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6화 〉 (추석 특별편)스타 주막의 한가위. (166/289)

〈 166화 〉 (추석 특별편)스타 주막의 한가위.

* * *

“곧 추석인가...?”

강하는 주막 마당에 떨어져 내리는 붉은 단풍나무를 빗자루로 쓸어내리며 중얼거렸다.

어느새 산들의 색이 노랗게 빨갛게 물든 가을이 훌쩍 지나가고 있었다.

“추석....나 세뱃돈 주라!”

“뭐래 그건 설날이고!”

“아얏!”

그로 인해 상당히 많은 나뭇잎이 주막 마당으로 쏟아졌기에, 다 같이 마당을 쓸고 있었다.

강하의 중얼거림을 들은 혁수가 손을 불쑥 내밀며 돈을 요구하자, 강하는 어이없다는 듯이 그 손을 쳐냈다.

“추석....그게 뭔가요?”

“엥? 추석 몰라?”

그리고 그녀의 옆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던, 향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아.....그렇구나....여긴 추석이 없나?”

추석(??).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 가을 달빛 중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다.

음력으로는 8월 15일인,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명절인 날이다.

이날만 되면, 자주 보지 못했던 가족들이 한데 모여, 서로간의 근황을 묻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웃는, 그런 날이다.

‘나야 뭐....전 부치느라, 바쁘기만 했지만...’

언제나 명절날이 되면, 푹 쉬고 싶었던 강하였으나, 요리를 할 줄 안다는(미슐랭 레스토랑 셰프) 이유로, 엄마가 억지로 그녀를 끌고, 차례상을 차리게 하였다.

쉬는 날마저 요리해야 했지만, 오랜만에 친척들도 보고, 나쁘지는 않았다.

그것보다도 차례가 끝나고 먹는 음식들도 참 좋았는데....

한에는 그런 명절이 없다니 약간 쓸쓸해진 강하였다.

잠깐.

“그럼 그냥 내일을 추석이라고 치고, 우리끼리 즐길까?”

추석이 없다면,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런...가요?”

“무슨 이야기냐?”

“뭐예요? 무슨 일?”

슬슬 소란스러워진 분위기에, 모두 한둘씩 강하의 근처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내일은 가게를 하루 쉬고, 추석을 즐기자!!!”

“....추..석?”

“그건 또 뭐냐?”

“가게 쉬어요?”

그렇게 강하의 말에, 모두 갸웃하면서도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______________________

“후아암~....”

이른 아침.

향이는 졸린 눈을 비비며, 침상에서 일어났다.

“.....그러고 보니, 도령님이 오늘 무엇을 한다고 했었는데...”

언제나처럼 간단하게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씻기기 위한 1층으로 내려가는 향이.

“으럇차!”

“으앗! 조금 살살해! 다 부서지겠네!!”

“우왓...!”

“아차...쏘리 쏘리!~”

“음? 이게 무슨 소리지?”

그러자 마당에서 들려오는 일정한 소리와 투닥거리는 대화 소리가 들려오자, 향이는 마당으로 발을 옮겼다.

“도령님...?”

“아, 향아, 일어났어?”

“그건....떡방아?”

“송편 피를 만들기 위해서, 불린 찹쌀을 빻고 있는 거야, 이렇게 가루로 만든 찹쌀로 피를 만드는 거지.”

마당으로 나오자, 그 곳에는 떡방아에서 찹쌀을 가루로 만들고 있는 강하와 혁수, 그리고 진혁이 있었다.

“추석은 역시 송편이 있어야지!”

“그치?”

“송편...?”

“아, 우리 세계에서 추석 때 먹는 떡이야, 아주 맛있어!”

“그것 참 멋지네요!”

“그치? 그리고 미안한데, 직원 애들 좀 깨워줄래?”

“네에~”

‘송편이라....도령님이 만드시는 거니까, 맛있겠지?’

향이는 강하의 부탁을 듣고, 다시금 2층으로 올라가 직원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_______________

“그래서, 무엇을 하면 되겠느냐?”

어느새 모두 일어나고, 1층 홀에 모이게 되었다.

“일단 송편을 빚어볼까?”

어느새 다 만든 송편 피를 한 손 크기로 잘게 썰어둔 강하가 수많은 송편 피를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송편..?”

“그게 뭔가요?”

“우리 나...아니 떡의 일종인데, 찹쌀가루랑 소금이라 물로 반죽해서, 이렇게 만든 것에다가, 여러 가지 속 재료를 넣어서 쪄내는 떡이야!”

“과연...그런 요리군요?”

“상당히 색다르네요?”

“이런 요리는....한에 없어?”

“떡이라고 하면, 가래떡에 조청을 찍어 먹거나, 백설기로 만들어서 먹는 게 일상적이에요.”

“아! 시루떡! 시루떡 맛있어요!”“설날에는 떡국을 먹었죠!”

“그렇구나~”

한에 살고 있는 장본인인 향이와 벼루가 떡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응? 잠깐만.

“설날이 있어?”

“네? 그럼요! 한 해를 새로 시작하는 날이에요! 중요한 날인걸요?”

“허참....설날은 있는데 추석은 없다니....”

뭔가 이 세계, 상당히 적당적당하지 않아?

“그래서, 그 송편이라는 것은 어떻게 만드는 것이냐?”

