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17화 〉 강하. 그녀가 미슐랭 셰프인 이유.(2) (217/289)

〈 217화 〉 강하. 그녀가 미슐랭 셰프인 이유.(2)

* * *

그들이 처음으로 잡은 것은 훈제연어 카나페였다.

향이가 순서대로 말한 것도 있고 해서 집은 것이다.

"....음!"

"뭐야 이거….."

"마...맛이….그러니까….맛있어!"

훈연향을 가득 밴 훈제연어의 식감은 매우 쫄깃했고, 올라간 조갯살의 식감도 탱글탱글하게 씹혔다.

하지만, 자칫하면 물릴 수도 있는 맛을 샤워 크림이 부드럽게 잡아주어, 완벽한 맛을 낸 카나페였다.

"이...이렇게 작은데도 이리 복합적인 맛을 내다니….!"

"정말 대단하다…!"

"음….하지만 이 정도로는 감질나는구나, 나는 어서 다음 것부터 먹어봐야겠구나!"

그렇게 그들은 다음 카나페에 손을 올렸다.

다음번으로 먹을 카나페는 어떤 맛을 낼지, 전진 긍긍한 마음을 감춘 채.

이번에는 발사믹 식초로 절인 굴이 올라간 카나페.

"....엇? 부….분명 생굴인데도 비린 향이 전혀 나지 않아요!"

"진짜네? 오...오히려 비린 맛이 안 나니까 생굴의 식감이 더 쫄깃하게 느껴져!"

자칫하면 심한 비린내가 나는 생굴을 졸인 발사믹 식초에 절여서 비린 향을 없애고, 한번 졸인 발사믹 식초의 맛이 배어들어 새콤달콤한 맛을 내었다.

밑에 깔린 삶은 달걀의 노른자가 농후한 맛을 내는 것도 포인트였다.

촉촉한 식빵에 발사믹 식초의 맛이 배어들어, 더욱 촉촉한 맛을 내었다.

"와…..벌써 마지막 하나 밖에 안 남았네…"

"에잇! 못 참겠다!"

마지막으로 남은 파르마 햄으로 감싼 아스파라거스가 올라간 카나페.

자꾸만 감질나던 류월이 먼저 마지막으로 남은 카나페를 손으로 집었다.

"으음….! 짭쪼름해!"

"이 채소는 뭐지? 처음 보는데?"

"아~ 아마 아스파...뭐시기 였는데…?"

염장 처리를 한 파르마 햄은 짭짜름하면서 쫄깃했다.

그리고 같이 감싸진 아스파라거스는 아삭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내었고, 같이 올라간 오렌지 소스와 귤은 과즙 특유의 상큼하고 쥬시한 맛으로 마무리 지었다.

"하….벌써 다 먹어버렸네."

"맛은 있지만, 너무 적은 게 아쉬울 정도네요…"

"그...구래도 마시써오…!"

카나페의 양이 적은 것이 너무나도 아쉬울 정도로, 완벽한 음식이었다.

"정말….맛있어!"

"이렇게나 맛있는 음식이 식전으로 나왔다면…..앞으로 나올 요리는 얼마나 맛있다는 소리지…?"

그들은 잘 알고 있다.

강하의 요리는 정말로 맛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 기준은 아직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 재료들을 잘 이해하고, 맛본다면 완벽히 맛을 따라 하는 것은 몰라도, 엇비슷하게 만들 수는 있을 정도로, 맛있었다.

하지만 이건,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맛있다. 하지만 이 맛을 형용하기에는 그들의 어휘력이, 혀가, 실력이 모자랐다.

얼마나 많은 실력을 쌓아야, 이 맛을 흉내 낼 수 있을까.

그렇게 그들이 신선한 충격을 받는 사이, 스프가 나오고 있었다.

"인삼을 곁들인 마늘 크림스프(Cream Soup of Ginseng with Garlic). 입니다. 식전 빵인 바게트와 같이 드셔주세요."

다 먹은 카나페 접시를 치운 향이가 그들의 앞에 스프가 담긴 접시를 내려놓았다.

"오오….인삼! 비싼 거 아냐?"

"확실히, 인삼은 상당히 비싼 식재료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재료를 저희를 위해 사용하신 거로군요."

"으음? 인삼이라? 어허….내가 몇백 년 전, 인간들이 나를 위해 바쳤던 그 뿌리로구나. 그건 맛이

없었는데…."

