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화 〉 안녕?
* * *
우육면(???).
말 그대로 쇠고기면이다.
소고기를 사용한 면 요리로,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중국 현지에서는 상당히 널리 퍼진 음식 중 하나이다.
면 요리라면 빠질 수 없는 일본의 라면은 대부분 돼지의 뼈를 이용해 무겁고 진한 육수를 내지만, 우육면은 탁한 국물이 아닌, 소고기의 뼈를 사용해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낸다.
지금까지 자극적인 요리가 아닌,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내는 마오 슌의 요리를 본다면, 꽤 나쁘지 않은 메뉴 선정이었다.
하지만.
“흠....소고기라....”
/소고기인가....어째서 소고기를...?/
/굳이 수많은 재료 중, 어째서 소고기를 골랐을까요....?/
마오 슌의 요리 성격이 잘 드러나는 요리임에도, 심사위원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이것은 말 그대로, 소고기에 대한 문제였다.
소.
지금이야 소고기 하면, 비싼 한우나 와규, 스테이크 등.
고급지고 맛있는 요리. 라는 인식이 박혀있다.
하지만, 과거와 지금 세계의 소는 조금 달랐다.
한과 화련은 벼농사를 주축으로 살아가는 나라이다.
그렇기에 노동력은 필수 불가결이었으며, 사람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찾아낸 가축이 바로 소.
소를 이용해 밭을 갈고, 여러 가지 노동을 소의 힘으로 해결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소는 식용이 아닌, 노동력으로 길러졌다.
그래서, 흔히 찾을 수 있던 소고기보단, 돼지고기가 더욱 비쌌다.
막 이 세계로 왔을 때, 강하가 청라의 집에서 일했을 당시에도, 냉동 창고에는 돼지고기는 별로 없었지만, 소고기는 가득 쌓여있던 것을 본 적도 있었다.
과거, 조선시대 때는, 가뭄이 심하게 들어, 백성들이 먹을 것이 없어 소를 도축하여 잡아먹자, 왕이 법률로 지정하여 소고기 도축을 금지한 일도 비일비재하였다.
당장 배를 채울지는 몰라도, 벼농사를 지으려면 소가 꼭 필요했거늘, 다 잡아먹어 버린다면 내년, 내후년은 완전히 굶어 죽고 말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화련의 소고기는 맛이 없다.
노동으로 다부진 육질은 질기고, 지방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중국....그리고 화련에서 농사에 사용하는 토종 소의 품종은 육질이 질긴 물소였다.
아무리 소고기 뼈로 국물을 우리고, 채소를 듬뿍 넣었다 한들, 이름이 우육면인 만큼, 소고기가 들어가야 할 텐데, 그런 질긴 고기를 장식으로 올리면, 점수가 깎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잘 알고 있던 심사위원들과 강하였기에, 그런 그녀의 메뉴 선정에 의아함을 내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잠깐.....호오....? 이건 뭐지?”
그렇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가 내온 접시를 바라보던 강하는,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였다.
바로 토핑으로 올라간 동그란 것을.
곧바로 젓가락으로 그 물체를 집어, 유심히 살펴보던 강하는 이내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래....과연....이렇게 만든다면 그냥 먹는 것보다는 훨씬 먹을 만하겠어.”
그것은 바로, 다진 소고기를 뭉쳐서 튀겨낸, 튀김이었다.
/ㄴ...네에....소고기를 그대로 사용하자니, 식감도 좋지 아니하여, 잘게 다져 각종 재료를 섞어. 한번 튀겨내었습니다..../
/호오? 그렇다면 관심이 쏠리는군./
/그렇군! 그런 식이라면 소고기 특유의 질긴 식감도 어느 정도 괜찮아질 터이니, 좋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강하의 말에 그들 또한 소고기 튀김을 이리저리 바라보며 저마다의 칭찬을 한마디씩 얹어 주었다.
“자, 일단 심사해야 하니, 식기 전에 한번 맛을 보도록 하죠.”
/좋지, 나도 어서 먹어보고 싶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곧바로 일정량의 우육면을 덜어내어, 맛보기 시작했다.
“으음....”
/오...../
/휴우.../
“육수의 맛이 참으로 깔끔해, 끓여내면서 거품도 지속적으로 스키밍...아니 걷어낸 것 같고, 잡스러운 맛은 느껴지지 않아, 그러면서도 농후하게 퍼지는 소고기 사골과 채소들은 잘 어우러져, 시원해, 그리고 약간 매콤한 맛을 넣어서 칼칼한 맛도 좋아!”
먼저 국물부터 한 입 맛보았던 강하가 혀를 약간 다시며 그녀에게 호평을 내주었다.
/가...감사합니다...! 저번에 강하 아가씨께서 요리를 심사할 때, 약간 매콤한 맛이 좋은 효과를 낸다고 한 것을 들은 것이 기억이 나, 한번 고추를 조금 썰어 넣어 보았습니다.../
“오....그걸 기억하고 있었어?”
그래, 분명 강하가 처음으로 창의 음식을 평가할 때, 칭찬하면서 언급했던 말이었다.
그걸 기억하고 있었던 데다가, 그 음식의 평가를 내렸던 창의 상대로 하는 요리에 사용하다니, 상당히 대담한 면도 있는 마오가 강하는 마음에 들었다.
“면 또한 쫄깃하군, 이건 감자면 인가?”
/ㅇ...예! 그렇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면부터 맛본 리 차오가 물었다.
