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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5화 〉 너는 글을 쓰거라, 나는 바이올린을 켤 테니. (185/289)

〈 185화 〉 너는 글을 쓰거라, 나는 바이올린을 켤 테니.

* * *

/오.....맛있어 보이는 가게가 많구나?/

/어떤 걸 먹어보지...?/

이번 일정에 참가하게 된 관객들은, 저마다 배고픈 배를 부여잡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길 봐도 음식, 저길 봐도 음식.

그야말로 수많은 노점들이 줄지어 맛있는 냄새를 풍겨오고 있었다.

/맛있는 샤오룽바오 (소룡포) 있습니다! 드셔보세요!!/

/달콤한 연근조림을 올린 밥입니다!/

/바삭한 춘권! 고소하고 바삭해요!/

그리고, 노점들은 그런 손님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목청 터져라 소리를 지르며 그들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그게 효과가 있었을까, 손님들은 조금씩 움직이며 노점들에게 한둘 씩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음, 이거 먹을 만한데?/

/한 그릇만 먹으려니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들긴 하지만....뭐....별 수 없지./

/이왕이면 여러 음식을 먹어보고 싶었지만, 이렇게 직접 참가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신선한걸?/

본디 대회는, 선수들이 만든 요리는 오직 심사위원만 맛볼 수 있었고, 그렇기에 관객들은 그저 바라만 보게 되는, 그런 구조가 이루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려, 관객들이 직접 대회장으로 내려와, 그들이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있으니, 그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오....맛있네! 이 춘권 맛있는데?/

/접시를 50그릇 비워줘야 한다고 했나? 그렇다면 난 이 노점에 힘을 보태줘야지...!/

참가한 자들에게는 자신이 마치 심사위원이 되어, 대회를 자신의 흐름으로 이끈다는 기분을 주었고.

/끄응....나도 먹어보고 싶구만....!/

/그러게나 말이야....이렇게 된 이상, 내년을 노려볼까...?/

/내년에도 이런 식으로 대회가 열리면 좋을텐데...../

그러지 못한 자들은, 내년을 기약하며 내년 대회의 기대치를 올리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지금까지 없었던 대회에, 사람들은 술렁거리고 있는 것이다.

/좋아....! 손님들이 몰리고 있어!/

/이 정도라면 금방 50그릇 비우겠는걸?/

그렇게 점점 손님들은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이곳저곳에서 접시들이 비워지기 시작했다.

그런 손님들을 바라보던 대부분의 노점들은 이번 일정을 무사히 넘길 수 있겠다고 자만하는 순간.

/.....? 뭐지....?/

/무슨 일이야?/

금방까지 다음 일정에는 어떤 주제가 나올지 미소를 지으며 걱정하던 동료 중 한 명이 갑자기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니, 궁금해진 동료가 말을 걸었다.

/소....손님들이 오질 않아....!/

/ㅁ....뭣?/

그리고, 드디어 이 주제의 본점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렇다.

손님들은 한 명 당 딱 한 노점의 한 접시만을 맛볼 기회가 주어졌다.

별생각이 없는 사람들은 그저 눈에 가는 대로 빠르게 접시를 비워주고 퇴장을 하겠지만, 조금 생각이 깊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기회는 단 한 번, 그렇다면....최대한 맛있고 화려한 음식을 맛보고 싶다....! 라고.

그렇기에 그들은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최대한 많은 노점을 천천히 둘러보며, 자신들의 혀를 극한으로 만족하게 해줄 요리를 찾는 것이다.

그렇게 분명 초반에는 많았던 손님들은 순식간에 뚝, 하고 줄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손님의 발길이 떨어지게 되면.

/어...어쩌지?/

/젠장....! 밖에 나서서 홍보라도 해야 하나....?/

참가자들의 마음엔 급한 불이 지펴지기 마련.

/이...이런!/

마음이 급해지면 성급하게 되고, 성급하게 되면 실수를 부른다.

음식들을 전시하기 위한 접시를 깨거나.

/으앗...!/

채소를 손질하던 칼에 손을 베인다던가.

그렇게 실수를 하다 보면, 손님들은 더욱 줄어들고 만다.

이것이 바로 이번 시험의 늪.

고작 스무 그릇 정도 비우고,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버린 노점들은, 신의 한 수가 없는 이상 나아질 방법이 없는 것이었다.

‘흠.....여긴 튀긴 음식을 파는 모양이고.....여긴.....만두인가? 저번에 왕궁에서 먹었던 음식과 비슷하게 생겼지만....왕궁 쪽이 좀 더 모양이 좋았어.’

그리고, 그런 노점들 사이를 이리저리 지나다니며 천천히 자신이 봐왔던 것을 기록하기 시작하는 향이.

‘음....역시 도령님 말씀대로 상당히 많은 노점들이 벌써 분위기를 잃은 모양이야.....안타깝지만, 이건 대회니까 정확해야지.’

팔리는 곳은, 아직까지 손님들이 줄을 서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노점은 앞쪽이 텅텅 비어, 실의에 빠진 참가자들의 얼굴이 아른거리는 향이었지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앞으로 향했다.

그때.

“아얏...! 뭐...뭐지?”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던 향이의 앞길을 막아선 무언가에 의해, 넘어지고만 향이가 이마를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상에...”

그리고 보인 것은, 마치 사람으로 이루어진 벽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한 노점을 둘러싸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을 파는 노점이기에, 이렇게도 사람이 많이 몰린 것일까..?”

