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8화 〉 특히 미국인들이 좋아합니다. (158/289)

〈 158화 〉 특히 미국인들이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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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베이컨을 만듭니다.”

언제나 같은 스타 주막의 주방.

강하는 또다시 뜬금포로 결단을 내렸다.

베이컨.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돼지의 옆구리살이나 삼겹살을 소금에 절인 후 훈연시킨 가공육. 이다.

베이컨이라는 용어는 본디, 돼지의 옆구리살을 의미하는 단어였으나, 현재로는 고기를 소금에 절여, 훈제시킨 고기를 통틀어 칭하는 호칭이 되었다.

사실은 등이라는 의미의 옛 독일어에서 왔다던지, 또 다른 설에서는 영국의 유명한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에서 따왔다는 둥, 정확한 이름의 유래는 알 수는 없지만, 일단 넘어

가자.

베이컨의 유래는 놀랍게도, 영국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피쉬엔 칩스가 가장 유명한 영국에서, 현재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베이컨이 나오다

니, 놀라울 따름이다.

14세기 경.

이 시대의 영국은 각 지방의 영주가 존재하고, 그 아래에는 농민들이 존재했다.

그리고 옛 시대가 그랬듯, 농민들에게 아주 엄격한 제도가 존재했는데.

그때의 농민들은 겨울이 되어도 가축의 월동용 사료를 따로 비축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돼지는 씨를 만들 돼지만 남기고, 모조리 도축해, 겨울 내에 먹을 수 있도록 비축했던 것이 베이컨의 유래이다.

이렇게 장만한 베이컨으로 춥고 긴 겨울을 견디게 되었으니, 베이컨이 생기게 되고, 발전 되었다.

그리고 그 베이컨은, 각국의 나라로 퍼져, 보관하기 쉽고, 맛도 좋은 인기 만점인 고기 요리가 되었다.

“베이컨...?”

“하지만 셰프님, 베이컨이라면 아직 보급받았던 베이컨이 남아있지 않나요?”

“그렇지.”

“그럼...어째서 베이컨을 만드나요?”

그런 갑작스러운 강하의 말에, 향이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박했다.

그녀의 말대로 아직 식품 창고에는 저번에 보급받은 베이컨이 아직 충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어째서 베이컨을 만드냐는 지극히 당연한 질문.

“간단해, 베이컨이 먹고 싶어서, 만드는 거야.”

“....네?”

허나 그런 향이도,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 강하의 대답에 인지부조화에 걸리고 말았다.

“여기 베이컨은....솔직히 말하면 내 취향이 아니야.”

소금과 후추로만 간을 하고, 오랜 수송으로 수분이 말라, 구우면 바삭거리며 튀겨지는 듯이 구워지는 베이컨.

강하는 그런 베이컨이 아닌, 육즙 가득하고, 연기 향 가득한 그런 베이컨이 먹고 싶었다.

“아무튼, 오늘은 베이컨을 만들 거야, 라고 해도, 당장 오늘 완성 시킬 수는 없으니 오늘은 고기 숙성부터 시켜야 해.”

“아...네...”

“그런데 고기는 어떤 부위를 사용하시나요?”

“베이컨은 등심이나 볼살, 삼겹살 쪽을 많이 사용하는데, 우리가 보급받은 베이컨은 등심으로 만든 거야. 난 그거랑 다른 부위를...”

“계십니까~!”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던 와중,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우렁찬 소리에 모두가 스타 주막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아, 왔다 왔어, 내가 부른 거니까 긴장 풀어.”

그 와중에 강하는 능청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살짝 신이 나는 걸음걸이로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스타 주막 주모 맞지요? 여기 부탁하신 삼겹살 왔습니다.”

“오, 언제나 고마워, 여기 대금.”

“하나...두..서이..너이....예입! 감사합니다!”

그곳에는 상당히 큰 자루를 들쳐 맨 사내가 있었다.

대금을 치른 강하가 큰 자루를 사내와는 다르게 아주 가볍게 들쳐 매고는, 싱글벙글 웃으며 다시금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우리는 삼겹살로 베이컨을 만들 거야.”

그녀의 눈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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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드라이 럽*(Dry rub:드라이한 소재로 만든 향신료, 주로 바비큐에 양념할 때 자주 사용된다.)을 만들어 볼까.”

상당히 거대한 삼겹살을 주방으로 들고 온 강하는 고기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여러 가지 향신료를 들고 왔다.

