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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8화 〉 메밀면의 진실. (228/289)

〈 228화 〉 메밀면의 진실.

* * *

메밀.

석죽목 마디풀과 메밀 속에 속하는 식물로서, 곡식의 일종이다.

메밀이라는 어원은 ‘산(뫼, 메)에서 나는 밀’이라는 뜻의 메밀이 되었다.

서늘하고 습한 기후와 메마른 토양에서도 잘 자라고, 병충해 피해도 적은 편이며 생장 기간이 상당히 짧아 주로 산악 지대에서 자라며, 말 그대로 산에서 자라는 밀이라는 말처럼 척박한 산악 지대에서 주로 먹었다고 알려졌다.

조선시대에서도 메밀을 넣은 밥이나 떡, 묵으로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 있는, 오래전부터 이어지는 식재료 중 하나이다.

“메밀면! 맛있겠다!”

현대에서도 자주 메밀면을 먹었던 혁수는 강하의 말에 환호성을 내었다.

하지만.

“어음....메밀이요?”

“메밀이라니....그걸로 면을...?”

“메밀이라면...챠오마이...?(:qiaomai=챠오마이. 메밀의 중국어.) 말씀이십니까...허나 어째서 메밀로 면을 만드신다는 것인지...?”

혁수와 강하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어째서 메밀? 굳이? 라는 뉘양스를 보였다.

“어라? 반응들이 왜 그래?”

그런 반응에 혁수는 어리둥절하듯이 그들을 돌아보았다.

“메밀은 먹을 수 있는 식재료이기는 하나, 만드는 방법도 힘들고, 애초에 면으로 먹을 정도의 식감이 떨어져서, 정말 먹을 것이 없던 가난한 시기가 아니면 거의 먹지를 않습니다.”

그런 혁수의 물음에 향이가 그 이유를 말해주었다.

“저희 화련에서도, 궁핍한 자들이 산에서 먹을 것을 구할 때, 자주 먹는 식재료로 사용되기는 합니다만...그걸 요리로, 심지어 면의 반죽으로 만드는 것은 있었던 적이 없습니다.”

그런 향이의 말에 창 또한 말을 거들었다.

“어라...? 그런거야?”

향이와 창의 말에 곤혹스러워하던 혁수가 강하에게 물었다.

“맞아, 메밀로 면을 만들기는 힘들지.”

심지어 메밀의 이야기를 꺼냈던 강하마저도 그 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가 먹었던 메밀면은 뭐야?”

혁수는 자신이 현대에 살았을 적에 먹었던 메밀면을 떠올리며 물었다.

“그거? 그거는 메밀로 만든 면이 맞아.”

“엥? 뭔가 말이 이상해지는데? 메밀로는 면을 만들지 못한다며, 그런데 메밀로 면을 만든 게 맞다고? 응?”

“정확히는, 메밀과 전분을 섞어서 만든 면이야.”

앞뒤가 맞지 않는 말에 혼란을 겪는 혁수에게 강하가 답했다.

그렇다.

메밀은 산에서 나는 밀, 이라는 뜻을 가지기는 하였으나.

밀가루에 들어있는 성분, 글루텐이 거의 없었다.

글루텐.

밀, 보리, 호밀 같은 곡식에 함유된 단백질의 혼합성분으로써, 반죽을 만들 때, 끈끈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글루텐이 얼마나 들어있느냐에 따라 밀가루도 각각 분류가 정해져 있는데.

글루텐 함유량이 13% 이상인 밀가루는 강력분.

13~10% 사이는 중력분.

10% 이하는 박력분으로 분류가 정해져 있다.

글루텐이 많이 들어가 있을수록 반죽이 부풀기 때문에, 강력분은 빵을 만들 때, 중력분은 면을 뽑는 다목적으로, 박력분은 부풀면 안 되는 쿠키나 파이 같은 디저트 용도로 많이 사용된다.

보통 제빵용에 함유된 글루텐은 17% 이상이다.

하지만, 메밀에는 이런 글루텐이 거의 없어, 반죽을 만들 수 없다.

그렇기에 메밀가루와 전분을 섞어, 글루텐을 맞추어서 면을 만드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메밀8 전분 2, 아니면 메밀7 전분 3 정도의 비율로 면을 만들어. 그래서 네가 먹었던 메밀 면은 쫄깃하고 맛이 좋았던 거야.”

“그럼...막 메밀 100% 면으로 만들었다는 냉면집 같은 건...?”

“그야...진짜 장인들이 아주 값비싼 메밀을 직접 들여와서 엄청난 기술로 만든 막 만든 메밀면이 아닌 이상...다 가짜인 거지.”

“......감쪽같이 속았네...”

지금까지 먹었던 메밀 면에 배신감이 느껴지는 혁수였다.

“아아~! 그렇다면, 셰프님은 메밀에다가 전분을 섞어서 만드실 생각이시군요?”

