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4화 〉 미슐랭 레스토랑의 셰프던 내가, 이세계에서는 아카데미 요리 선생님?!(2)
* * *
자! 오늘은 과일 생크림 샌드위치를 만들 거에요.
과일 생크림 샌드위치.
아직 어린아이들에게 날카로운 칼과 뜨거운 불은, 다칠 수도 있는 위험한 도구들이었기에, 안전하면서도 아이들의 창작력을 기를 수 있는 요리로 정했다.
에에! 시시해~
나 고기 구워보고 싶어!
난 칼! 마구마구 다질거야!
아이들은 이번 요리 시간에 자신들의 화려한 모습을 상상하며 꿈꾸던 것을 할 수 없게 되자 이곳저곳에서 투정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흠~ 여러분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요?
하지만 강하는 팔짱을 낀 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요리 라는 것은, 그저 겉모습만 보고 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자신의 상황과 실력에 맞추어, 훌륭한 맛을 내는 음식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요리지요.
시시해요!
지겨워~
강하의 일장 연설에도 아이들은 눈 깜짝하지 않고 속내 그대로의 말을 내뱉었다.
으음....! 그럼 일단, 생크림을 만들어 볼까요?
그런 아이들의 태도에 약간 흔들리는 강하였지만, 능숙하게 미리 준비된 재료가 담긴 상자에서 생크림을 꺼내었다.
선생님, 죄송하지만 큰 볼에 얼음 좀 담아와 주시겠습니까?
물론이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강하는 옆에 서 있는 선생님에게 생크림을 휘핑하기 위한 얼음 그릇을 부탁했다.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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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신의 품에 지닌 스태프를 하나 꺼내어, 무어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가 휘두르는 스테프에 새파란 빛이 맴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 놓인 큰 볼에 스태프를 겨누자.
달칵! 땡그랑!
투명한 얼음들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네! 여기 있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갑작스러운 마법에 놀란 강하.
그래, 이곳은 애슐란의 아카데미.
여러 가지 지식을 가르치는 아카데미에서도 마법은 필수로 가르치는 과목이었다.
그런 아카데미의 선생님이 마법을 쓰지 못할 리가 없었다.
역시 판타지 세계이긴 해. 하며 마음속으로 감탄한 강하는 떨떠름하게 그녀가 건넨 그릇을 받았다.
얼음?
갑자기 얼음은 왜요?
요리를 보여 주겠다더니 갑자기 얼음을 꺼내자 아이들은 그 얼음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얼음이 필요해서 그래요. 하지만, 이대로라면 무언가를 하기 전에 얼음이 전부 녹아버릴 거에요. 그래서....
강하는 아이들의 질문에 웃으면서 무언가를 얼음이 가득 담긴 그릇에 뿌려 넣었다.
으악! 선생님!
소금을 왜 넣어요?
우엑! 짜겠다.
그것의 정체는 바로 소금이었다.
얼음에 소금이라니.
아이들은 점점 강하의 이상행동에 혼란해지기 시작했다.
하하, 놀랐죠? 하지만 이런 것도 다 이유가 있답니다.
강하는 그런 아이들을 보며 천천히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얼음은 차갑지만, 일정 온도에서는 더 차가워지지 않아요. 하지만, 이렇게 소금을 뿌리면, 더욱 차가워진답니다?
와! 신기하다!
넌 저거 알고 있었어?
아니, 나도 몰랐어.
얼음과 소금이 만나면, 얼음이 조금 녹게 된다.
그리고 얼음이 녹으면서 주변의 열을 빼앗아, 더욱 차갑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에 크림을 휘핑 할 때는 이런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자, 그럼 생크림을 볼까요?
생크림이 담긴 병을 꺼낸 강하는 얼음이 담긴 볼 위에 또 다른 그릇을 올리고 그 안에 생크림을 부었다.
선생님! 이거 생크림 맞아요?
이상해, 우유 같아.
하나도 안 비슷해!
아이들은 자신이 알던 몽글몽글한 생크림이 아니라, 마치 우유 같은 생크림에 아이들은 이질감을 느꼈다.
자, 선생님이 마법을 부려볼 거예요. 이 우유가 생크림이 되는 마법을.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거짓말!
정말이랍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강하는 휘핑기를 들어, 생크림을 휘핑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구체로 빠르게 휘핑하지만, 아이들에게 흥미를 느끼게 하도록, 직접 손으로 휘핑을 시도했다.
생크림을 휘핑할 때는, 한 방향으로만 휘저어 주어야 한다.
휘핑을 하는 이유는, 생크림에 공기를 섞어, 단단한 크림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자꾸 방향을 바꾸어 휘핑을 하게 되면 크림이 죽어버려 뿔이 올라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계속해서 휘핑을 하니, 액체 상태였던 생크림이 점점 뭉쳐지기 시작했다.
자, 여기에다가 설탕을 넣고, 휘저어 줄 거예요.
설탕은 왜 넣는 건가요?
바보, 달콤해지라고 넣는 거잖아.
아하하. 그것도 맞지만, 정확히는 생크림을 더욱 잘 만들기 위해서 넣어주는 거예요~
생크림에 설탕을 넣는 이유는, 달콤함도 있지만, 설탕이 생크림의 크림을 잘 올려주는 접착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넣어주는 것이다.
점점 생크림에 휘핑 자국이 남을 때 한번, 좀 더 섞다가 한번,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번.
설탕을 총 세 번 나누어 휘핑을 쳐 주게 되면....
짠! 이렇게 우유에서 생크림이 완성됐답니다!
우와아아....!
단단하게 뿔이 오른 잘 만든 생크림을 아이들에게 보여 주자, 아까까지의 불신과 불평은 어디가고 환호성이 튀어나오게 되었다.
