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화 〉 결승의 시작.
* * *
마오 슌.
녹빛 머리칼과 눈동자, 작은 키와 수수한 신체.
말 그대로, 어딘가 튀지 않는, 평범한 소녀.
제 1 시험과 제 2 시험에도, 그닥 튀지 않으며 큰일 없이 조용조용 시험을 통과했다.
그렇기에 강하도 그런 그녀를 크게 신경 쓰지 못했다.
허나, 현재의 그녀는 말 그대로 다크호스, 숨은 실력자였다.
재료 본연의 맛을 극한까지 끌어올리고, 그 깊은 맛은 누구나 감탄 짓게 할 만한 힘이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파죽지세로 다른 상대와의 압도적인 차이로 예선을 이겨나갔다.
그리고,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한 사람이 있었다.
/젠장....일이 귀찮게 됐군.../
그런 그녀가 나타나기 전까지, 다른 심사위원들의 기대를 받던 이.
타이 창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침대에 몸을 맡긴 창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복잡해진 상황을 어떻게든 정리하려 애썼다.
어느새 예선은 끝났다.
총 4번의 예선 시합.
예상대로 자신과 맞붙어서 이기는 자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허나, 만약 그 마오 슌 이라는 소녀와 만났어도, 그런 소리가 나왔을까?
자신의 요리를 심사할 때와 그녀의 요리를 심사할 때는, 극명한 차이가 난다는 것을, 창은 눈치챘다.
그리고, 이대로 결승으로 올라가서, 그녀와 맞붙게 된다면, 자신이 질 것이 뻔하다는 것도, 눈치채고 말았다.
/젠장...../
이대로, 질 수는 없었다.
반드시 이길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까.
그녀의 요리는 너무나도 맛있을 텐데.
그런 요리보다 더 뛰어난 요리를 만들 방법이....
/차리리 그 녀석의 요리를 맛이 없게 만드는 편이....하하 무슨 생각인....지..../
맛이 없게?
떠올랐다.
/그래, 그렇다면, 차라리 그 방법을 쓴다면..../
너무나도 뛰어난 요리가 있다면, 그 요리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 좋아.....그 방법밖에는 없어./
이 방법을 알아챈 누군가는 비겁하다고 하겠지, 요리사의 수치네 뭐니, 대회에 나올 자격이 없다느니.
하지만, 위반된 행위는 아니다.
그렇다면, 손가락질을 당하더라도, 반드시 이길 것이다.
창은 눈을 감았다.
내일이 결전이었기에, 몸을 쉬어 두어야 했다.
두근거리는 맥박을 자장가 삼아, 그렇게 잠들었다.
*
/....!!!!! 야호!!!/
같은 시각.
창이 잠든 방보다 조금 더 아래에 위치한 방에서, 한 여성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 내...내가 결승까지 올라오다니...! 끄으...!!/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부자리 위에서 방방 뛰어다니는 한 소녀.
마오 슌이 팔을 하늘로 쭉 펼치며 중얼거렸다.
어느 시골 마을에서 올라온 그녀는, 그저, 홀로 자신을 키운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식사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으며, 식사를 함으로써,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렇기에, 식사의 과정인 요리를 즐겼는데, 젊었을 적, 화련의 방방곡곡을 다니며 수많은 요리법과, 그에 맞는 조리실력을 쌓았다.
궁궐에서 일한 적도, 가게를 열어 식당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요리에 대한 탐구는 끝이 없었으며, 결국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떠돌이로 살게 되었다.
수많은 명예와 금전도, 그런 그의 탐구욕을 막아 세울 수는 없었다.
그러나, 역시 사람은 사랑의 노예라고 하던가.
한 시골 마을에서 만난, 병약한 여성이 그의 마음을 한 번에 붙잡아 버렸다.
그 둘은 사랑을 나눴고, 한 아이를 낳았다.
그 아이가 바로, 마오 슌 이었다.
하지만, 원래 몸이 병약했던 그녀는 결국, 마오 슌을 낳고 세상을 떠났으며, 그는 마오 슌을 지금까지 키워왔다.
그리고, 그런 소녀에게 자신의 모든 정수를 하나씩 전수해주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수많은 요리들이 존재했지만, 그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바로, 식재료 본연의 맛을 끌어올리는 것.
각종 조미료 또한 적절하게 사용하면 맛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재료 본연의 맛을 언제나 중요시하며 가르쳤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의 가르침을 잘 배워온 마오 슌은 이번에 열린 요리대회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첫 번째는 아버지의 권유, 두 번째는 금전적 목표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마오 슌이 더욱 넓은 세상을 보기를 바랐고, 마오 슌은 그런 아버지의 말을 따라 이곳으로 왔다.
수도는 굉장했으며, 아버지의 말대로 수많은 요리사들과 그에 맞먹는 수많은 요리들이 있었다.
