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0화 〉 요리의 기본.
* * *
/아....아아..!! 느닷없는 강하 심사위원의 탈락 선언이 나왔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요?!?/
류진은 뜬금없는 강하의 선언에 당황하면서도, 아주 자연스럽게 상황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탈락이라니?/
/뭐야..? 제대로 심사하기는 하는 거야?/
갑작스러운 상황임에도, 큰 소리로 관객에게 호응을 이끌어내는 류진의 말에 대회장은 물론이고, 관중석마저 일렁이기 시작했다.
/......이봐요, 이게 무슨...?/
그리고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바로, 강하에게 탈락 선언을 들은 이십 구 번. 라야 한 이었다.
“못 들었나? 탈락이라고, 어서 가구를 정리하고 이 대회장에서 나가.”
하지만, 그런 라야 한 의 물음에도, 강하는 다시금 탈락이라는 말을 번복할 뿐.
/우....웃기지마!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거야?! 이제 겨우 재료 손질하고, 육수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내 요리의 맛조차 보지도 않았으면서, 갑자기 탈락? 그걸 내가 이해할 리가 없잖아!/
그런 강하의 태도에, 금방까지 하던 존대를 던져버린 라야 한이 윽박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불만을 제기했다.
/그...그렇긴 해, 아무리 경쟁자라고는 해도, 저자의 재료를 다듬는 재주는 아주 뛰어났어!/
/맞아! 그런데 갑자기 탈락이라니! 이건 잘못됬어..!/
그리고, 그런 라야 한에 동조하기 시작한 다른 참가자들 또한,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그래, 참가번호 이십 구 번, 확실히 재료를 다듬는 것도 깔끔하고, 칼질도 능숙해, 마치 자로 잰 것 같군.”
/마...맞아! 난, 식당을 하는 아버지 밑에서 8년 동안 요리를 배웠어! 그런데 어째서 탈락이라는 거야!/
라야 한은 수도에서 떨어진 한 마을에서 음식 장사를 하는 아버지 밑에서 요리를 배웠다.
그의 손은 칼질을 배우느라 베인 흉터가 가득했으며, 그가 다듬은 재료들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처리했다.
하지만.
“넌 기본이 안 되어 있군, 새우를 다듬은 도마 위에, 그대로 채소를 다듬어?”
/...?? 그...그게 무슨./
“분명 대회에서 지급되는 도마는 총 3개, 그렇게 큰 크기도 아니라서 빠르게 교체하기도 편하지, 그런데도 너는 한 도마에 어육류와 채소류를 동시에 올려두고 다듬었다.”
그렇다.
조리를 함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칼을 다루는 실력? 신선한 재료를 고르는 눈? 불 세기를 짐작하는 감각?
아니다.
바로 위생이다.
요리라 함은, 손님의 입에, 자신이 만든 요리를 대접하는 것.
그렇기에 위생은 매우 중요했다.
한 도마에 여러 재료를 한꺼번에 손질한다면, 교차 감염을 일으켜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강하는 현대에서도, 스타 주막에서도 용도에 맞는 칼과 도마를 준비해 두고 있었다.
“한의 주방도, 이 궁궐의 주방에서도, 언제나 재료마다 사용하는 도마와 칼이 준비되어 있다.
혹여나 일어날 교차 감염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지, 그리고 최소한, 새우를 한번 다듬고 깔끔하게 세척을 했다면, 아니 채소를 먼저 다듬고 새우를 다듬었다면, 탈락까지는 가지 않았겠지.“
/.....아니, 아주 잠깐이잖아! 우리 집도 늘 이런 식으로 해 왔다고!/
“그렇기에 탈락인거다, 넌, 다시금 기초부터 배우고 오도록.”
/......이런 썅...!/
강하의 싸늘한 마지막 말에, 라야 한은 자신의 화를 참지 못하고 자신의 가슴팍에 붙어있던 번호표를 떼어 바닥에 던져버리고는, 그대로 대회장을 나갔다.
///.............///
“잠시 마이크 좀.”
/마이크...요?/
“아...아니, 그 들고 있는 그거...어어...그걸 좀.”
그렇게 라야 한이 나가고, 순식간에 싸늘해진 분위기에, 강하는 류진이 들고 있던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아아...음...내가 말하면 그대로 번역 좀 해줘.”
“예, 알겠습니다.”
“크흠....예, 금방 소란에 대해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요리란, 무엇일까요?”
/...요리?/
/그야 맛있는 걸 만드는 것 아냐?/
/그렇지? 왜 저런 당연한 걸 말하는 거야?/
마이크로 인해 관객석 내부까지 쩌렁쩌렁 울리는 강하의 물음에, 사람들은 왜 당연한 것을 물어보느냐는 식으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제가 생각하는 요리는, 만족입니다.”
/만족?/
/당연히 맛있는 걸 먹으면 만족하지 않아?/
“인간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 중 하나인 음식은, 세월이 흘러가며 생으로만 먹던 음식이 점차 요리로 발전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점점, 생존을 위한 음식이 아닌, 좀 더 맛있고, 건강하고, 만족하는 ‘요리’라는 것을 바라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요리는 맛만이 중요한 것이 아닌, 서비스...아니 접객과 위생, 그러니까 건강한 음식을 중요시해야 하는 것입니다.”
