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2화 〉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 * *
"흠…."
오늘도 활기찬 스타 주막.
한의 수도, 서라벌의 대표적인 주막이며, 서라벌에 사는 사람들 중, 스타 주막에 가본 적이 없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화제의 음식점이다.
그리고, 그 인기 만점의 주막을 이끄는 주모, 강하.
현대의 미슐랭 레스토랑의 셰프였으며, 현재는 이세계인 한 으로 떨어진 인간이다.
듬직한 키와 다부진 어깨, 누가 봐도 상남자였던 현대 시절의 그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언제나 짧은 머리였던 머리카락은 밝은 갈색으로 물들어 댕기 머리로 땋아야 했으며.
그의 자랑이었던 큰 키는 고작 중학생 여자아이 정도로 줄어들게 되었다.
사납게 생긴 그의 살벌한 얼굴은 말랑말랑 귀여운 여자아이의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류월의 도움으로 반은 인간, 반은 용인 반룡인의 신체를 가지게 되어, 이래 보여도 성인 남자 대여섯은 가볍게 들어 올릴 수 있었다.
그런 그녀가 한참 고민에 빠져있었던 것이 있었으니.
"이걸 어쩌지…?"
바로 이번에 보급된 식자재 덕분이었다.
현재 스타 주막은 총 세 곳에서 식자재를 보급받고 있다.
첫 번째로, 한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자재는 대상인, 청라 어르신의 도움으로 문제없었다.
두 번째로, 한에서 구할 수 없는 식자재(대부분 양식 재료들)는 독점 계약을 맺은 하인즈 상단에서 보급받고 있었다.
그 덕에 강하는 자신의 주체인 양식도, 한국에서 먹던 한식도 문제없이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
이번 화련에서 열린 요리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보상으로, 화련의 식자재 또한 보급받기로 약속되었고, 오늘 아침 주막으로 막 배달 된 참 이었다.
색다른 소스와 재료, 향신료에 두근거리던 강하가 배달온 식자재를 뒤적거리던 중,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고민에 빠지고 말았던 것이다.
"어라? 형. 거기서 뭐 해?"
"아, 혁수냐?"
그렇게 한참을 끙끙거리던 중, 물자 보충을 끝내던 혁수가 그런 강하를 발견하고는 말을 걸어왔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
"그게 뭔데?"
"이거? 너도 아는 거야."
혁수의 물음에 강하는 어떤 항아리를 꺼내, 뚜껑을 열어 보였다.
"춘장이야."
"춘장…? 그거….짜장 만들 때 쓰는 거 아냐?"
"맞아. 그 춘장."
춘장(??).
중국 장류의 일종. 불리고 삶은 콩에 밀, 소금을 섞어 발효시킨 장이다.
정확히는 첨면장(??). 이라고 불리지만, 한국에서는 춘장이라고 부른다.
본디 춘장을 막 담글 때는 밝은 갈색을 띠나, 발효가 진행되면 진한 갈색과 검은색 사이의 어두운색을 낸다.
한국에서는 중국집 하면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재료이고, 짜장면과 짜장밥에 주로 사용된다.
가정집에서도 짜장을 만들어 먹는 경우가 많고, 현대에서는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재료이다.
하지만, 보통 같으면 이런 재료가 들어온다면 환호성을 내지르던 강하의 모습과는 달리, 끙끙 앓는 모습을 보이는 강하였다.
"그런데 왜 그러고 있어? 재료가 들어오면 좋은 거 아냐?"
그리고 그런 강하의 성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혁수였기에, 이렇게 고민에 빠진 강하의 모습이 의아해져 물었다.
"흠….일단 한번 맛 좀 볼래?"
"응? 그러지 뭐."
혁수의 질문에 강하는 숟가락을 꺼내, 아주 조금 떠서 혁수에게 내밀었다.
강하가 내민 춘장이 담긴 숟가락을 건네받은 혁수는 짜장면을 시킬 때 딸려오던 춘장의 맛을 떠올리며 맛을 보았다.
그 결과.
"우웨에엑!!! 퉷!!퉷!!! 뭐...뭐야? 엄청나게 짜잖아….?!"
자신이 예상했던 춘장의 맛이, 너무나도 달랐기에 화들짝 놀란 혁수는 헛구역질하며 물을 찾았다.
춘장이 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지만, 고작해야 쌈장에 고추를 찍어 먹는 정도의 짠맛으로 알고 있던 혁수의 혀는 화련에서 온 춘장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치? 이건 한국식 춘장이 아니라 중국식이거든."
"한국식…? 중국식…? 그게 뭔데? 춘장은 원래 중국 거잖아? 그대로 수입해오는 게 아니야?"
그렇다.
춘장은 본디 중국의 장.
하지만, 한국인의 입맛과는 달랐다.
한국인들이 잘 알고 있는 짜장면.
달콤 짭짤하면서 장의 구수한 향이 나는 맛 덕분에 배달 음식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음식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본고장의 짜장면은 달랐다.
자장미엔.
다진 돼지고기에 춘장을 넣어 볶아내, 면과 비벼서 먹는 요리.