소금, 후추, 설탕, 로즈메리, 타임, 큐민, 월계수 잎, 칠리를 잘 갈아낸다.

그리고.

“혁수야, 메이플 시럽 어디 있냐?”

“뭐? 갑자기?”

“엥? 셰프님?”

주방에서 나온 강하가 향한 곳은, 바에서 개간을 준비하던 혁수와 매화가 있던 곳이었다.

메이플 시럽은 저번에 혁수가 바를 만들 때 같이 껴있던 것을 기억했기 때문이었다.

“메이플 시럽이라면, 있기는 한데, 왜?”

“쓰게.”

“.....뭐에 쓰는데...?”

“베.이.컨.”

“......!!!!!!!!!”

“(끄덕)”

“(끄덕)”

“에? 잠깐, 뭐야? 두 사람, 말도 없이 뭘...?”

갑작스럽게 메이플 시럽을 빌려달라는 강하의 말에 어디다 쓸 것이냐고 물어보자, 베이컨이라고 대답한 강하.

그러자 혁수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그저 고개만을 끄덕거리며 메이플 시럽을 흔쾌히 빌려주었다.

그렇게 강하는 메이플 시럽을 빌려 돌아갔다.

“...혁수 씨, 베이컨이라면....그 짭짤하고 바싹 마른고기 아니에요...? 그런데 두 사람 모두 얼굴이 바뀔 정도로 집중을 한다니...?”

그런 혁수의 옆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았던 매화가 물어보자.

“...형의 수제 베이컨....그게 바로 진정한 고기지...!”

혁수는 아주 간결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해 주었다.

“헉...! 그렇게 맛있나요?”

“환상 그 자체...!”

“...!!! 맛있겠다...!”

“며칠 뒤엔....베이컨 파티다...!”

“오오...!!!”

그렇게 두 사람은 강하에게서 베이컨의 열기를 이어받아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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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 시럽을 약간 고기에 발라주고...”

강하는 빌려온 메이플 시럽을, 펼쳐놓은 고기에 골고루 뿌려, 발라주기 시작했다.

달콤한 메이플 시럽이 더욱더, 베이컨의 맛을 올려줄 것이다.

이렇게 골고루 고기에 바른 시럽을접착제 삼아 만들어 둔 드라이 럽을 골고루 고기에 묻혀준다.

그러면.

“자, 끝.”

“네?”

“벌써 끝인가요?”

고기에 양념밖에 묻히지 않았는데, 끝이라고 말하는 강하의 말에 향이와 파렌이 화들짝 놀라 물었다.

“당장은 이게 끝이야, 이걸 이제.....”

강하는 자신의 마력을 뽑아, 얇게, 아주 얇게 펼쳐 고기를 싸맸다.

“이대로 냉장창고에 넣어서, 하루에 한 번 씩, 한 7일 동안 뒤집어주기만 하면 고기에 간이 잘 배일 거야.”

“네에...”

“그런건가...”

그렇게 둘은 약 7일이 지날 동안 냉장창고에 있는 고기를 한 번씩 뒤집어주며, 알 수 없는 궁금증을 계속 키워나갔다.

그리고, 7일 후.

“우와...”

“이게 뭐야..?”

“음? 저게 뭐냐? 참으로 요상 망측하게 생겼군.”

스타 주막의 하루가 끝나는 밤.

그들은 주막의 마당에 놓인 물건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둥근 원형의 나무를 깎아 만든 물건에, 위에는 날카로운 낚싯바늘같이 생긴 것이 대롱대롱 달려있었다.

“아, 이건 베이컨을 만들 때 쓰는 거예요, 형님이 만들어 달라고 해서, 뚝딱뚝딱 만들었죠.”

“베이컨...?”

“베이컨이라면....고기로군! 좋다, 고기라면 뭐든지 맛있으니, 기대해야겠군.”

그렇게 혁수가 만든 물건에 대해 직원들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고 있을 때.

“준비 끝났냐?”

“퍼풱트 하지!”

저 멀리서 강하가 고기를 들고 천천히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어라? 셰프님, 분명 고기에 뿌려둔 향신료가 있지 않았나요? 다 어디로 갔지..?”

“아, 내가 일부러 씻어냈어.”

“네?”

“드라이 럽은, 숙성시킬 때 이미 그 역할을 충분히 해냈거든, 그대로 훈제해버리면 너무 짜서, 먹기 힘들어. 씻어내고 위에 후추만 뿌린 고기야.”

