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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8화 〉 가령제의 개막! (178/289)

〈 178화 〉 가령제의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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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제의 거리는, 수많은 인파로 들끓었다.

전국 곳곳에 퍼져있던 화련인들이, 수도에 몰리자, 수도의 성문은 끝도 없을 정도의 줄이 자꾸만 늘어나고 있으니, 수도의 치안을 담당하던 경비병들은 죽을 맛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두근거리는 사람들의 열정을 막아 세울 수는 없었다.

순수하게 축제를 즐기려는 사람들과 이때다 싶어 큰돈을 만지고 싶었던 상인들, 수도의 기술들을 느껴보기 위해 방문한 장인들 등.

저마다의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소망을 품고, 끝도 없는 인파로 이루어진 줄에 제 몸을 맡겼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할 이곳, 요리대회가 열릴 왕궁도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높으신 분들이 편하게 앉으실 의자들은 다 준비 됐어?/

/지...지금 옮기고 있습니다!/

/서둘러! 서둘러! 우물쭈물할 시간 없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궁녀들에게 목이 터져라 소리치는 궁녀장.

그런 그녀의 고함에 질세라, 아득바득 발바닥이 갈라질 정도로 뛰어다니는 궁녀들.

그만큼 이번의 축제는 아주 거대한 축제였다.

전국 각지에 퍼진 요리인들의 요리를 궁금해 하는 높으신 분들을 위한 자리도 마련해야 하고.

특히.

이번 요리대회는 무려, 황제님이 직접 구경을 하신다고 하니, 궁녀들의 기강은 계속해서 단단해져만 갔다.

‘실수하면 큰일난다!’

모든 궁녀의 마음속에는 이 문장이 깊게 새겨져 있었기에, 점차 대회의 준비는 빠르게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오우....장난 아닌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하는 내심 감탄하고 말았다.

황제는, 의외로 이 요리대회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나저나.

“.....뭔가 구경만 하려니까 좀 그렇네....”

강하는 궁녀들이 준비해준 푹신한 의자에 앉아서, 턱을 괴며 중얼거렸다.

그녀는 어엿한 손님에다가, 요리대회의 심사위원.

그렇기에 궁녀들은 강하의 손에 물방울 하나 묻지 않도록, 고급스러운 의자에 앉혀놓고는, 방치 중이었다.

통역을 도와줄 하진과, 바로 옆의 궁녀 둘만이, 강하를 보필하기 위해 그저 묵묵히 서 있었을 뿐, 스타 주막의 직원들도, 괜히 방해되지 않기 위해서, 지정해 둔 방에서 대기 중이었다.

물론, 대회가 시작되면, 직원들도 높으신 양반 못지않은 특등석에서 대회를 관람할 것이었다.

편하다면 편하지만.....바로 눈앞에서 열심히 뛰어다니는 궁녀들을 바라보는 강하의 마음은 상당히 불편했다.

지금까지 반룡의 신체를 살려, 열심히 일하며 살아왔던 강하였기에, 궁녀들을 도우면 더욱 빨리 일을 끝낼 수는 있었으나, 일단 궁녀들이 시키는 대로 가만히 앉아있었다.

“저기....하진?”

“무슨 일이십니까?”

“뭔가...나만 이렇게 앉아있으니 조금 불편한데....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는지 한 번 물어봐 줄래?”

그렇게 뚱한 표정을 짓던 강하는 결국 하진에게 손짓하여, 귓속말을 소곤거렸다.

“허허, 강하님은 지금 귀중한 일을 맡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런 잡일들은 궁녀들이 알아서 할 터이니, 강하님은 대회가 시작되기 전까지 푹 쉬시지요.”

‘내가 불편해서 쉬질 못하니까 그러는 거 아냐...!’

허나, 하진은 그냥 아무 생각 말고 푹 쉬라고만 할 뿐, 강하의 마음은 답답해져만 갔다.

