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3화 〉 미슐랭 레스토랑의 셰프던 내가, 이세계에서는 아카데미 요리 선생님?!(1)
* * *
오늘 재미있겠다. 그치!
응!
어떤 선생님이 오시는 걸까?
왁자지껄한 교실에 가득 들어찬 아이들은 기대에 벅차,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아이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그때.
자, 조용! 조용!
교탁 앞에서 박수로 아이들의 시선을 돌린 선생이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오늘 무슨 날인지 알죠!
네에!!
선생님의 질문에 아이들은 목청 크게 대답했다.
자, 그럼. 우리 다 같이 오늘 오신 특별 선생님을 불러볼까요?
특별 선생님!!
그리고 선생님이 교실 문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하자, 아이들의 시선은 모두 그쪽으로 고정되었다.
그리고, 그 교실 문의 뒤쪽에서는.
지금 들어가시면 됩니다.
아...지금요?
네.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립니다.
아 예...뭐...알겠습니다.
잠깐의 속닥거림과 함께, 등을 떠밀린 여성이 교실 문을 통해 교실로 발을 옮겼다.
아...하하...! 여러분 안녀어엉...? 트, 특별 선생님인 ‘라리안’ 이라고 해요...~
약간 어색한 웃음에 쭈뼛거리는 움직임.
자신의 이름을 라리안 이라고 소개한 그녀는 그렇게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지...?’
밝은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그녀의 정체는 누구인가?
시간은 2일 전, 밤으로 돌아간다.
*
뭐...? 선생?
야밤의 스타 주막에는, 생각지 못한 손님들이 종종 찾아오곤 한다.
한 나라의 주인들 이라던지, 동화 속에서만 보던 엘프들이라든지.
아니면. 어디로 튀어 오를지 전혀 감당이 안 되는 말괄량이 공주라든지 말이다.
그래! 강하, 당신이 하루만 선생이 되어 줬으면 좋겠어!
애슐란 왕가의 자랑인 금발 머리를 흐트러뜨리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는 애슐란 3공주, 애슐란 디 아델리안은 콧김을 내며 갑작스러운 제안을 내밀었다.
“....얘 뭐라는 거냐?”
“....몰러요. 저한테도 갑자기 와서 형님 선생님 만들 거라고 하면서 끌려왔어요.”
[셰프님 안녕하세요!]
이제는 저 공주에게도 적응이 된 강하는 그 옆에 딱 봐도 갑자기 끌려온 것 같은 진혁에게 상황 설명을 물었지만, 진혁도 모르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봐! 금방 나 욕했지! 나도 요즘 민위어 공부하고 있거든!
아, 그러시는구나. 그래서 뭔 소리예요 그건?
크흠...그래, 천천히 설명해줄게.
그런 두 사람의 쑥덕거림을 들었는지 고개를 돌려서 버럭 화를 냈지만, 강하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흐렸다.
요즘 들어서, 애슐란에도 요리 광풍이 불고 있어. 그 이유는 네가 잘 알 거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아무튼! 그래서 이제부터 애슐란의 어린 백성들이 공부할 수 있는 아카데미에 기초 요리 실습을 정규 수업으로 정했어.
오~ 그건 좋은데요?
어릴 때부터 요리에 익숙해지면, 장차 요리사의 새싹들이 많아진다는 소리.
그런 새싹들을 아주 좋아하는 강하에게는 희소식이었다.
그래서, 2일 뒤. 시범적으로 수업을 시행하게 됐는데...이왕 수업을 해 준다면 내가 아는 요리사 중에서 ‘가장’ 뛰어난 요리사에게 맡기고 싶단 말이지...그래서 찾아왔어!
뭐....흥...! 제가 좀...실력이 대단하기는 하죠...? 흠흠...
그렇게 말을 이어가던 아델리아는 강하가 의식하도록 일부러 ‘가장’ 이라는 말을 덧붙여가며 그녀를 띄워주었다.
그 예상은 정확하게 적중하여, 강하의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말인데....2일 뒤 수업에 한번 특별 선생님이 되어주지 않겠어?
흠....특별 선생님이라...
그런 아델리아의 제안에 강하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뭐, 아이들이 요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강하에게도 좋은 일이었고, 나쁜 것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말 하긴 좀 부끄럽기는 하지만.....저, 그 쪽에서 좀 유명인 아닌가요?
응? 그렇긴 하지. 애초에 기초 요리 실습의 교과서에도 네 그림이 올라갈 정도니까.
그런데, 그런 제가 그냥 갑자기 나타나서, “짠! 오늘은 제가 수업합니다!” 라고 해도 되는 겁니까? 저는 공식적으로 지금 애슐란을 떠나서 한에 있는데?
그렇다.
강하는 현재, 애슐란의 손님으로 초대받았다가 다시 돌아온 상태였다.
텔레포트 마법진이라는 편한 것이 있어서 인식이 조금 흐려질 수도 있는데, 저 텔레포트. 만약 정체가 세상에 알려지면 발칵 뒤집힐 정도의 엄청난 마법이다.
애초에 평범한 인간은 따라 해 봤자 그리 먼 거리는 이동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어.....그러면 변신 마법은 어때? 얼굴과 머리칼을 바꾸면 되는 거 아닐까?
그 차선책으로 아델리아가 변신 마법을 추천했다.
그 마법이라면 정체도 숨길 수 있으니 괜찮을 것 같았다.
오오....그런 방법이 있었구...안 된다.
강하가 아델리아의 의견에 동의하려던 찰나, 누군가가 그녀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류월? 아, 그 펜던트, 아직도 너한테 있었냐?
그 목소리의 정체는 바로, 한 손에는 강하가 받은 번역의 펜던트를, 남은 한 손으로는 애플파이를 들고 있는 류월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가 싶어 궁금해서 이 도구를 써서 들어 보았건만, 그 방법은 불가능하다.
