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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5화 〉 일일야식록 강하.(돼지고기 간장조림 편.) (145/289)

〈 145화 〉 일일야식록 강하.(돼지고기 간장조림 편.)

* * *

“이런....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늦은 밤.

본격적으로 백설에게 보여줄 디저트 조리법을 작성하다보니, 어느새 둥근달이 떠오르는 시간이 되었다.

“그나저나 출출하네....”

보통 이 시간대는 잠이 들거나,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어서 배고픔을 느끼지 못할 때였지만, 마침 조리법 작성도 끝이 났고, 집중력이 떨어지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있었다.

“야식이라도 만들까...?”

그리고, 재료도 풍성하고, 마침 출출하기도 한 강하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다른 직원들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자신의 방에서 나와 1층으로 향했다.

촛불이 없어서 어둑어둑했지만, 강하에게는 마치 대낮처럼 밝았다.

그리고 마침내 주방에 도착한 강하는, 금방까지 보였던 기세와는 다르게, 팔짱을 끼며 한참을 고민하고 있었다.

“....뭘 먹지?”

무엇을 만드느냐, 그것이 아주 큰 고민이었다.

현대에서도 배달음식을 시키려면 수많은 배달음식들 사이에서 허우적거리는 시국에, 재료도 넉넉하고, 요리지식도 뛰어난 강하의 머릿속에는 이미 수 십 가지의 후보들이 쟁쟁하게 맞붙고 있었다.

­야식하면 라면, 라면 하면 야식이지! 쫄깃한 면발에 김치 하나 얹어서 먹으면....크...!­

­무슨 소리야! 야식이라면 당연히 보쌈이지! 야들야들한 삼겹살 수육과 새콤한 비빔국수도 함께 만들어서 든든하게 먹어주면....끝장이라고!­

­쯧쯧...너네는 틀렸어, 바싹하게 구운 군만두가 있잖아! 바삭한 만두피 속에 육즙 가득한 고기가....!마침 밀가루 반죽도 남아있으니 만드는 것 쯤이야 식은 죽 먹기라고!­

­곱창볶음은 어때? 고소한 곱이 있다면 밥 한 공기쯤이야 1분 컷이다!­

­피자는 어때?­

­야, 피자는 누구야! 이 밤에 그렇게 느끼한 걸 먹으면 속이 땡긴다고!­

­끌어내!­

“음.....뭘 먹으면 좋을까....”

그렇게 한참이나 자신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후보가 자신을 만들어달라고 아우성을 치자, 강하는 골머리를 썩일 수밖에 없었다.

그때.

­돼지고기 간장조림.­

“....!”

문득, 그 수많은 후보 사이에서 강렬하게 의사를 보이는 한 후보가 등장했다.

“돼지고기....간장조림....이라면....잠깐만...”

마치 어두운 바닷속에서 아름다운 진주를 찾은 것처럼 눈을 반짝이던 강하는 몸을 획 돌려서 가마솥을 확인했다.

“마침 밥도 있고....좋아..!”

가마솥을 열자, 보온 마법으로 따뜻하게 보존해놓은 윤기 나는 흰 쌀밥들이 고슬고슬 잘 보관되어 있었다.

돼지고기 간장조림에 쌀밥이 없다면 결코 먹을 수는 없었다.

“좋아...돼지고기는 분명, 남아있던 삼겹살이 있었으니까, 충분하겠군.”

쌀밥이 남아있는 것을 확인한 강하는 곧바로 재료들을 챙겨와 준비하기 시작했다.

먼저 냉장창고에 남아있던 삼겹살은 한입 크기로 잘라둔다.

다음엔 같이 먹을 파채를 먹기 위해, 대파를 채 썰어주고, 차가운 물에 담가 매운맛을 빼준다.

그사이, 간장양념을 만들어 준다.

파와 마늘, 그리고 생강은 쫑쫑 다져 넣고.

간장, 설탕, 조청, 물, 후추, 참기름 약간, 그리고 살짝 매콤한 맛을 위해 고추도 조금 잘라 넣어 양념장을 만들었다.

이제는 곧바로 만들 차례.

먼저 한입 크기로 자른 삼겹살을 뜨겁게 달군 팬에 구워준다.

마이야르 반응을 위해, 완전히 익힌다기보단, 겉면을 바삭하게 만들어 준다는 느낌으로 빠르고 강하게 구워준다.

기름이 지글거리고 겉면이 바삭해졌다면, 청주를 부어, 그대로 끓여준다.

청주를 넣어주면 돼지고기 특유의 누린내를 쉽게 잘 잡아준다.

부었던 청주가 보글보글 끓으면, 곧바로 만들어 두었던 양념장을 부어준 뒤, 약한 불로 졸여준다.

이제 양념이 고기에 잘 배도록 졸여주기만 하면 완성!

양념이 졸여지는 사이, 접시를 꺼내 차가운 물에 담가 두었던 파채를 꺼내 물기를 털어주고 접시 위에 올려준다.

