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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6화 〉 강하. 그녀가 미슐랭 셰프인 이유.(1) (216/289)

〈 216화 〉 강하. 그녀가 미슐랭 셰프인 이유.(1)

* * *

“강하 셰프님은, 전력으로 요리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응?”

오늘도 한가한 스타 주막.

허나, 그 한가함을 무너뜨리게 되는 것은, 한 여성의 질문이었다.

“분명, 셰프님의 요리는 훌륭합니다. 허나, 저는 셰프님이 전심전력으로 만들어 낸 요리를 맛보고 싶습니다.”

찰랑이는 푸른빛 머리칼을 매만지는 타이 창이 말했다.

분명, 강하의 요리는 정말로 훌륭했다.

간단히 쓱싹 만들어내는 요리도, 깊은 맛을 내며.

그렇게 한 최고의 주막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궁금했다.

여러 사람들에게 수많은 요리를 팔기 때문에, 레시피는 정형화될 수밖에 없었고, 그 덕분에 레시피에 있는 요리라면 강하만이 아니라 자신의 선배인 향이와 파렌도 비슷하게 맛을 낼 수 있었다.

그렇기에 궁금했다.

과연, 강하의 진정한 실력은 어느 정도 일까?

“흠......전심전력이라...”

강하는 그녀의 말에, 잠시 생각에 빠진다.

그래, 강하는 한 이라는 세계로 온 이후 어떤 요리든 전력으로 만들었다.

허나, 전심은 담겨 있었나?

그 대답에는, 확답을 할 수는 없었다.

강하는, 본디 미슐랭 스타의 레스토랑 셰프.

현대 요리의 정점이라 불리는 기술들과 재료들.

그리고 인력이 있었다.

허나, 이 세계에 막 왔을 무렵에는, 그런 것들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 시대 사람들은, 배곯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조리 기술? 굽고, 튀기고, 찌고, 끓이고 가 기본이자 끝이었다.

그렇기에 강하는 그 상황에 맞는 요리를 전력으로 만들기는 하였지만, 그 요리들을 현대의 사람들한테 판다면?

분명 맛은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맛이 있기는 하지만, 미슐랭 별을 받기에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부족할 것이다.

그래서 강하는 아직 전심전력의 요리를 만들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인력도 있다.

재료 또한 3국에서 차고 넘치게 건네받고 있다.

요리기구 또한, 구체와 류월이나 백설의 도움을 받으면 그럭저럭 비슷한 흉내를 낼 수 있다.

그렇다면?

“전심전력의 요리라......좋아. 진정한 양식의 요리를 맛보는 것 또한 좋은 경험이 되겠지.”

“그렇다는 것은....!”

“일주일. 딱 일주일만 기다려.”

강하는 이어지는 말에 침을 꼴깍 삼키며 집중해서 듣는 창의 앞에 손가락 하나를 내밀었다.

“네가 한 번도 맛보지 못한, 내 진심을 보여주마.”

*

“그래서, 셰프님은 지금 뭐 하는 거야?”

힐라는 탁자에 턱을 괴며 중얼거렸다.

창에게 일주일을 기다리라고 한 이후, 그날이 당도했다.

강하의 전심전력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이야기는 순식간에 직원들 사이로 퍼져나갔고, 그들은 그녀의 요리를 맛보기 위해 홀에 모여있다.

“그나저나,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아 네, 최근 마물들이 대량으로 증식해서, 토벌하느라 정신이 없었네요.”

[주인! 나 배고파!]

그런 소문은 의외로 넓게 퍼져서, 애슐란에서 소드마스터 칭호를 가진 진혁 또한 그녀의 요리를 맛보기 위해 자신의 애검, 드라와 같이 스타 주막으로 온 상태였다.

“공주님은 없으시네요?”

“아아....최근에 또 사고를 쳐서, 지금 근신 중이에요.”

“무슨 사고를...?”

“그.....머리털이 자라나는 마법을 쓰겠다고 설치....아니 돌아다니시다가 대신들의 머리를 전부 벗겨버리는 바람에...”

“아....”

