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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6화 〉 글쎄, 붕어빵에는 붕어가 안 들어간다니까요? (226/289)

〈 226화 〉 글쎄, 붕어빵에는 붕어가 안 들어간다니까요?

* * *

"흐으으….춥다…"

혁수는 벌겋게 달아오른 제 손을 연신 비비며 추위에 떨었다.

"뭐가 그리 춥다고 짜식이…"

"아니, 형은 그런 말 하면 안 되지! 치트키 써 놓고!"

제법 세찬 바람이 불어오는 서라벌의 겨울.

그 겨울철의 거리에서 두 사람이 걸었다.

"애초에 니가 같이 가자고 조른 거잖아. 못 사는 거 그냥 혼자 가면 되지 왜 나를…"

"어차피 오늘 쉬는 날이었잖아! 매화 씨는 주무시고 혼자 가기는 뭔가 쓸쓸했단 말야…."

그렇다.

점점 추워지는 바깥 공기에 밖에서 뭘 하기 곤란했던 혁수는 아예 빈방 하나를 통째로 자신의 작업장으로 삼아버렸다.

원래 혁수는 도면을 그리는 일이었지만, 주말에는 스스로 여러 가지 목공을 만드는 취미가 있었다.

애초에 한에서는 현대에서 즐기던 게임이나 영화 같은 취미는 하기 힘들었고, 그렇기에 그의 목공 열은 최근 자꾸만 불타오르고 있었다.

벼루의 그림을 보관할 액자를 만들거나, 주방의 양념통을 만들거나, 새로운 가구를 만드는 등.

그러다가 목공에 사용할 못이 모자라져 이렇게 쉬는 날, 거리로 나와 못을 사러 나온 것이다.

"....그나저나, 거리의 공기가 팍 죽었네…"

그렇게 실없는 말싸움이 끝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혁수가 중얼거렸다.

가을까지만 해도, 거리에 사람들이 줄지어 다니며 시끌벅적했는데, 요즘의 거리에는 사람들도 띄엄띄엄했다.

"뭐, 추우니까 그렇지. 여기 사람들이 우리 세계처럼 큰 가게가 있어, 포장마차가 있어?"

현대의 사람들 거리에는 드높은 건물들이 줄지어 있어, 사계절 언제든 가게를 열었지만, 서라벌의 시장은 돗자리를 깔고 장사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기에. 추운 날씨를 견디지 못하는 장사꾼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파는 가게가 줄고, 그 덕에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줄고, 사람들도 줄어드니 가게는 더욱 줄어드는 구조가 된 것이다.

"크….이렇게 추운 날에는 붕어빵이 최곤데."

"그러게….싸고 따끈따끈한 붕어빵….고급진 일본의 타이야키(?き:도미+불 이라는 이름으로 도미의 모양을 본뜬 일본의 디저트이다. 우리나라 붕어빵보다 크고, 들어가는 소도 다양하고 고급져서 하나에 최소 1000원 이상, 비싼 곳은 하나에 3,000원은 가볍게 넘기는 곳도 있다.)도 맛있지만, 뭔가 싸면서도 그...뭐랄까….특유의…."

"싼 맛?"

"아, 그래. 뭔가 엄청 맛있는 건 아닌데, 가끔 길가에 보이면 나도 모르게 사게 되더라. 어릴 때부터 먹은 음식이라서 그런가?"

"형은 머리 파?"

"그치, 꽉 찬 소가 듬뿍 들어간 머리부터 먹어야지."

"난 바삭한 꼬리가 좋던데."

"붕어빵도 좋은데, 국화빵도 맛있지…"

"뜨끈뜨끈한 국물이 밴 오뎅도 양념간장에 푹 찍어서 먹으면….크…!"

두 사람은 현대의 겨울철 거리에 있는 음식들을 나열하며 혀를 다셨다.

"....먹고 싶다."

그러다가 나온 혁수의 한 마디.

"......만들까?"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강하의 발진.

"....가능해?"

"뭐...붕어빵 반죽이랑 소는 만들면 되고….틀은 요르문 아재한테 맡기면, 만들어 주지 않을까? 드워프니까…"

"좋네….붕어빵…."

어느새 두 사람의 걸음걸이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심심한 목공사와 음식에 눈이 먼 요리사가 함께 폭주해 버리면, 그들을 막을 수 없다.

*

"그래서, 만들어버렸지."

"이게…..그 `포장마차` 라는 건가요?"

