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3화 〉 이목을 끄는 것. (183/289)

〈 183화 〉 이목을 끄는 것.

* * *

/흠..../

여기, 한 청년은 고뇌에 빠져있다.

아니, 정확히는 그를 포함한 총 세 명이 서로의 얼굴을 힐끗힐끗 쳐다보며 고뇌에 빠진 것이 정확했다.

갑작스럽게 바뀌게 된 일정 덕분에, 급하게 다른 일행을 찾기는 했지만, 역시 얼굴도 잘 몰랐던 경쟁자와 갑자기 안면을 트려니,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일단....자기소개부터 할까?/

그렇게 끔찍한 침묵의 시간을 깬 것은, 한 중년의 목소리였다.

/그....그러지, 이렇게 멀뚱멀뚱 있어 봐야 달라질 것은 없으니./

/그럼 나 먼저 하지, 파오 랭 이다. 잘 부탁한다./

자신을 파오 랭 이라고 밝힌 중년 사내는 그렇게 두 사람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는 배불뚝이에 신장이 작았지만, 그의 팔뚝은 매우 두꺼웠으며, 그의 손은 상당히 거대했다.

/레이 운, 그냥 레이라고 불러. 잘 부탁하지./

그에 비해 웃는 상을 가진 레이라는 사내는, 저 덩치에 비해 상당히 날렵한 몸을 가졌지만, 그의 손에 박힌 굳은살이 그가 여기까지 올 수 있는 요리사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창, 타이 창이다. 나도 그냥 창이라고 불러./

/그래, 잘 부탁하지./

/창? 그래....자네 분명 작년 시험에 결승까지 가지 않았나?/

창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자, 레이는 무언가 떠올린 듯이 손뼉을 치며 물었다.

/뭐....다 와서 떨어지기는 했지만 말이지.../

/대단하구만! 이런 실력자가 있으니, 이번 일정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겠어!/

/든든하군, 잘 부탁해./

창은 그의 말에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해 주었다.

그런 창의 대답에, 파오 랭과 레이는 마치 천군만마를 얻은 장군처럼 방긋 웃고 말았다.

이번 시합은 자신뿐 만이 아니라, 다른 팀원의 실력 또한 중요했기에, 작년 대회의 결승까지 오른 타이 창이라면, 든든한 아군이 되어 줄 것이다.

그리고 그 또한, 작년에는 상당히 아깝게 떨어졌기에, 그는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다시금 결승에 올라가야만 했다.

/자, 일단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약간 술렁이는 분위기를 가벼운 손뼉으로 진정시킨 창이, 두 사람을 불렀다.

*

“................”

와.

이건 좀, 아니지 않냐?

강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중얼거렸다.

분명 대회 일정은 말해 줬고, 따로 준비해야 할 것들도 다 준비를 끝냈으니, 이제 잠이나 자려고 했다.

그런 자신에게 궁녀가 찾아와, 호출할 때는 뭐, 자기 전에 목욕이라도 하는 줄 알았지.

/왜 그런가? 차가 입맛에 맞지 않나?/

“아...아닙니다! 아주 맛있습니다!”

갑자기 황제랑 만나게 될 줄은 누가 알았냐고....

황제의 방.

그곳에는 그저 자신과 통역사 하진, 그리고 황제만이 있었다.

갑자기 불려 나오게 된 강하였기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어떻게든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해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이거 참 좋은 차군요....”

/하하, 자네한테 그런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매우 좋군!/

와, 왕족이 마시는 차는, 이런 맛이구나...

분명 궁녀가 타주는 차도, 밖에서 마셨던 차도 맛있었지만, 그런 차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 느껴졌다.

진하면서도 부드럽고, 화한 맛이 전체적으로 퍼지는 기분.

긴장으로 경직되었던 근육이 서서히 풀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내 자네를 부른 것은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라네./

“아 예에....그렇다면 무슨 일로....?”

/이번 일정 말일세, 그것이 궁금해져서 말이지..../

황제, 킨 료우는 궁금했다.

리 차오를 놀라게 만들고, 그만한 실력을 지닌 강하라는 소녀에게 흥미를 느낀 그였기에, 이번 대회의 심사위원으로 초대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대회 첫날, 그녀가 보여준 모습은, 그야말로 심사위원 그 자체.

분명 참가자들보다 훨씬 작은 소녀가, 대회장을 완전히 압도할 때까지의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일정에 바뀌게 된 주제도 상당한 관심이 있었다.

/자네는 어째서 이번 일정의 주제를 이렇게 바꾸었는가?/

“...예....그...그것이....”

/아, 걱정하지 말게, 타박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순전히 짐의 궁금증이라네, 자네의 생각을 듣고 싶어서 말이지./

“그러시군요...”

순간 자신을 타박할 줄 알았던 강하가 말을 더듬자, 황제는 황급히 손을 내밀어 정정해 주었다.

“제가 이번 주제를 단체전으로 만든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들어보지./

그러자, 강하는 손가락 세 개를 들어 보이며, 황제에게 말했다.

“바로 협동심, 대처 능력, 그리고 접객입니다.”

