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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5화 〉 일일야식록 강하.(송이버섯 편.) (155/289)

〈 155화 〉 일일야식록 강하.(송이버섯 편.)

* * *

“드디어....드디어 드디어...! 이 순간이 왔다....!”

늦은 밤.

스타 주막의 직원들은 모두 꿈나라로 떠나, 행복한 잠을 자고 있을 시간인 지금.

불빛이 하나도 비치지 않아, 칠흑 같은 스타 주막의 주방의 한구석.

강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모두들 잠든 이 시간...! 지금이 바로 기회야...!”

그녀는 아주 조심스럽게, 자신의 앞에 꽁꽁 쌓인 보자기를 천천히 풀어 해쳤다.

“헤헤....아주 크고, 우람한....막대...!”

그리고 그곳에는 바로....

“이 송이버섯들, 정말로 특등품들이잖아!!!”

우람한 자태를 뽐내는 송이버섯들이 가지런히 상자에 보관되어 있었다.

“그나저나 정말 운이 좋았어....”

바로 어제, 류월 녀석이 가을철에는 산에서 밤이 열린다는 말에, 다짜고짜 강하와 다른 사람들을 끌고 산에 올라갔었다.

뭐, 밤이야 맛있고, 가끔 분위기도 좀 환기시킬 겸, 단체로 외출하는 것도 괜찮기는 하니까, 별 수 없네~ 하면서 따라갔었던 강하는 문득, 자신의 시야를 가리는 것을 발견했다.

그곳은 바로 상당히 거대한 소나무였는데, 그 커다란 가지들의 솔잎들이 점점 빠져, 바닥에 쌓이고 있었다.

“오....이 나무 뭐야, 상당히 거대한데?”

“아, 이 소나무....예전에 책방 아저씨가 말해준 대로라면...한이 세워지는 기념으로 산 곳곳에 소나무를 심었는데, 그 소나무 중 하나인 모양이에요, 엄청 거대하네요!”

“으음....그렇군, 고마워 향아, 그럼 다시 가볼....”

그리고, 그 솔잎을 멍하니 바라보던 강하는, 발견하고 말았던 것이다..

“응? 도령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

“어? 아...아니 아니? 아무것도 아닌데???....나 잠시 여기 구경 좀 하고 있을테니까....먼저 가 있을래?”

“???....네에...? 아....알았어요. 먼저 가 있을게요...?”

갑작스럽게 고개를 돌려, 먼저 가라고 하자. 향이는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일단 강하의 말대로 먼저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갔나.....?”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하가, 향이가 사라지는 그 순간.

“이...이거...대박이잖아!!!!”

강하는 몸을 숙여, 바닥에 떨어진 솔잎에 가려진 무언가를 들춰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송이버섯.

그것도 아주 특등품인 송이버섯들이 군락을 이루어, 자라나고 있던 것이다.

“하아...하아....조...좋아...침착하게...파내고...아무도 모르게...돌아가자...”

강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차분히 여기며, 송이버섯들을 채취한 뒤, 그 누구도 모르게 슬쩍 일행들에게 합류했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간.

송이버섯을 먹을 시간이 찾아왔다!

‘직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 양 밖에 없는걸....누구 코에 붙이겠냐....특히 그 도마뱀 녀석이 홀랑 다 먹어 치울게 뻔하다고....!’

어떻게든 자기 합리화를 하려는 강하였지만, 결국엔 맛있는 거 숨겨두고 혼자 먹는 치졸한 인간일 뿐이다.

.......뭐! 어쩌라고! 송이버섯이라니까?

...솔직히 인정....!

송이버섯.

솔직히 말하면, 식감도 말랑말랑하고, 맛 자체도 다른 버섯에 비하면 다 거기서 거기인 평범한 버섯.

하지만 어째서, 이 버섯이 이렇게까지 특별취급을 받는 것인가.

그것은 바로 향.

산의 정수를 담은 듯이, 요리조차 하지 않은 이, 생 송이버섯조차 마치 숲속을 거닌다고 착각을 할 만큼 풍부한 산의 솔잎 향을 낸다.

그렇기에 송이버섯은 삼국시대 때도 아주 귀한 음식이었으며, 조선시대에서도 영조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로 꼽히는, 아주 고급스러운 식재료이다.

“그럼 바로...준비해 볼까...!”

더는 기다리기 힘든 강하는 우선, 송이버섯의 손질부터 들어갔다.

자연산 송이의 겉면에는 흙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기 때문.

하지만, 이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버섯류는 절대로, 절대로!! 흐르는 물에 씻는 것도, 담가서도 안된다.

흐르는 물에 버섯을 씻으면, 버섯 특유의 향이 빠져나가 버리고, 수분을 흡수하는 성질상, 버섯이 물을 잔뜩 머금어, 질척질척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손질을 하는가.

먼저, 작은 과도 정도의 칼로 천천히 송이버섯의 겉면을 긁어내듯이 흙을 벗겨낸다.

버섯의 갓 안쪽은 가볍게 적신 헝겊으로 깔끔하게 닦아내고, 마지막으로 전체적으로 한 번 더 헝겊으로 닦아내면, 손질은 끝이다.

총 다섯 개의 커다란 송이버섯 손질이 끝났다면, 곧바로 요리로 들어갈 시간.

송이버섯을 고급 한우 같은 고기와 같이 구워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고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소고기의 강한 기름에 버섯의 맛이 가려질 수도 있기에, 송이버섯은 그대로 굽거나, 밥, 국, 죽에 넣어서 먹는 편이 가장 송이버섯의 향을 잘 느낄 수 있다.

