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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3화 〉 미슐랭 레스토랑의 셰프던 내가, 이세계에서는 아카데미 요리 선생님?!(1) (223/289)

〈 223화 〉 미슐랭 레스토랑의 셰프던 내가, 이세계에서는 아카데미 요리 선생님?!(1)

* * *

­오늘 재미있겠다. 그치!­

­응!­

­어떤 선생님이 오시는 걸까?­

왁자지껄한 교실에 가득 들어찬 아이들은 기대에 벅차,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아이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그때.

­자, 조용! 조용!­

교탁 앞에서 박수로 아이들의 시선을 돌린 선생이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오늘 무슨 날인지 알죠!­

­­­네에!!­­­

선생님의 질문에 아이들은 목청 크게 대답했다.

­자, 그럼. 우리 다 같이 오늘 오신 특별 선생님을 불러볼까요?­

­­­특별 선생님!!­­­

그리고 선생님이 교실 문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하자, 아이들의 시선은 모두 그쪽으로 고정되었다.

그리고, 그 교실 문의 뒤쪽에서는.

­지금 들어가시면 됩니다.­

­아...지금요?­

­네.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립니다.­

­아 예...뭐...알겠습니다.­

잠깐의 속닥거림과 함께, 등을 떠밀린 여성이 교실 문을 통해 교실로 발을 옮겼다.

­아...하하...! 여러분 안녀어엉...? 트, 특별 선생님인 ‘라리안’ 이라고 해요...~­

약간 어색한 웃음에 쭈뼛거리는 움직임.

자신의 이름을 라리안 이라고 소개한 그녀는 그렇게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지...?’

밝은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그녀의 정체는 누구인가?

시간은 2일 전, 밤으로 돌아간다.

*

­뭐...? 선생?­

야밤의 스타 주막에는, 생각지 못한 손님들이 종종 찾아오곤 한다.

한 나라의 주인들 이라던지, 동화 속에서만 보던 엘프들이라든지.

아니면. 어디로 튀어 오를지 전혀 감당이 안 되는 말괄량이 공주라든지 말이다.

­그래! 강하, 당신이 하루만 선생이 되어 줬으면 좋겠어!­

애슐란 왕가의 자랑인 금발 머리를 흐트러뜨리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는 애슐란 3공주, 애슐란 디 아델리안은 콧김을 내며 갑작스러운 제안을 내밀었다.

“....얘 뭐라는 거냐?”

“....몰러요. 저한테도 갑자기 와서 형님 선생님 만들 거라고 하면서 끌려왔어요.”

[셰프님 안녕하세요!]

이제는 저 공주에게도 적응이 된 강하는 그 옆에 딱 봐도 갑자기 끌려온 것 같은 진혁에게 상황 설명을 물었지만, 진혁도 모르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봐! 금방 나 욕했지! 나도 요즘 민위어 공부하고 있거든!­

­아, 그러시는구나. 그래서 뭔 소리예요 그건?­

­크흠...그래, 천천히 설명해줄게.­

그런 두 사람의 쑥덕거림을 들었는지 고개를 돌려서 버럭 화를 냈지만, 강하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흐렸다.

­요즘 들어서, 애슐란에도 요리 광풍이 불고 있어. 그 이유는 네가 잘 알 거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아무튼! 그래서 이제부터 애슐란의 어린 백성들이 공부할 수 있는 아카데미에 기초 요리 실습을 정규 수업으로 정했어.­

­오~ 그건 좋은데요?­

어릴 때부터 요리에 익숙해지면, 장차 요리사의 새싹들이 많아진다는 소리.

그런 새싹들을 아주 좋아하는 강하에게는 희소식이었다.

­그래서, 2일 뒤. 시범적으로 수업을 시행하게 됐는데...이왕 수업을 해 준다면 내가 아는 요리사 중에서 ‘가장’ 뛰어난 요리사에게 맡기고 싶단 말이지...그래서 찾아왔어!­

­뭐....흥...! 제가 좀...실력이 대단하기는 하죠...? 흠흠...­

그렇게 말을 이어가던 아델리아는 강하가 의식하도록 일부러 ‘가장’ 이라는 말을 덧붙여가며 그녀를 띄워주었다.

