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2화 〉 내 주막 박살난다 이놈아!!!!!
* * *
청룡.
청룡에 대해, 강하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예전에 향종이 류월의 과거를 이야기할 때, 잠깐 언급하는 식으로만 넘어갔고, 류월 또한 청룡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꺼렸기 때문에, 강하 또한 굳이 꼬치꼬치 캐묻는 대신, 관심을 꺼 버렸다.
그리고, 그 청룡이 지금, 스타 주막에 나타났다.
“....어머나...너희들은 일단, 거기 있도록 하렴.”
갑작스러운 상황임에도, 백설은 당황 대신, 손을 움직여 옆으로 피해 있던 스타 주막 직원들에게 보호막을 씌워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 항상 드리워져 있던 미소는, 이내 사라진 이후였다.
[네 년이 감히 이 몸을 찾아와? 정녕 사지가 찢겨버리고 싶은 모양이로구나! 그렇다면, 소원대로 해주마!]
“..! 야, 야야!! 내 가게!!!”
“아이코 무서워라~ 오랜만에 만난 사이 아니야? 너무 살벌한데?”
[닥쳐!]
흘낏 뒤를 바라본 류월은 직원들이 백설의 보호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자, 이내 전신의 힘을 끌어모으며 청룡에게 달려들었다.
당장은 인간형으로 달려들었지만, 그녀의 손은 검게 물든 거대한 형태, 마치 용의 발톱과도 같은 모습으로 바뀌어, 한번 휘두를 때마다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후폭풍에 홀에 비치되어있던 탁자들과 의자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박살 나기 시작했다.
그런 류월의 공격은, 강하조차도 힘들게 시야를 따라가는 것이 최선이었지만, 자신을 청룡이라고 밝힌 소녀는 가볍게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류월의 공격을 아주 손쉽게 피해냈다.
“음....이대로 네 손에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안 돼. 얍!”
[이년...!]
한참동안 공격을 피하기만 하던 청룡은, 갑자기 몸을 돌려 류월의 공격을 그대로 받아드리....는 가 싶었더니, 오른손을 들어 펼치더니, 그대로 그녀의 주먹을 막아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녀의 오른손에는 희미한 막이 처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음....즐겁게 살고 있나 보네? 인간들이랑, 그나저나 놀랐다니까? 저 아줌마는 누구야? 완전 괴물이잖아~”
“아줌....!”
류월과 대치하고 있는 상태로, 주변을 살펴보던 청룡이 백설을 바라보며 말하자, 백설이 순간 움찔거리던 것을 강하는 볼 수 있었다.
‘의외로 나이가 콤플렉스 구나.....’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백설의 반응에, 강하는 백설의 앞에서는 나이 이야기를 꺼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예전이랑 달라진 게 없구나? 인간이랑 소꿉놀이 타령이라니.”
[닥치라고 했거늘...!]
“우왓! 깜짝이야...~”
청룡의 말이 그녀의 속을 긁었는지, 더욱더 강하게 몰아치자, 청룡은 뒤로 한 발 짝 물러났다.
“아무튼, 잘 지내고 있나 봐?”
“.....저기?”
“음? 뭐야? 인간...? 이면서 용..? 신기하네에?”
“으힉..!”
그렇게 한참 박터지게 폭력이 쏟아지던 와중, 강하는 그녀가 볼 수 있도록 손을 번쩍 들어, 청룡에게 무언가 말을 꺼내려 했다.
그러자 강하를 바라본 청룡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강하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거기서 떨어지지 못할까?]
“아이고....넌 예전부터 성질이 너무 급해서 문제야.”
“으힉!”
[크윽...!]
그러자 곧바로 청룡을 따라온 류월이 주먹을 휘둘렀지만, 청룡은 아주 빠르게 강하의 뒤로 돌아, 강하를 내밀자, 류월은 공격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치졸한 년 같으니....!]
“대화 좀 하려고 찾아온 건데, 너무 심하지 않아? 나 마음에 상처 받았어~”
“으아....”
[.....빨리 말해라....!]
강하가 방패가 된 이상, 류월은 섣불리 공격을 가할 수가 없었다.
“이제야 말이 좀 통할 것 같네~ 좋아! 그럼, 이제 내가 온 이유를 말하자면...”
그렇게 대척 상태가 되자, 청룡은 방긋 웃으며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다만.
“그런데, 참 건방진 아이구나. 예의라는 것이 조금, 부족해.”
“우왓!”
“뭐...뭐야?”
그 순간, 강하의 시야가 번쩍하더니, 어느새 백설의 치마폭에 안겨져 있는 자신이 보였다.
“괜찮니?”
“음....이 자세가 매우 쪽팔리다는 것 빼고는, 네...뭐...”
“후훗, 너도 같이 이 아이들과 있으렴.”