한국에서의 짜장면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한 요리이나, 정작 본토에서는 그다지 유명한 요리가 아니다.
한국의 달콤한 맛이 아닌, 말 그대로 짠맛이 강한 요리다.
그런 자장미엔을 1948년. 영화식품의 사장이자 화교였던 왕송산이 한국 사람들 입맛에 맞게 바꾸어, 팔기 시작한 것이 바로 우리가 잘 아는 짜장면이다.
그 짜장면은 선풍적인 인기를 이끌었고, 그 결과,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그 짜장면이 나오게 되었고, 그것을 본 중국인들이 역으로 한국식 짜장면에 빠져들고 말았다는 말도 있다.
중국 내에서도 짜장면을 한국식 자장미엔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래서, 이 춘장으로는 우리가 아는 짜장면을 만들 수가 없다. 이거지."
"허...그럼 춘장이 있는데도 짜장면은 못 먹는 거야?"
이런 춘장으로는, 짜장면을 만들 수 없다.
"야, 내가 누구냐?"
`이런` 춘장으로 못 만든다면, 바꾸면 되는 것.
"까짓거, 만들어 봐야지."
고민을 마친 강하는 싱긋 웃어 보이며 말했다.
*
"그래서, 강하 셰프님은 그 춘장으로 짜즈앙면? 이라는 요리를 만든다는 것인가요?"
어느덧 장사의 끝을 알리는 마지막 손님이 그릇을 비우고, 마무리 청소를 끝내는 스타 주막.
직원들은 저마다의 일을 끝내고 잠시 휴식을 가질 시간이었으나, 강하가 새로운 요리를 만든다는 소식에 홀에 모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렇다네? 분명 춘장이라는 건….화련에서 만든다고 했는데...그….마오? 라고 했지? 넌 화련 사람이니까 춘장에 대해 알아?"
새로운 요리라는 것에 관심을 보이던 힐라가 기다란 귀를 위아래로 쫑긋거리며 흥미롭다는 듯이 맞은 편에 앉은 소녀에게 물었다.
호빵 머리로 머리를 땋은 화련에서 온 소녀이자, 화련에서 열린 요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요리인, 마요 슌 이었다.
"어...저는 잘, 모르게소요...첨면장은 울리 동네에서 잘 안, 썻어요."
강하의 요리에 반해 새로운 길을 발견한 마오는 원래 살던 나라인 화련에서 한의 스타 주막에서 일하게 되었지만, 아직 민위어가 서툴러 더듬더듬 자신이 알고 있던 것을 말했다.
"첨면장, 제가 알기로는 화련의 북부 지역에서 자주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파를 찍어서 먹기에 충장, 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춘장의 발음은 아마 그곳에서 따온 것 같습니다.
경장육사*(돼지고기를 얇게 채 썰어 볶은 후 춘장에 볶은 다음 채 썬 대파와 함께 꽃빵, 포두부나 춘빙 등과 곁들어 먹는 음식)를 만들 때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오….그렇구나?"
그런 마오를 대신해 입을 연 사람은, 바다처럼 새파란 머리칼을 흩트려놓은 매력적인 여성, 타이 창 이었다.
원래는 `그녀`가 아닌 `그` 였지만, 청룡의 계략에 의해, 강하와 마찬가지인 반룡인이 되는 과정에서 여성이 되었다.
그녀 또한 마오와 같은 대회에 나갔지만, 결승에서 마오의 승부에서 떨어졌다.
허나, 그녀 역시, 요리대회에 나올 만큼, 요리에 대한 조예가 깊어, 강하의 스타 주막으로 찾아오게 되었다.
상당히 머리가 좋고 적응력이 뛰어나, 민위어를 배우는 것은 마오와 같은 시기였으나, 어느새 수준급으로 민위어를 다루게 되었다.
"짜장면 또한, 첨면장을 사용하기는 하나, 짜고 자극적이라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음식입니다. 그렇기에 강하 셰프님이 만드시는 요리가 기대됩니다."
"그럼요! 우리 셰프님이 만드는 요리는 언제나 대단하니까요!"
과연, 강하가 만드는 짜장면은 어떨지 기대가 되는 창이었다.
"자! 오래 기다렸지?"
그리고,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다림의 시간이 끝나고, 강하는 혁수가 만들어 준 트레이에 그릇을 잔뜩 싣고 나타났다.
"내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한국식 짜장면이야!"
"오….뭔가 새까맣구나! 이 위대한 몸과 비슷한 색이라 마음에 드는구나!"
먹처럼 새까만 머리칼을 가진 용이 눈을 반짝거리며 중얼거렸다.
"이...이것이 짜장면?"
"분명 냄새는 첨면장의 냄새가 나지만, 색다르군."
그리고, 첨면장이 무엇인지 잘 아는 화련 2인조는 강하가 내놓은 짜장면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본디 자장미엔 위에 올라가는 소스는 수분기가 없어 꾸덕꾸덕했다.
하지만 이 짜장면의 소스는 진득한 스튜를 부어놓은 것 같았다.
허나, 그것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짜장면의 색이었다.
첨면장은 발효가 계속되면 될수록 색이 어두워지는 것은 맞았다.