분명 그들의 옆과 뒤에도, 노점이 있을 터인데, 이 사람들에게서 들려오는 환호성에 향이는 사람들의 벽을 뚫으며 노점에 다가갔다.

“엇, 벼루?”

“아, 언니? 언니도 오셨군요?”

그렇게 인파를 뚫고 가다가, 익숙한 얼굴이 보인 향이.

하지만 익숙한 얼굴은 벼루만이 아니었다.

“벼루뿐만이 아니라....류월 님, 힐라 언니, 혁수 도령님과 매화 언니까지?”

“너희들도 왔느냐?”

“이렇게 사람이 몰렸는데, 무조건 와 봐야지!”

그들 또한, 이렇게나 몰린 사람들이, 어째서 이렇게까지 모였는지 알기 위해서 이곳에 한데 모인 것이었다.

“도대체 뭘 팔길래 이렇게나 모인 거지?”

“일단 확인해 봐요!”

그렇게 그들은 어떻게든 인파를 뚫고, 드디어 그 광경을 바라보게 되었다.

/자...! 지금부터 면을 뽑아보겠습니다!/

그러자, 한 남성이 그곳의 중심에 서서, 손님들을 향해 크게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작 면을 뽑는 것 정도는, 수많은 노점들 사이에도 충분히 있었고, 그렇게까지 사람들의 이목이 쏠릴 것은 아닐 텐데, 어째서 이렇게나 손님들이 몰린 것인가.

그것은 바로 그 남성의 어깨에 달린 것 때문이었다.

남성, 파오 랭의 어깨에는 그의 어깨에 올라갈 만한 나무 도마와 그 도마에는 반죽이 달라붙어 있었다.

그리고.

/하앗!/

그의 다른 손에 들린 칼을 도마 위에 올라간 반죽에 가져다 대고는, 그대로 반죽에 칼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잘린 반죽들이 미리 준비해 둔 끓는 물에 차례차례 들어가기 시작했다.

/오....!/

/상당히 신기한 면 이구만!/

/대단한데?/

마치 바이올린이라도 켜는 듯처럼 보이는 파오 랭의 면 뽑기에, 사람들은 환호성을 내보이며 감탄하기 시작했다.

도삭면.

커다란 밀가루 반죽을 도마 위에 올려, 칼로 직접 썰어내어 끓이는 면.

반죽을 밀대로 밀어내어 가닥으로 뽑는 면이거나, 칼로 썰어낸 칼국수 면과는 다르게, 넓직한 판 같은 칼을 사용했기에, 양면이 마름모처럼 특이한 모양이 생겨난다.

두꺼운 쪽은 씹는 질감을 느낄 수 있고, 얇은 쪽은 국물의 맛이 잘 배여 두 가지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면이다.

하지만 뭐라 해도 도삭면의 특이한 점은 바로, 거대한 반죽을 통으로 베어낸다는 것.

/호오....! 특이한데? 저런 조리법은 본 적이 없군...!/

/저 면은.....먹어본 적이 있어! 하지만 저런 식으로 만드는 것일 줄이야...!/

그렇기에 파오 랭의 퍼포먼스는 사람들의 눈길을 아주 쉽게 휘어잡았다.

/이...이봐! 나 한 그릇 좀 주게!/

/나...나도 부탁하지!/

그리고 그렇게 관심이 쏠린 손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도삭면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예이!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역시! 이 방법을 쓰길 정말 잘했군!’

손님들의 밀려오는 주문을 미소로 화답한 창은 자신의 선택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이 도삭면을 뽑는 방법은, 우연찮게 어떤 가게에서 한 요리사가 특이한 방법으로 면을 뽑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 방법이 도삭면을 뽑는 방법이라는 것과 요리 자체는 여러 사람들이 먹어봤지만, 대부분 주방에서 면을 뽑았기에, 어떻게 뽑는 것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언젠가 쓸 일이 있으리라 판단한 창은 그 가게의 사장에게 사정사정하여,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이렇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그 관심이 곧바로 접시가 되어간다, 좋아....이대로라면 충분해!’

창은 그렇게 예상하며 바쁘게 면을 삶았다.

*

“호오.....도삭면? 상당히 특이한 방법인데, 용케도 손님들의 관심을 끌었군.”

그리고 그 광경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던 강하는 흥미로운 듯이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상당히 좋은 방법이었다.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도 쉽고, 면만 삶으면 육수만 부어 곧바로 낼 수 있으니 간편함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힘들 것이다.

“하진, 이제 그 사람들이 나설 시간인 것 같네.”

“네, 곧바로 전하겠습니다.”

강하가 고개를 돌려 하진에게 말하자, 하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발을 움직였다.

“자...이제 본격적인 대회의 시작이다...!”

약 절반 정도 남은 시간.

두 번째 시련이 참가자들을 덮치기 시작한다.

*

다오샤오멘(도삭면) 입니다.

중국 산시 지역의 요리로써, 반죽을 대패질 하듯이 뽑아내는 것이 특징이죠!

소설에서는 하룻밤 사이 수많은 연습으로 얼추 비슷하게 뽑아 내었지만, 실제로는 몇날 며칠 연습한다고 뽑아낼 수 있는 면이 아니기에, 그 점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실제로 중국 산시 지역에서는 매년마다 도삭면을 뽑아내는 실력을 겨루는 대회가 열린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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