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8화 〉 남겨진 48인. (188/289)

〈 188화 〉 남겨진 48인.

* * *

시간은 그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아직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간절히 빌어도, 미친 척 발광하더라도.

시간은 지나가기 마련.

/시간 종료되었습니다! 이 시간 이후로 나간 접시는 개수로 인정되지 않으며, 심사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더 이상 요리를 내지 말아주시기를 바랍니다!/

결국, 정해진 시간이 지나가고, 류진의 외침과 함께 3일 차의 대회가 끝이 나게 되었다.

/해...해냈어! 50그릇을 넘겼어!/

/하...하하하하!!! 우리가 해냈다고!/

그리고 시간 안에 목표치에 도달한 사람들은 저마다의 환호성을 내지르며 승리를 만끽했다.

/창...! 해냈군!/

/정말로 네 의견이 맞았어! 쉴새 없이 손님들이 드나들더군!/

그리고 창 또한, 승리자의 입장이었다.

절삭면의 퍼포먼스와 안정되고 맛있는 국수.

그리고 깍듯한 접객으로 창 일행은 지금, 이곳에 설 수 있었다.

그들이 판매한 그릇의 개수는 총 94그릇!

정해진 그릇을 훨씬 뛰어넘으며 여유롭게 통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아아아....!/

/젠장....젠장....!/

/흐...끄윽....!/

결국 시간 안에 50접시라는 벽을 넘지 못한 이들은, 절망과 비탄, 그리고 분노의 소용돌이에 휘감기고 말았다.

나에게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후회하고, 절망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어떤 이는 다르게 생각한다.

/...소스의 배합이 문제였을까...?/

/아니, 호객이 문제였을 수도 있어, 내가 조금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자리의 배치도 문제였어, 우리 바로 옆의 노점과 메뉴가 겹치는 느낌이 강했으니까./

억울하고 분통하다.

하지만 배울 것은 많다.

그들은 이번 패배에 단순히 낙담만을 하지 않는다.

남을 탓하며 분노에 휘말리지 않는다.

그들은 이런 패배의 쓴맛을 겪고, 배우며,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강하는 바라고 있었다.

“......”

강하는 처음부터 서 있었던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래, 저런 새싹들이야말로, 나를 기대하게 만들지....!’

그들의 얼굴에서, 씁쓸함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지만, 그들은 더욱 성장할 것이다.

진심으로 맞부딪쳐서 깨진다는 경험은, 그 누구나 겪기 마련.

그런 경험에서 좌절하고 쓰러지느냐, 아니면 툴툴 털어내고 일어나느냐.

그것이 그들을 더 높은 풍경으로 이끌 것이다.

“이걸로 열기를 정말 잘했어.”

대충 세어도 2/3 이상은 탈락한 이번 일정이지만, 이번 시험에서 그들이 얻는 경험은 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든 경험일 것이다.

그렇게, 3일 차의 막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

/참가자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창과 일행들은 이번 일정을 소개했던 강당에 다른 참가자들과 다시금 모이게 되었다.

그때와 다른 점은, 그 당시에 가득 들어찼던 강당이, 이제는 한적해졌다는 것.

/총 16의 단체가 이번 일정을 통과하셨고, 그렇게 여기 모이신 48명의 여러분들이 다음 대회로 나아갈 권한을 획득하셨습니다./

‘....그 정도로 많이 떨어졌나....’

류진의 설명에 창은 자신이 예상했던 숫자와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 시험이 힘들었다는 것은 알지만, 적어도 20단체 전후 정도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더 많은 일원이 탈락한 모양이다.

‘하지만 상대해야 할 경쟁자가 줄어들었으니, 오히려 좋은 상황이군.’

경쟁자가 줄어든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

/내일부터 예선전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약 3일 동안 이루어질 예선전에서 첫날에 두 번씩 정해진 상대와 겨루게 될 예정이며, 마지막 날에는 결승전이 치루어질 예정입니다!/

‘3일 동안....내일은 두 번.

현재 참가자는 48명이니까 내일 두 번의 시합을 치룬다면 모래에는 12명....그 다음날에는 결승일 테니, 결승전까지 최소 3번, 많으면 4번의 시합을 치루게 되겠군....’

창은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자신이 치르게 될 경기의 횟수를 지레짐작했다.

‘괜찮아, 반드시 결승으로 올라간다.’

/이로써 오늘의 일정은 모두 종료되었습니다! 참가자분들은 부디 푹 쉬시기를./

류진의 말이 끝나자, 참가자들이 억눌려오던 육체적, 정신적 피로감이 터져 나오며, 모두 곡소리를 내면서 휴식을 위해 강당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창 또한, 내일 치러질 시합을 준비하기 위해,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향하려던 찰나.