밥그릇 또한 꺼내서 마치 산처럼 그득히 고봉밥을 만들어 준비해준다.

어느덧 소스가 졸아들어 찐득해진다면, 불을 끄고, 그대로 파채를 얹어둔 접시 위에 올려주면....

“돼지고기 간장조림...완성이다!”

겉 부분은 간장 덕분에 진한 색이 나고, 설탕과 조청 덕분에 윤기가 좔좔 흘렀다.

“그리고 이 녀석이 빠질 수는 없지!”

그리고 강하는 이 야식의 화룡점정, 차갑게 식힌 에일을 큰 잔 가득 따라 마찬가지로 올려두었다.

어딜 봐도 풍부한 한 상차림.

“....꿀꺽.”

그 누가 이 음식을 거절하겠는가.

특히 철야로 배고파진 사람일수록 더더욱!

“그럼...잘 먹겠습니다!”

더는 망설이지 않는 강하는 이내 젓가락을 들어, 고기 한 점을 입으로 밀어 넣었다.

“....우움...! 이거지...!”

초반에 바삭하게 구워, 겉 부분은 바삭하고, 씹을수록 부드러운 고기의 육질이 느껴진다.

그리고 짭짤하면서도 감칠맛 있고, 살짝 매콤하기도 한 양념은 어느새 강하가 쌀밥을 퍼먹기에 충분했다.

살짝 태운 간장 특유의 찰진 맛도 한 수였다.

그 다음에는 파채와 함께 한 입.

아삭아삭한 파채가 살짝 느끼해질 수 있는 맛을 누그러뜨려 주고, 씹히는 식감을 더욱 좋게 만들어 준다.

그냥 먹기에는 심심한 파채에 달짝지근한 간장양념이 들어가니 더더욱 훌륭한 맛이 났다.

하지만 이렇게 짭짤한 고기를 계속해서 먹다 보면, 목이 메이는 법.

이때.

“꿀꺽....꿀꺽...꿀꺽....푸하!!! 크으....! 죽인다!”

시원하게 식힌 에일의 탄신이 기분 좋게 기름진 목을 씻어주고, 청량감을 안겨준다.

그야말로 범죄적인 맛!

그 코가 큰 도박광인 누구는, 이 맛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기 위해 도둑질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에일의 맛은 끝내줬다.

“맛있다아...! 함냠...!”

고기 한 점.

밥 한 입.

다시금 고기 한 점.

고슬고슬한 쌀밥 한 입.

이번엔 파채와 함께 고기 한 입.

그러다가 시원한 에일 한 모금.

그러다 보니 어느새 밥은 텅텅 비워졌고, 고기는 조금 남아있는 상태였다.

이대로 고기마저 먹어버리면 이 식사는 끝이 났다.

허나, 강하는 그러지 않았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강하는, 고기를 구웠던 프라이팬에 새로 퍼 담아온 밥을 넣고, 고기들도 가위로 잘게 잘게 잘라 양념과 함께 넣어주었다.

그다음엔 다시금 강한 불로 밥알 하나하나에 간장양념이 배게 밥을 볶아주었다.

마무리로 참기름 조금과 김 가루를 뿌려주면....즉석 볶음밥 완성!

어떻게 한국인이 이런 요리로 볶음밥을 안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이번엔 프라이팬 통째로 들고 와 그 자태를 감상하는 강하.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볶음밥의 바닥은, 이미 누룽지가 눌어붙어 바삭한 소리가 났다.

젓가락을 내려놓은 강하는 이내, 숟가락으로 볶음밥을 퍼먹기 시작했다.

고슬고슬한 쌀밥에 달짝지근한 양념이 골고루 배여, 술술 넘어갔다.

툭하면 튀어나오는 감초 같은 고기들도 씹히는 식감을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누룽지는 바삭하고, 고소해서, 팬 바닥을 긁어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후아....맛있었다....”

이번엔 정말로 바닥을 내보이는 팬을 바라보던 강하는 살짝 남은 에일을 한 번에 들이키고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보였다.

“철야의 야식은...언제나 먹어도 굉장하단 말이지....”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사실.

이 순간에도 야식을 즐기는 현대인들은 수없이 많으나, 그들 중 일부는 음식을 다 비우고 나서 후회하고 만다.

이게 칼로리가 다 얼만데, 내일 아침이 무섭다. 등등.

그만큼 야식은 다이어트의 필수 악이며, 무서운 존재이다.

허나, 그것은 강하에게 통용되는 상식이 아니었다.

반룡인인 강하는, 자신이 먹는 에너지들을 전부 마력으로 바꾸는 존재.

다이어트 따위는 전혀 필요 없는, 그야말로 야식의 대왕! 야식의 종결자! 그 자체!

“배도 부르고, 슬슬 잠에 들어야겠다.”

그렇기에 운동도 하지 않고 곧바로 수면!

압도적 야식러!

그렇게 그 누구도 모르는 강하 혼자만의 즐거운 시간이 끝이 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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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짝지근한 돼지고기 간장조림!

이걸 참는다고? 못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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