향이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물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의기투합한 지 3일 뒤.

스타 주막의 마당 구석에, 포장마차 하나가 생겼다.

"그게...뭔가 만들다 보니 분위기에 심취해서 말이야…"

원래는 요르문에게 붕어빵 틀만 부탁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완성된 붕어빵 틀이 오자, 정확히는 누가 말했을지 모르지만, 무언가가 아쉽다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그럼 이왕 만드는 김에 비슷하게 만들어 볼까?

해서, 완성된 것이 이 포장마차였다.

쓸모없는 천을 모아서 기워내고, 기억을 더듬어 모양을 떠올린 혁수가 망치와 못으로 나무를 두들긴 결과였다.

붕어빵 틀은 물론이고 무엇이든지 구워낼 수 있는 철판과 오뎅도 담을 수 있는 통도 있는, 그야말로 완벽한 포장마차였다.

"이건 화련에 있었을 당시 치렀던 시험 과제와 비슷한 느낌이 나는 군요, 그 시험은 강하 셰프님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대다나다…"

큰 광장에서 직접 노점을 열어 손님들에게 음식을 파는 것을 겪어본 창과 마오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중얼거렸다.

"그...그런데, 그 셰프님이 말씀하신 `붕어빵`....맛있나요?"

그러던 찰나, 벼루는 바들바들 떨리는 동공으로 강하에게 물었다.

"응? 그럼! 맛있지!"

"셰...셰프님은 언제나 맛있는 걸 만들어 내시지만….상상하기가 힘드네요….붕어가 들어간 빵이라니…."

벼루는 강하에게 붕어빵이라는 요리 이름을 들었을 때부터 마음이 영 불편했다.

그런 부드러운 빵에….붕어?

맛이...있어?

"붕어 맛있지! 아직 내가 여우였을 때, 근처 연못에 살던 붕어를 잡아먹곤 했는데….추억이네…"

그런 벼루의 말에 매화는 예전의 추억을 끄집어내며 중얼거렸다.

"아, 여러분. 그 붕어빵이라는 것은 붕어가 들어가는 게 아니라, 모양이 붕어처럼 생겨서 붕어빵인 겁니다. 속에는 평범한 것들이 들어가요."

"아…! 아아~ 그런 거였구나! 난 또…"

"아쉬워라~"

벼루와 매화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진혁이 나서, 그 둘의 오해를 풀어주었다.

"진혁? 왔냐?"

"예, 형님. 붕어빵이라니, 이건 못 참죠! 마침 애슐란의 기후도 추워져서 그런지 마수들도 최근에는 조금 잠잠해져서 여유가 생겼거든요!"

[난 더 베고 싶은데…]

오랜만에 고향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음식을 만든다는 소식에 싱글벙글하며 달려온 진혁과, 조금이라도 더 적을 베어내고 싶은 검의 충동을 참는 드라 또한 스타 주막에 찾아왔다.

"그래서, 그 붕어빵이라는 것은 어디 있느냐?! 어서 먹어보고 싶구나!"

그리고, 지금까지 묵묵히 침묵을 지키던 류월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투정을 부렸다.

"알았어 알았어. 이제 시작할 거야."

그런 류월의 불평에 강하는 더 이상의 서론을 끝내고, 행동으로 보여주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철판 아래 류월에게 부탁해 만든 술식에 마력을 부여해서, 불을 켜 준다.

강하의 풍부한 마력을 잔뜩 머금은 술식이 화륵. 새파란 불꽃을 내뿜었다.

오뎅은 넓은 어묵을 잘 말아서 꼬치에 꿰어준 뒤, 미리 끓여둔 육수를 육수통에 넣고, 오뎅도 넣어 무와 달걀 같은 부재료와 같이 잘 익혀준다.

철판이 열을 받아 잘 달구어졌다면, 넉넉히 기름칠해 주고, 미리 만들어 두었던 반죽을 부어준다.

그리고 그 위에, 밤을 새워 가며 쑤었던 팥 앙금을 적당하게 넣어주고, 뚜껑을 덮어 돌려가며 익혀준다.

물론, 커스터드 크림을 넣은 슈크림 맛도 잊지 않고 마찬가지로 반죽 위에 올려준다.

그렇게 잘 돌려가면서 익혀주면 되는데…

"아이고….타버렸다…"

스멀스멀, 검은 연기가 올라왔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춘 강하라고 해도, 한번도 사용한 적 없는 도구로 완벽한 음식을 만들기는 불가능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만든 붕어빵은, 거뭇거뭇한 검댕이 잔뜩 묻고 말았다.

