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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1화 〉 '극진한' 대접. (171/289)

〈 171화 〉 '극진한' 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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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게 맛이 없을 리가 없지.’

강하는 제 앞에서 걸신들린 것처럼, 자신이 만든 음식을 빠르게 비워나가는 황제를 바라보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지치고 힘든 외국 생활에서 가끔 즐기던 차이나타운의 요리 중, 가장 기억에 남던 요리였다.

달걀노른자와 함께 반죽한 에그 누들을 기름에 튀기고, 잘 달군 팬에 파를 잔뜩 넣어 파기름을 내어준다.

이제 거기에 신선한 해산물들과 청경채를 듬뿍 넣어 화끈하게 볶아주고, 굴 소스로 간을 해준 뒤, 튀겨둔 면을 넣어. 한번 휙 볶아준다.

다진 마늘과 레몬즙, 설탕 등을 넣은 소스도 같이 내어준 해물튀김면은 이걸로 완성.

다음은, 질 좋은 소갈비를 한번 끓는 물에 데쳐주고, 마늘, 파, 생강과 함께 푹 삶아 익혀준다.

다 삶은 소갈비는 한 김 식혀, 물기를 제거하고, 전분을 묻혀, 바삭하게 기름에 튀겨낸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토마토케첩, 굴소스, 설탕, 식초, 그리고 적당량의 물을 넣어, 끓여내고, 전분물을 넣어, 소스에 점도를 준다.

이젠, 바삭하게 튀겨낸 소갈비를 넣어, 한번 볶아내면 탕추파이구(탕수갈비) 끝.

어떤가, 정말 간단하지 않은가.

너무나도 간단하지만, 그럼에도 아주 맛있다.

딱 봐도 중식 느낌이 물씬 나는 요리들이지만, 미국으로 이주해온 중국인들이 미국인들의 흐름에 맞게 만든, 퓨전요리.

그렇기에 황제의 입맛에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그야말로 입맛 저격의 요리가 될 수 있었다.

/후....맛있군....아주 맛있어...! 하하하..!!!/

이내, 마지막으로 해치운 갈비의 뼈를 내려놓은 황제가 아주 호탕하게 웃음을 지었다.

/강하...였나? 그래, 네 말이 맞다. 어느새 순식간에 접시를 비워버렸구나./

“제 요리가 위대한 황제폐하의 입맛에 맞으시다니, 황송할 뿐입니다.”

황제의 칭찬에 고개를 조아리는 강하였지만, 황제는 보였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을 듣는, 자신이 만든 요리가 맛이 없을 리가 없지 않은가. 라는, 그녀의 압도적인 자부심.

그녀는 이 요리를 내오고 나서, 단 한 번도 자신의 요리에 황제가 실망한다는 생각 따윈, 해본 적이 없는 것이다.

/후후....그래, 리 차오와 그녀....아니 리 차오가 그렇게 극찬한 이유가 있었구나./

“황송합니다.”

/그래, 아까 말하지 않았는가, 이 요리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럼, 내 약속한 대로 상을 내리도록 하마, 무엇을 원하지? 부? 명예?/

황제는 하인이 가져온 천에 소스가 가득 묻은 손을 쓱쓱 닦아내고는, 그 손을 들어 강하에게 물었다.

상, 인가.

그건 그거밖에 없지.

“화련의 식재료를, 제 주막에 공급해 주십시오.”

그렇다.

이곳에는 굴소스 있었다.

굴소스.

소금에 절인 굴에서 나온 진액을 각종 향신료와 졸여 만든 피쉬소스.

중식 요리에는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아주 훌륭한 소스.

강하 또한, 한에서 굴 소스를 만들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왔었다.

하지만, 아무리 강하가 요리에 관한 여러 지식을 잘 알고 있다고 한들, 그녀의 지식에는 한계가 있었다.

양식 전공인 자신이 어떻게 굴소스를 만든단 말인가.

하지만, 이곳에는 있다.

확실히, 여러 가지 인공 감미료가 들어간 현대의 굴소스와 비교하면 그 맛이 떨어지기는 했으나, 그것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아주 극명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춘장, 두반장, 팔각 등, 강하에게는 없는 수많은 중식 향신료와 소스가 이곳에는 있었다.

아직, 하인즈 상단들도 화련에서 거래를 하지 않았기에, 구할 수 없던 재료들을 구할 기회를, 강하가 놓칠 리가 없었다.

‘그것들이 있다면, 지금까지 만들지 못했던 요리의 폭이 아주 늘어나겠지!’

요리에 대한 탐욕이 굉장한 강하는, 탐욕이 번들거리는 눈을 숨기며 황제에게 청했다.

/너란 아이는 참.....어찌 이렇게 청렴결백하단 말인가.../

하지만, 황제의 눈에는 달랐다.

자신에게 부탁하면, 황금으로 산을 쌓을 수가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자신을 우러러보게 할 수 있었다.

