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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화 〉 신문에 내가 나온다면 정말 좋겠네~(2) (150/289)

〈 150화 〉 신문에 내가 나온다면 정말 좋겠네~(2)

* * *

“3번 테이블 주문 들어왔습니다! 포크 폭챱 하나, 에그 베네딕트 하나!”

“15번 솔 모르네, 완성됐습니다!”

“파렌은 15번 바로 내놓고 폭챱 소스 준비해!, 향이는 바로 수란 만들어 주고!”

““네!””

“11번 주문이니라, 단호박 퓨레를 곁들인 돼지고기 안심 스테이크와 비프 스튜이니라.”

“알았어, 향이는 물 올리는 거 끝나면 루 먼저 준비해 줘, 고기는 내가 구울게.”

‘대...대단하군....!’

열기.

수많은 열기가 주방을 에워싸고 있다.

숨 돌릴 시간도 없을 만큼 주문이 물밀듯 들어오고 있지만, 강하와 직원들은 아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그런 광경을 모두 지켜보고 있는 채광은 정말 순수하게 감탄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고작 3명.

고작 3명이 이 많은 주문을 순차적으로 완성해 내는 것이었다.

허나 강하가 한번 뚝딱하면 순식간에 요리가 튀어나오고, 그걸 담긴 접시가 끊임없이 전달되어 손님들에게 옮겨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신의 경지처럼 보일 예정이었다.

채광은 그제야 강하가 그런 대접을 받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런 요리사라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자신들의 곁에 두고 싶을지도 모른다.

최소한 사이를 나쁘게 하려는 멍청이는 존재하지 않겠지.

그렇게 채광이 수정구의 버튼을 연신 눌러대며 스타 주막의 주방을 수정구에 담고 있을 때.

“음....오늘따라 많이 바쁘네....설거지가 쌓여가니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이럴 때 누군가가 도와주면 참 좋을텐데 말이야...”

잠시 숨을 돌리던 강하는 한곳에 쌓여있는 접시들을 바라보며 누군가가 듣기를 바라며 중얼거렸다.

“.....예?”

그리고 그 대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그렇습니...까?”

“그치? 그러고 보니 말이야, 취재라는 것은 결국, 경험이 필요하지 않을까? 직접 그곳의 일을 체험해 보면서 글을 쓰면, 더욱 잘 써질 것 같은데....안 그래?”

“그럴 것 같긴 합니다만...”

문득, 채광은 이 대화가 이어나갈수록 불안한 기색을 느꼈지만, 이미 늦었다.

“그렇지! 그럼 일단 잠시 이쪽으로 와보지 않을래?”

“예?”

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강하는 어느새 채광의 앞까지 다가와 그의 등을 떠밀며 접시가 가득 담긴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엄청 복잡한 일은 하나도 없어! 그냥 이 비누에 접시를 닦고 씻어내기만 하면 돼! 쉽지...?”

“아...아니 저는....”

“그럼 부탁할게!”

“에...에에???”

그러던 강하는, 손수 그의 팔을 걷어, 어떤 장갑을 씌워 주더니, 이내 접시를 그에게 맞기고는 쏜살같이 사라져 버렸다.

“이것 참....”

채광은 산처럼 쌓인 설거짓거리를 보며 한숨을 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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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허....”

채광은 전신에 느껴지는 피로감을 참지 못하고 결국 홀에 있는 테이블에 몸을 기대며 끙끙대고 있었다.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내일쯤 되면 몸을 움직이지도 못할 만큼 아파져 올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결국 그는 오후 장사가 끝나고 주막이 마감할 때까지 설거지하고 말았다.

나중에 가서야는 다른 직원들이 도와주기는 했지만, 몇 시간 동안 접시를 닦으려니 죽을 맛이었다.

하지만, 고작 설거지조차도 이 주막은 상당히 신기했다.

우선 물이 우물에서가 아니라 이상한 쇠 구멍에서 콸콸 쏟아져 나온다든지, 미끌미끌한 무언가로 접시를 닦으면 아주 깔끔하게 씻겨나간다든지 말이다.

하지만 상당히 고된 노동이었음은 달라지지 않았고, 그의 몸은 상당히 지쳐 있었다.

그때.

“고생 많았어, 열심히 하던걸?”

“이...이건?”

그런 채광의 곁으로 다가오는 강하가 그에게 격려하며 무언가를 그가 앉아있는 테이블에 올려 두었다.

그것은 바로, 그가 스타 주막에서 자주 먹던 음식인 제육 덮밥 이었다.

매콤한 제육볶음이 고를 거리는 흰 쌀밥 위에 얹어진 요리로, 상당히 빠르게 먹을 수 있음에도 아주 훌륭한 맛이었기에, 채광은 제육 덮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는 했다.

꼴깍.

“고생도 많았고, 특별히 고기도 듬뿍 얹어서 만들었어, 일단 이거부터 먹어.”

