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4화 〉 화련에서 찾아온 손님.(2)
* * *
삼불점.
현대로부터 약 150년 전, 청나라 황실의 고급 디저트인 요리이다.
세 가지에 붙지 않는다. 라는 뜻을 지닌 이 요리는.
이름 그대로 그릇, 치아, 젓가락에도 붙지 않아 지어진 이름이다.
재료는 아주 간단한데.
달걀노른자, 녹말, 설탕, 그리고 라드와 약간의 물이 끝인 요리.
만드는 방법 자체는 아주 간단하다.
깊게 파인 볼 접시에 달걀노른자와 물, 녹말, 설탕을 넣어 잘 섞어주고 체에 곱게 내려준다.
그다음 라드를 잘 바른 웍을 약한 불에 올려, 섞어둔 재료를 넣고, 볶아주면서 틈틈이 라드를 끼얹기만 하면 끝.
이렇게 쉽고, 간단한 요리인 삼불점.
허나 이 요리는 중식 디저트 중에서도 최고로 어려운 난이도를 가지고 있고, 현직 중식 셰프들 조차, 3~5년 정도의 요리사들은 만들 수 없다. 라고 단언할 정도인데.
그 이유는 바로, 삼불점의 달걀과 전분이 익어가며 한데 뭉칠 때까지 계속해서 저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웍의 무게는 말 그대로 무쇠와 다름없고, 몇십 분 동안 계속해서 무거운 쇠 국자로 섞다 보면 누구나 지치기 마련.
그 상황 속에서 라드를 넣는 타이밍을 놓치거나, 조금이라도 많이 들어가거나 적게 들어가면, 순식간에 타버리고 만다.
실제로 강하 역시, 현대에 있었을 당시, 중식을 짬짬히 배우면서 한번 시도해보았으나, 팔은 팔대로 떨어져 나갈 것 같은데 한 번도 성공시킨 적이 없었다.
그래도 라드의 양이나 타이밍은 몸에 익었지만, 수십 분 동안 그것을 젓는 것은, 완전히 익숙해져 요령을 잘 깨닫고, 지치지 않게 젓는 사람이거나, 아예 아무리 저어도 지치지 않는 엄청난 체력 괴물이거나, 둘 중 하나인 경우가 아니라면 삼불점은 만들 수가 없었다.
그러나 강하는 현재 반룡인 상태.
몇 시간을 달려도 지치지 않고, 잠들지 않아도 멀쩡했다.
그리고 리 차오가 한에 오기 전, 수십 번의 연습 끝에, 그녀는 완벽하게 삼불점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게 무엇인가....살짝 떠보니 아주 부드럽게 떠지면서도, 전혀 달라붙지 않잖아...!’
흘낏, 자신의 앞에 놓인 삼불점을 옆에 놓인 젓가락으로 조금 들어 올려보니, 전체가 떠올려지면서도 젓가락에는 조금도 달라붙지 않는,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의 음식이었다.
<그럼, 맛있게="" 드셔주시기를.=""/>
<아?....아아....그....그래./>
삼불점을 가져다준 강하가 고개를 숙이며 방 밖으로 나가자, 리 차오는 조금 더 면밀하게 삼불점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농후한 기름 냄새...이건 돼지기름...! 허나, 달걀과 돼지기름으로 어찌 이런 요리를 만들어 낸단 말인가....!>
달걀과 돼지기름은, 화련에서도 흔하디흔한 요리 재료였다.
그렇기에 온갖 요리에 달걀과 돼지기름이 들어갔지만, 그는 결코, 이런 요리를 본 적이 없었다.
<이...이런, 계속="" 이렇게="" 놔두기엔="" 조금="" 그렇군,="" 그...그럼="" 먹어볼까...?=""/>
계속해서 관찰만 하던 리 차오는, 번뜩 고개를 쳐올리며, 조심스럽게 젓가락으로 삼불점을 조금 떼어내어서, 입으로 가져갔다.
말랑거리던 삼불점이지만, 아주 손쉽게 젓가락으로 집을 수 있었다.
<........무...뭣???/>
그렇게 천천히 삼불점을 맛보던 리 차오는 기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느껴지는 맛은 분명, 달걀과 설탕, 그리고 돼지기름, 단 세 가지 재료의 맛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정확해! 내 입은 틀리지 않았어!’
아주 간단하면서도 쉽게 맛볼 수 있는 재료들, 그리고 그것으로 만든 요리.
‘허나 어찌 이렇게 깊은 맛을 낸다는 말인가!!!’
부드럽지만, 치아에 달라붙지 않고 사르르 녹아 들어가면서도.
달걀의 농후한 맛, 설탕의 달짝지근한 맛, 돼지기름의 기름지면서도 고소한 맛.
이 세 가지 맛이 아주 자연스럽게 한데 섞여, 오묘하고 신비한 맛을 내고 있었다.
맛있다.
그래.
아주 맛있어.
분명 만든 것은 한.
하지만 이 맛은 분명, 화련에서 내놓았다면 황제마저도 놀라워하며 이 요리를 만든 자에게 상일 내릴 것이 분명했다.