솔직히, 약간 그런 분위기에 압도되는 기분도 들었지만, 그녀는 최대한 자신이 할 일을 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내일, 결승전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나저나....그 강하라는 분은 정말 대단했지..../
강하.
마오 보다 어린 그녀가, 이 큰 대회의 심사위원이라니.
얼마나 대단한가!
심지어, 자신의 요리 특징을 아주 완벽하게 잡아주었다.
그런 그녀의 요리는 어떨까?
/내 상대는....창 씨? 조금 무섭게 생겼었지..../
그리고 내일 결승의 상대를 떠올렸다.
무표정에 무뚝뚝해 보이는 그는, 자신 못지않게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실력자였다.
/내가 이길 수 있을까...../
벅차오르던 감정도 잠시, 이내 엄습해오는 불안감이 그녀를 덮쳤다.
그녀는 다 좋지만, 심약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었다.
언제나 주눅 들기 쉽고, 쉽게 풀 죽는, 순박한 소녀.
/아버지....저에게 힘을 주세요..../
그렇기에 그녀는, 고향에서 자신의 소식을 기다릴 아버지를 부르며, 눈을 감았다.
*
/오오래기다리셨습니다아!!!!!!!/
///와아아아아아아!!!!!!!!!///
마치 우레와도 같은 함성이 대회장 내를 뒤흔들었다.
며칠 동안 이루어진 대회의 결승.
그것이 지금 시작되고 있었다.
그 기나긴 대회의 결승을 눈앞에 두게 된 관객들은 저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품고, 대회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자네는 누가 이길 것이라고 보나?/
/물론! 호쾌하고 화려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창이라는 자 아니겠는가!/
/흐음....나는 그 마오 슌 이라는 소녀 또한 신경이 쓰이는 군, 강하 심사위원의 극찬을 받지 않았는가./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는, 한창 대회 결승에 진출한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보기에도 아름답고, 화려한, 그리고 맛있는 요리를 선보이는 타이 창.
수수하고, 익숙하지만, 본연의 맛을 끌어내는 요리를 선보이는 마오 슌.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 라는 주제로 불타오르던 중이었다.
/자! 걸어라 걸어! 못 져도 본전! 이기면 대박!/
그렇기에, 그런 기회를 틈타 한탕 크게 벌어보려는 자들 또한 나타났다.
뭐, 그렇다고 불법으로 노름을 하는 것은 아니고, 왕궁쪽에서도 알지만 눈감아주는 방식의 노름이었다.
돈이 걸려있으면 더욱더 분위기가 불타오르고, 관객들의 집중도가 더 올라갈 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돈을 걸었다가 잃을 수도 있으니까, 한도는 적당히 걸어둔 상태로 진행되었다.
/나....난 타이 창에게 걸지!/
/난 저 녹빛 소녀에게 건다!/
드디어 시작되는 결승전이겠다, 돈도 걸려있겠다. 관객들의 분위기는 말 그대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자....! 그럼, 두 선수는 나와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류진의 외침에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양쪽의 문이 열리더니, 조리복으로 차려입은 그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창! 힘내라!/
/너에게 돈 걸었다!/
/아가씨! 한방 보여줘!/
/그래! 저런 놈팡이에게 지지마라!/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들이 모습을 보이자, 관객석은 더욱 들썩이기 시작했다.
/쯧..../
/히익.....! 사...사람들이....!/
그런 그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과 고함에 휩싸인 채로, 대회장의 중심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자! 언제나 화려하고, 특이한 요리를 선보인 요리사, 타이 창입니다! 이번 대회 결승까지 진출하시게 되었는데요, 혹시 포부 한마디 가능하신지...?/
어느새 류진이 있는 중심까지 오게 된 두 사람을 흘낏 바라보던 류진이 마이크를 창 쪽으로 넘기며 말했다.
/........오늘, 제가 이깁니다./
그런 류진을 무표정으로 바라보던 창은 마이크를 획! 하고 잡아채더니, 단 한마디를 남기고 다시금 류진에게 마이크를 돌려주고는, 자신의 지정된 자리로 돌아갔다.
/오...오오.....역시 창 선수! 기백이 장난이 아닙니다! 마오 슌 선수, 저런 선수가 상대이신데,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계시는지?/
쿨한 창의 태도에 잠시 버벅거리던 류진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마오 에게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아...그러니까...어....여...열심히 할게요!/
/하하! 과연 마오 선수! 열정이 대단하시군요!/
마오는 갑작스럽게 들이밀어진 마이크에 당황했지만, 어떻게든 대답했다.
/이번 시합은 자유주제입니다! 말 그대로,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요리를 만들면 되는,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시합이죠! 자.....선수들은 자리로.....그럼.....시작하겠습니다!/
징~ 하면서 시합의 시작을 울리는 종이 울려 퍼졌다.
드디어, 결승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