“괜찮으니까....저기 궁녀장 분께 무언가 도울 일이 없냐고 여쭈어 보고 와줄래?”

“예? 하지만...”

“어서! 빨리빨리!”

결국, 거의 억지를 부리면서까지 하진을 궁녀장으로 보낸 강하.

‘허어....어찌 이런 분이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런 강하의 행동을 보며, 감탄을 삼키는 하진.

그녀는 현재, 굳이 그런 일들을 도맡아서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저 아랫사람들에게 시키고, 자신은 편히 대회전까지 쉬어도 그 누가 뭐라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자기 스스로, 궁녀들을 돕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얼마나 배려심 넘치는 소녀인가...!

그렇게 하진의 마음속에서 강하는 점점 선하디선한 착한 강하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아....언넝 끝내고 맘 좀 편히 쉬고 싶다...’

정작 강하는 힘들게 일하는 궁녀보다, 불편해지는 자신의 마음 덕분에 시킨 일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하진이 궁녀장과 입씨름을 한 결과.

아무리 그래도 손님으로 오신 귀한 분께 험한 일을 시킬 수는 없으니, 간단한 짐 옮기기 정도만 맡기는 것으로 합의를 보게 되었다.

“자...! 후딱 끝내고 쉬자!”

궁녀들을 따라서 물류창고에 온 강하는, 수많은 가구를 바라보며 기운차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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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저게 뭐야...?/

/대단해....!/

/사람....맞아?/

수군수군.

한참 열심히 일하던 궁녀들이 한데 옹기종기 모여, 자신들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자! 다음!”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성인 남성 세 명이 힘겹게 들어 올릴 정도로 무거운 탁자가 바닥에 놓였다.

이윽고, 금방 놔둔 탁자와 같은 무게의 탁자들이 연달아 각을 맞추어 쿵! 쿵! 거리는 소리와 함께, 줄지어 나란히 옮겨졌다.

/세상에.....순식간에 일이 끝나가고 있잖아?!/

/강하 아가씨....저런 괴력을 가지고 있었다니..../

/나보다 두세 살은 어리신 것 같은데.../

궁녀 여럿이 모여, 간신히 옮길 정도의 짐들이 순식간에 착착 해결되기 시작하자, 궁녀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일단! 우리도 어서 돕자!/

/그래! 아무리 강하 아가씨가 대단하시다고 해도, 원래 우리가 해야 할 일이잖아!/

그리고, 굳이 이런 일에 나서서 할 필요도 없는데, 자신들을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는 강하를 보던 궁녀들은 서로 의기투합하며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렇게 한참이나 걸릴 것만 같았던 대회장 내부 정리가 순식간에 끝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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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드디어 끝났다.../

/다행히 본래 시간보다 일찍 끝나서 다행이야....이렇게 쉴 시간도 생기고 말이야.../

시간에 쫓겨, 힘겹게 일을 하던 궁녀들은, 이내 잠시간의 휴식을 가지며 서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것보다, 강하 아가씨 대단하다!/

/맞아 맞아! 어쩜 저렇게 작은 몸에서 저런 힘이 나는 걸까?/

/애초에 황제님이 초청하신 손님이시잖아, 그런데 우리 일까지 도와주시고....정말 착하셔!/

그리고 어느새, 궁녀들의 대화 주제는 한 소녀로 바뀌게 되었다.

그녀들 사이의 강하는, 요리도 잘하고, 황제 폐하가 손님으로 초청할 만큼 대단한 신분에, 엄청난 괴력, 그리고 자신들을 아끼는, 그야말로 굉장한 사람이 되었다.

궁녀들 대부분은 이미, 강하를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대단하게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궁내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크흠....어디 알지도 못할 계집이 괜히 궁 내부 분위기를 소란스럽게 하는 것 같군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참....황제 폐하는 대체 무슨 생각이신지.../

/하하, 역시 천한 것이라, 천한 것들과 붙어 다니는 것이 좋은 모양입니다..../

궁의 대신들은 그런 강하를 아니꼽게 바라보며 뒷담을 하기 바빴다.

