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화 〉 마라(??).
* * *
종소리가 울리는 동시에, 두 사람은 마치 번개처럼 튀어 나갔다.
대회장 중앙에는, 수많은 식재료가 준비되어 있어, 자신이 만들 요리가 무엇이든지 준비되어 있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보자....우선은 육수를 만들 재료부터....’
마치 산맥처럼 쌓인 식재료들의 산이, 그녀를 압도할 만큼 거대했지만, 마오는 침착하게 당장 필요한 식재료부터 찾아냈다.
시원한 국물을 내줄 무와 각종 국물 내기용 재료들.
수많은 식재료들 사이, 요령 좋게 필요한 것들만 쏙쏙 빼내어 준비했다.
‘역시....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어.’
그리고, 식재료를 고르는 척, 흘낏 시선을 돌려 마오를 바라보는 창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마오 슌.
여태까지 봐온 그녀의 요리는, 하나같이 재료 특유의 맛을 살리는 요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특히, 진하게 우려낸 국물의 요리가 많았다.
그리고 대개, 그런 요리들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좋아.
이대로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창은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본다.
그는 화자오*(花?:중국의 초피.)가 담긴 항아리를 집어 들었다.
*
“흐음~ 과연, 그렇게 나오는 건가?”
/음? 무언가 문제라도 있나?/
“아뇨 뭐...기특해서 말이죠.”
그리고, 그들이 무엇을 만들까 싶은 강하는 두 사람이 재료를 선발하는 것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 그런가? 난 잘 모르겠군./
리 차오는, 정면을 보며 흐뭇하게 웃는 강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며칠간, 그녀의 곁에서 심사위원을 해왔지만, 아직도 그는 강하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그녀의 표정을 관찰해본 결과, 그녀는 지금, 재미있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과연....그녀는 무엇을 보고 저런 표정을 지은 것일까?’
그렇게 리 차오는 경기가 흘러가는 와중에도 흘낏흘낏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고 말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강하는 계속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아, 한순간, 고개를 돌려, 관람객을 바라보았다.
누굴 보는 거지 싶어, 리 차오 또한 그녀가 바라보는 곳을 바라보던 찰나.
“잠시, 자리 좀 비울게요.”
/엇? 어딜 가려는 건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 강하가, 잠시 자리를 비운다고 선언하더니, 천천히 경기장 밖으로 걸어 나갔다.
“저도, 대처를 좀 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런 강하의 돌발적인 행동에 놀란 리 차오가 다급히 그녀를 불러 세웠지만, 그녀는 또다시 알쏭달쏭한 답변을 내놓은 채, 밖으로 나갔다.
/허 참....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면 알수록 모르는 일 투성이인 그녀는, 그렇게 잠시 경기장을 비우게 되었다.
*
이곳은 경기장 바깥의 대기실.
원래라면 선수들이 시합을 준비하기 위해 대기하는 방이었으나, 어차피 결승이라 선수도 없고, 다른 이들 또한 대회를 보기 위해서 전부 대회장으로 떠났으니, 아무도 없어 고요한 공기만이 감도는 방이었다.
“있지? 어서 나와.”
그리고, 그곳에 우두커니 서 있는 강하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무어라 중얼거렸다.
그러자, 분명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점차 검게 일그러지기 시작하더니, 무언의 형체가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먹을 간 것처럼 칠흑 같은 머리칼, 우뚝 솟은 외뿔, 날카롭게 찢어진 동공.
“갑자기 이 몸을 부르다니, 당최 뭔 일이냐?”
흑룡 류월이, 내심 투덜거리며 나타났다.
분명 자신은 관객석에서 주막 직원들과 같이, 흥미진진하게 대회를 관람하고 있었는데, 강하가 검은 기를 내뿜으며 자신을 부르니, 어쩔 수 없이 그녀 또한 자리를 비우고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뭐...물어볼 게 있어서 말이지.”
“뭣이냐. 난 어서 돌아가서 그 꼬맹이들이 만드는 것을 보고 싶구나, 용건만 빨리 말하거라.”
‘이런 먹보 도마뱀...!’
강하의 부탁에 만사가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휘 저어 보이는 류월이었기에, 살짝 심기가 불편해진 강하였다.
“너는 사람의 통각이나, 고통을, 낫게 만들 수 있어?”
“음? 당연하다. 이 몸이 누구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통각.
신경 말단의 자극으로 일어나는 감각이며, 아픔, 통증이라고도 불린다.
“그러면, 이런 통각도 낫게 할 수 있나?”
강하는 그렇게 말하며 구체를 꺼내, 그 안에 든 것을 꺼내어 보였다.
*
/오, 왔는가? 상당히 늦었군./
“죄송합니다, 시간이 조금 걸리고 말았습니다.”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터벅터벅 대회장으로 돌아오는 강하에게 손을 들어 보인 리 차오가 말을 걸었다.
강하는 그런 리 차오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다시금 자리에 앉았다.
/저 소녀의 요리는 몰라도, 저자의 요리는 끝난 모양이야. 이제 접시에 담더군./
리 차오가 정면을 향해 손짓하자, 손에 들린 국자로 웍에 있는 음식을 접시에 덜어내는 창의 모습이 보였다.
“역시.”
/응? 역시라니?/
“아...아닙니다. 그냥 혼잣말입니다.”