그런 것들이 가능함에도, 자신의 눈앞에 있는 소녀는 화련의 입장에서는 그저, 흔하디흔한 재료들일 뿐인데, 그것을 원했다.

말 그대로 요리밖에 모르는, 순하디순한 소녀.

하지만, 조금 달랐다.

이미 강하에게는, 한과 애슐란에서 쌓은 상당한 명예와 그로 인한 부 또한 상당했다.

한의 수도, 서라벌에서 스타 주막을 모르면 미친놈 취급을 당했으며, 애슐란까지 간다면, 요리계의 선도자, 왕가와 귀족의 대량학살을 막은 영웅으로, 영토는 없지만, 명예 귀족의 신분을 가진 강하였기에, 더 이상의 명예나 신분은 그녀에게는 무거운 짐 덩어리였다.

이미 가질만 한 건 다 가진 강하였기에, 돈과 명예보다는, 지금 필요한 것을 골랐을 뿐, 당장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평범한 소시민이었던 현대시절처럼, 돈을 요구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것을 알 리가 없는 황제에게 강하는, 요리를 진심으로 즐기고, 그것에 아주 큰 자긍심을 가진 소녀로만 보였다.

/좋다! 이 황제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마, 네가 원하는 식재료를 네가 필요할 때마다 공급하도록 하마!/

“감사합니다!!”

조금의 착각(?)이 있기는 하지만, 서로가 좋다면 뭐 어떤가.

그렇게 화련에서 화려한 신고식을 마친 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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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쉬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바로 옆방에 있을 터이니,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저를 불러주십시오.”

“고생이 많네.”

“아닙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을 할 뿐입죠.”

하진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배정된 방으로 돌아갔다.

“통역사가 있으니 참 편하네.”

강하는 자신의 방에 있는 푹신한 침대에 몸을 던지며 중얼거렸다.

여차하면 펜던트를 사용할 테지만, 하진, 그가 적절하게 통역을 해줘서,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그나저나 죽이네~”

침대에 얼굴을 박았던 강하는 벌떡 일어나, 자신에게 배정된 방을 둘러보았다.

여길 봐도 황금, 저길 봐도 귀중한 장식품.

하나같이 돈을 미친 듯이 처바른 듯한 고급스러운 방.

이불은 매끈하고 부드러워, 순식간에 잠들 것만 같았고, 대충 방안에 있는 것 아무거나 가져가서 한에다가 내다 팔아도, 펑펑 쓰고도 남을 돈이 생길 것만 같았다.

다른 직원들도 강하와 비슷한 방에서 푹 쉬고 있을 테지.

“보자...대회는 보름 뒤 였지?”

자신이 화련으로 초대된 목적인 가령제는 보름 뒤에나 열릴 예정이었다.

가령제에서 개최될 요리대회의 심사위원으로 발탁 난 강하였기에, 당장은 무언가 할 일이 따로 없었다.

“음.....시간도 많이 남았겠다....일단 탱자탱자 놀아볼까?”

어차피 그때까지는 할 것도 없고, 남은 시간 동안 빈둥거리며 시간이나 때울 생각에 강하는 입가에 번져오는 미소를 막을 수가 없었다.

그때.

/실례합니다./

“에...엥? 무...무슨 일이신지...?”

급작스럽게 자신의 방문을 열어젖힌 궁녀들이 강하의 근처로 몰려와, 둘러싸기 시작했다.

“아, 강하님, 말씀드리는 것을 깜빡했습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하진이 들어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건넸다.

“아...아니! 그러니까 이게 뭔 일이에요?!?”

당황스러운 궁녀들의 습격에, 정신이 없는 강하가 하진에게 외쳤다.

“황제 폐하가 강하 님들을 아주 ‘극진히’ 모시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강하님은 궁에 계실 때 동안은 황족과 비슷한 대우를 받을 것입니다.”

“근데 그거랑 지금 궁녀들이 저를 덮...아니 감싸는 거랑은 무슨 차이죠..?”

“황녀들은 미용과 외모 관리를 위해, 하루 3번에서 4번은 약탕에 몸을 담그고 깨끗이 몸을 씻겨냅니다.”

“.....하?”

잠만, 그 소리는.

아까 겪었던 그 수치심과 무력감을, 이 화련의 궁에 있을 동안, 하루에 세네 번씩, 겪어야 한다는 소리?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아니....! 야..! 야!!!!”

정신이 아찔해지는 강하를 두고, 하진은 다시금 돌아가자, 강하는 악에 받친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하진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자, 어서 가시죠./

/숙녀의 기본은 언제나 자기관리랍니다!/

“아니...그...그만...!”

그렇게, 말도 통하지 않는 궁녀들에게 이끌린 강하는 결국, 속수무책으로 끌려가고 말았다.

소란스러운 바깥 상황을 살피기 위해 방 밖으로 나온 혁수는, [그 모습은 마치, 처형장으로 끌려가는 죄수 같았다] 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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