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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3화 〉 화련에서 찾아온 손님.(1) (153/289)

〈 153화 〉 화련에서 찾아온 손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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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이제는 그냥 당당하게 부르는구만....”

깊은 한숨을 푹 쉬던 강하는 괜히 발가에 걸리는 자그마한 돌멩이라도 걷어차기 위해 바닥을 둘러보았지만, 돌멩이는커녕 먼지 한 톨 보기 힘들었다.

한의 수도, 서라벌의 중심에 있는 궁궐.

강하는 어젯밤, 또다시 찾아온 향종이 남긴 편지를 보고, 이렇게 궁궐로 찾아온 것이었다.

왕이 사는 곳이라 그런지, 바닥마저 아주 깔끔하게 청소되어있어, 강하는 괜히 바닥을 구르며 짜증을 삼켰다.

갑작스럽게 이리 와라 저리 와라 하는 것도 짜증이 나긴 하지만, 더욱 그의 신경을 긁는 것은 바로.

“앗....저...저분은...!”

“....모...모두 고개를 숙여라..!”

“이게 뭐냐고....”

강하, 자신을 본 사람들이 모두들 고개를 조아리는 것이었다.

‘아무리 적응하려고 해도, 적응이 안된다니까....’

강하가 점점 궁궐 내의 입지를 다져가자, 그녀에게 고개를 숙이며 예의를 차리는 사람들 또한 늘어갔다.

그래도 보인다.

갑작스럽게 궁궐 내의 질서를 흩트려놓는 외부인에 대한 경계가.

애슐란이야 자신은 손님이었지만, 이곳은 달랐다.

이 중에서는 진심으로 고개를 숙이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놓고는 못 해도 은근슬쩍 자신을 노려보는 자들도 있었다.

그렇기에 강하는 궁궐이 상당히 불편하기 짝에 없었다.

“전하, 강하님이 오셨습니다.”

“들라하라.”

이윽고 향종이 있는 방 앞까지 오자, 그 문 앞에 서 있던 병사가 그것을 알리자, 방 안에서 그의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실례하겠습니다.”

“오오, 어서오게, 기다리고 있었네.”

“.....”

“왜 그런가? 자네는 언제나 빛이 나오니 내 눈이 부셔서 바라보기가 두렵군.”

“그 정도만 하시고, 바로 본론부터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하하, 자네는 농도 모르는 모양이야.”

‘하나도 재미없거든...?!’

향종 아주 뻔뻔한 얼굴로 말 같지 않은 농담을 쳤으나, 강하는 그저 싸늘하게 얼굴을 굳히고는 곧바로 자신을 부른 이유를 찾았다.

“그렇다면 본론으로 넘어가서, 자네는 [화련]을 아는가?”

“화...련?”

갑작스럽게 그의 입에서 나온 화련이라는 이름.....이상하다....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아...아아..중국!”

“음? 중....국?”

“아, 아닙니다, 예, 아무것도 아니에요.”

“흐음.....”

어디서 알음알음 들어서, 대충 한 위에 있는 나라 정도로만 알고 있던 강하가 순간 내뱉었던 말을 얼버무렸다.

“아무튼 이어서 말하자면, 우리 한과 화련은 형과 동생의 나라라고 칭할 만큼 사이가 좋다네.

화륜은 그 넓은 대지를 내전으로 통합하고 세운 나라이지.”

“그렇군요....근데 그 나라가 저를 부른 일과 무슨 상관인지....?”

“곧 화련에서 파견된 대신들이 우리 한의 궁궐을 방문한다네, 서로의 친목을 다지고, 정보공유를 위해서 말일세, 그때 대신들에게 대접할 음식을, 자네가 맞아줬으면 한다네.”

“예? 저 말이십니까?”

“음....아무리 바로 위에 있는 나라라고 한들, 문화와 식생활의 차이는 아주 크지, 대신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기는 하나, 우리 한의 음식이 입맛에 맞질 않는 것 같아, 이렇게 자네에게 부탁하는 걸세.”

“.....흠, 그 나라의 식문화는 어떻습니까?”

“...내가 아직 왕자일 때, 화륜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네, 그들은 기름을 상당히 사용하는 요리와 매콤한 요리를 만들고는 했네, 상당히 특이한 음식들도 있었지, 한마디로, 기름을 많이 먹는 듯 보였네.”

“아아....과연.”

중국은 예부터 튀기거나 기름에 볶는 요리들이 많았다.