/흐음....그 이유는?/

“주방이라는 것은 결국 자기 혼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저 또한 제 든든한 직원들이 있기에, 더욱 요리에 집중할 수 있죠.

이번 주제는, 그저 자신의 실력만 믿는 참가자들을 걸러낼 수 있는 거름망이 될 것입니다.”

/호오...과연./

그렇다.

현대의 레스토랑도, 아무리 뛰어난 셰프가 있다고 한들, 그 혼자서 모든 것을 하지 않는다.

스프는 스프 담당, 소스는 소스 담당, 고기는 고기 담당.

이렇게 사소한 것 하나하나 담당이 붙어, 저마다의 일을 착착 해내어, 그것을 조립하는 것이 셰프.

이렇게 움직여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더 안정감 있는 요리를 손님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대처 능력, 일이라는 것은, 언제나 돌발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번 시험은 그들이 직접, 손님들을 대접하는 주제이기에, 그런 돌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 지가 중요한 관건입니다.”

주방은 언제나 바쁘고, 그만큼 생각지 못한 돌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애초에 돌발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를 하나, 인생이라는 것은 모르는 법.

그렇기에 그런 돌발 상황이 일어난다면, 최대한 빠르고 신속하게 그것을 대처해야만 한다.

“그리고 마지막, 접객입니다.”

이번 일정에서 참가자들은, 직접 손님들에게 음식을 선보이고, 일정량 이상의 그릇을 비워야만 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손님들의 입장을 생각하고, 그것은 더욱 손님들을 불러오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저는 이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볼 생각입니다.”

/과연....자네의 말을 들어보니, 정말 이만한 주제가 없지 않나 싶어지는군! 아주 기대가 되는 군!/

“과찬이십니다.”

황제는 강하의 설명이 끝나자, 작게 손뼉을 치며 감탄했다.

‘역시 저 소녀는 대단하군.’

처음 대회장에서 보았던 그녀의 모습에, 과연 그녀라면 어떤 식으로 대회를 바꿀 수 있을지 기대하던 킨 료우였다.

그리고 강하는 그의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켜 주었다.

‘전통은 어떻게 말하면 고인 물이란 말이지...’

지금까지의 대회는, 너무나도 정착화 되어, 이젠 그저 조리법을 외우고, 그저 조리 실력이 뛰어난 자만 뽑는 대회였다.

하지만, 강하가 만들어 낸 대회는 다를 것이다.

창의성 있고, 뛰어난 요리사들을 만들어 낼 이 대회가, 킨 료우는 너무나도 기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자네가 보기에, 이번 주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흠....중요한 것이라....그렇다면 역시 그것이겠지요.”

/그것이라면.....?/

“그것은 바로....”

*

/이목을 끄는 것. 이겠지./

창은 확신이 가득 찬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목....말인가?/

/그래, 이번 주제는 결국, 정해진 접시를 일정 시간 안에 관객....아니 손님들에게 내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를 포함한 이번 대회의 참가 팀은 총 67팀.

그리 많은 참가자 들 중, 그들이 그 경쟁자들 사이에 묻혀, 그대로 탈락할 가능성도 매우 컸다.

/아마 이번에 오게 될 손님은, 그 수가 정해져 있을 가능성이 커./

그렇다.

솔직히, 대회의 모습을 보는 관객들만 전부 내려온다고 하면, 순식간에 모든 팀이 합격하고 말 것이다.

그렇기에 그 심사위원은 내보일 손님의 수를 조절하여, 어떤 쪽은 반드시 탈락하게 수를 써 둘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손님들이 우리 것을 보고, 먹지 못하면 못 배기는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

관심.

그것이 제일 중요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 한들, 손님들이 관심을 주지 않으면, 그대로 묻혀버리고 말 것이다.

/그렇다고 화려함에만 치중하면 힘들겠지./

/어째서? 자네가 말하길, 일단 이목이 쏠려야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우리에게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그것이 문제야./

그렇다.

아무리 화려한 요리로 이목을 집중시킨다고 한들, 한 접시, 한 접시 만들어내는 속도가 느리다면, 손님들이 많아봤자 정해진 시간 내에 판매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으면서도, 간결하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요리가 필요하다./

/이것 참...../

/상당히 어렵군, 과연 어떤 요리가 좋을지.../

그렇게 세 사람은 고뇌에 빠지게 되었다.

말은 쉽지, 그런 요리가 쉽게 뚝딱! 하고 생각날 리가 없었다.

/국수는 어떤가? 육수만 만들어 놓으면, 면만 삶고 육수와 고명만 넣으면 되니, 간결하고 쉽지!/

/하지만, 너무 흔하지 않나?/

/쩝...그런가.../

/화려함....간편하고....맛있는......음..!?/

국수?

/우왓! 왜 그래?/

/무슨 생각이라도 있나?/

무언가 번뜩이는 것을 찾아낸 창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국수, 그래, 국수로 하지./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국수는 너무 흔하지 않나?/

/그래, 그렇다면 흔하지 않은 국수를 하면 되지./

/흔하지 않은....국수?/

/그래, 하지만 연습이 필요하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어서 주방으로 가지./

/어...어어?/

/잠깐....이봐! 같이 가지!?/

그거라면, 간편하면서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창은 빠르게 주방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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