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7화 〉 다이어트는 평생 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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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의 최고 화재인 그곳.
모두가 좋아하는 그곳.
스타 주막.
그리고, 그 스타 주막의 얼굴마담이 있으니.
“으으......어쩌면 좋을까.....”
바로 홀을 담당하는 소녀, 벼루.
그 벼루는 지금, 한참을 끙끙대며 머리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살이....쪘어....”
살.
스타 주막인 만큼, 강하는 주막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게는 언제나 아침, 점심, 저녁을 항상 넉넉히 만들어 주고 있다.
게다가 요즘, 새로 생긴 디저트 부인 백설이 시험 삼아 만드는 디저트들도 매일같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음식들은, 이 나라의 산해진미를 모두 먹어본다는 왕족조차, 이 맛을 그리워해 몰래몰래 스타 주막을 들르곤 한다.
그럼, 평민 출신인 벼루는 어떻겠는가.
당연히 너무 맛있어하며 먹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리고 강하는 언제나 고 칼로리, 든든하고 맛 좋은 음식을 만들었기에, 홀에서 움직이는 열량을 아늑히 뛰어넘은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냥 살이 쪘다기보단, 몸 자체가 튼실해지는 상태였다.
“우우...어쩌면 좋을까...”
하지만, 벼루 때 나이의 소녀들은, 언제나 자신이 이쁘게 보였으면 하는 것은 사실.
그렇기에 벼루는 요즘 자기 신체를 항상 바라보며 한숨을 푹 쉬고 있던 것이다.
“벼루? 무슨 일이니? 한숨을 푹 쉬고 말이야.”
“아, 향이 언니.”
그렇게 세상 한탄을 하고 있던 벼루를 발견한 향이가, 무슨 일인가 싶어 그녀에게 다가와 물었다.
“실은.....”
벼루는 그런 향이에게 자신의 고민을 탈탈 털어놓았다.
“살...이라니, 벼루 넌 지금이 딱 보기 좋은걸?”
“그게 아니에요오오...!”
하지만 향이는, 그런 벼루의 모습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향이 언니는 살이 찌고 있나요?”
“음....글세..?”
“그럼 잠시...”
“앗! 자..잠깐만..!”
살이 쪘냐는 벼루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향이.
벼루는 곧바로 그녀의 몸에 손을 대 더듬거리자, 향이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우와....언니는 왜 군살 하나 없는 거에요...?”
자신의 말랑한 살이 아닌, 군살 하나 없는 날씬한 몸이었기 때문이다.
분명 향이도 자신과 비슷하게 먹었을 텐데, 어째서...?
“나...? 으음....보자...”
향이는 스타 주막에서 가장 부지런했다.
운동으로 시간을 보내는 힐라와, 가끔 밤을 새워버리는 강하를 제외하면, 가장 일찍 일어나서, 가장 늦게 잠드는 사람이 바로 향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벼루와 열량 소비의 양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
“세상에....언니는 안 피곤해요?”
“하지만....셰프님이 믿어주는걸? 헤헤....”
“아아....”
향이는 예전부터 부지런한 아이였지만, 최근에는 강하를 생각하는 마음에 자발적으로 더욱 열심히 일하고 있다.
“자~슬슬 점심 먹을까?”
“아, 네에~”
그사이, 슬슬 점심시간이 되었기에, 강하는 주방에서 슬쩍 나와, 직원들에게 점심 먹을 준비를 알렸다.
그때.
“저기...셰프님...”
“응? 무슨 일이야?”
그 모습을 본 벼루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강하에게 다가왔다.
“혹시....살이 안 찌는 음식도...있나요?”
“....엥?”
그리고, 벼루의 말을 들은 강하는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기에 잠시 멍해지고 말았다.
“살이 안 찌는 음식이라니...?”
“그게 실은........”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것이 맞는 것인지 싶었던 강하가 다시금 되묻자, 벼루는 향이에게 말했던 것처럼, 다시금 강하에게도 말해주었다.
그리고.
“네가 뺄 살이 어디 있다고 그래?”
“으악.....향이 언니랑 똑같은 소리를 해...”
강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향이와 똑같은 소리를 하며 말했다.
강하는 애초에 벼루를 아직 어린 학생으로 생각하고 있고.
학생은 일단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하지마안.....만약 파렌씨가...제 모습을 보면 어떻게 해요....”
“아아.....그렇구나?”
결국, 벼루는 자신의 진정한 속마음을 강하에게 털어놓고 말았다.
그녀는 지금, 사랑에 빠진 소녀.
언제나 그에게 자신의 가장 예쁜 모습을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럼, 오늘 네가 먹을 요리는, 비교적 칼로리...아니 살이 덜 찌는 요리를 만들어 줄게.”
“정말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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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배고프다....”
“맞아요....그리고 계속 쉐이커를 흔들어서 손목이 아파요오...”
“배고프다아아....”
스타 주막의 점심.
오전부터 일하기 시작한 직원들이 주린 배를 잡으며, 든든한 점심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자, 오늘은 새우튀김과 생선튀김과 타르타르소스야, 밥을 먹고 싶으면 밥을 먹고, 빵을 먹고 싶으면 빵을 먹으면 돼, 밥 쪽은 된장국 먹고, 빵 쪽은 만들어 둔 스프를 떠서 먹어.”
“오...! 튀김이다!!”