다른 이들이 인삼에 열광하는 사이, 류월은 조금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에이, 류월님도 참. 강하 아씨가 저희에게 맛없는 요리를 내놓겠어요?"

"그건….그렇지. 음.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한번 먹어보겠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는 힐라의 말에, 류월은 거부감을 삼키고 숟가락을 들었다.

설사 맛이 좀 없다고 하더라도, 강하가 만든 요리니까.

그렇게 생각한 류월은 스프를 한 입 머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가루도 남지 않을 정도로 산산이 박살 났다.

"뭐...뭣이? 이...이것이 정녕, 내가 아는 인삼으로 만든 것이 맞단 말이더냐?"

스프의 진하고 농후한 맛. 하지만 생크림이 들어가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내었다.

그리고, 문제의 인삼.

버터에 한 번 볶아낸 인삼은 씹을 때 마다 고소하고 화한 맛이 났다.

같이 올라간 바싹하게 튀긴 마늘과 크루통(식빵을 작게 잘라 구워낸 것.)이 스프를 마실 때마다 식감을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스프 간 자체도 짭짤하고, 고소해 잘 맞았다.

인삼이 몸에 들어가니 몸을 살짝 달궈지는 느낌도 났다.

"후하~ 이거 진짜 맛있네요! 크림의 부드러운 맛과 마늘의 향이 정말 딱 들어맞아요!"

"이거, 냠, 빠, 빵을 찍어 먹어봤, 음냠, 어? 이거 진짜로, 으음, 맛있어!"

[주인! 나 빵 하나만 주라!]

"야, 니꺼 다 먹어놓고 내껄 달라고? 싫어!"

[이이잉 주인~....]

".....어휴, 알았다. 딱 하나만이다?"

[응! 헤헤..!]

고소한 크림빵에는 갓 만든 바게트 빵이 정말로 잘 어울렸다.

그런 스프에 빵을 즐겁게 찍어 먹던 진혁에게 칭얼거리는 드라는 결국, 진혁의 남은 빵 하나를 받고는 헤실거리며 맛나게 먹었다.

그 모습에 진혁은 이게 전설의 마검인지, 아니면 여동생인지 모를 정도였다.

"크흠….과연, 인삼이 이런 맛도 나는 모양이구나. 뭐, 썩 그럭저럭 괜찮구나."

그렇게 류월은 헛기침하며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이미 접시는 설거지가 필요 없을 정도로 아주 깔끔했으며, 그녀의 입가에 묻은 스프가 반질거렸지만, 모두 속으로만 생각할 뿐, 굳이 입 밖으로는 내뱉지 않았다.

"다 드셨다면, 샐러드를 내오겠습니다!"

"오! 샐러드 좋아! 역시 엘프는 숲에서 자라난 식물들이 몸에 맞다니까?!"

"흥, 역시 음식은 고기를 먹어야 하는 법! 이 몸은 고기가 좋다!"

샐러드라는 소리에 귀를 마구 흔드는 힐라와, 영 마땅치 않다는 듯이 눈을 흘기는 류월.

"괜찮아요, 이번 샐러드는 두 분 모두가 좋아하실 거예요!"

"엥?"

"뭐라?"

그런 두 사람을 보던 향이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구운 베이컨과 수란을 곁들인 시저 샐러드(Caesar Salad with Baked bacon and poached egg) 입니다!”

“베이컨? 샐러드에 베이컨이 올라가?"

"수란? 그것이 뭐냐? 란…? 무언가의 알…?"

향이가 내놓은 샐러드는 두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분명 푸른빛의 채소가 올라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바삭하게 구워낸 베이컨과 크루통, 그리고 허여멀건 구체가 그 샐러드의 중심에 우뚝 박혀 있었다.

"한 번 드셔보세요."

"흐음, 조금 특이하기는 하지만, 뭐 어때? 난 채소만 있으면 괜찮아!"

"베이컨이 모자르긴 하지만….뭐, 고기도 들어갔으니 용서하도록 하마."

그렇게 그들은 포크와 나이프를 집었다.

".....이게, 샐러드?"

"정녕 풀떼기 천지인 이 요리가...맛있다…?!"

그들은 본래 자신이 알던 샐러드를 떠올린다.