갑작스럽게 한에서 온 손님이라는 강하가, 황제의 신임도 얻고, 화련의 거대한 축제인 가령제의 요리대회에 떡 하니 심사위원으로 들어갔으니, 그들의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이러다가 그 소녀가 자신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던 마음이 가득한 대신들이었기에, 그들이 강하를 바라보는 시선은 아니꼽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중심인 강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누가 내 이야기 하나?”

모든 일을 끝내고, 따로 비치된 휴게실에서 여유롭게 녹차를 마시며 느긋이 쉬고 있었다.

“아, 차 맛있었어, 고마워.”

/아닙니다. 맛있게 드셔주셨으니 영광인 걸요!/

“아...그..그래.”

어느새 비워진 찻잔을 궁녀에게 건네자, 그녀는 매우 환하게 웃으며, 아주 과장된 행동을 취하면서 찻잔을 받아 방을 나섰다.

“.....왜 저래?”

그런 궁녀의 태도에 살짝 질린 강하가 중얼거렸다.

“하하, 강하님이 그들을 도와주셨지 않았습니까. 그렇기에 고마워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곁에 있던 하진이 허허 웃으며 답해주었다.

“....까짓 거 짐 좀 들어줬다고 너무 과민반응 아냐...?”

강하의 기준에서는, 그다지 별일 아니었다.

강하가 현대에 있었든, 이 세계에 와서든.

자신의 일터에서는 모두가 함께 열심히 일했고, 강하도 그저 그렇게 했을 뿐.

그런데 자신만 쉬려고 하니 부담되어서 조금 도왔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눈을 반짝거리며 자신을 바라보니, 괜히 나섰나 싶기도 한 강하였다.

그때.

/실례, 안에 있는가?/

“응...? 누구?”

문 너머, 가볍게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강하는 고개를 들었다.

이내, 드르륵 하고 열리는 문에서부터, 익숙한 얼굴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당신은....!”

/오, 오랜만이군, 잘 지냈나?/

이 모든 일의 시초, 한으로 찾아온 손님이었던 사내.

리 차오였다.

/궁녀들을 도왔다지? 참, 자네는 특이한 아가씨로군./

“아..하하....여긴 어쩐 일로 오셨는지...?”

/뭐 별것 있겠나? 같은 심사위원으로서 이야기나 조금 나눠보고자 찾아왔다네./

“아하....”

이 리 차오라는 사내 또한, 강하와 마찬가지로 요리대회의 심사를 맡은 모양이었다.

/아직까지도 놀라워, 저번에 자네가 만든 삼불점의 맛을 잊지 못하여, 내 친히 황제 폐하께 부탁하여 자네를 불렀건만, 기대 이상이었다네! 설마 료우....아니 황제 폐하의 입맛까지 사로잡다니 말이야. 자네를 부른 건 아주 좋은 선택이었네! 하하!/

“아...하하...”

‘니가 모든 일의 시작점이었냐....!’

리 차오는 강하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입맛을 다시며 호탕하게 웃음을 지었다.

/.....기대가 되지 않는가, 이 드넓은 대지에 흩어진 수많은 요리인들이, 오늘, 이곳에 모여 서로 간의 자웅을 가린다니, 정말로 기대가 되네.../

“......그렇죠...정말, 기대가 됩니다.”

리 차오.

그는 진심으로, 요리를 사랑하는 사내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저렇게 반짝이는 눈빛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은 강하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 넓은 대지에 흩뿌려진 새싹들을 본다는 것은, 정말이지, 기대가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 이제 곧 대회가 시작되네! 같이 가지./

“예, 가시죠.”

그렇게 말하는 리 차오가 씨익 웃어 보이자, 강하 또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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