“으음. 맛나겠군, 잘 먹겠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튀김의 향기를 바라보던 직원들은 누구 먼저 할 것 없이 젓가락을 들어 튀김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벼루에게는 특별식, 깻잎과 리코타 치즈를 채운 닭가슴살 구이야, 소스는 토마토소스와 발사믹 식초를 글레이징 해서 뿌렸어.”
“와.....!”
모두 우적우적 튀김을 먹고 있을 때, 강하가 꺼낸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이는 접시가 벼루의 앞에 놓이자, 그들의 시선 또한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셰프! 저건 뭔가요!!”
“어머나! 마치 한 폭의 그림같이 예쁘구나~”
“저건 무엇이냐! 왜 저 꼬맹이는 우리의 것과 다른 음식을 먹는 것이지?”
“저건 그러니까, 오늘 음식이 조금 기름지고, 느끼하잖아? 그래서 조금 모던하고 열량이 적은 음식을 먹고 싶대, 저것보다 지금 네가 먹는 음식이 더 맛있는 거니까, 난리 치지 마.”
“흠. 그런가?”
“에? 벼루 다이어트 해?”
“다이어트? 그게 무엇인가요?”
“그러니까....살빼는거?”
“살...?”
“벼루가 뺄 살이 어디 있다고 그래?”
“....괜찮아?”
그러자, 직원들 모두가 한마디씩 거들며 벼루에게 말했다.
“괘....괜찮아요...! 저는 이거 먹을게요...!”
아무리 그래도 모든 직원이 한마디씩 하다 보니, 부끄러워진 벼루는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앞에 나온 요리에 손을 뻗었다.
‘.....음! 닭고기도 부드럽고, 안에 들어간 치즈가 고소해....! 이건 어떤 치즈지? 다른 치즈들에 비해서 맛이 담백하네. 치즈에 호박이랑 양파도 들어가 있어서 씹는 맛도 있어! 깻잎도 맛있고, 소스들도 달콤한 게 맛있네...!’
강하가 자신을 위해서 만든 요리는 탄수화물도 적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였다.
하지만.
‘....새우튀김.....생선까스....으아...’
자꾸만 눈은 튀김을 향해가는 벼루였다.
‘새우튀김...내가 좋아하는 건데....!’
고소한 튀김의 향기와 그걸 아주 맛있게 먹고 있는 직원들을 보다 보니, 자꾸만 침이 고이고 마는 벼루.
‘아니야...! 여기서 저걸 먹어버리면....! 안돼!’
하지만, 어떻게든 고개를 내저으며 의지를 다지는 벼루.
그렇게 그녀는, 꿋꿋이 강하가 만든 요리를 다 비웠다.
그때쯤 되니, 다른 직원들도 식사를 끝내는 상황이었다.
그때.
“벼루, 살 빼려고?”
“아, 힐라 언니.”
긴 귀를 쫑긋거리는 엘프, 힐라가 벼루에게 다가왔다.
“그런 거라면 나에게 말을 해야지! 내가 도와줄게!”
“정말요?”
“그러엄! 그러니까, 내일 새벽, 마당으로 나와.”
“새...새벽이요?”
“그래! 기다리고 있을게~”
힐라는 벼루에게 새벽에 오라는 말을 남기고는, 순식간에 자리를 떴다.
‘새벽이라니....일단 한번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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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들 왔네!”
“엉? 벼루? 아...살 뺀다고 했지...”
“안녕하세요, 혁수 오빠.”
이른 새벽.
힐라의 말대로 새벽에 일어나 마당으로 나온 벼루는 살짝 쌀쌀한 듯, 손을 비비며 옆에 있는 혁수에게 인사를 건넸다.
“살을 빼려면, 몸을 태워라. 우리 언니가 한 말이거든, 그 말은 무엇인가....일단 뛰어라!”
“예입~”
“에...에에??”
두 사람이 온 것을 확인한 힐라가 외치자, 혁수는 이미 익숙한 듯 마당의 바깥쪽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어허! 굼벵이처럼 굼뜨면 안 돼! 뛰어야지!”
“에? 에예.....!”
갑작스러운 상황에 멀뚱멀뚱 제자리에 서있던 벼루를 힐라가 재촉하자, 화들짝 놀란 벼루도 마찬가지로 뛰기 시작했다.
그 뒤로.
“멈추지 마! 천천히 걸어도 좋으니까 멈추면 안 돼!”
“어허! 자세가 엉망이야! 이렇게 뛰면 비효율적이라고!”
“뛰어! 뛰어! 움직여어!!”
“으아앙!! 힘들어어!!!”
“.....익숙해질 거야...”
힐라는 벼루의 옆에 딱 붙어, 벼루를 계속 뛰게 했다.
이미 숨이 턱 끝까지 올라온 벼루였지만, 힐라는 용서 따위 없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안다는 눈으로 그런 벼루를 바라보는 혁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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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직접 만든,깻잎과 리코타 치즈를 채운 닭가슴살 구이입니다.
발사믹 식초를, 설탕과 함께 글레이징(설탕이나 버터로 윤기나게 만드는 작업)을 해서, 그다지 새콤하지 않고 달달한 맛이 납니다.
리코타 치즈를 직접 만들었는데, 정말 10분도 안되서 뚝딱 만들수 있으니, 독자님들도 한번 쯤 직접 집에서 리코타 치즈를 만들어 보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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