적었다.

팬케이크나 푸딩, 그리고 와플이나 달콤한 음료 정도.

­하지만....애초에 이곳은 주막인데, 빵까지 팔면 조금...­

­바는 괜찮고?­

­그렇게 말하시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그렇다면 디저트도 파는 것이다! 자네의 빵은 이 애슐란 왕국을 구석구석 살펴봐도 그만큼 만들 자가 없으니, 아쉽지 않느냐....­

­하지만 말이죠....일손이 모자란단 말입니다...­

강하도 잘 알고 있다.

이미 류월에게 부탁해, 탄산수도, 이스트도, 초콜릿이나 여러 가지 것들도 만들어 두기는 했지만, 일손이 상당히 모자랐다.

제빵이나 제과는 상당히 손도 많이 가는데다가, 미리 많이 만들어두기도 힘드니, 매일 빵을 구워야 하는데, 힐라는 매일 기본으로 나가는 식빵이나 모닝빵도 간신히 만들어 내고 있었다.

물론 디저트가 제빵, 제과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일손이 모자랐다.

자신은 본 일인 요리에 신경을 써야 했고, 향이와 파렌도 지금 자신에게 요리를 배우는 것을 멈추기는 힘들었다.

힐라는 제빵만이 아니라 홀과 매니저 일을 하고 있고, 벼루는 이미 스타 주막의 얼굴마담 급으로 홀 일에 완벽하게 적응했고, 류월은....애초에 맞길 수가 없다.

그렇게 두 사람의 목소리가 점점 올라가고 있을 때쯤.

“미안한데, 나도 한 잔 만들어 줄래? 아, 저 아이가 마시던 걸로.”

“그럴까요?”

­...음?­“백설..님? 언제 오셨나요?”

“안녕~”

그들이 눈치도 못 채게 어느새 슬쩍 다가와, 혁수에게 하이볼을 부탁하는 백설.

­오....이런 실례, 백룡 공 아닙니까.­

그런 백설에게 깍듯하게 대하는 아델리아, 역시 저래 보여도 왕녀기는 왕녀인 모양이었다.

­아하하~공 이라니, 너무 부담스럽네에~ 그냥 ‘백설’이면 괜찮아.­

­그럼, 백설, 이라고 부르겠습니다.­

하지만, 마치 오글거리는 말을 들은 것처럼 백설이 손사래를 쳤다.

그녀는 이미, 그런 별칭을 듣기에는 별 볼 일 없는 존재, 라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누가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수천 년을 살아온, 지식의 대서고, 압도적인 무력을 지닌, 백룡이니.

“근데 백설님, 이런 밤중에 어쩐 일로?”

“아아, 류월이랑 같이자다가, 혼자 잠에서 깨어버려서 말이야, 다시 잠자리에 들까 고민하다가, 아래층이 시끌시끌하길래 내려왔지~ 술이라도 한 잔....아, 고마워라~”

“아아...”

“그나저나, 무슨 이야기 중?”

“별 것 아닙니다, 그냥...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은데, 일손이 모자라네, 해서 말이죠.”

“일손이라면....어떤 일인데?”

“이번에 만든 칵테일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바처럼, 디저트만을 담당하는 곳을 만들고 싶기는 한데...인력이 없네요...”

“디저트...라면? 저번에 네가 보여준 그 치즈 케이크...같은 것 말이니?”

“아 네, 치즈 케이크도 디저트이긴 하죠.”

“그렇구나....인력이라....”

­차리리 이 몸의 왕궁에서 일하는 제빵사 몇 명을 데려가는 것은 어떠냐?­

­음....아무리 그래도 멀쩡히 잘 일하고 있는 사람 데려와서 쓰기에는 좀....그리고 스카우트 하려면 인재가 있어야하는데, 어짜피 내가 다시 다 가르쳐야 한단 말입니다...­

그렇게 다시금 아델리아와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을 무렵.

“음...그러니까, 일손이 생긴다면, 다시금 그 케이크를 조금 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소리니?”

“네? 그럼요~ 치즈 케이크만이 아니라, 초콜릿케이크, 과일 생크림 케이크, 몽블랑, 핫 토스트...아, 이건 디저트는 아닌가? 아무튼 그렇죠?”

“흠.....그렇구나.”

­아무튼, 당분간은 힘들 것 같....­

“내가 해도 될까?”

“아, 그러면 고맙...네??”

갑작스러운 백설의 말에, 순간적으로 혼란에 빠질 뻔한 강하.

“마침 나도 당장 이 스타 주막에서 하는 것도 없고, 이대로 그저 살기는 마음이 불편하고 말이지,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도울 수 있단다?”

“하지만....디저트 류는 아주 정확한 계랑이.....”

“어머나, 나도 수학은 아주 자신이 있단다! 마력을 다루는 기초인걸? 류월이는 직감 파라서 아직 현란한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지만, 이래봐도 아주 예전에 어떤 왕국의 마법 학장이기도 했단다?”

“음.....그럼 잠시....”

백설의 의견에 잠시 고민하던 강하는 벌떡 일어나, 백설과 함께 주방으로 향했다.

_____________________

“자, 계량법과 조리법은 다 외우셨나요?”

“물론!”

“그럼....저는 이번에 과일 타르트를 만들 건데, 타르트 틀 에 들어가는 재료는...어떻게 되나요?”

“음....분명 박력분 108g, 달걀 노른자 35g, 버터 80g, 설탕 85g, 소금 약간...맞니?”

“저...정답입니다.”

강하는 자신이 디저트를 담당하겠다고 나선 백설을 시험하기 위해, 먼저 그램 법과 대표적인 디저트 조리법을 간단하게, 딱 한 번 언급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이 복잡한 조리법을 한 치의 오차 없이 완벽하게 외운 그녀, 백설.

“보...보통 빵을 구울 때는 이스트가 들어갑니다만....어째서 이 디저트에는 이스트가 들어가지 않는 것이죠?”

“음....케이크는 빵과는 다른, 주식이 아니라서, 부드러운 식감을 중시하기 때문....이 맞니?”

“네..네에...맞습니다.”

이번에도 맞았다.

제빵과 제과는, 염연히 다른 조리법이 사용된다.

수많은 사람이 케이크를 빵이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아니다.

케이크는 공식적으로, 제과로 나누어지는 요리.

제빵 자격증 시험에도 케이크는 찾아보기 힘들고, 제과 자격증 시험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이 케이크다.

그만큼 정확한 계량과 실력이 필요한데...

“음...반죽은 이 정도면 되려나...?”

“살짝 많이 섞인 감은 있지만, 처음 치고는 잘 만드셨습니다.”

“어머나! 정말? 우후후~”

그 뒤로 자신이 직접 타르트 틀을 반죽한 것을 보여주는 백설.

조금 많이 섞어, 살짝 뭉치기는 했지만, 도저히 초심자가 해낼 수준은 아니었다.

‘새삼스럽지만....다시금 깨닫게 되는구나...’

그렇다.

지금 강하의 눈 앞에서 기쁜 듯이 웃고 있는 이 존재는, 인간이 아닌, 차원을 아득히 벗어난 존재, 드래곤이었다.

심지어 단순히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마치 지금까지의 지식이 차곡차곡 쌓인 거대한 도서관이 그녀의 머릿속에 있었다.

‘뭐...상관없나?’

그렇다곤 해도, 지금은 스타 주막의 든든한 일원이다.

지금은 복잡한 생각은 집어치우고, 새로운 일손이 생긴 것을 기쁘게 여기자.

그렇게 바를 이어서, 디저트 또한, 곧 새로 생길 예정인 스타 주막이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