중국이 차 문화가 발달한 것도, 기름진 속을 차로 씻어내기 때문에 많이 먹어서 발달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우리 한에도, 요리 실력이 뛰어난 자네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네.”

“실력이라....그럼 그건가...?....알겠습니다. 한번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호, 아주 고맙네, 내 넉넉하게 챙겨줄 것을 약속하지.”

“아 네...뭐...”

‘어짜피 명령하는 거랑 다를 게 없긴 하지만 뭐, 별수 없지.’

그렇게 두 사람의 대화는 끝이 나고, 시간은 흘러, 어느새 대신들이 한을 방문하는 때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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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이로써="" 볼일은="" 끝났나...?=""/>

리 차오 는 궁궐의 손님용 방에서 정리된 서류를 살펴보며 중얼거렸다.

최근 애슐란과 화친을 맺은 한의 동태와 그들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여 황제가 직접, 리 차오에게 직접 명을 내려, 한에 방문하게 되었다.

황제는 언제나 의심이 많고, 항상 철두철미한 남자였기에, 아무리 동생의 나라라고 한들, 이렇게 확인을 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뭐, 그렇다고 해도, 리 차오가 직접 살펴본 결과, 딱히 수상한 것도 없기는 했지만, 애슐란이 어째서 대국인 화련보다 훨씬 작은 한 과 화친을 맺었는지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무언가 숨기는="" 것이라도="" 있는="" 것인가....=""/>

그리고 한 가지 생긴 궁금점.

<도대체 그="" 빨간="" 치마의="" 계집은="" 누구지...?=""/>

애슐란과 화친을 맺은 것은 아니지만, 화련의 위상에 맞게, 세계 여러 나라들의 상인들이 거대한 화련을 찾아와, 여러 가지 물건을 사들이기도 했다.

최근 글란이라는 나라의 상인이 몰래 마약성 물품을 팔려고 하다가 체포된 전적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 중, 애슐란에서 찾아온 상인들의 수가 유독 많았는데, 그들은 한데 모아 이런 말을 하곤 했다.

­한에서 나타난 빨강치마를 입은 소녀가 이 애슐란에 크나큰 공을 세웠다.­ 라고 말이다.

애슐란에 몰래 들어와 정보를 수집하던 자들에게도 ‘강하’ 라는 이름이 나오곤 했지.

그 빨강 치마의 계집과 강하는, 동일 인물인가?

이것도 알아보면 좋으련만...

<실례하겠습니다./>

<음? 무슨="" 일이지?=""/>

그렇게 한참 고민에 빠진 리 차오가 있는 방 밖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리 차오="" 님께서,="" 간식을="" 좋아하신다="" 들어,="" 왕제="" 저하께서="" 친히,="" 요리사에게="" 명을="" 내려="" 만든="" 간단한="" 챙겨="" 왔습니다.=""/>

<음....알았다, 들어오도록.=""/>

‘간식...? 이것 참, 한의 다과는 정말 취향에 안 맞는데 말이지...’

화련에서 지내는 리 차오는 한의 다과가 잘 맞지 않았다.

그는 화련에서 만든 월병*(밀가루 또는 보리가루에 돼지기름, 설탕, 달걀을 섞은 반죽으로 피를 만들고, 그 안에 소를 채운 뒤 둥근 틀에 넣어 구워낸 과자, 상당히 달고 기름진 간식이다.)을 가장 좋아했다.

아주 달콤하고 기름진 월병을 좋아하는 그의 입맛에, 그다지 자극적이지 않은 한의 다과들은 취향에 맞지 않았다.

기껏해야 한과나 홍시 정도일 것이 뻔했지만, 한의 주인이 직접 명해서 만든 간식이라고 하니,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다.

‘뭐, 입가심이나 한다 생각 해야겠군.’

그렇게 생각한 리 차오는 별생각 없이 접시를 들고 오던 하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갈색 머리의 빨간 치마를 입은 여자아이였다.

그리고.

<무,,,뭣? 이게="" 뭐지...?=""/>

그는 접시 위에 올라간 것을 보고, 매우 놀라고 말았다.

<삼불점 이라고="" 하는="" 요리입니다.=""/>

빨간 치마를 입은 여성, 강하는 그런 리 차오의 얼굴을 보며 몰래 슬며시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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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병입니다.

달콤하게 조린 앙금이나 오리알 노른자가 들어가기도 하고, 만두처럼 고기소가 들어가기도 하는 등, 중국의 대표적인 간식이죠.

중국에서는 이 월병상자가, 한국의 사과상자처럼, 부정한 돈을 거래할때 쓰이고는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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