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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0화 〉 마차는 집을 향해 달린다. (210/289)

〈 210화 〉 마차는 집을 향해 달린다.

* * *

덜컹. 덜컹.

강하는 아무리 장인이 만든 바퀴라고 해도, 나무로 만든 이상 현대의 자동차보다 못한 현실에 너무나도 통감스러움을 느꼈다.

이 세계는 언제쯤 자동차. 라는 것이 생길까?

하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자동차. 라고 불릴만한 물건은 적어도 백 년은 지나야 할 것 같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인터넷 소설에서 나오는 것처럼 현대 지식으로 자동차를 만들자! 같은 생각을 해본 적도 있지만, 그게 말이 되나.

엔진이고 나발이고 증기기관도 말만 알지 대충 증기로 움직인다는 것 말고는 전혀 알지 못하는 강하였기에, 자동차를 만든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은 상태였다.

“하. 이번 여행도 참 피곤했어....”

강하는 창문을 열어 턱을 괴고는 티 없이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

라이룽은 결국 여태까지 당한 모든 고문을 몇 배는 더 고통스럽게 당하고 죽었다.

그 시체를 양지바른 곳에 묻는 것도 사치라고 하던 그녀들을 위해, 백설이 죽은 라이룽의 시체를 깔끔하게 없애버렸다.

말 그대로 ‘없애’ 버렸다.

불에 태워서 가루로 만든다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손가락 하나 튕기더니 그의 옷 한 점 남기지 않고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녀들은 드디어 해방이라며 웃었지만, 강하는 내심 식겁하고 말았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라이룽이 희대의 악인이라고 한들, 그의 명예와 재산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당장 라이룽이 맡아서 하던 거래업도 그만뒀다가는 상당한 혼란을 야기할 것이 보였다.

그래서 일단, 라이룽의 집안사람들을 모두 모았다.

병사들은 도움이 안 될 터이니 제외하자, 상당히 많은 이들이 있었다.

재산을 관리하는 재무관과 각기 전문가들, 그리고 그의 정실부인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랑을 비롯해 그녀들이 인간 취급도 받지 못하며 살아가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화가 무서워 고개를 돌린 이들이었다.

첫 번째 첩이 이자들도 전부 똑같다며 길길이 날뛰었지만, 그런 그녀를 랑이 말렸다.

그들은 라이룽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고개를 돌렸을 뿐, 그들의 순수한 악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보낼 수는 없는 법.

그렇기에 강하는 백설에게 부탁해, 그들에게 한 가지 도술을 걸었다.

/오늘 밤, 일어난 일들을 만에 하나 입 밖으로 내뱉었다가는, 너희들의 뱃속에 든 내장 또한 토해내야 할 것이다./

그들은 백설의 도술에 겁을 먹은 채로 고개를 연신 조아리며 그러겠노라 대답했다.

뭐, 나머지 일은 이제 그들이 알아서 할 터였다.

그리고 찾아간 곳은 바로, 라이룽이 소중하게 여기지 못해 안달 난 것.

그가 지금까지 모아온 재물들이 숨겨져 있는 창고였다.

단단한 자물쇠가 걸려있긴 했지만, 창이 가볍게 툭 치자, 순식간에 우그러지며 굳건히 닫친 창고의 문이 열렸다.

그곳에는 수많은 은과 금, 귀중석이 마치 하나의 산을 이루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 재산은 랑과 같이 고생한 두 첩이 균등하게 나누어 가지는 것으로 결정 났다.

두 첩은 많은 재산을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가, 다시금 가족과 오순도순 살고 싶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라이룽의 집을 떠났다.

이제 남은 이는 타이 랑 밖에 없었다.

/다 끝났다. 이제 다 괜찮아. 돌아가자. 우리 둘이서 행복하게 살아가자./

창은 너무나도 맑게 미소 지으며 랑의 앞에 무릎 꿇어, 그녀의 작은 손을 잡으며 말했다.

하지만.

/아니, 난 여기에 남을 거야./

/....뭐?/

랑은 창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오빠는 기억해? 아버지에게 또 알지 못한 이유로 구박받고 집에서 쫓겨났을 때, 내 편은 오빠뿐이었어. 그 누구도 나를 봐주지 않았어. 난,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라...랑...!/

/이건 기회야. 라이룽, 그 짐승 같은 사내가 죽었어. 자신의 모든 것을 남기고 죽어버렸다니까? 난, 이곳에서 다시금 태어날 거야./

라이룽의 인격은 절대로 용서할 수는 없지만, 그의 사업 능력은 굉장했다.

랑은, 라이룽이 사라져 버린 이 집에서, 그의 권력을 틀어잡고 싶었다.

/오빠. 나, 돈을 벌 거야. 많이, 아주 많이 벌어서, 큰 부자가 될 거야.

다시는, 다시는 나 같은 아이들이 생기지 않게, 돈을 벌어서 그런 아이들을 구할 거야./

그렇게 말하는 랑의 눈빛은 너무나도 반짝이고 있었다.

/오빠도, 그렇지? 나와 살고 싶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아니잖아. 더 넓은 곳을 보고 싶지 않아?/

/.......!/

맞다.

