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4화 〉 3일차 시작! (184/289)

〈 184화 〉 3일차 시작!

* * *

대회 3일 차의 아침.

언제나 그렇듯 대회가 이루어질 때면,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인파가 몰려들기 마련.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지...진정하세요!!/

/주...줄을 서세요!/

대회 첫날과는 비교조차 하기 힘들 정도의 사람들이 몰려들어 입장을 돕는 일꾼들의 얼굴은 이미 반 죽상이 되어버렸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아무리 그래도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잖아...!!/

/선배님! 일단 집중하세요!/

/아....그래야지..! 여러부운!!!! 다들 진정하시고!!! 순서를 맞추어 주세요!!!/

마치 아비규환 같은 광경에 잠시 벙찌고 만 한란은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사람들을 질서정련하게 줄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때.

/저기..../

/..! 이봐요! 줄 빠져나오시면 안 됩니다!!/

한 사내가 서 있던 줄에서 빠져나오더니, 그대로 앞으로 다가오자, 한란은 그를 막아 새웠다.

/저....저는 이걸 가지고 있는데..../

그러자 그는, 품 속에서 소중히 간직해 온 종이 한 장을 꺼내, 한란에게 들이밀었다.

?二?三?七. (천이백삼십칠) 이라는 숫자가 적힌 종이.

그리고 아래 조그마하게 새겨진 문양.

/아아....당신은 추첨에서....?/

/네에.....어제 우연찮게 받기는 받았는데, 이게 있으면 바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예, 그렇습니다. 저쪽으로 가셔서 앞에 있는 사람에게 건네면, 바로 들어가실 수 있으실 겁니다./

/아~감사합니다!/

한란에게 설명을 듣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는 곧장 한란이 말했던 곳으로 달려 나갔다.

/이봐! 저 양반은 뭔데 줄도 안 서고 들어가는 거야!/

/맞아! 특별대우라면 돈 줄 테니까 나 먼저 들여보내 줘!/

그리고, 가뜩이나 힘들게 줄을 서면서 입장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자, 불공평하다 느끼며 소리를 버럭 지르기 시작했다.

/아이고 진정 좀 하세요!! 저분은 이번 대회에 특별하게 추첨이 된 분이시란 말입니다!/

그렇다.

금방 종이를 내민 사람이 들고 있는 종이는, 어제 대회를 보러 왔다가, 추첨에 이름을 적은 사람들이었다.

원래의 대회라면 이런 일이 없었지만, 위에서 특별하게 내려온 지시였기에, 그 종이를 들고 있는 사람들은 따로 다른 입구로 보내었다.

/그나저나 이번 대회가 뭐길래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야 원..../

한란은 올해로 총 네 번의 대회를 겪었다.

대회가 열릴 때마다 사람이 몰리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오늘따라 징하게도 혼란스러웠다.

/쩝....나도 그냥 맘 편하게 대회나 보고 싶다..../

/선배, 속 편한 소리 하지 마시고, 어서 일이나 하세요./

/그래, 알았다고....../

*

/다들 준비됐지?/

창은 마지막으로 한번 더, 그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래! 연습은 어제 완벽하게 끝마쳤다!......그래...장인 까지는 아니더라도...일단 할 수는 있다...!/

/육수 배합도 이미 끝나 있으니, 시작하자마자 끓이면 금방 될 거야!/

그런 창의 물음에 두 사람은 호쾌하게 대답했다.

/좋아....이제 곧, 시간이다./

그때.

/자! 참가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쩌렁쩌렁하게 대회장 내부를 울리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드디어 대회 시작이군!/

/헌데...뭐지? 저 아래 웬 천막 비스무리 한 것들이....?/

이미 관람석에 자리를 메꿔놓던 관람객들은, 대회장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원래라면, 이번에 하게 될 시합은, 왕궁에서 내려오는 조리법 중 하나라 나오고, 그걸 요리하는 것일 텐데.

그런 모습은 일체 찾아볼 수 없다.

그 대신, 대회장에는 수많은 노점이 줄지어져 있을 뿐.

/혼란스러워하실 여러분께 간단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이번 시합은, 참가자들과, 여러분들 중 추첨을 통해 이 자리에 오신 이분들이 참가는 시합입니다!/

그런 관객들의 마음을 아는지, 빠르게 설명하던 류진이 외각에 설치된 문을 가리키자, 거대한 문이 끼이익 하고 열렸다.

/음? 저게 다 뭐지?/

/우와....엄청 넓다..../

그러자, 그 문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지으며 나오고 있었다.

/이분들은 어제 저희가 직접 추첨해 당첨되신 관람객분들이십니다! 여러분들은 오늘, 저희 참가자들이 만든 요리를 맛보실 기회가 주어집니다!/

/뭐...뭐라?/

/그게 정말인가요!?/

/엄마! 나 배고파!/

/그리고 요리사분들은, 주어진 시간 동안, 총 접시 50그릇 이상을 이분들이 드셔주시면, 다음 일정으로 넘어가실 수 있습니다!

총 67개의 단체로 이루어져 있고, 이 일정에 참가하신 분들은 이 수많은 단체 중, 딱 한 접시만 드실 수 있으십니다!

