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0화 〉 생선향 나는 고기. (190/289)

〈 190화 〉 생선향 나는 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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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전은 빠르게 흘러 갔다.

48명의 수험자들이 오늘, 두 번의 대결을 치러야 했기에, 일정은 빡빡하면서도 빠르게 흘러야만 했다.

첫 시합은 중요하다.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시작이고, 그렇기에 눈에 띄어야 했다.

그렇기에 24번과 36번은 단둘이서만 대회장에서 시합을 벌였지만, 그런 식으로 진행했다가는, 두 번의 시합은 무슨, 오늘 하루로는 한 번씩 시합을 벌이는 것도 힘들었다.

그렇기에 다음의 시합은 조금 다르게 진행되었다.

큰 차이점은 없다.

시합을 벌이는 자들은 정해진 주제를 두고, 요리를 만들어 심사한다.

하지만 이번엔, 단둘이서 만이 아닌, 다른 주제를 가지고 겨룰 또 다른 참가자들도 같은 장소에서 대결을 펼치는 것이다.

그렇다고 동시에 시작해서는 한 조를 심사하는 동안 다른 한 조가 방치될 것이기에, 시간차를 두고 연달아 대결을 펼치는 것이다.

말만 들어 보면 그럴싸했다.

빠르게 빠르게 일정을 넘길 수 있고, 참가자들 또한 자기 요리를 생각하기 바빠, 그런 시합에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오늘 하루, 두 번의 요리를 만들지만, 심사위원은 달랐다.

‘끙...입이 조금 텁텁하군...’

리 차오는 살짝 답답해 오기 시작한 속을 어루만졌다.

약 10분에서 20분에 한 번씩, 참가자들이 들고 온 요리를 맛본다.

그저 단순히 맛을 보는 것이 아닌, 눈으로 요리의 담김새를 살피고, 코로 향을 맡는다, 입으로 넣어 식감과 맛을 느낀다.

그 감각을 총동원하여, 그 요리의 장단점을 찾아, 설명하고, 다른 심사위원들과 머리를 맞대어, 승자를 가려 낸다.

그 모든 행위를 다음번 참가자가 요리를 가져올 때까지 전력으로 반복한다.

솔직히, 지치는 행위다.

미식을 즐기고, 혀로 음식을 맛보는 것을 즐기는 리 차오라곤 해도, 계속해서 전 신경을 곤두세우기에는 피로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리 차오는 요리대회에서 심사를 맡은 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모두가 똑같은 요리, 똑같은 왕궁 조리법으로 만든 요리를 가려낼 뿐인 요리.

그것이 예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가령제의 요리대회였다.

허나, 올해 시작된 대회와는 전혀 달랐다.

참가자들은 하나 같이 자신들의 개성이 담긴 요리들을 들고 왔다.

어떤 것은 익숙하지만 친숙한 요리, 어떤 것은 색다르고 특이한 요리.

그렇기에 리 차오는 평상시보다 더욱 감각을 날카롭게 세워 심사를 매겼다.

‘....그나저나....정말 대단하군....’

고개를 슬쩍 돌려 바라본 사람.

이번 대회가 이렇게 변하게 된 결정적 이유이자, 그만큼 대단한 소녀.

강하는 그저 천으로 자기 입가를 닦아내며 여유롭다는 듯이 앉아 있었다.

대단했다.

그녀의 미각은 매우 뛰어났고, 그리고 그 미각으로 얻은 정보를 차곡차곡 정리하여 말할 수 있었다.

미각을 느끼는 것이라면 그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의외로 자신이 먹었던 요리의 장단점을 조목조목 읊어보라고 한다면, 상당히 힘든 일이다.

짠맛, 단맛, 신맛, 감칠맛, 매운맛 등.

수많은 맛들이 섞인 요리를 자신이 느낀 그대로 정확히 말하는 것은, 난이도가 높다.

심지어 대회는, 최대한 공정한 심사가 들어 가야 했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별로라도, 나에게는 그럭저럭 먹을 만한, 그런 요리로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강하, 저 소녀는 달랐다.