하지만, 이렇게나 진한 검은색이 나면서도 수분기가 가득하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너희들은 놀랐지? 왜 이렇게 짜장, 그래 춘장이 검은색을 내는지 말이야."
"ㄴ...네에…"
"그렇습니다. 이렇게 진한 색을 내려면 춘장을 가득 넣거나….설마?"
그렇게 당황하며 짜장면을 바라보던 두 사람이었지만, 창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이 퍼뜩 고개를 들어 강하를 바라보았다.
"맞아, 네가 예상한 대로, 노추를 섞었지."
노추.
혹은 노두유. 라고도 불리는 것.
중국의 간장 중 한 종류이다.
한국과 일본의 간장에 비해 농도는 짙지만, 짠맛은 덜하고 달짝지근한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가장 큰 차이점이 있는데.
바로 요리에 색을 넣어준다는 것이다.
현대 사람들이 가끔 외식하러 갈 때 먹는 찜닭이나 갈비찜.
진한 갈색이 잘 스며들어 먹음직한 그 모습을 보고, 집에서 한번 만들어 봤지만, 생각보다 색깔이 연하게 나와 간장을 더 붓다가 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식당의 대부분은 색깔을 내기 위해 노추를 넣는 경우가 많다.
노추가 안 들어갔다면, 캐러멜 색소를 쓰기도 한다.
허나 이 한에서 캐러멜 색소를 찾기는 힘들기에, 같이 딸려온 노추를 사용한 것이다.
"일단 먹어봐! 아마 너희들이 알던 춘장이라는 상당히 다른 맛이 날 거야."
"...꼴깍…!"
"그...그렇다면."
""""잘 먹겠습니다!""""
강하의 허락이 떨어지자, 연신 안절부절못하던 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젓가락을 들어, 짜장면을 먹기 시작했다.
"...음!"
"..이건….그 춘장이 맞는 건가?"
그리고, 그 맛에 가장 놀란 것은 역시 화련 2인조였다.
그들이 알던 춘장은, 아주 짜고, 자극적인 맛이었다.
허나, 강하가 선보인 짜장면은 달랐다.
짠맛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단맛이 더욱 강했다.
풍미는 더욱 좋았으며, 감칠맛이 좋아 자꾸만 젓가락이 움직였다.
달달한 채소와 기름진 돼지고기. 그리고 맛 좋은 짜장소스가 자꾸만 손을 재촉하게 만들었다.
"그래….! 이 맛이지! 진짜 오랜만에 먹어본다!"
그리고, 이 맛이 너무나도 익숙하던 혁수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신나게 짜장면을 음미했다.
강하는 이 시대의 춘장을 현대의 한국식으로 맞추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거쳤고, 그중 완벽한 조합을 알아내었다.
춘장에 설탕과 노추, 그리고 굴소스를 비롯한 향신료를 잔뜩 섞어 기존의 짜기만 한 춘장을 달짝지근하게 만들었다.
완성한 춘장을 기름에 한 번 볶아내고, 짜장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감칠맛의 끝장판, 다시마를 우린 육수를 더해 짜장 소스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달짝지근하면서도 감칠맛 있는 현대 짜장과 비슷한 맛을 낼 수 있었다.
"이렇게 정해두니 남은 건 비율 조절이었지, 그것만 끝내면 이렇게...짜잔!"
강하는 연신 자신이 만든 짜장의 비법을 소개하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과연...음냠...뭔 소리인지...쩝...모르겠지만 참으...냠...로 맛있구나!!"
"에구, 얼굴이 마치 숯검댕이 처럼 되었구나? 이쪽 좀 보렴?"
"헤헤...참으로 맛있구나…!"
뭐, 그런 강하의 열변을 전혀 이해 못 하는 류월은 얼굴에 짜장 범벅을 만들며 한 그릇을 뚝딱 비우자, 그 모습을 보던 백설이 상냥하게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닦아 주었다.
그렇게 스타 주막에는 새로운 메뉴로 짜장면이 생기게 되었다.
한국식 짜장은 한의 사람들 입맛을 순식간에 사로잡았고.
그렇게 인기 메뉴 중 하나가 되었다.
정작 짜장면을 만든 강하는 이게 양식집인지 중국집인지 헷갈린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강하는 아직 알지 못했다.
이 일이, 그렇게나 거대한 사건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
우리가 잘 아는 짜장면.
중국의 자장미엔.
짜장면.
한국인이라면 절대로 모를 수가 없는 음식이죠!
저희 집은 어릴 때, 어머니가 자주 짜장을 만들고는 하셨는데.
옥수수 콘과 스팸을 잘게 썰어서 끓이고는 하셨죠.
그게 의외로 별미라서 참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식 짜장면은 소스와 면을 따뜻하게 데워서 먹지만, 중국식 자장미엔은 면과 소스를 차갑게 만들어 그 위에 각종 채소를 얹어서 비벼 먹는 스타일이라서, 완전 다른 요리라고 할 수 있죠.
일단, 저는 한국의 짜장면이 더 좋습니다.
여러분들도 오늘 점심은 짜장면 어떠신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