/이보게, 창./

/....무슨 볼일이라도?/

오늘 창과 함께 시합을 돌파한 파오 랭이, 그런 창을 붙잡았다.

/오우...너무 날카롭게 반응하지 말게, 앞으로 대결을 치르게 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같이 시험을 돌파해온 인연이 있지 않은가./

파오는 자신을 음산하게 바라보는 창의 어깨를 두들기며 웃음을 내보였다.

/....그래, 그래서 무슨 볼일이지?/

/그.....뭐...별 일은 아닐세, 그저, 힘내라는 말을 건네주고 싶었기에..../

더 이상의 잡담을 나누어 봤자, 피곤해질 것임을 확신한 창이 어서 대화를 끝내기 위해 본론을 물었으나, 파오는 그저 머리를 긁적이며 창에게 악수를 건네었다.

/.....이런 짓 필요 없다. 우리 사이는 기껏 해봐야 일정을 돌파하기 위해 뜻을 모았을 뿐, 앞으로는 서로를 떨어뜨릴 경쟁자일 뿐이다. 더 이상 볼일이 없다면 이만 실례하지./

/어엇...../

그런 악수마저 몸을 돌리면서 피한 창은, 마지막 말을 남기고 그대로 그를 내버려 둔 체, 강당을 빠져나왔다.

/...쓸대없는 감정에 휘말릴 여유는 없다./

저번 대회에서는 떨어졌지만,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나는, 반드시 우승자가 되고 말 것이다./

*

“흠.....”

그 시각.

강하는 수많은 종이 뭉치를 뒤적거리며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려댔다.

이 종이들은 강하가 직원들에게 부탁한 참가자들의 정리 글뿐만이 아닌, 여러 인원에게 맡긴 종이 또한 있었기에, 상당한 분량이 있었다.

결국 우승자는 대결로 뽑을 예정이지만, 이왕이면 참가자들의 간단한 정보를 숙지하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많기도 하다.....”

“하하, 힘내십시오 강하 아가씨, 저도 성심성의껏 도와드리겠습니다!”

수많은 활자들이 강하의 머릿속에 핑핑 돌자, 피로감을 느낀 강하의 곁에서 붓을 든 하진이 격려의 말을 건넸다.

스타 주막의 직원들 말고는 전부 화련인 이었기에, 그 글자를 번역해 줄 하진이 필요했다.

그 밖에도 하진은 서류작업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지, 강하가 알아보기 쉽도록 그들이 가져온 정보들을 깔끔하게 민위어로 정리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류월 이 녀석은 도대체 뭐야? ‘꼬치구이가 맛있다.’ ‘춘권은 바삭하다.’ 라니...무슨 초등학생이 방학 때 미뤘다가 몰아 쓴 여름방학 일기 숙제도 아니고....”

삐뚤빼뚤한 글씨와, 눌어붙은 양념장 흔적.

딱 봐도 먹는 것에 정신 팔려서, 필기는 대충대충 한 모양이다.

누가 먹보 도마뱀 아니랄까봐...

“...응? 이건...?”

그렇게 계속해서 서류를 뒤적거리던 중, 무언가 익숙한 글자가 눈에 들어온 강하는 그 서류를 잡아들었다.

타이 창.

“타이 창....타이 창.....아아~! 그 도삭면!”

기억났다.

도삭면의 제면 방식 퍼포먼스로 사람들을 모았던 노점에 있던 참가자.

간단하면서도 획기적이고, 접객 또한 잘 해냈던 고득점의 노점이었기에, 강하의 기억에 남았던 인물이었다.

“응? 뭐야? 이 타이 창이라는 사람...작년 대회 결승까지 올라갔네?”

“네? 아아~그 친구 말씀이시군요? 저도 작년에 화련에 오게 되어 그 대회를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

작년 대회의 결승까지 올라올 정도의 실력, 기발한 아이디어.

“그런데 어쩌다가 결승에서 떨어졌대?”

“아...그....대회 당일 날, 그 타이 창의 부친상에 대한 소식이 급하게 날아오는 바람에, 그는 곧바로 고향으로 향했고, 결국 실격패 당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아....그런 일이....”

그렇다면 결승에서 요리 한 번 하지 못하고 떨어졌다는 소리인가...

안타까운 일이군.

“으드드드...! 자, 어서 집중해서 끝내자고!”

“예!”

그렇게 그들의 손은 더욱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날.

최후의 1인만이 남을, 48인들의 요리 시합이 시작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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