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8화 〉 두 사람은 동굴 안에서. (198/289)

〈 198화 〉 두 사람은 동굴 안에서.

* * *

/으음......./

마오는 감겨있던 눈을 떴다.

/내가 왜....아 맞아..../

급작스럽게 정신을 잃은 까닭을 추적하다 보니, 기억이 났다.

타이 창.

그자, 아니 그녀..?

분명 남자였던 그가, 갑작스럽게 여자가 되어서, 자신에게 무언가를 했다는 것을.

/여긴....어디야?/

차가운 냉기가 엉덩이를 타고 흐르자, 놀란 마오는 고개를 돌려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축축하고 어두운, 동굴 속.

자신은 지금 동굴 안에 있었다.

/윽....! 이건....?/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이미 그녀의 팔다리는 밧줄로 묶여, 꿈쩍도 할 수가 없었다.

/끄응....! 끄으응...!/

그런데도 열심히 발버둥 치는 마오였지만, 힘이 빠지기만 할 뿐,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

/어휴....어쩌면 좋지....?/

그녀는 요즘 들어 처음 겪어보는 일이 한가득이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수도에 와 보고.

요리 대회에서 모든 경쟁자를 제치고 1등을 하고.

이젠 납치까지 당했다.

이래 봐도 흔하디흔한 촌 동네 여식일 뿐인데....

/힝....이제 어쩌면 좋지...?/

춥고, 배고프다.

아무도 없는 동굴 속에서, 얼마나 있어야 하는 걸까?

설마 이대로....

/주...죽는 건 아니겠지...?/

아무것도 먹질 못해서, 결국 해골바가지만을 남기는 자신의 미래를 떠올린 마오는 기겁하며 발버둥 쳤다.

그때.

/일어났군./

/훌쩍....응...?/

동굴의 바깥쪽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신을 이곳까지 데리고 온 존재.

타이 창이었다.

그, 아니 그녀의 어깨에는 다양한 나뭇가지와 불쏘시개를 한 아름 챙긴 채로, 마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대로 네년이 죽었다가는, 그 강하라는 계집을 끌어올 수는 없으니, 살려두는 것이다./

창은 자신이 지고 온 땔감들을 동굴 바닥에 내려놓더니, 이내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타닥타닥 타오르기 시작한 모닥불이, 어두웠던 어둠을 몰아내고, 시리던 한기를 물리쳤다.

/자...이제는./

/....!/

모닥불을 피운 창은 밧줄로 묶인 마오에게 다가가, 손톱을 세웠다.

/히...히익...!/

마치 칼보다도 날카롭고, 묘한 기력이 샘솟는 그녀의 손톱에, 마오는 기겁하며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창은 그런 그녀를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발목을 단단히 잡았다.

/움직이지 마라. 그러다가 베인다./

/....?/

자신을 찌르리라 생각했던 마오의 생각 대신, 창은 마오의 팔다리를 묶었던 밧줄을 잘라내었다.

/밧줄은 풀어두겠지만, 도망치지 마라. 어차피 도망쳐 봐야 내 손바닥 안 일 테니./

자신을 납치해 놓고는, 거친 행동은 물론이고 자신을 배려하는 듯 보이는 창.

/자, 이제 끝났.../

/우아앙!/

/무...뭣?!/

밧줄을 다 풀어낸 창이 살짝 거리를 벌리자, 마오는 쏜살같이 창에게 달려들어, 껴안았다.

/무...무서웠어요오....훌쩍....이...이대로 굶어 죽는 줄 알았..../

/아...알았으니까 떨어져라! 달라붙지 마!/

마오의 돌발행동에, 창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자신은 분명, 자기를 납치한 납치범일 텐데, 왜 이렇게 구는 걸까?

창은 그런 마오의 행동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킁....! 죄송해요..../

‘...콧물....’

울며불며 난리를 치는 마오를 간신히 진정시킨 창은 거리를 벌려 대충 땅바닥에 털썩 앉았다.

이 신체는 추위도, 더위도 타질 않았다.

그런 창의 모습을 보던 마오는 모닥불로 쪼르르 다가가 풀썩 앉았다.

/.........../

/.....저기..../

/말하지 마./

/............./

/............./

자신을 바라보며 무언가 말하려는 마오에게 한마디로 일갈하는 창.

그대로 동굴은 장작이 타닥거리며 타오르는 소리를 재외하고는, 고요해졌다.

/............/

/.......하아....뭔데?/

하지만, 계속해서 느껴지는 시선에 창은 결국,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왜 여자가 됐어요?/

/윽...!/

그리고 이어지는 마오의 천진난만한 질문.

그리고 그 질문은 창에게 치명타로 들어갔다.

/설마...남장....하신 거였나요?/

/그럴 리가 있겠냐!/

혹시...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마오의 황당한 억측에 창은 소리를 버럭 질렀다.

/.......나도 정확한 건 모른다. 그저....수상하기 짝에 없던 계집이 내 몸에 무언가를 했다는 것 정도.....이 뿔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말하며 자기 이마에 난 한쪽 뿔을 쓰다듬는 창의 얼굴은 허탈해 보였다.

