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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8화 〉 신고식을 한다면, 완벽하게! (168/289)

〈 168화 〉 신고식을 한다면, 완벽하게!

* * *

‘속 쓰리네....’

강하는 아려오는 배를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화련.

드넓은 영토와, 그것에 맞게 수많은 민족들이 살았던 대지.

각각의 민족들은 저마다의 나라를 세우고, 매일같이 자신들의 영토를 넓히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모든 전쟁에서 승리하여, 모든 민족을 모아 세운 나라.

그것이 [화련]이었다.

화련은 대국인 만큼, 강대한 힘을 가졌으며, 조금이라도 실수를 했다가는 능멸죄로 목이 달아나는 것이 당연했다.

뭐, 정말로 목을 치려고 해도, 강하는 상처 하나 없기는 하겠으나,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강하는 전혀 바라지 않았다.

/고개를 들라./

“고개를 들라고 하십니다.”

“아...넵...!”

한참이나 땅에 머리를 박던 강하는 하진의 말에 반응하며 고개를 들어, 정면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눈가에 주름이 생기기 시작한 나이었지만, 그의 인상은 늠름한 장군 같았으며, 그로 인한 압박감은 상당했다.

‘향종 전하랑 바이제르 전하가 상냥하시기는 했지.....’

지금까지 봐왔던 왕족들과는 다른, 무시무시할 정도의 기백이 흘러넘치는 사내였다.

이 정도는 돼야, 대국을 거느리는 것이다.

“우...위대한 화련을 다스리는 황제 폐하를, 이 미천한 여식이 뵈옵니다...”

순간, 멍하니 황제의 얼굴을 바라보던 강하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무릎을 꿇어 황제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래....네가 바로 그 ‘강하’렸다....?/

“그...그렇사옵니다. 황제 폐하.”

‘강하 라니? 아무리 내가 손님으로 왔다고는 한들, 그가 나 같은 인물의 이름을 외우고 있을 필요가 없을텐데...? 이미 나를 알고 있다는 소리인가?’

강하는 자신이 먼저 이름을 알리지 않았음에도, 이미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황제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대가 정말, 삼불점. 이라는 요리를 만든, 한의 스타 주막의 주인, 강하가 맞는가?/

“.....한 치 거짓도 없는 사실이옵니다.”

‘나...뭔가 잘못했나? 찍힌건가? 이런 썅....!’

황제의 말에 강하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을 때.

‘저 아이가 바로 리 차오가 질리도록 말한 소녀인가? 생각보다 많이 어리군.’

리 차오의 청으로, 강하를 화련으로 초대한 이후, 리 차오는 광릉제, 킨 료우를 만날 때마다 시도 때도 없이 강하와 강하의 요리가 얼마나 훌륭한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떠벌거렸기 때문에, 킨 료우가 강하의 이름을 외우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나저나, 정말로 저 소녀가 리 차오를 감동하게 한 것이 맞단 말인가?’

킨 료우는 자신의 앞에서 무릎을 꿇은 소녀를 보며 의문을 품었다.

리 차오.

그는 자기의 역할 덕분에 세계 각국을 돌아다녔고, 그만큼 늘어난 미식에 의해 상당히 섬세하고 예민한 혀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 그였기에, 가령제의 요리 대화의 심사위원으로 뽑히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 리 차오가, 한에서 돌아오자마자 청한 청이 바로 저 소녀를 초청하는 것에다가, 뭐만 하면 그때 먹었던 요리를 계속해서 말하니, 황제의 지위에 올라, 온갖 산해진미를 맛본 킨 료우 조차도 가끔 침이 고일 정도였다.

그런데, 그 화재의 인물이 이렇게나 어릴 줄은.

아직 성인식도 치르지 못할 정도의 어린아이가, 그것이 가능한 것인가?

혹여, 무언가 수상한 짓이라도 저지른 것이 아닌가?

이런 의문이 드는 것 또한, 당연한 이치.

/그렇군...../

“.......”

그리고 이어지는 침묵.

황제의 침묵이 1초 늘어날 때마다, 강하의 심장은 자꾸만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그대의 음식이, 그렇게 맛이 좋다고 하지?/

그리고, 드디어 입을 연 황제.

“과찬이십니다.”

/한에 방문한 대신의 말에 따르면, 한 번도 보지 못한 음식이면서도, 어디선가 익숙하게 우리 화련의 음식과 비슷한 기호를 띈다고 들었다./

“예....”

/그렇다면, 나도 한번 먹어봐야겠군./

“그렇습...예?”

‘가...갑자기?’

/황제 폐하! 아무리 한에서 온 자라고 한다 한들, 그는 외부인입니다! 어찌 감히 외부인이 만든 요리를 황제 폐하께서 맛보신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만에 하나 저 소녀가 불경한 마음이라고 가진 자라고 한다면 어찌하실 것입니까!/

황제의 발언 이후, 화들짝 놀란 대신들이 앞다투며 입을 열어 황제의 의견에 반대를 청했다.