타이 창의 꿈은, 요리를 배워 작은 가게를 차리고 여동생과 함께 살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알아버렸다.

세상은 넓고, 자신이 알지 못하는 요리는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전까지, 창에게 요리란 단순한 수단이었다.

허나, 그녀는 강하의 요리를 맛보았다.

그것은 가히 충격이었다.

자신이 전혀 알지 못하는 맛인데도, 너무나도 맛있었다.

그렇기에 신기했고, 알고 싶어졌다.

어떻게 이런 맛을 내는지, 이 재료는 무엇인지, 이 조리법은 무엇인지.

자신은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했었지만, 그녀의 마음에 깃든 요리라는 것이 자꾸만 꿈틀대고 있었다.

/괜찮아. 난, 언제나 이곳에 있을 거야. 만나지 못하는 예전과는 달라. 오빠가 보고 싶으면, 조금 시간은 걸리지만 얼마든지 오면 돼!/

/하...하지만.../

랑의 설득에 창은 조금씩 흔들렸지만, 어렵게 만난 여동생과 다시금 멀리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 그를 자꾸만 막아 세웠다.

그때.

/음, 잠시만? 내가 그 문제를 해결해 주실 분을 잘 알고 있는데...?/

강하는 남매....아니 자매들의 앞에 서서 씨익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음?”

강하의 시야에는, 그녀의 시선에 영문을 모르는 백설이 있었다.

*

/다행히 마법진은 잘 설치했으니까, 주막에 가서 설치하면 언제든 왔다 갔다 할 수 있을 거야./

/그 건에는 정말....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 보다는 어서 민위어나 공부하는 게 좋을 거야./

강하는 맞은편에 앉은 창을 보며 싱긋 웃어 보였다.

창은 결국, 스타 주막의 직원이 되기를 희망했다.

뭐, 당분간은 백설의 곁에서 그녀의 그릇도 치료해야 했고, 그녀의 요리 실력 또한 그럭저럭 괜찮았으니 강하가 그 제안을 거부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거리가 멀어서 만나기 힘들다고?

강하는 이미 그 해결법을 애슐란에서 배운 뒤였다.

라이룽...아니 이제는 권력을 휘어잡은 랑의 저택의 빈방에 설치한 마법진이라면, 언제든지 그녀의 집과 주막을 왔다 갔다 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그 애는 잘 도착했을까?/

강하는 다시금 생각에 빠진다.

창과는 다른, 또 다른 소녀를

*

얼추 창의 일을 해결했으니, 남은 것은 바로 마오 슌의 일이었다.

창이야 완전히 얼굴이 바뀌어 그녀가 타이 창이라는 것도 알지 못할 테니 대충 강하가 마음에 들어 하는 소녀라고 둘러댄다고 치면 되지만.

문제는 마오 슌. 그 아이였다.

뭐, 그렇다고 한들 뚜렷한 방법은 없었기에 마오는 궁궐의 으슥한 곳에 잠시 방치된 뒤, 병사들이 찾을 수 있도록 해 두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마오는 아주 빠르게 발견되었다.

궁궐의 병사들과 대신들이 납치범의 정체를 어떻게든 알아내기 위해 마오에게 수많은 질문을 물었지만, 마오는 미리 정해둔 대로 아무것도 모른다는 대답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정체불명의 납치 사건은 약간의 찜찜함을 남기고 끝나게 되었다.

마오 또한, 창과 마찬가지로 주막에서 일하고 싶어 했고, 강하 또한 계속해서 그녀를 눈여겨 보고 있었기에 반대는 없었다.

그 전에, 마오는 아버지에게 인사를 건네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갔다가, 랑의 집으로 가서 마법진으로 스타 주막이 있는 한으로 오는 계획이었다.

궁궐을 떠나기 전, 리진의 수많은 질문과 설득에 시달리기는 했지만, 요리인으로써의 질문에는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었다.

"자, 돌아가자. 우리 집으로."

화련에서의 추억을 뒤로하고, 마차는 거세게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

준비는 끝났다.

어두운 밤.

청룡은 드높은 하늘에서 대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살짝 방해물이 있어서 거슬리기는 했지만, 대처는 완벽하다.

[이것만 있으면, 날 방해하지 못할 거야.]

청룡은 품속에 보관하던 작은 병 두 개를 꺼내 들었다.

검은 불꽃과 백색의 불꽃이 밀폐된 유리병 속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하늘은 검게 뒤덮이고, 대지는 미천한 인간들의 비명과 피가 낭자할 것이다.

[기대되네….넌 어떤 표정을 지을까?]

강하.

그 비루하고 한심한 년.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비참하게 몸부림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아아….이제 곧이야.]

청룡은 입가를 올려 미소 짓더니, 이내 더 높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

이로써 화련 편이 끝나고, 최종국면만이 남았습니다!

화련편이 조금 마무리가 어설프기는 했지만, 이대로 질질 끌어봐야 좋은 것 없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에 성급하게 마무리 짓게 되었습니다.

스타 주막은 하루 쉬고, 다음 편 부터는 당분간 최종국면 전, 스타 주막의 일상 편들이 올라갈 예정입니다!

맛있는 음식들로 찾아뵐게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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