“아아...그렇구나!”

“그럼...설치 한다...!”

강하는 저벅저벅 걸어와, 익숙하다는 듯이 고기를 커다란 바늘에 꽂아 넣고는, 원통으로 집어넣었다.

“훈연 칩은 어디서 구했냐?”

“그냥 단풍나무 잘라서 들고 왔어.”

“그래, 잘했어, 살짝 물에도 적셨지?”

“고럼!”

훈연에 사용할 나무를 살짝 물에 적셔주면, 불에 타면서 연기가 훨씬 더 자욱하게 나기 때문에 강하는 살짝 적셔서 사용하는 편이다.

불이 붙고, 고기에 열이 가해지기 시작한다.

모락모락 연기가 하늘을 뒤덮으며, 훈제가 시작되었다.

“오오...! 이제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가?”

“이제 한 8시간에서 10시간이니까...내일 아침?”

“무어라? 그렇게까지 오래 걸린단 말인가!”

고기에는 환장을 하는 류월은 당장이라도 고기를 먹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맛있는 베이컨은 원래 시간이 오래 걸리는 법.

“내일 아침, 환상적인 베이컨을 먹게 해줄게!”

그렇게 직원들은 내일을 기대하며, 각자의 방으로 들어간 사이, 강하는 계속해서 불 앞에 쪼그려 앉았다.

훈연 칩 보충도 해줘야 하고, 가끔 수분도 뿌려줘야 하므로,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힘들고, 지루한 시간이지만, 강하는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베이컨과 강하, 둘만의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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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트기 시작하고, 또다시 하루가 시작되는 스타 주막.

“기대되는구나!”

“아씨가 그렇게까지 말했으니까, 분명 엄청나게 맛있겠지?”

“기대되네~ 또 어떤 요리를 만들어 줄까?”

모두들 기대에 찬 기색을 보이며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탁자에 모여 앉았다.

“기다렸지! 아침 먹자!!”

그러던 중, 드디어 강하가 주방에서 나와, 음식을 탁자 위에 올려두기 시작했다.

“이건...까르보나라 파스타에...볶음밥..? 샌드위치도 있네?”

“뭔가 특별한 요리는 아닌데?”

허나 그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그들이 자주 먹었던 요리가 탁자에 올라오고 있었다.

“잠깐...후후...역시 향이 다르군, 보통의 요리보다 향이 확연하게 다르구나...!”

“어머, 정말이네? 무언가...진한 향이 나는 걸?”

그러나 류월은, 이 요리가 보통의 요리가 아니라는 것을 향으로 눈치챘다.

“자, 일단 먹어보라고!”

“그...그럼,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기세등등한 표정을 짓는 강하의 모습을 바라보며, 스타 주막 직원들은 반신반의하며 수저를 들고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뭣....! 셰...셰프님! 이게 뭡니까?”

“후후...어떠냐 파렌, 끝내주지?”

“예! 끝내주는데요?!”

먼저 까르보나라 파스타를 베이컨과 함께 한 입 먹은 파렌이 감탄하며 소리쳤다.

짭짤하고, 육즙 가득한 향이, 까르보나라 파스타에 아주 잘 녹아들어, 엄청난 풍미를 자랑했다.

훈제 특유의 향이, 입에서 폭발하는 듯이 터져 나왔고, 베이컨은 보통의 바삭하고 기름진 베이컨이 아닌, 정말 양념 된 고기를 씹는 것처럼 육즙이 가득 배어있었다.

“어머나~이 샌드위치도 정말 맛있네!”

“분명 겉모습은 평범한 마늘 볶음밥인데....멈출 수가 없다...!”

“이거지...이게 베이컨이지...! 형! 이거 진짜 맛있어!”

“짭짤하면서도 간이 딱 맞고....혁수 씨가 말한 것처럼 정말 맛있네요!”

“후후....그치?”

고기를 좋아하는 강하는, 가끔 혁수와 함께 수제 베이컨을 만들고는 했다.

그 경험을 살려, 아주 맛난 베이컨을 맛있게 먹어주는 직원들을 보니, 아주 뿌듯한 감정을 반찬 삼아 자신도 까르보나라를 한 입 먹기 시작했다.

그 뒤로 수제 베이컨을 앞으로도 계속 만들자는 의견은 직원들의 만장일치로 인해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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