메밀에 전분을 섞는다면 면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 뜻을 이해한 향이가 손뼉을 치며 감탄했다.

“맞아! 저번에 기억나? 라면 공장에서 불량품이라고 면을 전해 줬었잖아.”

“으음.....아! 네! 기억이 나요!”

향이는 기억을 더듬어, 오래전 기억을 끄집어냈다.

“그때 불량품이라고 했던 면에, 전분이 섞여 들어가 있었던 모양이야, 보통 라면보다 훨씬 쫄깃한 맛을 내더라고. 그래서, 그 라면처럼 메밀을 섞은 면을 만들어 볼 거야.”

“과연...그런데 어째서 메밀을 사용하시는 겁니까? 굳이 어렵게 메밀면을 사용할 필요 없이 그냥 밀가루 반죽으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텐데요?”

강하의 이야기를 전부 듣고 나서 고개를 끄덕이던 파렌은 마지막으로 물었다.

“응? 그거야 당연한 거 아냐?

맛있으니까. 만드는 거지.”

“하하! 제가 실언했네요. 그러시죠. 셰프님이 맛이 없는 것을 만드실 리가 없으니까요.”

그런 파렌의 질문에 뭘 당연한 걸 물어보냐는 듯이 대답하는 강하의 당당한 태도에, 파렌은 미소를 지으며 납득했다.

“애초에 메밀 자체는 저번에 한 번 보여서, 만들어 볼 생각이었는데,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이야. 그럼, 바로 만들어 볼까?”

그렇게 강하의 메밀면 제조기가 시작되었다.

*

“우선, 이게 메밀이야.”

강하는 메밀이 잔뜩 들어있는 자루 주머니를 들고 와, 직원들에게 보여 주었다.

“뭔가...작은 도깨비 뿔 같이 생겼네요.”

4면 주사위처럼 생긴 메밀 씨를 본 벼루가 중얼거렸다.

“이제 이 씨앗의 껍질을 벗겨서, 안쪽 내용물을 빼 줄 거야. 크기가 작아서, 일일이 하나씩 까기에는 양도 많고 힘들지. 그래서.”

강하는 언제나 자신이 애용하는 검은 구체를 꺼내 들었다.

“이걸로 한방에 벗길 거야.”

구체는 강하의 의지대로 움직였다.

그렇다고 모 기묘한 만화의 스탠드처럼 정밀한 동작은 불가능하지만, 물건을 보관하거나, 식재료를 자르거나, 다지거나, 갈아버리는 1차원적 행동은 뭐든지 가능했다.

“구체의 크기를 불려서, 이 안에다가 메밀씨앗을 들이 부으면...”

검은 구체에 메밀 씨앗을 넣자, 구체는 웅웅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부서지는 소리가 끝나자, 강하가 미리 준비해 둔 두 그릇에 한쪽에는 까진 껍질을, 나머지 한쪽에는 내용물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자, 이게 메밀이야.”

“어라? 엄청 하얀색이네...? 원래 메밀은 검은색 아니야?”

매끈한 하얀색의 메밀을 본 혁수는 또다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가 보았던 메밀면은 전부 거뭇거뭇한 색감을 내었기에, 메밀 또한 검은색일 줄 알았다.

“아아~ 그건 좀 역사가 있어.”

메밀을 먹기 시작한 것은 조선시대 이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그 시절에는 제분 기술이 형편없었기 때문에, 도정이 제대로 되질 못해 메밀껍질을 완벽하게 분리해내지 못했고, 그래서 거뭇거뭇한 껍질이 들어간 채로 메밀 반죽을 만들게 되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서는 제분 기술이 아주 좋아졌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검은 메밀에 너무 익숙해져 버리는 바람에, 오히려 흰색 메밀을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많아졌다.

그래서 현대의 메밀 반죽에는 고의적으로 메밀껍질을 넣거나, 보리 가루를 검게 볶아 넣거나, 아니면 색소를 넣어서 파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또 속았어....”

“뭐, 보통 사람들은 대부분 검은 메밀 면밖에 안 봤을 테니까. 괜찮아. 나도 그 특유의 색깔이 좋아서, 껍질을 넣을 거야.”

메밀껍질은 정확히 따지자면 ‘불순물’이다.

원래라면 껍질이 반죽에 들어가면 식품법 위반인 상황.

하지만 다행히 현대의 식품 법이 개정되어, 껍질을 분리하지 않아도 합법이 되었다.

“잘 분리된 껍질은 일단 한번 깨끗이 씻고, 물기 없이 말려줘.”

딱딱하게 분리된 껍질은 흐르는 물에 체를 받혀서 깨끗하게 씻은 후, 잠시 물기를 빼준다.

그 사이, 분리해놓은 메밀을 아주 곱게 갈아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구체에 넣으니, 고운 메밀가루가 완성되었다.

“그럼, 이제 이걸 전분이랑 섞으면 되는 거야?”