“아...감사 합니다...”

“아냐, 도와줘서 고맙지.”

채광은 그런 강하에게 감사를 건넸지만, 이미 그의 시선은 제육 덮밥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어느새 지쳐 있던 몸에 힘이 돌아오면서, 그는 힘있게 숟가락을 들어 제육 덮밥을 크게 한 숟갈 들어 입에 넣었다.

“...으음...! 역시나 맛있습니다!”

“그치?”

고춧가루로 매콤한 맛이 나면서도 강한 화력으로 볶아 불맛이 나는 고기는 쫀득하면서도 씹히면 씹힐수록 육즙이 배어 나오고, 달콤하게 볶은 양파와 김치가 아삭하고 새콤한 식감을 주었다.

고슬고슬한 쌀밥은 그런 양념이 잘 배어들어 감칠맛이 났으며, 꼭꼭 씹을수록 단맛에 느껴졌다..

하지만, 이렇게 먹다 보면 점차 혀는 얼얼해지고, 목이 막혀온다.

그때 같이 나오는 된장국을 한 모금.

구수한 된장국이 화끈한 입속을 진정시켜 주며, 다시금 제육 덮밥에 손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시래기와 두부가 들어가 있는 이 된장국만으로도 밥 한 공기는 거뜬하게 넘길 수 있었다.

그렇게 먹다 보면, 강하가 특별히 곱빼기로 만들어 준 제육 덮밥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하....정말 잘 먹었습니다, 제가 이렇게까지 먹을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보통 먹던 양도 먹고 나면 상당히 배부른데, 그것보다도 더 많은 양이었으나 그는 거뜬하게 해치울 수 있었다.

“역시 열심히 일하고 나서 먹는 밥은 꿀맛이지!”

“하하...정말 그렇습니다.”

그런 채광을 바라보던 강하가 씨익 웃으며 말하자, 채광은 그 의견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는데, 여쭈어봐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음? 뭔데?”

“그....이 정도 실력이라면 굳이 주막이 아닌, 궁궐의 숙수로써도 엄청난 가치를 가질 수 있지 않으십니까? 그런데 어째서 주막을....”

그렇다.

그녀는 이미 애슐란에서 찾아온 사절단을 환영하기 위한 만찬 때도 그녀의 힘으로 그들이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실력을 가졌다.

궁궐의 대령숙수가 된다면, 지금의 자리보다 훨씬, 돈과 명예를 챙길 수 있을 텐데.

그런데 어째서 고작 주막을 운영하는 것에 만족하는 걸까.

“음...그 질문은 왕제 전하도 나에게 물어봤지.”

“와...왕제 전하도 말입니까?”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해줬어, 대령숙수의 나는 오직, 왕제저하 한 사람의 요리를 만들지만, 지금의 나는 이 주막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요리를 만드니까. 라고.”

“.....!”

“요리사라는 것은 결국, 자신이 만든 요리를 많은 사람이 먹고, 즐겨주는 것을 바라거든, 그렇게 생각해. 나는 이 자리면 충분하다고.”

“....그러시군요...”

그런가.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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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셰프님 진짜 멋있네요!”

며칠 후, 스타 주막의 아침시간.

오늘도 배달 온 기별을 직원들이 옹기종기 둘러 모여 감상을 하고 있었다.

[서라벌의 스타 주막, 그 주막은 어떤 곳인가.]

[스타 주막의 주모인 강하는 내 요리는 오직 왕제 저하만이 아닌, 만 백성들이 즐기는 음식이 되어야 한다. 며 대령숙수의 자리를 거절하는 청렴결백한....]

[화려한 요리에 비해, 백성들도 자주 사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가격도 저렴...]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스타 주막을 모른다면 반드시 가봐야 하는 곳...]

(강하가 프라이팬을 흔들며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 사진)

“셰프님 멋있어요!”

“풉..! 진짜 폼이란 폼은 다 잡았넼ㅋㅋㅋ”

“역시 셰프님....존경스럽습니다!”

“와! 우리 아씨 엄청 이쁘게 나왔네요?”

“....시끄러 나도 지금 엄청 쪽팔리니까...”

아니 이건 너무 과장 돼서 나온 거 아니야? 뭐가 청렴결백이냐 이건.....아오 쪽팔려...

“아닛....어째서 이 몸에 관한 글은 단 한마디도 없는 것이냐!!! 이런...!”

“자자, 다음번에 나오면 되잖니~아이 착하다!”

[아! 이거 내 모습이다! 주인! 여기 봐봐! 나야!]

“이러언!!!! 어째서 저 고철 녀석은 나오는데, 이 몸이 안 나오는 것이냐아!!”

그렇게 기별을 통해 스타 주막에 관한 정보가 한의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갔고.

한동안 강하는 혁수와 힐라의 놀림거리가 되었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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