흥미가 넘치는 공주님은 언제나 사고를 치는 모양인지, 진혁은 이젠 질린 얼굴로 덤덤하게 털어놓았다.

“만약...그때 근처에 있었다면.....생각만 해도 끔찍해...!”

[난 주인 머리 반짝거리는 거 보고 싶었는데...]

“야, 그런 소리 함부로 하는 거 아냐. 나 죽는 꼴 보고 싶어?”

“그나저나, 셰프님의 진심이 담긴 요리라니....정말 궁금하지 않아요?”

“그건 그렇죠. 최근 셰프님은 하루 일정이 끝난 뒤에도, 밤새워서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기다리던 찰나.

“실례, 합니다.”

또각거리는 구둣소리가 그들의 이목을 끌었다.

“어라? 매화 언니? 그 옷은 뭐에요?”

“응! 주모가 그, 세팅? 하는 걸 도와달라고 했는데, 옷차림은 반드시 이걸로 입어야 한다면서 줬어! 어때? 잘 어울려?”

그 발소리의 주인인 매화는, 평소 입던 한복이 아닌, 세련됐지만 모던하고 깔끔한 웨이트리스 복장을 하고 있었다.

검정색 구두와 조끼.

새하얀 와이셔츠와 넥타이.

마치 고급 레스토랑의 웨이트리스 같았다.

“자 그...뭐더라? 아 맞아. 식기 세팅을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해맑게 웃던 매화는 무언가를 떠올리더니, 트레이에 있는 식기들을 달그락거리며 손수 한명 한명 앞에 세팅하기 시작했다.

“이건....뭐지?”

“포크랑 나이프가 엄청 많네?”

“이렇게나 많아? 어떻게 쓰는 거지?”

그들의 앞에는, 접시 하나와 와인 잔 두세 개, 포크, 나이프, 스푼이 줄지어져 놓였다.

“큼큼. 자~ 이제 주모한테서 들은 대로, 코스요리...? 응응 맞다. 코스요리의 식사 예절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식사 예절?”

“어머~ 엄청 본격적이네~”

“여러분들 앞에 놓인 식기들은 차례대로, 애피타이저, 스프, 빵, 샐러드, 메인디시인 생선요리와 고기 요리 총 두 종류, 그리고 디저트. 이 순서대로 사용할 식기입니다. 기본적으로 식기는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사용하며, 디저트 식기는 접시 위쪽에 놓여 있습니다.

식기는 기본적으로 한 요리 당, 한 식기를 사용하며, 다 사용한 식기는 다시 사용하지 말아주세요.”

“......음.....뭔가 복잡하네? 그냥 먹으면 안 돼?”

“....아마, 같은 식기를 계속해서 사용한다면, 이전에 먹었던 요리의 향과 맛이 남아, 다음 요리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이렇게 사용하는 듯 보입니다.”

“그런가...창은 똑똑하네?”

“그럼, 식사 전에 식전주를 들고 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매화는 획 돌아서 주방으로 가더니, 이내 한 사내와 같이 자리로 돌아왔다.

그 사내는 바로, 꽉 끼는 바텐더 복장을 입은 혁수였다.

“본...크흠! 본디 식전주는 와인으로 하는 경우가 많으나, 여기는 아직 술도 못 마시는 분들도 있고 해서, 제가 가볍게 무알콜 칵테일로 준비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미리 만들어 놓은 칵테일을 와인잔에 부어주기 시작한 혁수.

“복숭아를 사용한 피치 크러쉬*(복숭아에 레몬, 크랜베리 주스를 섞은 복숭아 풍 향기에 적절히 새콤한 맛을 내는 칵테일.)입니다. 술을 못 드시는 분들도 시음할 수 있도록, 탄산수를 사용해서 만들었습니다.”

“오...! 색깔이 아주 예쁘구나!”

“맛있겠다!”

“식전주를 마시는 동안, 애피타이저가 나올 예정입니다. 그럼.”

식전주를 내놓은 혁수가 자리를 나서자, 사람들은 그 즉시 칵테일을 마시기 시작했다.