치마폭에 안겨진 강하를, 방어막에 둘러싸인 직원들 곁으로 내려준 백설.
“도령니임!!!!”
“우와!! 형! 저 애는 또 뭐야? 용?”
“저 여성도 아마....용인 것 같아요...”
“세상에, 또 용이라니....아씨는 어째 용들이 이렇게나 꼬이는 걸까요?”
“....내가 묻고 싶은 지경인걸...”
진짜로 나, 드래곤라자?
“우씨! 뭐야아! 기껏 대화 좀 할 수 있게 됐는데....이러면...또....! 반복이잖아아!!!”
[이리 오지 못할까!]
그렇게 강하라는 방패가 사라진 청룡은, 다시금 이어지는 류월의 공격을 피해 다니며 소리쳤다.
“우으.....이렇게 되면, 대화는 글렀네, 머리 좀 식히고 나서 만나는 게 좋겠어.”
청룡은, 자신을 항해 달려드는, 마치 광전사 같은 류월을 바라보더니, 이내 훌쩍 거리를 벌렸다.
“안녕~ 다음에는 머리 좀 식히라구?”
[어딜 도망가려는 것이냐!!!]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았던 청룡은, 일단 자리를 벗어나기로 했다.
허나.
“어딜 가려는 거니?”
“으앗...!”
그렇게 류월의 공격에 의해 뚫려버린 주막의 벽을 향해 달려가던 청룡은, 투명한 무언가에 막혀버려 튕겨 나오고 말았다.
“이...이건?”
“예의도 없이, 이렇게 난장판을 만들었다면, 대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니?”
백설이 이미, 청룡이 류월과 투닥거리는 사이, 이미 주막을 둘러싼 결계를 설치한 모양이었다.
“하하....아줌마...엄청 강하네...”
“아줌...!.....좋아, 대화는 언제는지 해줄 수 있단다? 일단 꽁꽁 묶어서 벌을 좀 주고 나서 생각해 볼까?”
다시금 아줌마라는 소리에 움찔거린 백설이, 웃고 있지만, 전혀 웃고 있지 않은 얼굴로 천천히 청룡을 향해 걸어갔다.
“이거 참....여기서 묶여버리면 안 된단 말이야.....더럽게 아프겠지만....별 수 없나아아!!!”
투명한 벽을 퉁퉁거리며 두들긴 청룡은, 무언가 결심한 듯 자기 오른손에 기력을 모아, 결계를 뚫기 시작했다.
“으으아아아아아!!!!”
“...!”
[네년..!]
그렇게 힘을 쓰기 시작한 청룡의 오른손이 결계를 뚫는 것은 성공했지만, 그녀의 오른손은 붉은 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지 않는 류월과 백설이, 빠르게 그녀에게 다가갔지만.
“늦었어!”
결국, 청룡은 전신을 붉게 물들이며, 결계를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녀는 결계를 나오자마자 하늘로 빠르게 날아올랐다.
“아이고 아파라.....나에게 이런 상처를 남기게 만들다니.....! 용서 못해...!”
“어머나~ 용서 못한다면, 이리 내려와서 승부를 가려보지 않으련?”
“글세, 난 저기 저 바보 도마뱀처럼 단순 무식하진 않거든, 질 게 뻔한데 달려들다니, 바보 아냐?”
[뭐라!]
“오늘은 돌아갈게, 나중에 머리 좀 식히고,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화련]으로 찾아와. 난 거기 있으니까.”
“화련...?”
“화련이라면....도령님이 곧 가는 그곳이잖아요!”
“맞아...”
우연의 일치인가?
강하는 자신의 일정과 갑작스럽게 나타난 청룡의 주거지가 같다는 것에 묘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럼, 안녕~”
[이...이런...! 놓쳐버렸군....! 언제나 도망치는 것 하나는 빠른 년 같으니...!]
그리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청룡은 순식간에 공중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이젠 괜찮나요?”
“....그런 것 같네, 그 아이....누구인 걸까?”
[......이 몸과 이어진 악연....이다."
“으음.....”
갑작스러운 화련으로부터의 초대, 그리고 또 갑작스러운 새로운 용의 등장.
무언가 이 둘 사이의 무언가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것보다도 먼저.
“내 가게!!!!!!!!!!!!!”
류월과 청룡의 싸움 덕에, 주막의 홀은 풍비박산이 된 상태였다.
탁자는 이미 가루가 되어 공중을 날아다니고 있고, 컵과 유리잔마저 전부 박살이 나버리고 말았다.
“제기랄...젠장.....청룡이든 청개구리든 모르겠지만.....빌어먹을....내 가게가아....”
그래도 다음번에 만난다면, 반드시 죽빵이라도 한 대 갈기겠노라고 다짐하는 강하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