어떤 요리든 냉철하게 파악하고, 단점을 조목조목 말해 준다.

마치 냉혹한 맛의 화신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그녀는 심사가 끝나고 승패를 가릴 때, 승자에게도 패자에게도 자신이 내 왔던 요리의 개선점이나 좋았던 점을 반드시 말해 준다.

“아, 마침 왔다. 리 차오 님, 리진 님, 백차 한 잔씩 드시죠.”

그러던 찰나, 강하는 자기 앞으로 다가온 궁녀에게 받은 컵을 두 사람에게도 건네며 말했다.

/차...?/

“맑은 향과 산뜻한 맛을 내는 백차로, 입 내부를 한번 씻어내면, 맛을 느끼기 수월하실 것 같아서, 제가 궁녀에게 따로 부탁해 두었습니다.”

/오호....과연.../

/역시나 아가씨군요! 하하, 이렇게 처져 있을 틈이 없습니다! 아직 일정은 많이 남아 있고, 이 궁궐의 대령숙수인 제가 힘을 내야겠지요!/

가뜩이나 혀가 굳어가던 두 사람은 강하의 배려에 감사하며 백차를 머금었다.

향기롭고 따뜻한 백차가 혀에 들어가자, 기름지고, 자극적이었던 그들의 혀가, 조금씩 누그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

한 모금을 들이킨 리 차오는, 자신도 모르게 다시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

그녀는 그저 자세를 고치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하하....과연....그렇군..../

“예? 무슨 일이신지?”

/아...아닐세, 별것 아니야./

이제야 알았다.

그녀의 뛰어난 실력도, 냉철한 비판과 이어지는 칭찬도.

그녀의 요리가, 그렇게나 맛있는 이유도.

리 차오는 알 것 같았다.

그녀는 정면을 바라본다.

기대감을 잔뜩 가진,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자신보다 뛰어난 요리사들의 요리가 아닌데도, 그녀의 말 한마디에 승자와 패자가 정해지는 시합인데도.

그녀는 마치 견딜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러운 무언가를 바라보는 것처럼,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녀, 강하는 정말로, 정말로 요리를 사랑하는 여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보다도 더.

‘호오....17번은 고기를 손질하는 손놀림이 재빠른 데? 게다가 넓적하게 잘라 내고 있어, 28번은 면? 면을 뽑는 건가? 수타는 난이도가 어려울.....역시 칼로 썰어내는군....오! 42번은 뭘 만드는 거지?’

그리고 리 차오의 예상대로, 강하의 머릿속에는 참가자들이 만드는 요리만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수많은 새싹이, 자기 열정을 불태워 가며 자신에게 요리를 만들어 준다.

솔직히, 이런 그들에게 냉정하게 점수를 매기고, 탈락시킨다는 것은 조금 마음이 아파져 오기는 한다.

하지만 이것은 대회.

그리고 그들에게 칭찬은 좋은 양분이 될 수도 있으나, 독이 될 수도 있었다.

한 번쯤, 크게 데어보는 것도 경험이 될 터이니.

그러니까, 내가 할 일은 단 하나.

공평하고 냉정하게 심사하는 것.

그것이 강하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다음 대결의 참가자가 요리를 완성했는지, 그들에게 접시에 요리를 담아, 들고 오고 있었다.

‘음? 얼굴이 조금 익숙한데.......’

그런 참가자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던 강하는, 그의 가슴팍에 달린 번호표를 바라보았다.

‘27번....타이 창...! 그 자인가?’

어젯밤, 서류를 뒤적거리다가 발견한 그의 이름을 떠올린 강하.

타이 창.

작년 대회의 결승 진출자이자, 불운한 사고로 실격패 당한 인물.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도삭면이라는 요리로 가볍게 시험을 돌파한 인물.

그렇기에 강하 또한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제가 준비한 요리는 바로, 워샹러우쓰*(??:어향육사)입니다./

그런 강하의 생각을 아는지, 타이 창은 무심한 듯 요리가 담긴 접시를 그들의 위에 올려 두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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