“....크흐~ 속이 뻥 뚫릴 정도로 시린 맛!”

“음....달콤한 과일이 참으로 좋구나!”

“톡톡 튀는 탄산은 언제나 먹어도 신기하네요...!”

가볍게 마시지만, 입맛을 돋우어 주기는 딱 좋은 칵테일에, 모두들 기분 좋게 늘어지며 다음 요리를 기다렸다.

그리고.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매화와 마찬가지로 각선미를 살리는 예쁜 웨이트리스 복장을 입은 향이가 트레이에 접시를 실은 채로 그들에게 다가왔다.

“오~! 향아! 옷 귀엽다!”

“기...기다리신 애피타이저입니다...”

그 복장을 힐라가 칭찬하자, 이내 얼굴을 붉히는 향이나 조심스럽게 접시를 옮겼다.

“훈제연어 카나페와 발사믹 소스의 생굴, 파르마 햄의 아스파라거스 그리고 오렌지 소스(Smoked Salmon Canape and Oyster with Balsamic Sauce, Rolled Asparagus into Parma Ham with Orange Sauce.)를 곁들인 애피타이저입니다.”

“............”

“.......미안하지만, 지금 뭐라고...?”

“훈제연어 카나페와 발사믹 소스의 생굴, 파르마 햄의 아스파라거스 그리고 오렌지 소스를 곁들인 애피타이저입니다.”

직원들은 금방 내온 요리의 이름을 다시금 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요리명이 아니라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 들리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이름도 그렇긴 한데....이거 진짜 예쁘다...!”

“그러네요....! 마치 요리가 아니라 예술 작품을 보는 것 같네요!”

“이건, 먹기가 아까울 정도에요...!”

그들의 앞에 놓인 접시에는 총 세 개의 카나페(한쪽 면만 구운 빵 위에 버터를 바르고 치즈, 햄, 삶은 달걀, 푸아그라 등 여러 가지 재료를 올려 만드는 애피타이저(오르되브르) 요리.

여기서 오르되브르(hors­d`œuvre)는 프랑스 용어로 차가운 에피타이져를 의미한다.)가 올려져 있었다.

훈제연어를 말아서 올린 것, 발사믹 소스에 절인 굴이 올라간 것, 그리고 파르마 햄으로 말은 아스파라거스가 마지막으로 총 세 개의 카나페와 접시에 마치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소스로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었다.

“그....그럼! 먹어볼까?”

“아, 예. 그럼 한 번...”

“양이 적어서 아쉽기는 하구나. 뭐, 이 몸은 관대하니까 괜찮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의 앞에 놓인 카나페를 하나씩 들었다.

*

감질나는 곳에서 끊어버리는 절단신공!

갑자기 엄청나게 어려운 요리이름이 나와서 깜짝 놀라셨죠?

저도 놀라워요.(제 양식전공 책에 있는 레시피 입니다.)

나는 그저 대학생일 뿐인데....이런 것들을 보다보면 제 요리실력이 얼마나 쓰레기인지 알 수 있습니다.

양식은 늘 먹는 한식과는 다른, 색다른 느낌이 있어서 좋아요!

마치 한 폭의 그림같죠.

그렇다고 한식이 수준이 떨어진다. 이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양식은 조금 색다르고, 수많은 바리에이션이 존재하기에, 제가 참 좋아합니다.

물론, "이걸 돈주고 사먹는다고?" 싶은 제가 이해하기 힘든 맛을 가진 양식도 존재하긴 하지만요...

다음 화 에는 더더욱 많은 요리들이 등장할 예정입니다!

ps: 제 소설을 읽으시는 수험생 여러분들! 아마 이 편을 보시고 있을 때는, 이미 수능이 끝나 있겠죠.

12년간의 마라톤의 끝이 찾아왔습니다.

자빠지고, 넘어지고, 좌절할 때도 많으셨겠죠.

하지만, 당신들은 그런 고난들 딛고 일어나, 지금 시험을 끝냈습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고! 소설 등장인물들 처럼 맛있는 것 많이 드세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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