응? 왜 안 되는데?
너는 어째서 이 몸이 이 모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본디 용이란, 용의 모습과 인간의 모습이 정확히 나누어져, 고정되어 있다. 그렇기에 백설은 용 본체와 인간의 모습, 둘 다가 바로 백설의 본모습이다. 그리고, 너 또한 용의 힘을 이어받았지 않았느냐. 그렇게 고정된 힘을, 고작 인간의 도술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 맞다....그래서 저번에 남자로 돌아가는 게 불가능하다고 했지...?
응? 남자?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여튼, 그럼 방법은 없나?
류월의 말에 다시금 골머리를 썩히는 강하.
그런 강하에게 나타난 자가 있으니.
뼈의 구조를 바꾸는 것 정도가 아니라 머리카락과 눈 색을 바꾸는 정도라면, 내가 가능하단다?
“백설 님?”
어느새 그들의 곁으로 다가온 백설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렇게, 살짝.
“우왓!”
백설이 손가락을 하나 들어, 강하의 머리를 가볍게 만지자, 그녀의 머리는 밝은 빛에 휩싸였다.
그리고.
“오오....! 금발 머리...! 이건 이거대로 뭔가 신기하네....!”
금발 머리구나! 흠...우리 왕가에 대대로 전해지는 금발 머리에 비하면 뭐...그럭저럭 봐줄 만 하구나.
강하의 머리는 마치 황금과도 같이 빛나는 밝은 금발 머리로 탈바꿈되었다.
그리고 눈 색도, 이렇게 푸르게 바뀌면...어떠니?
“우읏....! 눈 따가워...”
“어머나! 아씨! 눈이 너무 예쁘다! 마치 보석 같아!”
다시금 이어지는 그녀의 밝은 빛에 눈을 찌푸린 강하가 눈을 뜨자, 그녀의 동공은 마치 아름다운 사파이어 같은 색을 내었다.
어떠니? 이러면 아마 네가 강하라는 것을 감출 수 있지 않을까?
“뭐, 이정도면 충분한 것 같네요.”
참 다행이구나! 한시름 놓았어!
그렇게 정체를 숨기는 작전은 완벽하게 성공하게 되었다.
*
하하, 안녕하세요~
그렇게 강하는 즉석에서 지은 ‘라리안’ 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의 앞에 서게 되었다.
방긋 미소를 지으며 살짝 손짓하는 강하.
하지만.
아....나는 강하 님이 오실 줄 알았는데....
실망이야...
나도.
아이들의 반응이 영 시큰둥했다.
욘석들! 너희들을 위해 바쁜 시간을 내어준 선생님에게 무슨 소리니! 조, 죄송합니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아, 아뇨 괜찮습니다. 하하. 어린아이들인 걸요...
그런 아이들을 대신해 선생님이 강하에게 고개를 숙이자, 강하는 손을 흔들며 그녀를 말렸다.
허나.
‘뭔가....기껏 나왔더니 이런 찬밥 신세인 게 기분이 좀 그렇긴 한데....그 이유가 원래의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면....끄응...!’
보람찬 마음으로 수업에 들어왔지만 차가운 반응에 실망하는 마음과 그런데도 아이들이 내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뒤엉킨 강하의 마음은 뒤죽박죽이었다.
자! 자! 조용! 오늘 오신 선생님께 궁금한 것이 있는 학생은 손을 들어 말해주세요!
다시금 소란스러워진 아이들을 통솔한 선생이 강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몇몇 학생이 손을 번쩍 드는 것이 보였다.
‘오호...! 말은 그렇게 하지만 요리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이군, 음음. 좋다! 어떤 질문이든 다 받아 보이마!’
그런 아이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불이 붙기 시작한 강하는 다시금 의지를 불태우며 곧 들려올 질문을 기다렸다.
저요! 저요!
그럼....아르힌부터 말해보렴.
선생님 맞아요?
...엉?
그리고, 그 불은 순식간에 진화되고 말았다.
얘! 아르힌!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선생님에게 선생님이 맞냐니!
에~? 하지만, 아무리 봐도 특별 선생님은 우리랑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 것 같은걸요?
윽...!
그렇다.
아이들 생각의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자신들보다 키가 크고, 덩치가 크고, 어른스러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강하는 현재, 기껏 해 봐야 중학생 2~3학년의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들과 엇비슷한 모습의 강하가 선생님이 맞나 하는, 순수한 질문이었다.
허나 그 질문은 강하에게 정확한 치명타로 날아 들어왔다.
선생님은 어떻게 선생님이 됐어요?
컥...!
저도 선생님 할래요!
우욱...!
선생님은 강하 님보다 요리 잘해요?
크흑...!
그런 티 없이 맑은, 순수한 질문에 강하의 정신은 이미 탈탈 털리고 있었다.
너, 너희들! 그만하지 못해? 아이고 죄송합니다 선생님....아이들이 아직 철이 없어서....
그리고 다시금 그런 아이들을 대신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연속으로 고개를 숙이는 선생님.
하. 하. 하. 괜찮습니다. 아이들이 차암...! 밝고 순수하네요오...?
허나, 이대로 쓰러질 강하가 아니었으니.
마지막 질문 말이죠. 강하 님. 보다 요리를 잘하냐고요?
강하는 흐트러진 머리를 뒤로 넘기며 말했다.
그럼요! 강하. 그 아이는 제 제자였답니다?
진짜요?!
에이 설마~
거짓말!
뭐, 일단은 자기 자신이기는 하니까, 거짓말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전혀 믿지 않는 듯 보였다.
자, 그럼 그걸 증명해 볼까요?
그렇게 강하의 요리 수업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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