총참가자 분들은 천 오백 명! 그렇기에 딱 30단체만이 다음 일정으로 올라가실 수 있습니다!/

/....이건 상당히 힘들겠군.../

그리고, 류진의 설명이 이어질 때마다, 창의 표정은 점점 딱딱하게 굳어갔다.

/왜지? 일단 어떻게든 50그릇만 내놓으면 되는 것 아닌가?/

/맞아, 우리가 준비한 재료가 얼마나 되는데! 50인분은 금방 나갈 거다!/

그러자, 창을 이해하지 못한 두 사람은 별일 있겠냐며 창에게 말했다.

/아니, 67단체나 되는 이곳에서 한 단체당 50그릇이다. 그리고 손님들의 총 수는 천 오백 명.

모든 손님이 정확히 50그릇씩 30단체의 요리를 먹는다고 쳐도, 절반 이상이나 떨어져 나간다.

허나, 손님들이 다른 단체의 요리를 먹지 않는다는 확증은? 손님들도 다양한 취향과 입맛이 있다.

그렇게 되면, 다른 단체의 요리는 20그릇, 37그릇 등, 이렇게 나누어질 가능성이 있다, 아니. 확실하다./

그렇다.

이것이 이번 시험의 최대 관건이었다.

수많은 단체가 요리를 만들고, 수많은 손님들은 자신의 취향이나 관심, 그날의 상태에 따라 각기 다른 요리를 먹는다.

그런데, 그럼 과연 67단체나 있는데 30단체의 요리만 먹을까?

그럴 리가 없다.

결국 전체적으로 퍼져나갈 것이고, 대부분의 단체는 요리를 내놓기는 할 것이다.

그 요리가 50그릇이나 될 가능성은 적어지겠지만.

그리고, 50그릇을 넘었다고 곧바로 그 단체가 요리를 파는 것을 멈추는 것도 아니다.

주어진 시간 동안, 50그릇 이상일 테니, 손님을 독차지하는 단체 또한 있을 터.

/그...그렇다면....!/

/그래, 이번 일정에서 통과할만한 단체는 20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

그렇게 창의 설명이 끝나자, 두 사람은 비로소 이번 일정의 어려움을 깨닫게 되었다.

과연, 우리가 올라갈 수 있을까?

이 수많은 단체 중, 우리가?

그렇게 순식간에 무거워진 공기에, 두 사람은 주눅이 들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다음 일정으로 넘어간다. 그렇지?/

뭘 쫄고 그래?

우린 올라가야지.

/...그렇지, 올라가야지. 암!/

/우리 요리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자고!/

마치 그렇게 말하는 듯이 두 사람을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짓는 창의 말에, 파오와 레이는 언제 겁먹었냐는 듯이 웃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대회 3일 차의 막이 올랐다.

*

“자, 준비됐지?”

이 모든 광경을 위에서 내려보던 강하는,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래...이...이 몸은 준비 되었으니....어서 가 보도록 하...!”

“잠깐! 기다려!”

그리고, 강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달려 나가려는 말괄량이 흑룡의 목덜미를 붙잡은 강하는 미간에 주름을 모았다.

“그래...먹는 건 좋다 이거야...애초에 너희들이 먹는 그릇은 개수로 치지 않긴 하니까...”

“뭣이라!? 그렇다면 더욱 마음껏 먹어도 되겠구나!”

“한 팀당 한 그릇씩만 먹어!”

이 먹보 흑룡은 참...

“자, 먹는 것도 중요해, 하지만 내가 부탁한 일은 그것뿐 만이 아닐텐데...?”

“그!....그렇다...하하! 그렇고 말고...!”

“흐응....?”

“.....알았다! 그러니까 그렇게 보지 말거라!”

먹는 것 외에는 신경을 꺼둔 류월을 강하가 노려보자, 류월은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너희들은 대회장을 돌아다니면서, 보이는 특이사항이나 문제점이나 개선점, 눈에 띄는 점 같은 걸 기록해줘, 나와 같이 주막을 운영해 온 너희들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야.”

“그럼요! 아씨의 주막에서 일한 저희의 눈을 피해 갈 수는 없을 겁니다!”

“열심히 할게요!”

“후훗, 재미있어 보이는 구나~ 너희들과 있으면 지루할 틈이 없어서 즐겁네~”

“그.....제가 적는 건 잘 못하는데....그림으로 그려도 되나요?”

“한과 애슐란에서만이 아닌, 이번 화련에서 저 또한! 배울 점을 찾아보겠습니다!”

“으음....뭐, 어떻게든 하면 되겠지! 그쵸? 혁수씨?”

“그쵸! 그럼 여행을 온 셈 치고, 한번 느긋이 돌아보면서 적어보죠.”

“자, 막 시작한 모양이야, 그럼....출발!”

“이 몸이 먼저다!”

“앗...! 류월니임! 같이 가요!”

그렇게 스타 주막의 직원들은 강하의 부탁에 동의하여, 이번 대회에서 그녀의 눈이 되어줄 것이다.

구체의 힘이라면 혼자서도 어떻게든 볼 수는 있지만, 같이 장사를 해온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것도 좋을 테니까.

“자....과연 새싹들은 어떻게 나올까.....? 기대되는 걸?”

강하는 담에 몸을 기대어, 아래를 내려다보며 기분 좋은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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