그 예상은 정확하게 적중하여, 강하의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말인데....2일 뒤 수업에 한번 특별 선생님이 되어주지 않겠어?­

­흠....특별 선생님이라...­

그런 아델리아의 제안에 강하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뭐, 아이들이 요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강하에게도 좋은 일이었고, 나쁜 것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말 하긴 좀 부끄럽기는 하지만.....저, 그 쪽에서 좀 유명인 아닌가요?­

­응? 그렇긴 하지. 애초에 기초 요리 실습의 교과서에도 네 그림이 올라갈 정도니까.­

­그런데, 그런 제가 그냥 갑자기 나타나서, “짠! 오늘은 제가 수업합니다!” 라고 해도 되는 겁니까? 저는 공식적으로 지금 애슐란을 떠나서 한에 있는데?­

그렇다.

강하는 현재, 애슐란의 손님으로 초대받았다가 다시 돌아온 상태였다.

텔레포트 마법진이라는 편한 것이 있어서 인식이 조금 흐려질 수도 있는데, 저 텔레포트. 만약 정체가 세상에 알려지면 발칵 뒤집힐 정도의 엄청난 마법이다.

애초에 평범한 인간은 따라 해 봤자 그리 먼 거리는 이동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어.....그러면 변신 마법은 어때? 얼굴과 머리칼을 바꾸면 되는 거 아닐까?­

그 차선책으로 아델리아가 변신 마법을 추천했다.

그 마법이라면 정체도 숨길 수 있으니 괜찮을 것 같았다.

­오오....그런 방법이 있었구...­안 된다.­­

강하가 아델리아의 의견에 동의하려던 찰나, 누군가가 그녀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류월? 아, 그 펜던트, 아직도 너한테 있었냐?­

그 목소리의 정체는 바로, 한 손에는 강하가 받은 번역의 펜던트를, 남은 한 손으로는 애플파이를 들고 있는 류월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가 싶어 궁금해서 이 도구를 써서 들어 보았건만, 그 방법은 불가능하다.­

­응? 왜 안 되는데?­

­너는 어째서 이 몸이 이 모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본디 용이란, 용의 모습과 인간의 모습이 정확히 나누어져, 고정되어 있다. 그렇기에 백설은 용 본체와 인간의 모습, 둘 다가 바로 백설의 본모습이다. 그리고, 너 또한 용의 힘을 이어받았지 않았느냐. 그렇게 고정된 힘을, 고작 인간의 도술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 맞다....그래서 저번에 남자로 돌아가는 게 불가능하다고 했지...?­

­응? 남자?­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여튼, 그럼 방법은 없나?­

류월의 말에 다시금 골머리를 썩히는 강하.

그런 강하에게 나타난 자가 있으니.

­뼈의 구조를 바꾸는 것 정도가 아니라 머리카락과 눈 색을 바꾸는 정도라면, 내가 가능하단다?­

“백설 님?”

어느새 그들의 곁으로 다가온 백설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렇게, 살짝.­

“우왓!”

백설이 손가락을 하나 들어, 강하의 머리를 가볍게 만지자, 그녀의 머리는 밝은 빛에 휩싸였다.

그리고.

“오오....! 금발 머리...! 이건 이거대로 뭔가 신기하네....!”

­금발 머리구나! 흠...우리 왕가에 대대로 전해지는 금발 머리에 비하면 뭐...그럭저럭 봐줄 만 하구나.­

강하의 머리는 마치 황금과도 같이 빛나는 밝은 금발 머리로 탈바꿈되었다.

­그리고 눈 색도, 이렇게 푸르게 바뀌면...어떠니?­

“우읏....! 눈 따가워...”

“어머나! 아씨! 눈이 너무 예쁘다! 마치 보석 같아!”

다시금 이어지는 그녀의 밝은 빛에 눈을 찌푸린 강하가 눈을 뜨자, 그녀의 동공은 마치 아름다운 사파이어 같은 색을 내었다.

