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02화 〉 꼬르르륵. (202/289)

〈 202화 〉 꼬르르륵.

* * *

/오라버니! 이거 봐!/

지금까지 꼭 쥐고 있던 내 손을 놓은 여동생은, 총총 달려가 들판에 피어난 꽃들 앞에 쪼그려 앉았다.

/예쁘다….그치?/

/응, 예쁘네. 꺾어서 집으로 가져갈 거니?/

/으응…...아니! 내가 꺾으면, 꽃이 아파할 거야…./

내 질문에 한참을 끙끙거리며 고민하던 여동생은 이내 결심한 듯 벌떡 일어나 말했다.

/그렇구나….그럼 이 예쁜 꽃을 잘 관찰하고, 집으로 돌아가 한번 그려보는 건 어떠니?/

/와…..오라버니 똑똑해! 그렇게 할래!/

그래도, 내심 아쉬워하는 여동생을 위해, 차선책을 말해 주자 여동생은 그런 수가 있었냐면서 방긋 웃었다.

언제나 천진난만하고, 귀여운 내 여동생.

타이 랑.

너무나도 소중하고, 그리운 이름이었다.

*

"흠….좋아, 완전히 뻗었군."

강하는 바닥에 축 늘어진 그녀의 얼굴을 잡아,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동공은 완전히 풀려, 강하가 흔드는 대로 이리저리 흔들리기만 할 뿐, 다시금 벌떡 일어나 발작하듯 덤벼들지는 않을 것 같았다.

[잘 끝냈구나, 장하다!"

"대단하네~어느새 이만큼 강해졌구나?"

그렇게 강하의 전투가 끝나자, 류월과 백설 역시 모습을 보이며 강하를 칭찬했다.

"그래서….이건 누구야?"

강하는 바닥에 널브러진 창을 일으키며 류월에게 물었다.

"음…...흠? 이 계집은….그 매워 보이는 음식을 만든 녀석 아니더냐?"

"뭐….? 잠시만…..지...진짜네?"

류월은 상처투성이인 창을 지긋이 바라보더니, 흠칫 놀라며 대답했다.

그 말에 강하 또한 다시금 그녀의 얼굴을 샅샅이 살펴보자,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완전히 달라지긴 했지만, 특유의 눈매라든지, 얼굴 같은 것이 마치, 창과 청룡의 아이가 생긴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 정도로 엇비슷하게 닮아있었다.

"얘가 왜 여기 있냐….?"

"아마 그 계집의 눈에 밟혀서, 이용당한 모양이로군."

"어머나…."

그렇게 의식을 잃은 창의 근처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

/자...잠시만요!/

급하게 땅을 박차는 소리와 함께,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 마오 슌…?"

맞다.

애초의 목적은, 납치당한 그녀, 마오 슌을 구출하기 위해서 온 거였지?

창과의 싸움 때문에 그만 목적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강하는 그제야 자신이 이곳에 온 목적을 깨달았다.

"무서웠지? 아 맞다, 말이 안 통하잖아…."

그런 그녀를 향해 무언가 말하려던 강하는, 언제나 자신의 말을 통역해주는 하진이 없었기에, 그녀의 외침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뭐, 대충 무서웠다 라던지 그런 말이겠지.

"잠시만….일단 말이 통해야 뭐라도 하니까…."

강하는 작은 구체를 하나 꺼내, 그 안에 소중히 보관해오던 펜던트를 꺼내었다.

/자, 이제 말이 통하겠지….? 괜찮아? 이 녀석이 너한테 뭐 한 건 없…./

/창 님을 해치지 말아주세요!/

/….엥?/

어느새 자신이 있는 곳 까지 뛰어온 마오에게, 화련어로 그를 달래주려던 강하였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강하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차...창님은 잘못이 없어요!!/

/이...일단 진정해!!/

급기야 마오는 쓰러진 창을 자신의 몸으로 덮으면서까지 창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

/…...그러니까, 창은 그 수상쩍은 여자에게 강제로 힘을 주입 당하고, 암시에 걸렸다?/

/네!/

/그리고, 사람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너를 납치했고?/

/맞아요! 그러니까 창 님은 잘못이 없어요!/

시간이 조금 지난 후.

