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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화 〉 향기의 폭탄. (203/289)

〈 203화 〉 향기의 폭탄.

* * *

“이것 참....난리가 아니군...”

하진은 자신의 방에 있는 나무 의자에 앉아 중얼거렸다.

분명 몇 시간 전 까지만 해도, 궁궐은 평화로웠는데, 갑작스러운 납치 사건으로 인해, 소란스러워졌다.

요리대회의 우승자, 마오 슌이 어떤 괴한에 의해 납치되고 만 것이다.

납치된 사람이 대회 우승자라는 것이 문제였지만, 황제가 있는 궁궐에서, 누군가가 납치되었다는 뜻은 황제의 신변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었기에, 더더욱 병사들은 눈에 불을 켜고 납치범의 흔적을 찾고 있었다.

허나, 타이 창은 마오를 납치한 뒤에 곧장 하늘로 날아서 도망쳤기에, 말 그대로 하늘로 사라져 버린 타이 창의 흔적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궁궐은 아직 소란스러우며, 그런 분위기에 하진은 덩달아 불안해지고 만 것이다.

그때.

“하진? 하진 있어?”

“강하님? 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이신지...?”

방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하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자신이 이 먼 땅, 화련까지 오게 된 이유, 강하가 서 있었다.

“아 그게, 조금 출출해져서 주방에서 뭐라도 조금 만들고 싶은데, 나는 화련어를 못하잖아? 그러니까 통역 좀 부탁해도 될까?”

“아아~ 그러시다면야 저도 같이 따라가도록 하겠습니다.”

화련어를 할 수 없는 강하였기에, 주방을 빌리거나, 무슨 용무가 있어도, 언제나 하진이 있어야 정상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었다.

펜던트를 사용하면 모든 언어를 번역할 수는 있으나, 강하는 이미 화련어를 못한다는 전제로 화련에 도착했기에, 괜히 또 눈에 띄는 짓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나저나, 이렇게 늦은 시간에 혼자 오시다니요, 여간 배고프셨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저녁도 드시지 않았다고 하니,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아...아아~! 그...그건....아. 요리! 요리 생각에 푹 빠져버려서 저녁 시간이 지나간 줄도 몰랐어! 하하...나도 참....”

그렇다고 한들, 이리 늦은 시간에 갑자기 자신을 찾아오니, 의문이 든 하진의 질문에, 강하는 어떻게든 둘러대었다.

한창 저녁 시간 때 강하는 마오를 찾으러 궁에 없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이 몸도 배가 고프구나. 맛있는 걸로 부탁한다.’

“수..쉿! 조용히 해...! 이러다 들킨다!”

“...? 강하님?”

“아....아무것도 아냐...하하!”

갑작스럽게 혼잣말하는 강하에게 무슨 일이냐 물었지만, 강하는 그저 하하 웃을 뿐이었다.

그렇다.

하진의 눈에는 지금, 강하 혼자만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도술로 몸을 숨긴 두 용과 마오, 그리고 기절한 타이 창까지, 총 4명이 더 있었던 것이다.

“이 몸의 도술을 뭐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절대로 들킬 일은 없으니 안심하도록 하라!”

“.......알겠으니까 조용히 좀 해....!”

작은 소란에 류월은 못마땅하다는 듯이 팔짱을 낀 채 무어라 말했지만, 강하는 계속해서 그녀의 입을 막았다.

그래, 너희가 말하는 건 안 들리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안 보이는 너네한테 말을 해 봤자,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그냥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혼잣말하는 것처럼 보인단 말이다.....!

그런 모습은 아무리 봐도 머리가 이상한 사람처럼 보였기에, 강하는 주방으로 가는 내내 괜스레 말을 거는 류월의 말을 억지로 무시했다.

*

/그럼,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허나, 아직 납치범의 신상조차 파악되지 않았으니, 저희는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시다면, 꼭 저희를 불러주십시오./

궁궐의 어느 주방.

길목을 지키던 병사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세워둔 창을 들었다.

하진의 통역에 자리를 비켜주기는 했지만, 현 상황이 상황인지라 주방의 밖에서 지키겠노라 말하고 있었다.

“그럼 저 또한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으니, 필요가 있다면 불러 주십시오.”

“아 고마워, 늘 신세만 지네.”

“아닙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그뿐입니다.”

하진 역시 주방의 밖에서 병사들과 시간을 보낼 예정인 것 같았다.

“.......휴, 이제 나와도 되려나?”

“걱정 말거라, 저 문에 결계를 쳐 두었으니, 소리가 새어가거나 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아무도 없는 주방으로 들어오고 나서야, 지금까지 모습을 숨기고 있던 류월과 일행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여....여기가 궁궐의 주....주방이군요...! 와....대단해...!/

넓은 공간, 처음 보는 조리도구들, 수많은 화덕.