­어떠니? 이러면 아마 네가 강하라는 것을 감출 수 있지 않을까?­

“뭐, 이정도면 충분한 것 같네요.”

­참 다행이구나! 한시름 놓았어!­

그렇게 정체를 숨기는 작전은 완벽하게 성공하게 되었다.

*

­하하, 안녕하세요~­

그렇게 강하는 즉석에서 지은 ‘라리안’ 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의 앞에 서게 되었다.

방긋 미소를 지으며 살짝 손짓하는 강하.

하지만.

­아....나는 강하 님이 오실 줄 알았는데....­

­실망이야...­

­나도.­

아이들의 반응이 영 시큰둥했다.

­욘석들! 너희들을 위해 바쁜 시간을 내어준 선생님에게 무슨 소리니! 조, 죄송합니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아, 아뇨 괜찮습니다. 하하. 어린아이들인 걸요...­

그런 아이들을 대신해 선생님이 강하에게 고개를 숙이자, 강하는 손을 흔들며 그녀를 말렸다.

허나.

‘뭔가....기껏 나왔더니 이런 찬밥 신세인 게 기분이 좀 그렇긴 한데....그 이유가 원래의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면....끄응...!’

보람찬 마음으로 수업에 들어왔지만 차가운 반응에 실망하는 마음과 그런데도 아이들이 내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뒤엉킨 강하의 마음은 뒤죽박죽이었다.

­자! 자! 조용! 오늘 오신 선생님께 궁금한 것이 있는 학생은 손을 들어 말해주세요!­

다시금 소란스러워진 아이들을 통솔한 선생이 강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몇몇 학생이 손을 번쩍 드는 것이 보였다.

‘오호...! 말은 그렇게 하지만 요리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이군, 음음. 좋다! 어떤 질문이든 다 받아 보이마!’

그런 아이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불이 붙기 시작한 강하는 다시금 의지를 불태우며 곧 들려올 질문을 기다렸다.

­저요! 저요!­

­그럼....아르힌부터 말해보렴.­

­선생님 맞아요?­

­...엉?­

그리고, 그 불은 순식간에 진화되고 말았다.

­얘! 아르힌!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선생님에게 선생님이 맞냐니!­

­에~? 하지만, 아무리 봐도 특별 선생님은 우리랑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 것 같은걸요?­

­윽...!­

그렇다.

아이들 생각의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자신들보다 키가 크고, 덩치가 크고, 어른스러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강하는 현재, 기껏 해 봐야 중학생 2~3학년의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들과 엇비슷한 모습의 강하가 선생님이 맞나 하는, 순수한 질문이었다.

허나 그 질문은 강하에게 정확한 치명타로 날아 들어왔다.

­선생님은 어떻게 선생님이 됐어요?­

­컥...!­

­저도 선생님 할래요!­

­우욱...!­

­선생님은 강하 님보다 요리 잘해요?­

­크흑...!­

그런 티 없이 맑은, 순수한 질문에 강하의 정신은 이미 탈탈 털리고 있었다.

­너, 너희들! 그만하지 못해? 아이고 죄송합니다 선생님....아이들이 아직 철이 없어서....­

그리고 다시금 그런 아이들을 대신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연속으로 고개를 숙이는 선생님.

­하. 하. 하. 괜찮습니다. 아이들이 차암...! 밝고 순수하네요오...?­

허나, 이대로 쓰러질 강하가 아니었으니.

­마지막 질문 말이죠. 강하 님. 보다 요리를 잘하냐고요?­

강하는 흐트러진 머리를 뒤로 넘기며 말했다.

­그럼요! 강하. 그 아이는 제 제자였답니다?­

­진짜요?!­

­에이 설마~­

­거짓말!­

뭐, 일단은 자기 자신이기는 하니까, 거짓말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전혀 믿지 않는 듯 보였다.

­자, 그럼 그걸 증명해 볼까요?­

그렇게 강하의 요리 수업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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