그런 광경을 본 강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자, 또 뭔 소린가 싶었던 리 차오가 묻자, 강하는 그저 얼버무리고 말았다.
/오오! 먼저 요리가 끝난 것은, 타이 창! 그가 접시에 담긴 요리를 들고 심사위원분들이 계신 쪽으로 걸어옵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접시에 요리를 담은 것을 마친 창은, 접시를 들고, 심사위원석으로 걸어왔다.
/여기, 마파두부(????) 입니다./
그렇게 말한 창이 내민 접시에는, 새빨간 양념이 잘 묻은 두부들이 반들거리며 윤기를 내고 있었다.
*
중국에는 5가지의 매운맛이 있다.
큰 영토인 만큼, 그 맛을 지역별로 나누는데.
첫 번째는 사천(四川) 지역의 얼얼한 매운맛, 마라(??).
두 번째는 귀주(?) 지역의 향기나는 매운맛, 샹라(??).
세 번째는 운남(雲?) 지역의 신선한 매운맛, 시엔라(?).
네 번째는 섬서(?), 특히 남부 지방 지역의 짠 매운맛, 시엔라(??)
마지막으로 후남(??) 지역의 시큼하면서 매운맛, 시안라(??) 가 있다.
그 중, 한국에서도 유명한 매운맛이 바로 마라인데.
이 마라는 얼얼한 맛을 뜻하는 ‘마’와 매운맛을 뜻하는 ‘라’를 합친 말이며, 말 그대로 얼얼하면서도 매운맛이다.
한국에서는 마라탕으로 유명한 매운맛이며, 화자오와 고추로 매운맛을 낸다.
이 화자오가 중국의 초피나무 열매며, 얼얼한 맛을 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 마라를 사용해 만든 두부 요리가 바로, 마파두부.
최초로 만들어진 것은 중국 사천 지방이라고 하며, 청나라 말기, 진(?)씨 성을 가진 곰보투성이 여인이, 남편을 잃고, 막막해진 생계를 위해 시누이와 함께, 두부에 고추와 후추(화자오), 쇠고기와 고추기름 등을 넣고 볶아, 얼얼한 두부 요리를 만들어 팔았는데, 이것이 마파두부의 유래이다.
한국에서도 마파두부를 파는 곳이 있긴 하겠지만, 그곳은 아주, 아주아주 순화된 버전의 마파두부이다.
제대로 된 마파두부는 매운 걸 잘 못 먹는 사람이 한 입 먹었다가는 5분 동안 입 안이 얼얼해질 정도라고 하니, 말 다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파두부의 맛은 단순히 맵기만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그리고 지금 대회의 결승 요리로 올라오게 된 것이다.
/후우...쓰읍....화...확실히 얼얼하고 매콤하군...! 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감칠맛이 계속해서 수저를 옮기게 만들어...!/
/맵군요...! 아주 많이! 하지만, 멈출 수가 없습니다!/
얼얼하지만, 진한 소고기의 풍미와 매콤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매운맛, 부드러운 두부가 한데 잘 섞인 마파두부는, 분명 먹으면 괴로운데도, 자꾸만 먹게 되는, 마성의 요리.
그렇기에 창은 결승 때 이 요리를 골랐다.
상대의 요리는 진한 육수를 바탕으로 만든 요리.
그래, 창은 인정한다.
저 소녀의 요리는 자신의 요리보다 월등하다.
하지만, 아무리 요리가 뛰어나다고 한들, 마파두부로 얼얼해진 혀가,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까?
‘비겁한 짓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나는 절대로 질 수는 없다...!’
상대의 요리를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린 것에 죄책감은 느낀다.
하지만 창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렇게 창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게 되었다.
허나.
“음음....확실히 맛있어, 하지만, 이건 너무 맵군, 마치 의도적으로 맵게 만든 맛이야....”
/....../
강하.
그녀는 그저 작은 입에 걸맞게 작은 혀를 내밀어 식히며 말했다.
“헌데, 우리는 아직, 마오 슌의 요리도 맛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 아직 대회는 끝나지 않았다.
마오 슌. 그녀의 요리가 아직 남아있었다.
'흥....! 이제와서 수저를 멈춰봐야, 마라의 얼얼한 매운맛은 쉽게 빠지지 않는다!'
그렇다.
매운맛도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휘발성 매운맛과 비휘발성 매운맛이다.
휘발성 매운맛은 고추냉이나 마늘, 양파, 겨자같이 맵더라도 금방 사라지는 맛이라면, 비휘발성 매운맛은 매운 물질이 혀 위에서 사라져도,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되는 매운맛을 뜻한다.
마라 특유의 얼얼함은, 비휘발성 매운맛.
아무리 물을 들이켜도 얼얼함만 더 커질 뿐, 그 혀로는 마오의 요리는 심사가 불가능했다.
“자, 일단 이거 한 잔씩 들고, 마오의 요리를 기다리죠.”
하지만 강하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여유로운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
마파두부 입니다!
얼얼하니 매운 맛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정말 유명한 사천 요리지요!
하지만 저는, 노피아를 대표하는 맵찔이기 때문에.......
하...하지만 불닭은 먹을 줄 알아요!
소스도 1/5나 넣어서 먹는다니까요?
뭐, 왜,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