/과연.....감자면으로 만든 면은 특유의 쫄깃한 맛이 나서 좋지....아주 마음에 들어!/
감자에 들어간 전분이, 면을 더욱 쫄깃하게 만들어 주어 좋은 식감을 내고, 감자의 고소한 맛 또한 면에 잘 배어들어 아주 좋은 맛을 내고 있었다.
/이 고기 또한, 아주 마음에 듭니다! 그저 소고기만 다졌다면, 퍽퍽한 맛이 날 수도 있었으나, 이 느껴지는 맛은....돼지고기를 섞었군요! 적절하게 섞인 기름기와 각종 향신료 또한 아주 맛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토핑으로 올라간 소고기 경단 튀김을 맛본 리진은 감탄한 듯이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소고기만 갈아낸 패티와 돼지고기만 갈아낸 패티, 그리고 두 고기를 섞어서 만든 패티.
소고기만 갈아낸 것은, 너무 텁텁하고, 돼지고기는 너무 기름졌다.
하지만, 두 고기를 적절한 비율로 섞어서 구워낸 패티는, 적당히 농후하고 기름진, 그야말로 최고의 패티가 나왔다.
마오 슌의 소고기 완자 또한, 돼지고기가 일정량 섞여 있어서, 더욱 맛있는 맛을 내었다.
그야말로 칭찬 일색.
아무리 봐도, 승부는 이미 결정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오오....맛있겠다..../
/소고기는 맛이 없었는데...과연...저런 방법이...!/
/크으~....나도 먹어보고 싶어...!/
관객들 역시, 이미 흐름은 마오 슌의 우육면으로 마음을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파두부도 맛있어 보이긴 하지만....너무 매워 보여....난 저게 더 맛있어 보이는구먼!/
/그나저나....만약 강하 아가씨가 직접 만들어낸 환단이 없었더라면....맛 평가가 아주 힘들었을 것 같은데...?/
/그러게나 말이야, 저 우육면은 그렇게 강한 맛도 아니어서, 혀가 민감해야 할 텐데, 그렇게 매운 음식을 먹고 나면, 심사가 힘들어지잖아?/
/저 창이라는 작자....설마 고의로...?/
/그게 사실이라면 아주 나쁜 놈이로구만!/
/그렇기는 한데....저 자는 결국 자신이 만든 요리를 내보인 것 뿐이라....제도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행위이긴 하네..../
/쯧쯧....승리에 눈이 멀어 지독한 짓을 하는구만.../
그런 음식을 심사하기 전에, 심사위원들의 혀를 망치려도 했던 타이 창에게도, 비난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우우! 비겁한 놈!/
/네놈이 그러고도 요리사냐!/
/고추 떼라!/
처음에는 작은 의심, 그리고 시작되는 파동이 더욱 거세져, 이윽고 관객석에서는 창을 비난하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가 대회의 규칙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것은 아니었다.
/여...여러분! 잠시 진정해주시기 바랍니...!/
/저런 놈은 요리사라고 지칭할 자격도 없다!/
/옳소! 옳소!/
그런 분위기에 당황한 류진이 어떻게든 관객석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이미 한번 불이 붙어버린 불은 점차 사그라들질 않았다.
/............/
그리고 그런 맹비난의 대상인 타이 창은, 그저 묵묵히 침묵을 고수하며 자리를 지켰다.
당장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질 못할망정, 자신은 잘못 없다는 창의 태도에 관객들은 더욱 분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소란은 더욱 커지는 그때.
“그만.”
마이크를 건네받은 강하가, 벌떡 일어나 관객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
그러자 금방까지만 해도 시끄러웠던 관객석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27번...타이 창은, 잘못이 없다. 그는 경기 규칙을 어기지 않았고, 어디서나 규칙의 안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니, 그를 더 이상 비난하지 말도록.”
/하...하지만...!/
/끄응....!/
그 강하가 직접 나서서, 타이 창의 비난을 막으니, 관객들 또한 무어라 말할 수는 없었다.
/....칫!/
/어...어어? 참가번호 27번? 어딜 가시는 겁니까?/
그러자, 여태까지 침묵을 고수하던 창은 혀를 차며 바닥을 박차고는, 대회장을 나섰다.
“........”
그리고 강하는 그저, 그의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
/젠장....! 젠장 젠장...!/
거침없는 욕설이 대기실 방을 가득 채웠다.
이길 수 있었다.
자신의 비책에 허점은 없었다.
분명, 분명 자신이 이번 대회의 승리자여야만 했다.
하지만.
/강...하...!/
그 계집만 아니였어도, 자신이 이길 수 있었다.
당당하게,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었다.
갑작스럽게 나타나, 대회를 바꾸고, 자신의 비책까지 모조리 박살 나버리고 만 타이 창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며 주저앉았다.
/제기랄....! 그 년만 없었으면....!/
밉다.
자신의 비책을 깬 그녀도 밉고, 뭣도 모르는 놈들이 날리는 비난도 역겹다.
그리고, 마지막에 자신을 감싼 그녀의 배려가, 창에게는 역겨운 위선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좌절의 늪에 빠진 창이 주저앉아 흐느끼고 있을 무렵.
/안녕?/
맑고 경쾌한 소녀의 목소리가, 그의 귀를 속삭였다.
/....누구냐...?! 가...갑자기 나타나다니...!/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창이 고개를 들고, 그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너, 저 강하라는 애가 미워...? 응?/
그곳에는.
마치 바다와도 같은 새파란 머리칼에, 마치 선녀와도 같은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소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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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새로운 표지가 나왔습니다...!!!!
베이킹의 백설과 먹보 류월입니다!
딸기 쇼트케이크가 엄청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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