".......탔다."

"다...다른건 그래도 잘 익었어!"

그래도 그녀의 실력은 어디를 가지 않았는지, 실패를 본보기 삼아 남은 붕어빵은 완벽한 황금빛으로 구워내었다.

"호오….정말 생선같이 생겼구나!"

"어머나~ 귀여워라~"

"따끈따끈해서 손이 포근해져요…."

쌀쌀한 바깥공기에 식어가던 몸이, 따뜻한 붕어빵의 온도에 노곤노곤 풀어져 간다.

"자, 그럼 한 번 먹어봐."

"""잘 먹겠습니다!"""

강하의 허락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동시에 붕어빵을 한 입 가득 베어 물었다.

"흐허..흐허…! 뜨거워…!"

"반죽이 쫄깃하네요!"

"이게 팥? 초콜릿과는 다른 농후하고 은은한 단맛이 나네요!"

잘 불린 팥을 설탕과 함께 몇 시간이고 은은하게 졸여서 만든 팥 앙금은 부드럽게 혀를 포근하게 덮어주었다.

"음! 역시 슈크림이 맛있지!"

[후아아…! 달콤해애….]

원래라면 슈크림에 들어가야 할 커스터드 크림이 붕어빵에 들어가 슈크림과는 또 다른 맛을 내었다.

슈크림과는 다른 쫄깃한 식감에 농후한 노른자가 가득 배어든 커스터드 크림은 팥소와는 또 다른 매력을 내었다.

"이 오뎅? 이라는 음식도 참 맛있구나! 간장에 찍어 먹으니 간도 딱 맞아서 좋다!"

"음~국물을 잔뜩 베어 문 무는 부드럽고 시원해~"

어느새 손안에 있던 붕어빵을 다 먹어 치운 류월과 백설은 곧바로 오뎅에 손을 뻗었다.

오뎅은 사실, 이런 요리가 아니다.

오뎅은 일본의 냄비인 `나베` 에 끓인 요리로써, 정확히는 탕이라기 보단 찌개나 전골과 비슷했다.

냄비에 육수를 넣고, 거기에 어묵과 곤약, 무, 소 힘줄, 유부, 문어 등.

각종 해산물과 채소를 잔뜩 넣어 만든 요리다.

그렇기에 오뎅에 굳이 어묵이 없어도, 오뎅이라고 부른다.

그런 오뎅이 한국에서는 이런 식으로 먹는 어묵 요리를 오뎅이라고 퍼지게 되었다.

칼칼하고 시원한 육수에 어묵을 익혀 부드럽게 만들어 먹는다.

따끈따끈하게 익은 어묵과 육수 한 모금.

그거라면 한겨울이라도 몸은 마치 인간 손난로처럼 따끈따끈해졌다.

"셰프! 저는 팥 붕어빵으로 주세요!"

"형님! 저는 슈크림으로!"

[저도 슈크림!]

"음, 달걀도 국물을 잘 머금어 맛있군요. 이 육수에 고기를 넣어 훠궈(火:중국 북경요리와 사천요리의 종류 중 하나로 소고기나 양고기 꼬치로 된 고기를 담가 먹는 요리다. 일본의 샤브샤브와는 계통이 다른 요리.)처럼 먹어도 맛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 소세지도 있으면 좋을텐데….가끔 소세지를 파는 포장마차도 있는데...그 크고 아름다운….육즙가득 소세지는 한 번씩 사 먹게 되더라."

"그래? 마침 주방에 소세지가 좀 있을텐데...구울까?"

"좋다! 이 몸은 역시 고기가 좋구나!"

추운 겨울날이지만, 스타 주막의 마당에는 때아닌 열기가 가득 피어오르고 있었다.

*

타이야키 입니다!

마치 작은 도미를 보는 것 처럼, 상당히 크고, 다양한 내용물이 들어있는 일본의 디저트이지요!

그리고 이쪽이, 우리가 잘 아는 붕어빵 입니다.

확실히, 타이야키에 비해 크기가 작은 만 큼, 저렴한 맛이 있죠!

붕어빵의 시초는, 일제강점기 시절, 타이야키가 한국에 흘러와, 우리 나라에 맞추어 만들어졌다는 속설이 유력하다고 합니다.

흐아...배고프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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