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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6화 〉 ???:이봐! 내 삼계탕에 죽은 닭이 나왔잖아!! (186/289)

〈 186화 〉 ???:이봐! 내 삼계탕에 죽은 닭이 나왔잖아!!

* * *

/고추잡채 아직 멀었어?/

/조금만 더 기다려!/

여기는 다른 참가자의 한 노점.

도삭면이 인기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그마치 천오백 명이나 참가하는 일정이기에, 다른 노점도 충분히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고소한 향과 화려한 웍질로 인기를 끌어모은 이 팀 또한 부리나케 움직이며 순식간에 접시를 비워가기 시작했다.

/좋아...이대로 간다면 충분히 다음으로 갈 수 있겠어....!/

그렇게 희망에 찬 마음으로 손님들을 받던 그때.

/이봐, 이거 너무 매운데? 미안하지만, 다시금 줬던 표를 돌려주지 않겠어?/

/....네?/

갑작스러운 한 손님의 말에 하오는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다시금 되물었다.

표를 달라는 소리는 무엇인가.

이 대회에 참가하게 된 사람들은 추첨 표를 받게 되는데, 그것이 입장권이자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식권이었다.

참가 인원은 먹고 싶은 노점에 가서 식권을 내면, 1인분의 요리를 받는다.

그렇게 모인 표가 50장 이상이 돼야, 통과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표를, 이 남자는 요리를 받아 놓고 다시금 달라는 것이다.

/내 말 못 들었어? 다시금 달라고!/

/아...아니 이보시요! 당신이 먹기 위해 표를 내지 않았소? 그런데 갑자기 먹기 싫다며 되돌려 달라니....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요?/

그런 남자의 투정에, 그는 황당해하며 그의 말을 반박했다.

지금 한 표 한 표가 귀중한데, 그런 한 표를 내놓으라니, 말이 안 되는 짓이었다.

/손님들의 입맛에 맞춰줘야 할 것 아니야! 애초에 난 주문하기 전에 ‘매운맛을 조금 줄여달라.’ 라고 말했다고!/

/그런 말을 했다....고?/

그러자 주문 전에 미리 언질을 주었다던 남자의 말에 그는 점점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주문은 계속하여 들어오는데, 언제 그런 요구사항을 들어준단 말인가.

/뭐 하는 거야? 아직 멀었어?/

/내 요리는 언제 나오는 거야?/

/하오! 뭘 하는 거야? 어서 주문받아!/

/그래서 표를 돌려줄 거야 말 거야?/

/아....아아...../

계속해서 지속되는 언쟁에 손님들은 점점 불만이 가득 차게 되고, 만드는 쪽 또한 다급해진다.

그럼에도 하오의 앞에 선 남자는 소리를 높혀 계속해서 자신에게 따지고 있으니, 머리는 터질 것 같고, 손은 자꾸만 떨려갔다.

/이봐! 왜 대답이 없..../

/닥쳐! 지금 우리 바쁜 거 안 보여? 네놈은 표를 줬고! 우리는 요리를 줬어! 그럼 된 거지, 말이 많아! 비켜!/

/어이쿠...!/

그렇게,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하오는 눈앞의 상대를 가볍게 밀치고는, 만들어 둔 고추잡채를 다른 손님에게 건넸다.

/응...? 뭐야, 따뜻하지가 않잖아?/

‘이...이런! 말다툼이 너무 길어져서, 만들어 둔 고추잡채가 식어버렸다...!’

허나,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다른 손님이 만족할 만한 요리를 대접하지 못하고 말았다.

/어이! 내가 얼마나 힘들게 이 노점을 골랐는데, 이런 맛이라면 난 사양이야!/

/그래! 어서 표를 돌려내!/

/아...그러니까...진정 좀 하시고.....!/

흐름.

너무나도 안 좋은 흐름이 계속 물살을 타고 흐르듯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뭐야, 여기 음식이 별론가? 그렇다면 다른 노점으로 가봐야겠군.../

/에이, 괜히 기다렸잖아! 아까 지나친 길에 있던 소룡포가 맛있어 보이던데, 거기로 가자고!/

/그것보다도 이게 뭐야? 내가 힘들게 얻은 표를 내는데, 손님 취급이 나쁘군.../

/자....잠깐만!!/

그리고, 그 흐름에 타기 시작한 손님들은 저마다의 쓴소리를 뱉으며, 점점 빠지기 시작했다.

/자...자자! 여기 표 있어요! 이거 받았으니까, 그만해 주세요.../

/흥...../

하오는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처음으로 불만을 표기했던 남자에게 다시금 표를 환불해 주었지만...

/아...아아...../

이미 빠지기 시작한 손님들을 붙잡기에는 너무나도 늦었다.

/하오! 이게 무슨 일이야! 갑자기 손님들이 빠져나가다니! 도대체 어떤 짓을 한 거야?/

한참 동안 웍질만 하던 그의 동료도,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손님들을 보고는 발끈하며 하오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끄러.../

/뭐...?/

/시끄러...시끄럽다고! 이게 다 네놈이 고추잡채를 너무 맵게 만든 탓이잖아!/

/뭐...뭣이라? 웃기지 마! 이 고추잡채의 맛은 우리 셋이서 직접 만들어 가며 결정한 거잖아!/

/네가 너무 맵게 볶은 탓에, 손님 중 한 명이 화를 내더니, 잇따라 죄다 가버렸단 말이야!/

/네놈이 건방지게 굴었던 탓이잖아!!/

균열.