/.........저를 납치한 이유가 뭔가요...? 복수...인가요?/

/......암시./

/........네?/

/나를 이렇게 만든 여자가 나에게 무언가의 암시를 건 것 같다. 지금도 내 머릿속에서는, 당장이라도 강하, 그 계집을 죽이라고 소리치고 있어./

/..........!/

/그렇다고 궁궐에서 그녀를 죽이기 위해 마구 내 힘을 사용했다가는, 수많은 사상자가 생길 것 같았다. 그래서, 널 납치했다./

그렇다.

창은 청룡의 암시에 걸려들기는 했지만, 그 암시의 결론은 결국, 강하를 죽여라. 였다.

그렇기에 마오를 비롯한 다른 무고한 이들까지 휘말려 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청룡의 말로는, 강하 또한 자신과 비슷한 반룡이라고 했으니, 그녀 혼자서 이곳을 찾아낸다면, 단둘이서만 결판을 내려고 생각했던 것이다.

/너....너를 납치 할 때는 미안하게 되었다....암시의 영향인지 머리가 조금...어떻게 되었는가 보다..../

/....제가, 밉진 않으신가요?/

/.....밉다. 나는 무조건 이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내 실력도 밉고, 너도 밉고, 그 강하도 밉다. 그래도, 그런 이유만으로 어찌 사람을 죽이겠는가./

/........../

/밉지만, 네 요리는 맛있어 보였다./

마오는 보았다.

비록 그가 자신의 요리를 방해하기 위해 치졸한 수를 썼든, 납치를 했든.

그는 의외로 성실한 사람이라는 것을.

/.....카락./

/....음?/

/머리카락....불편하지 않으신가요?/

마오는 자꾸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계속 매만지는 창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묶어드릴까요? 비녀는 없어서, 대충 치맛자락으로 묶어야겠지만, 편하실 거예요./

/.....부탁하지./

눈을 반짝거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마오의 눈망울에, 창은 결국 자신의 머리카락을 그녀에게 내보였다.

/머릿결이 참 부드러워요!/

/그...그런 소리 하지 마라! 난 남자라고..../

타닥거리던 모닥불의 소리만 들려오던 동굴에 사락거리는 머리카락을 매만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

“넌 어떻게 생각해?”

마오 슌의 납치가 일어나자마자 곧바로 주막 직원들을 찾아간 강하는 류월에게 물었다.

“이것은 필시 청룡, 그 계집의 일이 틀림이 없다! 감히....훌륭한 요리를 만드는 신성한 대회에 훼방을 놓다니....! 내 이년을 그냥...!”

“아니 아니. 그 마음은 잘 알겠으니까, 마오가 어디로 납치되었는지 알 것 같냐고.”

청룡의 짓임을 깨달은 류월은 그 성격대로 곧바로 불같이 화를 내며 길길이 날뛰자, 강하는 그런 류월을 말리며 말했다.

“으음~근데 조금, 이상하구나.”

“네?”

그러던 찰나, 무언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던 백설이 앞으로 나왔다.

“이 쪽지, 분명 그 청룡이라는 아이의 기가 느껴지기는 하지만....무언가 이상해....마치, 다른 무언가가 섞인 느낌이 드는구나....”

“음? 확실히....그렇군, 뭐지?”

“뭐가 섞였다고?”

그녀들의 말로는, 분명 청룡의 기가 느껴지기는 하나, 이상한 이질감이 든다는 말이었다.

“그래, 이 기력은....강하 너를 닮았구나.”

“예? 저요?”

이 쪽지를 쓴 범인이, 나랑 닮았다고?

“용의 힘은 느껴지지만, 인간의 향도 섞여있는....마치 반은 용이고 반은 인간인...? 그런 기력이 느껴진단다.”

“그렇다면, 이 편지를 쓴 존재는....”

“너와 비슷한 반룡인, 같구나.”

반룡인이라니.

“하지만, 저번에 백설 님이 말씀하시기를, 반룡인이 되려면 그릇과 용석이 정확히 일치해야 한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그런데 어찌...?”

그렇다.

강하가 반룡인이 된 것도, 그녀의 마력을 담는 그릇과, 용석이 정확히 일치하여 일어난 일.

그런 극악의 확률이 그리 흔하지도 않을 터인데, 청룡이 그런 인간을 일일이 찾아가며, 그 인간으로 납치극을 벌였다....?

“아마, 강제로 힘을 주입한 모양이로군.”

“강제라면....위험한 거 아니야?”

그릇의 크기가 맞질 않으면, 그릇이 깨지고 그 사람은 죽어버린다.

그런데 그 거대한 용의 힘을 억지로 그릇에 쑤셔 박았다는 소리인데.

“이 편지를 쓴 작자는, 곧 죽겠군.”

“이런....! 빌어먹을 놈 같으니!”

청룡.

그녀의 악의는 어디까지인 걸까.

“그래서, 어찌할 생각이니?”

“.......찾으러 가야죠.”

이 편지는, 정확히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강하에게는 위대한 용이 두 마리나 있었다.

그런 강하에게 도발을 건다면, 응당 받아줘야지.

심지어 마오는 강하가 점찍어두었던 소중한 새싹.

“일단 그 납치범에게 꿀밤이라도 한 대 먹여줘야 겠습니다.”

강하는 그렇게 말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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