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5화 〉 소중한 사람(1).
* * *
그 뒤로는 빠르게 행동했다.
식사도 때웠으니, 곧바로 처리해야 할 문제 두 가지.
그중 첫 번째인 것은 바로.
“마오를 어떻게 해야 하지?”
납치된 그녀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궁으로 돌려놓느냐.
그것이 문제였다.
궁의 내부 인간들은 현재, 마오는 정체 모를 괴한에게 납치되었고, 그 흔적조차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외부인이나 다름없는 강하가 나서서, “마오를 찾았어요!” 라고 한다면...?
화련의 중심에 모인 그들이 고작 강하보다 못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과 다름이 없는, 먹칠 수준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그들 스스로 마오를 찾게 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그리고 그걸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인 것.
“그냥 궁궐 아무 곳이나 숨겨놓고, 들키게 하면 되는 것 아니냐?”
“흠....그 방법 밖에 없나....?”
그렇게 한다면 적어도 강하 일행만큼은 더 이상 엮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모르쇠만 하면 되겠지.
“그럼....슬쩍 숨길만 한 곳에 마오를 묶어놓고 숨겨두면 되려나...?”
“만약을 대비해서 내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마.”
“그렇다면 그것으로 결정!”
그렇게 첫 번째 문제가 해결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 문제.
“쟤는 어쩌지?”
타이 창.
요리 대회의 결승까지 올라갔으나, 떨어졌고, 그 뒤로 청룡의 여파로 반룡인이 되어버린 사내.
아니, 갑작스러운 힘의 부작용인지, 그는 그가 아니라 여성이 되고 말았다.
“백설님, 쟤 상태는 어때요?”
“으음....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아직까진 지속해서 그릇을 고쳐줘야 할 것 같구나....”
“끄응....”
창이 저렇게 된 것도, 강하 일행이 어느 정도 관계가 있으니, 그대로 지나치기에도 그랬다.
애초에 우리가 화련에 오지 않았다면, 청룡이 창에게 다가갈 일도 없었을 테니.
/야./
/......예. 강하님./
한참 머리를 쥐어짜던 강하는 고개를 돌려 창을 불렀다.
그녀는 강하가 건넨 포트 파이를 깔끔하게 비우고, 벌써 네 그릇째에 돌입하던 순간이었다.
무리해서 힘을 쓰기도 했으니, 배가 많이 고픈 모양이었다.
/어라? 갑자기 웬 존댓말이냐?/
허나 창은 강하의 부름에 고개를 숙이고 존칭하기 시작했다.
/.....저 음식을 먹은 요리사가, 어찌 당신을 존칭하지 않겠습니까. 그간 실례를 용서받고 싶습니다./
/아아...뭐....그래라./
이미 창은 그녀에 대한 원망은 없고, 그 자리를 강하의 순수한 실력에 가진 감탄과 존경이 그 자리를 채웠다.
강하가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그 요리를 만든 실력만큼은 확실히 존중받아야 했다.
/그래서, 너는 어떻게 할래?/
/............/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강하가 당사자인 창에게 묻자, 창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강하님은, 곧 한으로 돌아가십니까?/
/그렇지? 닫아두었던 주막 문도 열어야 하고....돌아가야지./
그랬다.
애슐란에서도, 화련에서도.
즐겁고 신나는 일이 많았지만, 강하는 언제나 다시금 한으로 돌아왔다.
그곳이 처음으로 이 세계에 떨어지고 나서 만난 최초의 나라인 것도 있고, 옛 조선과 비슷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스타 주막.
아직도 기억이 난다.
처음으로 이 세계에서 살아갈 길이 보였다.
뭐, 그래봐야 1년 조금 넘은 일이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강하는 다시금 한으로 돌아가야 했다.
/어차피 당분간은 백설의 옆에 있어야 하니, 일단 너도 한으로 왔다가, 네 힘을 품는 그릇을 고치고 나서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렇군요..../
창은 강하의 말에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려본다.
느껴진다.
자신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힘을, 자신의 그릇이 간신히 억누르고 있는 것을.
지금이야 백설이 간신히 최악의 상황을 막았을 뿐이고, 아직 실금이 잔뜩 들어가 있어, 언제 깨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결국, 창에게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었다.
강하를 따라가 몸을 고치던지, 죽던지.
이 세상에 미련은 그다지 없었다.
하지만, 딱 하나.
/강하님./
/응?/
/강하님께 민폐나 저지른 제가 무언가 부탁할 처지는 아니지만....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더 이상.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다.
오직, 나만을 기다리고 있는 한 사람.
/제 여동생을, 도와주십시오./
타이 랑.
하나뿐인, 사랑스러운 여동생.
그녀를 구해야 했다.
*
수입품을 들여와 물건을 파는 상인이셨던 아버지는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사내였다.
나와 내 여동생을 차별하는 것이 당연했고, 장남인 내가 뭐든지 더욱 누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내가 고기반찬을 먹으면, 여동생은 그 남은 것을 먹어야 했고.
