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6화 〉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한 대 처맞기 전 까진.(+공지사항)
* * *
해가 지고, 어두워진 화련의 거리를 등불이 밝히기 시작했다.
하나, 둘, 이윽고 마치 도미노처럼 서로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차례대로 등불이 불빛이 거리를 환하게 밝혔다.
마치 새까만 밤하늘에 떠오르는, 밝은 별빛처럼.
그 광경을, 청룡은 느긋하게 바라보았다.
[음~역시 이 가게의 월병은 먹을 만하다니까~]
공중으로 날아오른 청룡은, 한 손에는 강하와 같이 갔었던 찻집의 월병을 들고, 사납게 돋은 날카로운 이빨로 우적우적 먹었다.
[.....참으로 미천해.]
청룡은 자신의 발아래, 밝게 타오르는 등불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인간.
청룡에게 있어서 인간이란, 단순한 도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쉽게 부서지고, 써먹기 좋은, 재미있는 장난감.
자신이 맛나게 먹고 있는 월병을 만들어준 인간조차도, 청룡에게 있어서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그리고, 그 꼬맹이도 말이야.]
강하.
자신의 우연한 술법으로 다른 세계에서 찾아온 인간.
참으로 건방지게, 반은 용으로 차 있는, 특이한 인간이다.
[....원숭이만도 못한 년이 감히....!]
청룡은, 강하와 만날 때부터 유지하던 빙긋 웃던 미소를 망가뜨리며, 손에 쥔 월병을 쥐어 터뜨렸다.
뿌직, 하는 소리와 함께, 월병은 작은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소멸해버리고 말았다.
용의 힘.
그것이 얼마나 특별한 힘인가.
그런 특별하고, 고귀한 힘이, 고작 저 계집년이 가지고 생각하니, 당장이라도 쳐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을 다스리느라 진땀을 뺀 청룡이었다.
[하지만....오히려 잘 됐어.]
그 인간이 흑룡, 류월과 가까운 사이라는 것은 상당한 행운이었다.
그 덕에 자신이 구상한 일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었다.
[.....성가신 아줌마 하나가 따라붙기는 했지만.]
그런 와중, 백설을 떠올린 청룡은 다시금 얼굴을 구겼다.
자신과 류월보다도, 훨씬 고대부터 살아온 노룡.
그런 존재가 어째서...?
[괜찮아.....그 아줌마도 내 계획을 우그러뜨릴 수는 없어.]
하지만, 괜찮았다.
[인간이라면, 절대로 내 말을 거스르지 못해.]
인간, 강하.
아무리 용의 힘을 얻었다고 한들, 그 존재는 본디 인간.
[어떻게든 자기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발버둥을 칠 테지.]
청룡은 보았다.
본디 세계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강하의 복잡한 감정을.
결국 강하는 자기 말을 따라, 청룡의 아래에서 움직이게 될 것이다.
본디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
하지만 어쩌나?
[난 돌려줄 생각이 전혀 없는데 말이지이~]
내가 왜?
그딴 하찮은 존재를 위해 내가 부탁을 들어줘야 하지?
[끅...끅끅.....저엉말 기대가 된다아~]
기대와 희망으로 부푼 그 멍청하고 얼빠진 얼굴이, 후회와 절망으로 바뀔 그 순간이!
청룡은 그렇게 웃으며, 하늘을 날아올랐다.
__________________
.......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강하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만약, 청룡이 시킨 대로 일을 한다고 해도, 청룡이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애초에 강하는, 청룡의 말을 거의 믿지 않았다.
자신을 소환했다는 것은 진실이 맞을 터.
하지만, 시킨 일을 해준다면, 본디 세계로 돌려준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
강하가 그렇게 믿는 이유는 두 개.
첫 번째는 바로, 류월의 반응이었다.
아무리 애 같은 성격의 류월이라고 해도, 일단(?) 용이다.
그런 용이, 청룡을 보자마자 눈이 뒤집혀가며 덤벼든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류월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것은 분명했다.
그런 청룡이 자신에게 다가와, 류월과 백설 몰래, 그녀들의 힘을 가져와 달라고?
청룡이 그것을 가지고 둘 사이의 화해에 사용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두 번째는 그녀의 태도.
그녀는 그녀대로 숨긴다고 숨겼을지는 몰라도, 강하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아주 깔보고 있다는 것을.
그녀가 그 위대한 청룡이고, 반이라도 용의 힘이 섞여 있었다고 한들, 그녀에게는 손쉽게 상대 가능할 정도밖에 되진 않겠지.
그렇기에 깔보는 태도까지는 그럴 수 있었다.
자신은 그 위대한 용 아닌가.
인간 따위....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청룡은 깔보는 것만이 아니라, 혐오의 감정이 그녀의 시선에서 조금씩 묻어나왔다.
그런 그녀가 과연, 약속을 지킬까?
아니, 내 비위를 대충 맞추고는, 나중에 나를 뒤통수 치고는 행복하게 웃을 상상이나 하고 있겠지.
그렇기에 강하는,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류월, 그리고 백설님, 우선 제 이야기를 좀 들어주시죠.”
그래서 강하는 다른 선택을 내렸다.
“음? 뭣이냐?”
“무슨 일이야?”
“저는 오늘, 외출했을 때, 청룡을 마주쳤습니다.”
“뭣이?!?”
“....음.”
두 사람에게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하자, 화들짝 놀랐다.
‘그냥 전부 사실대로 말하고, 다 함께 청룡을 족치자!’
아무리 청룡이 강해봤자, 류월과 비비는 정도일 테고, 우리에게는 류월만이 아니라 백설 아주...아니 누님도 계신다.
제까짓 용이라고 해도, 이 두 명을 막을 리가 없지.