온갖 녹색 천지인 채소들을 적당한 소스에 버무려서 먹는 음식.

힐라는 본디 자연에서 살아가는 엘프였기에, 거부감이 없었다. 아니, 그 요리야말로 엘프들의 정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샐러드는 달랐다.

첫맛은, 짭짜름한 베이컨이 바삭하게 씹혔다.

다음으로 시원하고 아삭한 로메인상추가, 입을 깨끗하게 씻겨주었다.

노른자로 만든 마요네즈 소스에 홀그레인 머스타드가 들어가, 겨자씨가 톡톡 씹히면서 고소하고 깊은 풍미를 내었다.

그리고 다져놓은 엔초비(청어류 전반의 물고기를 이용한 서양식 젓갈)는 비린 향은 나지 않으면서 바다 특유의 향을 내어 더욱 좋은 향을 내었다.

그리고, 샐러드 위쪽에 전체적으로 뿌려진, 마치 눈꽃 같은 치즈.

파르미지아노레지아노(파마산)치즈의 짠맛과 구수한 치즈의 향이, 더욱 입맛을 돋구었다.

"그런데...이건 뭐지?.....앗!"

그러던 찰나, 힐라는 아까부터 계속 거슬리던 그것을 포크로 건드렸다.

그러자, 약한 충격에 순식간에 터져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노란 액체는 바로…

"달걀! 달걀이구나!"

그렇다.

그토록 고민하던 그것은 바로, 날달걀을 끓이는 물에 깨서 삶아낸, 수란이었다.

"어디보자….그렇다면 이렇게….!"

그 정체불명의 물체가 무엇인지 깨달은 힐라는 새어 나오는 노른자를 샐러드에 버무려서 부드러운 흰자와 함께 한 입 먹었다.

"으음~! 역시, 이건 맛이 없을 수가 없어!"

고소하고 풍미 있는 노른자와 보들보들한 식감의 흰자와 샐러드가 만나자, 환상적인 궁합의 맛을 내었다.

"오…! 저런 방법이…!"

"나도 해야지!"

[주인! 나! 나 이거 좋아!]

"그러게, 이거 진짜 맛있네...샐러드라고 쉽게 생각했는데, 이건 진짜 맛있다!"

힐라가 먹는 방법을 눈여겨보던 직원들은 그녀의 방법대로 샐러드를 먹기 시작했다.

"음...냠….풀떼기 주제에 이 몸의 혀를 우롱시키다니…! 괘씸하다!"

류월 역시 힐라의 방법대로 샐러드를 순식간에 비워버리더니 분하다는 듯이 눈을 치켜세우며 입가에 남은 샐러드를 우적우적 씹었다.

"류월아, 여기 입가에 묻었구나."

"아, 그….고맙구나."

그런 류월이가 그저 귀여워 보이는 백설이 손수건으로 류월의 입가를 닦아 주었다.

그렇게 모두 샐러드를 즐겁게 맛보던 순간.

"요리는 모두 마음에 드셨습니까?"

"아, 파렌!"

"파렌도 새로운 옷을 입었네?"

새하얀 조리복을 입은 파렌이 그들의 앞에 섰다.

"어때요? 맛있나요?"

"응응! 아주 맛있어!"

"오랜만에 이 몸의 혀가 즐겁게 날뛰는구나~!"

"맛있습니다."

"어...엄청 조아써오!"

"그렇게 즐겨주시니 감사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요리는 메인을 빛나게 만들 수단에 불과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파렌은 고개를 숙였지만,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그렇다는 건…!"

"메인 요리는, 얼마나 맛있다는 거야?"

파렌의 말에 홀은 기대에 벅찬 그들의 소곤거림으로 꽉 차게 되었다

"자, 즐겨주시죠. 메인 요리가 나옵니다."

그리고, 이 코스 요리의 주역.

메인 요리의 등장이 시작되었다.

*

인삼을 곁들인 마늘 크림스프 입니다!

구운 베이컨과 수란을 곁들인 시져 샐러드 입니다!

시져 샐러드....

양식 조리기능사 실기 시험에도 있는 이 녀석....

정말 싫은 녀석입니다...

직접 노른자를 휘핑해서 마요네즈를 만들어야 하는데....손목이 죽어....!

뼈빠지게 연습했지만 이 녀석도 결국 조리 시험에서 한 번도 나왔던 적이 없었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