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0화 〉 차이나타운의 맛.
* * *
/황제 전하, 식사가 준비되었다고 합니다./
똑똑 하고 울려 퍼지는 노크 소리 후에, 드디어 식사 시간을 알리는 하인이 킨 료우가 있는 방 안쪽까지 들리도록 문밖에서 외쳤다.
/큼큼....그래, 금방 가도록 하마./
킨 료우는, 혹시나 지금 기대되는 목소리를 신하들이 눈치를 챌까 봐, 최대한 목소리를 정돈하여 대답하였다.
/황제 전하./
/그래./
잠시 편한 옷을 입고 있었던 황제가 손짓하자, 그를 둘러싸기 시작하는 궁녀들이 그의 옷고름을 풀어 해치고, 아름다운 자수들이 박힌 고급진 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밥 먹을 때 정도는 편하게 먹고 싶었지만, 일단 외부인이 만드는 음식이니, 위엄을 잃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잠시 시간이 지난 후, 완벽하게 갈아입은 킨 료우는 앞장서는 하인을 따라 느긋이 걷기 시작했다.
‘과연, 무엇을 만들었을까....’
킨 료우는 그 누구도 보지 못하게 조심스러운 움직임으로 혀를 다셨다.
리 차오의 추천과 그 청룡의 칭찬이 있었기에, 킨 료우의 기대는 하늘을 치솟을 정도였다.
‘청룡이 맛있다고 할 정도이니, 대단한 요리가 나올 터.’
특히 청룡의 칭찬이 있었기에, 더욱 신경이 쓰였다.
청룡.
그녀가 어떤 존재인가.
겉으로는 내숭을 떠는 척하지만, 그녀의 속내는 언제나 인간을 깔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자신보다 하등 생물인 인간의 요리를 맛보고 칭찬할 정도라면....
/황제 전하?/
/아, 아니다. 어서 가도록 하지./
순간적으로 발걸음을 멈춘 황제에게 무슨 일이 있나 싶은 하인들이 물었으나, 황제는 손을 내저으며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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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를 끝마쳤습니다.”
커다랗고 둥근 식탁에 앉아있던 황제의 앞에 무릎을 꿇은 소녀가 말했다.
/그렇군, 자네가 만든 요리에 기대가 참 크네./
“그럼, 요리를 내오도록 하겠습니다.”
/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소녀가, 무언가 손짓을 하더니, 궁녀들이 뚜껑이 덮인 접시들을 내오기 시작했다.
일부러 뚜껑까지 덮으면서 정체를 숨기는 요리를 본 킨 료우는, 더욱 기대감이 커지는 것을 느꼈다.
어느새 두 개의 접시가 식탁 위에 올라왔다.
당연히 뚜껑이 덮여, 그 정체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자, 황제 폐하를 위해 만든, 새로운 방식의 화련식 요리입니다.”
/오오...../
어느새 식탁의 앞까지 다가온 소녀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뚜껑을 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요리의 정체가....
/....음?/
어느새 두 접시 모두, 뚜껑이 열리고, 모습을 들어내자, 황제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자네가 만든 요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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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는 생각했다.
중식의 퓨전.
중식의 맛도 살리면서, 색다른 맛을 내는 요리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녀는 어렵지 않게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차이나타운.
과거, 강하가 뉴옥의 레스토랑에서 연수받으며 하루하루 바삐 일하고 있을 무렵.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가려던 찰나, 선임이 맛있는 음식점을 소개한다며 자신을 끌고 갔었다.
그곳은 바로, 차이나타운의 한 중식점.
그 선임은 언제나 양식을 추구하고, 깐깐한 성격의 소유자였기에, 당연히 양식점이라고 생각했던 강하의 예상이 완전히 박살이 났다.
그리고, 너무나도 뜬금없는 차이나타운.
복잡미묘한 표정을 짓던 강하에게 선임은 말했다.
[여기 맛있거든, 일단 한번 먹어봐.]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은 선임의 말에, 강하는 속는 셈 치고 선임이 시킨 요리를 맛보았다.
그리고, 몇분 채 되지 않아 접시 위에 남아있던 요리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뉴옥에 오고 나서부터 느끼지 못했던 아시아풍 요리에, 양식 한 국자를 끼얹은, 강하의 입맛에도 충분히 맛 좋은 음식이었다.
그리고 강하를 사로잡은 요리들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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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물 튀김 면과, 탕추 파이구(탕수 갈비)입니다.”
기름에 튀겨낸 면과 여러 가지 해물이 올라간 해물 튀김 면과, 노릇노릇하게 튀겨낸 갈비에 소스가 얹어진 탕수 갈비.
/그렇...군.../
확실히. 킨 료우가 본 적이 없는, 요리는 맞았다.
하지만, 화려하고 멋진, 어딘가 감탄이 나올법한 요리를 기대한 킨 료우의 눈에는, 그저 그런 평범한 요리로 보였기에, 그는 실망감을 숨기기 어려웠다.
‘이게 저 소녀의 최선이란 말인가....이런, 실망이 크군.’
“실망감이 크실 것입니다. 황제 폐하가 생각하는, 그런 요리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
허나, 그런 강하는 킨 료우의 행동을 이미 예상이라도 한 듯이, 아직까지 그녀가 짓고 있는 미소는, 풀리지 않았다.
“제가 장담컨대, 황제 폐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그릇을 전부 비우게 될 것입니다.”
‘마치 예전의 저처럼 말이죠.’