그것이 강하가 내린 결론이었다.
“내 이년을 그냥....! 아주 묵사발을 내버려야...!”
“자...잠깐! 날뛰지 마! 어딜 가려는 거야?”
“감히 나 몰래 강하에게 다가와? 오냐, 바라는 대로 죽여버리겠....!”
그리고 류월은, 당장이라도 뛰어나가려는 것을, 강하가 끄집어 당기며 막았다.
“류월, 앉으렴.”
“하...하지만...!”
“당장 나간다고 해도, 그 청룡이 어디 있는지 아니? 수단은? 그래, 만난다고 해도, 그 일로 인해 일어나는 소란은?”
“.....끄응....!”
그런 류월을, 백설이 조곤조곤하게, 하지만 하나하나 확실하게 언급하며 앉으라 하자, 류월은 어쩔 수 없이 다시금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니?”
“....청룡이 저에게 이것을 건네더군요.”
“응? 뭐지?”
“그건....”
한층 진정된 것처럼 보였기에, 강하는 자신의 구체에 저장해둔 물건을 꺼내었다.
그것은 바로, 청룡이 자신에게 건넨 유리병이었다.
“이것을, 청룡이 저에게 건네주었습니다.”
“뭣이?”
“흐음....확실히, 특별한 기운이 감도는 유리병이구나, 그런데, 어째서 이것을?”
“그..그래, 어째서 이런 물건을 너에게 넘긴 것이지?”
유리병을 이리저리 바라보던 두 용이, 그것의 정체에 대해 강하에게 물었다.
“그 유리병을 두 분의 신체에 가져다 대면, 두 분의 힘을 일정량 보관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힘을 말인가?”
“으음...확실히, 흡수 마법과 보관 마법이 이곳에 투명한 술식으로 그려져 있구나.”
강하의 설명을 들은 백설이 유리병의 뚜껑을 열어, 자기 손바닥에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
“.....과연.”
백설의 손바닥에서, 새하얀 마력이 솟구쳐 나오더니, 유리병으로 들어가는 광경을 지켜보게 되었다.
“놀랍구나, 상당히 정교하게 만들어진 술식이야, 이 나조차도 직접 보지 않고는, 눈치채지 못할 정도라니...”
“그 정도입니까?”
“....어찌 됬든, 그 아이도 우리와 같은 드래곤....너희들은 용이라고 불렀지..? 그만큼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
“그런데 어째서, 우리의 힘을 훔쳐 오라고 시킨 것이냐?”
“글쎄....나도 그걸 모르겠어. 하지만, 이거 하나는 알 것 같더라.”
“무엇을?”
“절대로, 좋은 의미로 이런 짓을 벌이지는 않았을 거라는 것.”
“그렇다! 그 빌어먹을 년은 무엇 하나 올바른 일을 한 적이 없으니...!”
“......그런데 말이야, 류월, 너는 그 청룡과는 어떤 관계야?”
“.....”
그러던 와중, 강하는 지금까지 궁금하던 것을 류월에게 물어보았다.
도대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류월은 청룡을 그렇게나 혐오하는 것인가.
“.....미안하구나, 지금은, 말할 수가 없다.”
“......”
“하지만, 이것 하나는 내 모든 것을 걸고 맹세하지.”
그렇게나 길길이 날뛰던 류월은, 강하의 질문에 급작스럽게 얼굴이 굳어가더니, 말을 이어갔다.
“나는 반드시, 그 년의 헤실거리는 낯짝에 주먹을 박아넣을 것이다.”
류월은 그렇게 말하며 불끈, 주먹을 쥐었다.
“....놀랍네? 나도 마찬가지인데.”
그런 류월에게 강하 또한 주먹을 쥐어 보이며 대답했다.
“우선, 이제 어떻게 하지?”
일단 청룡의 목적은 모르겠으나, 이대로 그녀의 말대로 류월과 백설의 힘을 건네줘봤자, 좋은 꼴을 못 볼 것은 뻔했다.
애초에 이렇게 두 사람에 털어놓았으니, 그런 일은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좋은 방법이 있다!”
“뭔데?”
그러자 류월이 무언가 떠올랐는지, 벌떡 일어나 말하기 시작했다.
“이틀 뒤에 다시금 만난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렇지?”
“그때 몰래 따라가서, 덮치는 거다! 완전히 박살을 내버리면 되는 것 아니겠느...”
“기각.”
“뭣이?”
그리고 순식간에 강하에게 기각당했다.
“그 아이는, 저번 일로 인해, 상당히 경계하고 있을 거야, 만약,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다시금 청룡이 도주한다면, 이번에야말로 다시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지도 몰라.”
“끄응....”
그리고 기각당한 이유를 백설이 류월에게 조목조목 읊어 주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점점 꼬여가는 머리가 복잡해진 강하가, 우리 중 가장 연장자인 백설에게 물었다.
이럴 때는, 연장자의 지혜에 기대는 것이 가장 좋았다.
그리고 그만큼 대단한 지식과 힘이 있는 존재이기도 했다.
“......음, 이러면 어떨까~”
그렇게 잠시 침묵하던 고대의 백룡이, 입을 열었다.
______________________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다름이 아니라, 이제 곧 스타주막의 조회수가 20만에 도달합니다!!
와!!!!!
그래서 그 기념으로, 작가님이 새로운 표지를 그려주신다고 해서, 이렇게 글을 써 봅니다.
이번 표지는, 여러분들이 꼭, 표지로 나왔으면 하는 캐릭터를 댓글로 써주시고, 추천이 많은 댓글을 뽑아, 반영해볼까 합니다!
여러분들의 스타 주막의 최애를 표지로 볼수 있는 귀한 기회!
꼭! 놓치지 마세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