“아차차, 설명하던 도중이었지? 자, 이렇게 만든 송편 피에, 준비한 여러 가지 소를 넣어서 빚으면 돼! 자.....이 소를 하나 집어서....꿀깨소를 넣어서...이렇게!”

“오...”

“이쁘다....!”

강하가 시범을 보이기 위해, 먼저 꿀깨소를 넣은 송편을 하나 빚어냈다.

“자, 소는 여러 가지 있으니까, 다양하게 만들어서 빚어봐!”

“““네에~”””

“그럼 난 다른 음식을 만들어 볼까....”

그렇게 강하는 직원들에게 송편을 맡기고, 자신은 다른 요리를 만들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______________________

“이렇게....짠! 혁수! 어떠냐? 이쁘지?”

어느 정도 감을 잡은 힐라가 자신이 빚은 송편을 혁수에게 보여주며 한껏 어깨를 들썩였다.

“오~ 잘 만들었네요?”

“.....아니야, 못 만든 거야.”

“엥?”

“아...아직 손이 덜 풀려서 그래!!”

하지만, 자기 손에 들린 송편보다, 혁수가 빚은 송편이 더욱 매끄럽고 예뻤기에, 힐라는 순식간에 주눅 들어버렸다.

[주인! 어때? 토끼님이야!]

“그래, 귀엽네.”

“으큭....! 이거 상당히 어렵구나...!”

“후훗, 괜찮아~ 천천히 해보렴~”

다른 직원들도 저마다의 송편을 빚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나중에 낳을 아기도 예쁘게 나온다는 말이 있었지?”

“...!!”

“!!!”

그러다가 문득, 어디선가 들어본 말이 있었던 진혁이 중얼거리자, 순간 눈을 번뜩 뜨는 두 사람이 있었으니...

“조...조금만 더 예쁘게....!”

“예쁜 아이....인가...!”

그 두 사람은 바로, 요즘 따라 한창 사랑에 빠진 소녀 벼루와 혁수를 바라보며 침을 흘리는 매화였다.

“다 빚었어? 다 빚었으면 쩌내...흐익!”

두 사람은 금방까지 웃으며 송편을 빚었던 것이 마치 거짓말처럼, 단 한마디의 말도 없이 집중해서 송편을 빚기 시작했다.

요리를 마친 강하가 주방에서 나와, 그 모습을 보고 약간 질릴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음~ 맛있어!”

달짝지근한 갈비찜 소스와, 야들야들한 소고기가 입안을 가득 채우자, 어느새 행복한 기분에 가득 차는 힐라였다.

“부추전에 김치전! 이건 역시 막걸리랑 같이 먹어야지!”

“산적꼬치 맛있다....!”

“동그랑땡이라....썩 나쁘지 않구나. 움냠냠...!”

“어머나~ 이 나물도 맛있네~”

추석이기는 하지만, 정작 차례를 할 조상도 없었다.

하지만 차례상에 올라가는 음식들은, 추석에만 맛볼 수 있는 특권!

강하는 그것을 포기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럼, 가볍게 한 잔 땡길까?”

그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던 강하가, 청주가 가득 담긴 호리병을 흔들거리며 말했다.

칵테일도 좋지만, 원래 이런 자리는 청주가 어울리는 법.

“나는 아주 좋단다~”

“난 막걸리가 좋아....!”

“이런 날에 술이 없으면 아쉽죠!”

그리고 술꾼 하면 저요! 라고 외칠만한 백설과 매화, 그리고 진혁이 손을 번쩍 들며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술병을 바라보았다.

“자! 지금은 별 생각 없이 먹고 마시자!”

원래 명절은 그런 날이니까!

그렇게 중얼거린 강하는, 술잔을 높게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_____________________

그렇게 먹고 마시고 하다 보니, 어느새 활활 타오르던 태양이 지고, 밤이 다가왔다.

그리고 스타 주막의 직원들은 전원이 마당으로 나와, 탁자와 의자들을 옮기고 있었다.

“굳이 밖에서 먹는 이유가 있나요? 편하게 안에서 먹어도 좋을 텐데...”

그리고 그런 행동에 의문이 생긴 파렌이 강하에게 물었다.

“....저거 봐.”

그러자 강하는 별 말 없이, 하늘을 가리켰다.

“응?..........와아....이래서 셰프님이 밖에서 먹자고 한 거였군요?”

“어때? 멋지지?”

강하가 가리킨 하늘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아주 밝게 떠오르는 보름달이, 주막을 비추고 있었다.

“이런 날에는 보름달을 바라보며, 만들어 두었던 송편을 먹는 거야!”

“오! 완성 됐구나?”

그리고 오전에 만들어 두었던 송편이, 막 다 쪄졌는지 모락모락 김을 내며 접시에 올라가 있는 것을 벼루와 향이가 차례차례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맛있겠다!”

“잘 먹겠습니다!”

[앗! 꿀이다! 달콤해~]

“윽...! 하필 콩이냐....난 콩은 별론데...”

“잉? 누가 송편에 초콜릿을 넣었어?”

“쫄깃하고, 맛 좋네요~”

모두 바깥에서 탁자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송편을 먹는다.

둥근 보름달이 밝게 비치며, 은은하게 그들을 감싸는 것만 같았다.

“....좋네....달이 참 밝아.”

이렇게 사람들과 모여, 맛있는 음식들을 먹고, 둥근 달을 바라보니, 마음속이 간질거리는 강하였다.

모두, 즐거운 한가위가 되기를....!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