내가 옷을 새로 살 때면, 그녀는 싼 옷감을 자기 손으로 일일이 박음질 하며 옷을 기워 입어야 했다.
나는 그것이 너무 싫었다.
어머니는 랑을 낳음과 동시에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를 제치고 다른 나라의 귀한 손님을 보러 가야 한다며 장례식마저 오지 않았다.
아버지는 수 십 년간 장사를 해왔고, 그런 자신의 혜안에 압도적인 자신감이 있었다.
비록, 엄청난 부자는 아닐지라도, 나는 그럭저럭 모자람 없이 자라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여동생이 너무나도 안쓰러웠다.
분명 차별받는 것이 힘들 텐데, 랑은 언제나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아버지 몰래 언제나 랑을 챙겼다.
용돈을 아껴 랑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고, 옷감을 건네주었다.
원래라면 응당 누려야 하는 것을, 간신히 받으며 웃는 랑을 보면, 마음이 너무나도 쓰려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내가 17살이 될 무렵.
금방도 말했듯이, 아버지는 자신의 혜안에 압도적인 자신감이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친우의 계획에 동참했고, 그대로 몰락하고 말았다.
사기.
그야말로 얄팍하고 구멍투성인 사기를, 아버지는 알아보지 못했다.
압도적인 보상에 눈이 부셔서 그런 것이었을까?
자신의 시선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만약, 단 한 번이라도 자신의 혜안에 의심을 하였더라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나는 예상했다.
그 뒤로 집안은 눈에 띄게 몰락하기 시작했다.
언제나 화려한 비단에 황금빛 자수를 놓던 아버지의 옷이, 평범한 서민들이 입는 천 쪼가리 옷으로 바뀌었고.
언제나 집을 붐비게 만든 사용인들 또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등을 돌렸다.
돈으로 사람을 부리던 아버지는 역시 돈이 있어야 한다고 술을 마시며 그 일을 회상하시곤 했다.
나 역시 일을 시작해야 했고, 어느 한 음식점에서 일할 수 있었다.
일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랑을 위해서 열심히 일했다.
주인은 착한 사람이었고, 내가 요리에 흥미를 보이자 하나씩 천천히 알려주었다.
칼은 어떻게 쥐어야 하는지, 냄비는 어떤 식으로 돌려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해도, 그 주인은 나에게 은인이나 다름이 없었다.
아버지는 일하지 않았다.
애초에 아버지는 나와 마찬가지로 상인 가문의 장남으로 태어났고, 한평생 노동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었다.
간신히 남긴 패물이나 내가 벌어온 돈들을 죄다 쓸어가서, 노름판에 탕진하거나 술에 진탕 빠지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래도 나는 일했다.
여기서 기술을 배워, 랑을 데리고 멀리 떠날 셈이었다.
랑은 이런 곳에서 살아가면 안 된다.
그 나이 때 소녀처럼 비녀 같은 치장품 사보고.
사랑이라는 것도 해보고.
행복하게, 아주 행복하게 살아야만 했다.
언제나 고되게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랑은 항상 집 앞에서 작은 컵에 차가운 물을 떠, 나를 기다렸다.
언제나, 언제나 일을 끝내는 나를 기다렸다.
그리고, 기회가 생겼다.
수도에서 열리는 요리 대회.
그곳에서 모든 참가자를 제치고, 우승한다면 막대한 상이 내려진다고 들었다.
거기서 우승만 한다면, 지금까지 떠올린 것이 꿈이 아니게 될 터였다.
열심히 연습했다.
주인장 역시 나를 도와주었기에, 나는 별 탈 없이 예선을 돌파하고, 이윽고 결승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딱 한 걸음.
한 걸음만이 남았다.
그렇게 결승을 준비하던 나에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나는 한참을 망설였다.
아버지.
랑에게는 몹쓸 아버지였지만, 나에게는 단 한 번의 손찌검 없이 언제나 좋은 것을, 언제나 맛있는 것을 먹이던 아버지였다.
훌륭한 아버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 받은 것을 버릴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일에 심취해 어머니의 장례식에도 오지 않은 아버지와, 같아지는 것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혐오감이 느껴졌다.
나는 그와 달랐다.
아무리 싫다고 해도, 혈육인 이상 가야만 했다.
나는 아버지와 달라.
괜찮아.
다음 대회에 우승하면 돼.
제사는 차려드려야 해.
그렇게 나는 결승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
조촐한 장례식이었다.
그저 작은 향과 스님 한 분만이 경을 읊어줄 뿐.
그렇게 아버지의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랑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집안을 돌아다녀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단순히 잠시 자리를 비웠겠거니 생각했다.
아니면 자신을 괴롭게 하던 아버지의 얼굴이 보고 싶지 않아서, 저 멀리 시간을 죽이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랑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때, 한 사내가 나타나 나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그것은, 금화 꾸러미와 여러 가지 패물, 그리고 꼬깃하게 적힌 편지 한 장이었다.
어리둥절하게 그것을 받아들인 나에게, 사내는 말했다.
자네의 아버지가, 여동생을 팔았다. 라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