황제.

그의 위치에 따라서 그 왕좌를 노리는 수많은 적들이 존재했다.

그런 그에게는 언제나 강철 같은 병사들이 호위를 서고, 음식들조차 수많은 기미가 먼저 독이 있는지 없는지, 맛보는 것은 이미 일상이었다.

그런 황제가, 아무리 한의 왕궁에서 온 손님이라고 한들, 갑작스럽게 그녀의 음식을 먹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였다.

/걱정하지 말도록, 우리의 동생, 한이 그런 자를 이곳까지 보내올 이유는 없다. 나는 우리와 국교를 맺는 한과, 지금 눈앞에 있는 소녀를 믿는다./

/황제저하..../

하지만 황제는 자신의 뜻을 전혀 굽힐 생각이 없어 보였다.

/조용......그래서 묻는다, 강하. 자네는 내 혀를 감탄시킬 만한 요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대신들의 입을 닫게 만든 황제가, 다시금 강하를 내려다보며, 묻는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나는 뭐지? 요리사.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저에게 맡기신다면, 황제 폐하께서 실망하시지 않을 요리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음식을 원하는 사람에게, 최대한 맛있는 요리를 해 주는 것!’

‘호오......어딘가 위축되있던 눈이, 볼만해졌군.’

분명, 금방까지도 긴장이 역력하여, 바들바들 떨고 있던 소녀는 이제 없다.

지금은, 그저 의지에 불타는 한 요리사만이, 황제를 바라보고 있었다.

/좋다. 대답 한 번 잘했군. 허나, 그 당찬 대답에 비해, 내 혀가 실망을 느낀다면, 참으로 안타까울 일이야./

“그럴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저..! 저 계집이 무엄하게!/

/감히 황제의 대답에 저런 발칙한!/

/조용히 하게, 당장 숙수를 불러, 저 소녀를 주방으로 안내하게, 식사는.....곧 이로군, 숙수에게 전해서 오늘 식사는, 저 강하라는 소녀가 만들도록 하라고 지시하라./

/.......예./

“강하님, 저분을 따라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고마워요.”

그렇게 강하는, 황제의 명에 따라 한 병사와 함께 길을 나섰다.

/....참으로 당찬 소녀로군..../

그녀는, 요리라는 말을 듣자마자 순식간에 자세가 바뀌었다.

‘저 강하라는 소녀는, 자신이 만들 요리가 맛이 없음을 걱정하던 것이 아니었군....후후...’

이 황제라는 자리에 오른 자신을 보면서도, 저 당찬 포부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킨 료우는 어느샌가 식사 시간을 상상하며, 입가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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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씨....긴장해서 혼났네....!”

“그러게나 말입니다...! 저...저도 화련에 몇 번이고 오긴 했다만, 이렇게 직접 황제 폐하를 보는 것이 처음이군요....”

황제와의 알현이 끝나고, 가까스로 바깥에 나온 강하와 하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식은땀을 닦아내었다.

“혀엉~”

“도령님!!”

다시금 왔던 길을 돌아가고 있자니, 자신들을 기다리던 스타 주막의 직원들이 강하를 발견하고는, 후다닥 달려왔다.

“어땠어?”

“어후....말도 마라....말 한마디 잘못했다가는, 바로 모가지 날아갈 것 같았는데? 물론 날아갈 리는 없지만.”

“황제 폐하는 어떤 분이셨나요?”

“음....뭐랄까, 딱 중국 사극에 나올 법한.....멋진 배우가 연기하고 있는 것 같았어, 뭐. 이쪽은 배우가 아니라 실제지만.”

“사...사극? 배우...?”

“누가 감히 네 목을 친다는 말이느냐! 감히 그런 일을 벌였다가는, 이것들을 그냥...!”

“야...! 야! 가만히 좀 있어! 그냥 그럴 것 같았던 분위기라는 소리야!”

“....커...커흠...! 그렇군. 혹시라도 곤란하면 말하도록, 내가 전부 쓸어 버릴 테니.”

“그럴 일은 절대로 없다.”

“어머나~ 류월이 참 듬직한걸?”

“자! 아무튼 잡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집중하자.”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정리하기 위해, 강하는 손뼉을 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막 화련에 도착한 참이지만, 곧바로 일해야 할 것 같아.”

“역시 도령...아니, 셰프님이세요!”

“에고....무슨 오자마자 일이야? 좀 쉬자~”

“우리는 여기 놀러 온 거 아니거든?”

“그래서,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갑작스러운 일이지만, 스타 주막의 직원들은 늘 있는 일이라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이렇게 된 이상, 아주 끝내주는 요리를 맛보여주지!’

“일단, 이 거추장스러운 옷부터 벗자고!”

그렇게, 화련에서 만드는 첫 요리를 시작하려는 강하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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