“요리사의 미숙으로 인해, 손님의 건강을 해친다면, 그것이 과연 요리일까요? 진정한 요리란, 맛도 중요하지만, 손님이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금방 이십 구 번을 탈락시킨 이유입니다.”
강하는 덤덤하지만, 아주 자신 있게 수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의 신념을 말했다.
/....그건 그래, 맛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금 더럽게 음식을 만든다면? 그리고 그걸 먹고 병에 걸린다면? 그건 좀 그렇지.../
/맞아, 우리 아버지도 저번에 음식을 잘못 먹고 배에 탈이 나셨어./
강하의 갑작스러운 탈락 선언에 당황하거나 화를 내던 관객들이, 강하의 말을 듣고 조금씩 수긍하기 시작했다.
/잠깐....그러면 저 여자애는 저 멀리서 순식간에 그런 행동을 집어냈다는 소리 아냐...?/
/....정말로 엄청난 요리사였어..../
/대단하다!/
/맞아! 이번 대회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 심사를 맡았구먼!/
그리고, 그런 강하의 신념과 순식간에 라야 한의 행동을 간파해낸 강하에게 환호성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대회를 이어가기 전에, 삼십 이 번, 오십사 번, 십 칠 번, 너희들도 탈락이다.”
/읏....!/
/...젠장.../
/마...말도 안 돼...!/
“금방까지 내 이야기를 들었다면, 너희들도 자신들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이해가 되겠지, 너희들도 기초부터 배우고 와라.”
그리고 또다시 이어지는 탈락에, 불려 진 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들의 자리는 이십 구 번과 각자 넓게 퍼져있었으며, 그런 자신들을 아주 먼 거리에서 순식간에 파악하다니, 평범한 인간의 능력을 완전히 뛰어넘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바로, 그들의 공중에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투명하게 만든 강하의 구체 덕분이었다.
대회가 시작될 때 쯤, 강하는 구체 수십 개를 투명하게 만들어, 공중에 뿌려두었다.
그리고 구체의 시야를 공유하여, 백여 명의 참가자들을 전부 관찰하고 있었다.
물론 그저 바라만 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구체의 도움과 반룡인의 신체의 도움이 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 여기.”
/아...네네....이 것 참 놀랍습니다! 대회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총 네 명의 탈락자가 정해졌습니다! 이야...이것 참 무섭네요! 이번 대회의 심사위원이신 강하 아가씨의 실력을 입증하는 계기가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강하에게 마이크를 다시금 건네받은 류진이 능청스럽게 다시금 사회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것보다도, 이 분위기라면 이번 예선을 가볍게 생각하는 요리사들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되겠는데요? 강하 아가씨의 눈에 걸리면 그대로 탈락입니다!/
그렇다.
대부분의 참가자는, 이번 예선을 상당히 쉽게 보고 있었다.
새우 달걀국이라니, 그것은 자신들이 만들던 요리에 비하면 아주 쉬운 요리였다.
새우와 채소를 다듬어, 잘 뽑아낸 육수에 넣고 끓여내기만 하면 되는, 그런 요리였을 텐데.
그들의 어깨는 한층 경직되기 시작했다.
바로 순식간에 탈락하는 자신들의 경쟁자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맨 처음으로 탈락한 라야 한은, 저번 대회에선 상당히 높은 순위까지 올라가, 대부분의 이들에겐 상당히 위협이 되는 존재였다.
하지만, 너무나도 맥없이 탈락하고 말았다.
그리고, 자신들도 그렇게 탈락이 될 수 있다고 하니, 설렁설렁해진 마음이 순식간에 조여들고, 무언가 하나 해두고 나면, 자신이 실수한 것이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아하하!! 대단한걸? 이렇게 탈락자가 빠르게 생긴 건 대회를 열고 나서 처음인 것 같은데?/
“하하....대회인 만큼 요리사들의 기초가 매우 중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요.”
그렇게 한바탕 소란을 일으킨 강하가 다시금 심사위원석으로 돌아오자, 리 차오가 호탕하게 웃으며 강하를 반겼다.
/강하 아가씨.....정말 감동했습니다!/
“예..에..!”
그리고, 그 옆에 앉아있던 리진이 강하 앞에 얼굴을 들이밀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요리사란 자고로, 요리를 드셔주시는 사람을 생각하며 만드는 것이 기본! 하지만 요즘 들어오는 신입이라는 놈들은 요리의 맛에만 비중을 두는 것 같아, 심란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강하 아가씨의 말씀은, 제 마음에 더욱 크게 와닿았습니다! 이 리진, 아직 배울 것이 너무나도 많은 것 같습니다!/
“하..하하...그러시면 다행이군요...”
리진의 감격어린 행동에, 부담을 느낀 강하는 그저 하하 웃으며 다시금 제자리에 앉았다.
‘그나저나, 대단하군.’
그런 강하를 바라보던 리 차오는 강하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분명 처음 자신을 소개할 때 만 해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였는데....요리에 관련이 되니 순식간에 냉철해지고, 당당해지는 군....
‘역시, 이 소녀를 데려오기를 정말 잘했다! 기회가 된다면, 이 화련에 반드시 묶어놓고 싶군.’
이 소녀가 있다면,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다.
리 차오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강하를 다시금 바라보았다.
그렇게 끝난 첫 번째 예선전.
참가인원 백 십 여덟 명.
그리고 예선을 통과한 사람은, 그 수의 절반인 쉰 세 명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