‘역시 애들은 애들이지. 훗.’
과거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시절.
가끔씩 초청 강사로 학생들에게 요리 강의한 경험이 있었던 강하였기에,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일단 신기한 걸 보여 준다!
그러면 아이들은 흥미를 보이게 되어 있었다.
자아~ 생크림은 선생님이 만들었으니까, 여러분들은 과일을 잘라 볼까요?
강하는 미리 준비한 상자에서 나무로 만든 어린이용 칼을 꺼내었다.
날을 세우지 않고 빵칼처럼 칼날을 넣은 나무칼은 전날 혁수를 시켜서 만든 것이다.
처음에는 툴툴대기는 했지만, 아이들을 위한 거라고 말하니, 녀석은 입은 나불대도 성실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거 신기하게 생겼다!
오오...!
보통의 매끈한 칼날이 아닌, 톱처럼 생긴 나무 칼에 흥미를 느낀 아이들이 저마다 하나씩 받아들고 신나 하기 시작했다.
그럼, 선생님을 따라서 과일을 잘라 봅시다!
네에~!
수업을 시작하기 전 까지만 해도 불성실하던 아이들이, 어느새 강하의 수업에 푹 빠져들고 말았다.
난 딸기 자를 거야!
난 오렌지!
난 사과!
저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과일을 들고, 한둘씩 과일을 자르기 시작했다.
자신이 직접 재료를 손질하는 재미는 아이들에게 좋은 흥밋거리였다.
“음, 일단 알아서 과일을 잘 자르고 있으니, 미리 빵을 손질해 놔야겠다.”
그런 아이들을 지켜보던 강하는 준비된 식빵을 모아서, 테두리를 잘라내었다.
이러면 샌드위치가 더욱 부드러운 맛을 낼 것이다.
선생님! 다 했어요!
저 보세요! 잘했죠!
야! 내가 더 잘 잘랐어!
어느새 아이들은 강하를 진짜 선생님처럼 대하며 저마다가 자른 과일을 보여 주기 위해 앙다툼을 부렸다.
다들 잘했어요! 자, 그럼 샌드위치를 만들어 볼까요?
네에!
선생님이 빵을 나누어 줄 테니, 이 빵 위에 자기가 좋아하는 과일들을 올려봐요!
그렇게 식빵을 나누어 주자, 아이들은 자신이 직접 자른 과일들을 가득 올리기 시작했다.
난 딸기 좋아하니까 딸기만 가득 넣을 거야!
엄...난 오랜지도 좋고...포도도 좋은데....둘 다 넣어야지!
신난다!
그렇게 식빵 위에 올린 과일에, 강하가 돌아다니며 생크림을 얹어주었다.
자, 이렇게 생크림을 바르고, 빵을 올려줘요. 그다음 먹기 좋게 반으로 자르면....!
우와아~!
형형색색의 과일들이 저마다의 매력을 내뿜는 아름다운 과일 생크림 샌드위치가 완성되었다.
자, 그럼 자기가 만든 샌드위치를 먹어볼까요?
네에!!!!
마치 강아지 꼬리가 있다면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을 법한 아이들의 눈빛에 강하가 말했다.
우와...! 맛있어!
생크림이 달콤해...!
과일 마시써...! 딸기 조아...!
보들보들한 식빵에 감싸진 몽실몽실한 생크림, 그리고 새콤달콤한 과일들이 한데 합쳐, 아주 맛있는 샌드위치가 완성되었다.
그 맛 또한 훌륭했지만, 아이들이 더욱 흥분하는 이유가 있었다.
이걸 내가 만들었다니...신기해!
마법보다 더 멋있어!
ㄴ, 나! 엄마한테도 만들어 줄 거야!
바로 이렇게나 맛있는 음식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었다는 성취감과 희열감이 아이들에게 더욱 크게 다가왔다.
‘그렇지, 이렇게 요리에 익숙해져야 나중에 커서 요리사가 되지 않겠어?’
미래의 새싹들이 즐겁게 웃는 모습을 보니, 강하 또한 덩달아 미소가 나오게 되었다.
그렇게 일일 강사 라리안은 아카데미를 떠나게 되었다.
*
“형. 어때? 할 만했어?”
애슐란에서 돌아온 강하에게 컵을 닦던 혁수가 다가와 물었다.
“뭐...그럭저럭이지....아이들은 참 피곤해...소리 지르고, 말 잘 안 듣고, 무신경하게 사람의 속을 긁어 놓지.”
좀 나이가 찬 학생들이 아니라, 아이들을 인솔한다는 것은 상당한 정신적 피로감을 느끼는 일이었다.
“그래? 근데 손에 쥔 그건 뭐야?”
“아, 이거? 별거 아냐. 내일의 레시피 같은 거.”
“그래? 그럼 난 마저 치우러 갈게.”
“오냐~”
강하는 무신경하다는 듯한 얼굴을 짓다가, 혁수가 자리를 떠난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금 종이를 펼쳐, 그 안에 있던 내용을 살펴보았다.
[라리안 선생님 감사합니다!]
[재미있었어요!]
[또 언제 오세요?]
삐뚤삐뚤한 아이들의 글씨체가 가득 적힌 편지에는, 강하에 대한 감사가 담겨 있었다.
“그래도, 할 만하네.”
다음에 가능하면 한 번 더 가보자.
그렇게 결심한 강하였다.
*
과일 생크림 샌드위치 입니다!
샌드위치는 햄이나 베이컨이 가득 들어간 육즙 만땅 샌드위치도 맛있지만, 새콤달콤한 과일 샌드위치도 그 매력이 있죠!
그래도 저는 에그마요 샌드위치가 가장 좋습니다.(엄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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