그 사이, 구이용으로 사용할 버섯은 조금 두툼하게, 밥에 들어갈 버섯은 조금 얇게 썰어준다.

다음은 송이버섯 밥에 들어갈 밤을 손질해 준다.

산에 올라가서 상당히 좋은 밤들을 많이 주웠기에, 이왕 이렇게 얻은 밤도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껍질을 벗긴 밤을 적당히 잘라주고, 물에 담가 둔다.

이제 밥을 지을 차례.

작은 뚝배기를 하나 꺼낸 강하는, 그 안에 불려둔 쌀과 물을 1:1비율로 넣고, 잘라둔 밤과 소금으로 약간의 간을 마친 후, 곧바로 밥을 지어준다.

보글보글 밥이 끓어오르면, 약불로 줄여, 계속 쌀과 밤을 익히는 사이. 그 밥과 함께 먹을 양념장 또한 준비해준다.

간장, 설탕, 쪽파, 다진 마늘, 고춧가루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 그냥 먹어도 맛있는 양념장을 만들었다.

양념장을 만드는 사이, 어느새 밥이 다 된 모양이다.

뚝배기의 뚜껑을 열어보니, 고슬고슬 밥이 잘 지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밥에 들어갈 용도로 얇게 썰어둔 송이버섯을 뚝배기에 넣고, 다시금 뚜껑을 덮어, 약불에서 뜸을 들여준다.

금방 말했던 것처럼, 밥을 지으면서 버섯을 넣으면, 버섯이 질척해지므로, 이렇게 뜸을 들이면서 익히면, 식감은 식감대로 살리고, 그 향 또한 풍부해진다.

“그러면...곧바로 나가볼까?”

어느 정도 뜸을 들인 뚝배기를 들어 올린 강하는, 주방과 이어진 뒷문으로 주막을 나와, 마당으로 향했다.

“크...뜨끈뜨끈 하네!”

그곳에는 이미, 강하가 준비해 둔 의자와 작은 탁자, 그리고 작은 화로 또한 이미 뜨거운 숯불이 들어가 열을 뿜어내고 있었다.

송이버섯의 향이 강해, 주방에서 먹었다가는 다음 날, 직원들에게 들킬 우려도 있었고.

이왕 먹는 거, 별빛이 반짝거리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작은 의자에 쪼그려 앉은 강하는, 이미 준비해 둔 구이용 송이버섯을 화로에 올렸다.

“그렇지...! 이 소리지!”

치이익 하며, 하얗게 변한 숯의 열기에 뜨겁게 달궈진 석쇠는 아주 좋은 소리와 함께 송이버섯을 구워내기 시작했다.

아직 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내 송이버섯은 상쾌한 숲의 향을 잔뜩 뿜어내고 있었다.

양면을 구워내고, 어느 정도 버섯이 익자, 강하는 뚝배기를 열었다.

“오오.....죽인다..!”

고슬고슬한 쌀밥과 달콤하게 익은 밤, 그리고 숲의 향을 머금은 버섯의 향이 한데 엮여, 뚜껑을 열자마자 마치 향의 폭탄처럼 펑! 하고 터져나가며 강하의 코를 간질거렸다.

“그럼....잘 먹겠습니다...!”

이내 손을 마주친 강하는, 숟가락을 들어, 송이버섯 밥을 한 입, 맛보았다.

“.......하흐하흐...흐....흐으아아아...맛있어어....!”

고슬고슬하게 익은 쌀밥, 포슬포슬하고 달콤한 밤, 그리고 부드럽게 씹히는 송이버섯.

한번 코로 숨을 내쉴 때마다, 솔잎 향이 가득 나온다.

지금 강하가 들고 있는 뚝배기 안에는, 마치 작은 숲이 들어있는 듯 보였다.

미리 만들어 둔 양념장을 조금, 넣어 비벼서 한 입 하니, 살짝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양념 덕에, 더욱 입맛을 살려 주었다.

“다음은...이거지...!”

그리고 대망의 하이라이트, 숯불에 구운 송이버섯!

잘 구워져 맛있는 향을 내는 송이버섯을, 참기름과 소금을 섞은 기름장에 살짝 담그고, 곧바로 씹는다.

“....크하아아...!! 입에서 살살 녹는구만!!”

숯불에 구워 불향이 가득 들어간 송이버섯은 겉면은 바삭하면서, 씹으면 씹을수록, 버섯에 배어든 물이 감칠맛 있게 입을 적신다.

“이건....술을 부르는 요리라니까..>!!"

이런 음식을 먹고 술을 먹지 말라고? 고문이다. 고문.

이럴 줄 알고 미리 챙겨온 청주를, 분위기 있게 작은 잔에 따라, 그대로 원샷!

“크하...! 진짜 살 것 같다...! 이거야 이거!!”

차갑게 식힌 청주가 기분 좋게 목구멍을 넘어가, 몸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진짜로, 말 안 하길 잘했다....”

이 맛있는 음식을 혼자 먹는다는 게 조금 걸리지만, 뭐 어때.

오늘 밤은, 자신만의 비밀이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한 강하는 두 번째 잔을 따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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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가을하면 밤과 버섯이죠!

하지만 웃긴 점은, 이 원고를 쓰고있는 작가는, 버섯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버섯의 그 특유의 식감을 싫어하기 때문에....

아직 제가 어려서 그런 걸까요?

언젠가, 오늘 나왔던 강하처럼, 맛있게 버섯을 먹을 수 있게되면 인생의 또 다른 행복이 생겨날텐데 말이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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