아니, 어떻게 해서는 자신의 옆에 두어, 요리를 만들게 할지도 모른다.
마치 상인들이 말하던 빨간 치마의 여자애처럼 엄청난 요리 실력을 갖춘 자가 만든 것이 틀림이 없....
<...잠시만, 분명....아까의="" 소녀도="" 빨간="" 치마를="" 입지="" 않았는가...?=""/>
그랬다.
강하는 자신이 맨 처음 입게 된 빨간 치마를 웬만한 일이 없는 이상, 어딜 가든 이 옷을 입고 다녔다.
막 한에 와서 처음 입게 된 여성복이기도 해서, 익숙해졌기도 하고, 이제 와서 다른 옷을 입자니, 아직은 부끄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향종을 만날 때도, 상인들과 만날 때도, 애슐란에 가서도 늘 빨간 치마를 입고 다녔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설마....내가 생각하는="" 그="" 설마가="" 맞다면.....그="" 소녀가="" 바로...‘강하’....?=""/>
그렇게 기억을 더듬으며 추리를 하던 리 차오의 결론은 아주 정확하게 맞아 들었다.
<....일단 마저="" 먹고="" 생각을="" 해야겠군.=""/>
하지만, 일단 다 먹고 나서 생각하자.
그렇게 중얼거린 리 차오는 마저 젓가락을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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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어찌저찌 잘 된 것 같네.”
강하는 자신의 목에 걸어두었던 팬던트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이거 진짜 치트템이라니까...”
강하는 현대에서도 수많은 여행을 다녔지만, 그 중, 중국 또한 상당히 많이 다녀왔다.
그렇다 해도, 아직까지 중국어는 간단 회화 정도밖에 하지 못했다.
제일 능숙한 중국어는, <화장실이 어디="" 있습니까?="" 매우="" 급합니다!=""> 였다.
“그때는 진짜 인간의 존엄성이 사라질 뻔 했지.”
그렇게 도움을 받아, 공중화장실을 찾았건만, 칸막이도 없고 너무 더러워서 결국 볼일을 못 보고 나와, 거의 죽어갈 때쯤 발견한 맥X날드를, 강하는 아직도 잊지 못했다.
기억하자.
외국에 가서 화장실이 급하다면, 일단 맥X날드를 찾아라.
그럼 살길이 보일 테니.
맥날성서 제 1장 4절
“일단 뭐, 이제 볼일도 끝났으니까, 주막으로 돌아갈까....”
그렇게 중얼거리던 강하가 허리를 펴며 주막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려던 찰나.
“강하 아씨!! 강하 아씨 계십니까!!!”
갑작스럽게 자신을 찾는 대신이 소리를 지르며 궁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뭐...뭐야? 무슨 일이야?”
그 소리를 듣고 놀란 강하가 후다닥 달려가 대신에게 말을 걸었다.
“하아...하아...그...저....화련의 손님께서....그...강하 아씨가 만든 요리를 더 맛보고 싶다며...더 달라고 하시는 통에....”
“아......”
‘하필 돌아가려던 찰나에 그러냐....’
타이밍 참 대단한 손님이었다.
“별 수 없지, 알았어, 한 두어 그릇 더 만들어 줄 테니까, 손님께 가져다 줘.”
“ㅇ...예! 알겠습니다!”
“젠장, 담배나 한 대 피우려고 했는데....”
강하는 살짝 투덜거리며 다시금 궁궐의 주방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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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에서 있던 시간이 끝나고, 마차를 타고 자신의 나라, 화련으로 돌아가는 리 차오는 생각에 빠져있었다.
‘결국, 다시는 만나지 못했군....’
그 뒤로도 다시금 그 빨강 치마 소녀를 만나기 위해, 삼불점을 더 부탁했지만, 이번에는 다른 여식이 가져다 주었다.
그녀의 정체를 캐물어 보려 했지만, 결국 마땅한 정보는 얻지 못했다.
그나마 쓸만한 정보라면, 그녀는 한의 수도에서 아주 거대한 주막을 경영하고 있으며,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궁궐에 와서 직접 요리를 한다는 것 정도.
‘그 정도의 실력이 있는 요리사가...어찌 주막에서 장사나 하면서 지내고 있을까....’
강하의 생각을 전혀 몰랐던 리 차오는 의문감에 빠지고 말았다.
<...맛있었지..../>
그녀가 만든 삼불점 이라는 요리는 그야말로 최고의 음식이었다.
다시금, 또 다시금 맛보고 싶을 정도로....
<....그러고 보니="" 곧,="" ‘그="" 날’인가....=""/>
황제도 직접 참여하는 그 날.......
<그 ‘강하’라는="" 소녀도="" 불러="" 보는="" 것은....?=""/>
번뜩, 무언가를 떠올린 리 차오.
‘그렇게 되면 다시금 그 소녀의 요리를 맛볼 수도 있고, 만약 황제의 눈에 띄어 화련에서 살게 된다면....?’
좋아, 좋아.
순간적으로 떠올린 생각에 살을 덧대어, 완벽한 계획을 짜내는 리 차오는 슬며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