집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것들이, 마오 슌의 마음을 울렸다.

아버지가 마오에게 말했던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넓은 세계를 보고 와라.

아버지의 말대로, 수도에 오게 된 이후로부터, 다양한 경험은, 마오의 가슴을 자꾸만 설레게 했다.

“음....그러면 뭘 만들지....?”

“하아....이 몸은 힘을 쓰느라 배가 고프구나. 어서 먹을 것을 다오.”

“기다려 봐, 그러니까 뭘 만드냐가 문제잖아.”

/헉...! 서...설마, 강하 아가씨가 직접 요리를 만드시는 건가요?/

/응? 그런데, 싫어?/

/아.....아뇨! 정말 기대돼요!/

마오는 강하의 선언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이번 요리대회에서는 수많은 요리인들이 참가했다.

각기 다양한 실력과 굉장한 특기가 있었지만, 그 수많은 참가자들을 제치고 마오가 우승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우승자를 선별하는 심사위원.

그 셋 중 하나인 강하가 만드는 요리라니.

심장이 두근대지 않을 래야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떤 요리든 정확하게 맛을 파악하고, 완벽하게 장단점을 파악했다.

그리고, 강하의 옆에 있는 저분들.

정확히 어떤 이들인지는 모르겠다만, 궁에 몰래 들어올 때부터 주방까지 사용한 도술 같은 것을 보면, 예사로운 인물들이 아니었다.

그런 그들이, 강하의 요리를 기다린다는 것이, 더더욱 기대되었다.

“역시 이 몸은 고기가 먹고 싶구나!”

첫 번째 의견은, 역시나 류월다운 의견이었다.

“넌 고기가 없으면 죽냐? 정말 고기 좋아하네.”

“맛있지 않으냐.”

“..........그건 그렇긴 한데.....”

언제나 고기 고기를 외치는 류월에게 살짝 빈정대는 강하였지만, 이어지는 류월의 대답에, 강하 또한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 고기는 맛있지.

이것은 불변의 규칙이었다.

“아....아니! 그건 그렇지만....야채도 먹고, 어?! 그래야 몸이 건강해지지!?”

“이 몸을 무어라 생각하는 것이냐. 내가 무엇을 먹든, 나는 언제나 건강하다.”

“............”

이어지는 강하의 반박에도, 류월의 대답을 이길만한 논리적인 결론이 나오질 않았다.

“나는 네가 만들어 주는 거라면 뭐든지 좋단다~”“하하, 고마워요.”

그런 류월의 대화에 끼어든 백설의 말에, 강하는 내심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술은 없니?”

“.......”

백설이 류월보다는 나았지만, 역시 용은 용끼리 통하는 것이 있는 걸까?

류월은 고기에 환장했다면, 백설은 술에 환장을 했다.

/음.....넌 먹고 싶은 거 없니?/

/저....저 말인가요...?/

그런 두 용에게서 고개를 돌린 강하는 쭈뼛쭈뼛 주변을 돌아보던 마오에게 말했다.

/그래, 뭔가 먹고 싶은 건 없니?/

/저....저는..../

강하의 질문에 잠깐 망설이던 마오는, 말했다.

/강하 아가씨가 자신 있는 부류의 요리가 먹고 싶어요./

/....호오.../

내가 자신 있는 음식. 이라.

/그리고 조금 추워서...따뜻한...? 요리가 좋아요.../

/......그럼 오랜만에 그걸 만들어 볼까....!/

강하는 소매를 걷었다.

*

/으...으음..../

무슨 일이 있었더라.

그래, 나는 분명, 강하, 그 아이한테 달려들었는데....그 이후로 기억이...

/일어났냐?/

/?!?/

한참이나 의식을 잃었던 창은 전신에 힘이 빠져 간신이 눈만 꿈뻑 거리며 뜨자, 그 앞에는 의식을 잃기 전까지 자신과 싸웠던 여자애, 강하가 있었다.

/....미안하다. 내가 무례를.../

/됐어, 자세한 이야기는 마오한테 들었다./

/아....그렇군......잠깐! 분명 너는 화련어를 하지 못 할 텐데?/

/...지금은 그걸 신경 쓸 때는 아니고, 어때? 배고프지 않나?/

/......확실히....그렇군./

그만큼 자신을 갉아먹는 힘을 사용하여 난리를 쳤는데, 배가 안 고플 리가 없었지.

창은 강하의 질문에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 이건 네 몫이다./

/이...이건?/

그런 창에게, 강하는 탁자 위에 올려두었던 무언가를 들어, 그녀의 앞에 내밀었다.

/포트 파이. 내가 만든 요리다./

/포트...파이..?/

그곳에는, 황금빛으로 가득 찬 접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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