한번 갈라지기 시작한 균열은, 끝없이 거미줄처럼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이봐, 다들 진정해! 이제 와서 우리끼리 싸워봤자, 소용없잖아!/

두 사람의 과열된 분위기에, 남은 한 동료가 어떻게든 수습하기 위해 끼어들었지만.

/시끄러! 애초에 넌 한 게 뭐가 있어? 그냥 재료만 손질하는 거 말고 한 게 더 있어?/

/뭐....? 지금 말 다한 거냐?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바삐 칼질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내가 준비해 둔 재료를 볶기만 한 네 녀석이 더 한 게 없지!/

/네가 이 뜨거운 불 앞에서 볶아볼래? 얼마나 힘든데!/

/둘 다 닥쳐! 내가 더 힘들었다고!/

성급함, 손님이 사라진 초조함, 절망감, 분노.

이 오만가지 감정들이 한데 모여, 불같이 서로를 향해 쏘아대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들의 대회는 결국, 여기서 끝나고 말았다.

*

한편.

/과연....강하 아가씨는 이렇게 참가자를 줄여나가는 것인가./

처음에 표를 환불해달라고 했던 그 남자는 대회장 사이를 걸어 다니며 중얼거렸다.

그렇다.

그는 평범한 참가자가 아니었다.

강하의 말에 따르는 대회장 쪽 사람이었다.

그것은 바로 어제 있었던 일.

‘너희들은 내가 따로 부탁할 일이 있다.’

그렇게 말하며 강하는 자신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한데 모았다.

약 십몇 명 쯤 되는 자들이 강하의 앞에서 무슨 일인가 싶어 식은땀을 흘리며 강하의 말을 기다렸다.

“너희들은 내가 신호를 보내면, 일반 참가자들 사이에 섞여서, 최대한 투정을 부려라.”

/...네?/

그리고 이어진 말은, 그들은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말 그대로, 장사에 방해가 되게끔 훼방을 놓으라는 거야, 물론 폭력적인 방법을 제외하고, 당연히 납득이 갈 선에서 말이야.”

/그.....어째서 그런 짓을 하시는 겁니까?/

그리고, 그들 중 한 사람이 강하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대회에 참가한 그들을, 어째서 고의로 훼방을 두느냐.

그것이 궁금했다.

“....내가 이번 시험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고 했다. 혹시 기억하나?”

/세 가지 라면.....분명 침착함과 적응력, 그리고 창의성이라고 하셨습니다만..../

강하가 이 일정을 대회 참가자들에게 설명할 때, 중요하게 강조했던 세 가지를 기억해낸 남성이 대답했다.

“그렇지, 적응력은 얼마나 집중하며 요리를 만들 수 있는가, 창의성은 어떤 식으로 손님들을 끌어들일 것인가, 를 보는거지.”

/그렇다면....침착함은 무엇입니까?/

“그래, 바로 그 침착함을 보기 위해 이 일을 너희들에게 맡긴 것이다.”

그렇다.

침착함이란 결국, 돌발 상황에 어떻게 대처를 할 것인가.

굳이 음식점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무언가를 파는 서비스직이라면, 언제나 돌발 상황이 일어난다.

그 중, 가장 많은 퍼센트를 차지하는 것은 바로, 손님들의 불만.

수많은 손님들이 가게를 찾을 것이고, 그만큼 수많은 취향과 성향이 있다.

여기, 한 요리가 있다고 치자.

이해를 돕기 위해, 그 요리를 우리가 잘 아는 김밥이라고 생각해보자.

보통의 김밥을 팔 때면, 대부분의 사람은 만족하며 김밥을 사 먹겠지.

하지만, 금방 말했던 것처럼, 손님들의 취향은 가지각색이다.

어떤 손님은 김밥에 오이가 들어간 것이 싫은 손님도 있을 것이고, 어떤 손님은 햄이 들어간 것이 싫을 수도 있다.

어떤 손님은 밥의 간을 더 세게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손님들이 가게에 앉았을 때 느끼는 인테리어가 만족스러운지, 접객하는 직원의 서비스가 친절한지 등등.

그저 맛있는 요리를 만든다고 장사가 잘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가게가 있더라도, 그것에 불만을 느끼는 손님들은 분명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은, 최대한 손님의 니즈를 맞춰가며, 그런 손님들의 수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다.

접객은 언제나 친절하게.

가게 내부는 항상 청결하게.

요청사항이 있다면 들어주고, 불만 사항이 있다면 개선한다.

그것이 요리를 판다는 것이고, 넓게 가면 손님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대회의 요리인들이 얼마나 침착하게 이런 돌발 상황을 잘 대처하는지, 그것 또한 내가 채점해야 할 것이다.”

/....과연! 그렇군요!/

/그렇군, 확실히, 나는 소룡포에 버섯이 들어간 것 싫은데, 가끔 가게에서 파는 걸 바꿔 달라고 한 적도 있어./

/확실히...그런 대처 상황을 대처할 실력이 돼야, 진정한 요리사가 되는 것이군요!/

“어?....어어 그렇지.”

강하의 설명을 다 듣고 난 이들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강하가 자신들에게 이런 행동을 시킨 이유를 깨달았다.

/예! 저희에게 맡겨 주십시오! 확실하게 훼방을 놓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저희의 깽판에 반드시 당황스럽게 만들겠습니다./

“어...어어 그래.....잘 부탁한다.”

강하의 깊은 뜻을 이해한 그들의 눈빛은 사명감에 타오르기 시작했다.

‘어라...? 너무 과몰입 하는 거 아닌가...?’

그런 그들을 바라보던 강하는 너무 지나치지는 않을까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식은땀을 흘리고 말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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