엉엉 울면서 기절한 창의 옆을 지키려는 마오를 어떻게든 진정시킨 강하는, 그녀의 입에서 사건의 자초지종을 알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시 청룡의 짓이 맞았다.

`그나저나….묘하게 동질감이 느껴지네….`

자신과 같은 반룡인.

거기에다가, 뜻하지 않게 성별이 변한 점까지.

강하는 왠지 너무 심하게 대한 것 같아 창에게 미안해졌다.

"백설님, 창의 상태는 어때요?"

"으음….맞지도 않는 그릇에다가 억지로 힘을 압축해서 넣은 모양이야….조금만 늦었으면 죽었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런 창을, 저번에 강하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힘을 담는 그릇을 보던 백설은 창의 상태를 보며 중얼거렸다.

이미 그릇은 파편이 튀고, 깨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청룡은 역시, 창을 단순한 버림 말, 그 이상 그 이하로도 보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차….창 님의 상태가 많이...안 좋은가요…?/

/아 우...울지 마! 백설 님이 지금 보고 계시니까, 금방 나을 거야…./ "백설 님, 그래서 창은 괜찮아요…?"

마오가 알아들을 수 없는 민위어로 말했건만, 그녀는 두 사람의 대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금 울먹거리자, 강하는 그런 그녀를 필사적으로 달래주었다.

"물론! 걱정하지 말렴, 시간은 조금 걸리긴 하겠지만, 충분히 고칠 수 있단다~"

"다행이다…."/알겠지? 충분히 나을 거라고 하니, 너무 그러지 마./

/네에…./

그렇게 어르고 달래고 나서야, 마오는 진정을 할 수 있었다.

/후….아무튼 이제 다 끝났네…..돌아갈까?/

그렇게, 혼란스러웠던 마오 납치 사건도, 끝이 나게 되었다.

*

저벅저벅.

/샅샅이 찾아라! 혹시나 납치범이 남긴 증거가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예!///

궁궐의 내부는 여전히 시끌벅적했다.

병사들은 캄캄한 궁궐을 횃불로 밝혔고, 불빛이 전 궁궐을 비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하 일행은, 그런 그들을 가볍게 지나치며 걸었다.

그러다가 병사들에게 그 모습을 보이기라도 한다면, 상당히 귀찮아질 것이 뻔한데, 왜 그러냐고?

/도….도술이라는 것은 정말 신기하네요…!/

/그치?/

우리에겐 두 용이 있는데, 무엇이 두려운가!

백설의 도술 덕에, 병사들 앞을 대놓고 지나가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흠….그나저나 어떻게 하지…?"

마오를 다시금 데려온 것은 좋았다.

하지만, 어떻게?

궁궐의 사람들에게 강하는, 어리고, 조그마한 소녀지만, 요리실력이 뛰어난 소녀. 였다.

그들은 강하가 용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를뿐더러, 류월과 백설도 그 정체를 꼼꼼하게 숨겼기에, 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여성들일 뿐.

그런 강하 일행이, 궁궐의 병사들조차 전혀 눈치채지 못한 납치범의 손아귀에서 마오를 상처 없이 데려왔다?

누가 봐도 수상하기 짝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백설에게 엎힌 채로 운반 중인, 여자로 변한 타이 창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마오 슌을 납치한 사람이, 여자로 변한 데다가 반은 용이라고?

그렇기에 일단, 임시방편으로 몰래 궁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끙…..이젠 그럴싸한 변명을 찾아야 하는데…."

그렇게 강하는 일처리에 대해 골머리를 썩이고 있을 무렵.

꼬르르륵.

".....응?"

"뭔 소리냐?"

"아아...후훗."

/………../

마오 슌의 배에서 꽤나 큰 천둥이 치고 말았다.

그럴 만도 한 게, 마오는 저녁도 먹지 않은 채로, 창에게 납치되어 지금까지 먹은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에, 배고플 만 했다.

게다가 긴장이 풀리기도 해서, 그녀의 배는 더욱 허기졌다.

/아...그...죄송해요…./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 마오의 얼굴은 마치 홍당무처럼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저 소리를 들으니 나도 배가 고프구나!"

"나도 조금 출출 하구나…"

"그러고보니….아직 저녁도 못 먹었지…?"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밥이라도 먹을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도, 해주는 수밖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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