마지막 말이 튀어나올 뻔했으나, 강하는 가까스로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네 이놈!/
/무엄하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그런 태도의 강하가 무례해 보였는지, 황제의 뒤에 서 있던 병사들이 강하와 그녀의 말을 번역한 하진에게 칼을 들이밀기 시작했다.
황제를 모욕한 죄는 아주 크나큰 죄, 심지어 외부인이 그런 죄를 저지른다면, 더더욱 커다란 엄벌을 취해야 했다.
/후...하하하!! 그만./
/하...하지만 폐하.../
/내가 그만하라고 명하지 않았느냐./
/......../
하지만, 장본인인 킨 료우는 호탕하게 웃으며, 병사들에게 손을 흔들어 그들을 제지했다.
/참으로 담이 큰 아이구나, 좋다. 만약 내가 너의 말대로, 음식을 싹 비운다면, 너에게 상을 내리도록 하마.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어떻게 될지 잘 알겠나?/
“물론입니다.”
/좋다, 일단 먹어보지./
/폐하, 일단 기미를 먼저 하는 것이./
/되었다. 가만히 있도록./
자신의 앞에서 배짱 좋게 서있는 소녀의 모습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킨 료우는, 드디어 젓가락을 들었다.
“해물튀김면을 드실 때는, 이 소스...아니 양념에 찍어 드셔주십시오.”
/흐음....알겠다./
먼저, 해물튀김면으로 젓가락을 향하자, 강하가 끼어들어 작은 종지에 들어있는 소스를 내밀었다.
바삭하게 튀긴 면은, 킨 료우가 집어 들자, 아주 가볍게 들렸다.
킨 료우는 튀긴 면과 새우살을 같이 집어 들어, 강하가 내민 소스에 찍어, 한 입 맛보았다.
/....!/
/폐...폐하!/
/이...이년이 감히! 폐하의 식사에 독을...!/
그러자, 갑자기 몸을 젖히며 움찔거리는 황제를 본 병사들이 급히 칼을 빼내었으나.
척.
황제는 손을 내밀어. 그들의 움직임을 멈추고는, 계속해서 입을 우물거렸다.
잠시간의 무거운 침묵.
이윽고, 꿀꺽하며 황제가 음식을 목으로 넘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굉장하군....굉장해!/
바삭하면서도 고소한 면과, 탱글탱글한 새우살.
그리고 그가 건넨 새콤하면서도 진한 마늘의 향이 느껴지는 소스.
말 그대로 찰떡궁합의 맛이었다.
킨 료우는, 금방까지 실망의 기색이 드리웠던 얼굴은 어디 가고, 어느새 젓가락을 바삐 놀리며 해물튀김면을 해치우고 있었다.
‘맛있군....너무 맛있어!’
쫄깃한 문어 살과 아삭한 청경채.
달걀노른자가 들어가, 바삭하고 고소하며 농후한 튀김 면과 새콤달콤한 마늘소스.
그 조합을 이기지 못한 황제는, 젓가락을 들이밀다가 무언가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버...벌써 다 먹었단 말인가?/
얼마 시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그가 내저은 젓가락은 허공만을 가를 뿐이었다.
“입맛에 맞으십니까?”
/크...크흠...! 이...일단 다른 요리도 한번 먹어보지./
당혹스러운 그의 의표를 찌른 것처럼, 슬쩍 다가와 미소 짓는 강하의 얼굴을 본 황제는, 헛기침을 하며 두 번째 요리에 젓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이건....소고기를 튀긴 요리로군.....과연 어떤 맛이 날지...’
이미 그에게 망설임이란 단어는 없었다.
곧바로 고기 한 조각을 집어, 우적, 하고 베어 물었다.
/...!!!! 맛있구나!!!/
/폐...폐하?/
/어...어찌 이런 맛이!/
처음으로 느껴지는 것은, 튀김에 코팅된 소스.
새콤하면서도 이국적인 소스에, 살짝 매콤한 맛이 감돌았다.
그다음은 바삭한 튀김.
분명 소스에 절여졌는데도, 튀김은 전혀 눅눅해지지 않고 바삭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마지막으로, 고기.
소고기의 진한 육즙과 기름에 튀겨 고소한 고기가 부드럽게 이빨에 잘려 나갔고.
적절하게 기름과 살집이 어우러진 좋은 소고기는 그의 입에서 순식간에 녹아버렸다.
/에잇! 젓가락이 참으로 불편하구나!/
/폐...폐하..!/
/부디 체통을..../
/입 다물 거라! 어찌 이런 음식을 맛보고 있는데, 체통 따위를 신경을 쓴단 말인가!/
그러나, 갈비인 만큼, 뼈에 붙어있는 고기를 젓가락으로만 먹기 힘들었던 킨 료우는 결국, 젓가락을 집어던지고 두 손으로 튀김을 집어, 먹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대신들과 병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언제나 진중하고, 체통을 지키던 황제가, 제 손으로 젓가락을 집어 던지더니, 야만인처럼 맨 손으로 덥석덥석 집어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들 머릿속에 떠오른 한 가지.
얼마나 맛있으면 황제가 저 지경까지 된 것일까.
그 생각이 들고 만 사람들은, 잠시 멍하니 황제를 바라보다가, 이윽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이 요리를 만든 소녀가 삐뚜름하게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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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에 나온 피낭시에를, 대학에서 만들어 보았습니다.
부드럽고, 고소하며, 탄 버터의 풍미가 장난 아니게 맛있었습니다...!
카랴멜을 반죽에 섞어 만드니까, 더욱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그냥....!
(이 사진은 교수님이 찍어 주셧습니다. 교수님 인스타 하시면 인기스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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