“그렇지, 그런데. 전분만 넣기에는 심심하잖아.”

강하는 또 다른 자루 주머니를 창고에서 꺼내왔다.

“이...이건?”

그 내용물은 바로 칡과 마. 였다.

칡은 갈근이라고도 부르며, 간에 좋은 한방 재료이다.

칡뿌리에는 녹말도 들어있어서, 더욱 찰기를 챙겨 줄 것이다.

마는 마 혼자 요리해서 먹으면 그닥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마는 갈아내어 즙을 짜내, 그 즙을 다른 요리에 섞어야 비로소 진가를 발했다.

일단 반죽에 감칠맛을 끌어내 주는 효과를 가졌다.

사실 메밀은 독이 있다.

그렇다고 사람이 죽거나 하는 그런 독이 아니라, 단순히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본의 메밀 소바에는 무를 갈아서 올려주는데, 무에는 소화를 촉진하는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 또한 위벽을 보호해주고 소화를 잘 시켜주는 성분이 다량 들어있다.

칡뿌리와 마의 껍질을 벗겨, 잘 갈아내어 즙을 짜내어 준다.

이제 갈아낸 메밀을 7, 전분을 2, 갈아낸 칡과 마를 1 정도 비율로 넣어 잘 뭉쳐준다.

그리고 잘게 자른 메밀껍질 또한 넣어서 검은색을 넣어준다.

처음에는 잘 뭉쳐지지 않지만, 따뜻한 물을 넣어가며 천천히 꾸준하게 뭉쳐주다 보면...

“자! 반죽 완성!”

거뭇거뭇하고 매끈한, 우리가 잘 아는 메밀 반죽이 완성되었다.

“오....!”

“메밀은 아까 말했듯이 글루텐이 없어서, 숙성할 필요도 없으니까, 바로 먹어볼까?”

“좋아요!”

“메밀면이 어떤 식감일지, 정말 궁금해지는군요.”

강하는 냄비에 물을 넣고 불 위로 올림과 동시에 제면을 시작했다.

넓게 편 반죽을 일정한 간격으로 썰어내어, 깔끔한 면이 제면 되었다.

팔팔 끓어오르는 물에 면을 넣어주고, 잘 익혀내 준 뒤, 체에 걸러 차가운 물에 담가 면에 묻은 전분을 씻어내 준다.

그릇에 면을 예쁘게 담아주고, 살얼음이 동동 떠다니는 동치미를 가득 부어주면....

“동치미 메밀 냉국수 완성! 원래는 갖가지 고명이 올라가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이 두 가지의 맛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이렇게 간단하게......”

““““꿀꺽.....””””

“......서론이 길지? 어서 먹자!”

““““잘 먹겠습니다!!!””””

동치미 냉면에 대해 설명하려던 강하는, 냉면 그릇을 강렬하게 바라보는 직원들의 시선에 말을 줄였다.

“난...일단 국물부터.....”

혁수는 먼저 냉면 그릇을 들어, 그대로 입으로 가져가 벌컥벌컥 동치미를 마셨다.

“.....캬하!!! 이거 뭐야! 미쳤네!!”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국물은 새콤달콤한데다가 톡 쏘는 맛이 일품이었다.

동치미 또한 김치였기에, 발효되는 것은 당연했고, 발효되면서 탄산이 올라오는 현상이었다.

약한 탄산이 더욱 감칠맛을 올려주어 끝장나는 맛이 탄생했다.

“특히 살얼음이 아삭아삭 씹히는 게 최고야!”

“정말 국물이 시원하고 맛있어요! 뭔가 후련한 느낌이 들어요!”

“면....면이...내가 아는 메밀이...맞아?”

어릴 적, 할머니가 만들어 준 메밀떡을 먹었던 기억이 있었던 벼루는 처음에는 약간 거부감이 있었다.

쫄깃한 맛은 전혀 없는 퍽퍽한 메밀떡은, 맛있다고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것은 전혀 달랐다.

그녀의 입에서 확실하게 느껴지는 쫄깃한 면발이 식감을 즐겁게 만들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메밀 특유의 향이 진하게 느껴져, 코가 즐거웠다.

칡과 마를 갈아 넣어 화한 느낌도 드는 데다가, 특유의 감칠맛도 강하게 느껴져, 자신이 아는 메밀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감탄하고 말았다.

“무도 아삭하고, 열무 줄기도 씹는 맛이 있어!”

“고추가 들어가서 약간 매콤한 것도 좋은데?”

“음. 메밀을 이런 식으로도 요리할 수 있다니. 감탄스럽습니다.”

“움...우물...메밀 마시써어....!”

“뭐, 고기가 없는 게 조금 흠이지만, 먹을 만하구나.”

“어머, 류월이는 벌써 다 먹은 거야?”

“아니다. 한 그릇 더 부탁하지.”

한겨울의 냉면.

현대에서는 조금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지만, 현대화 전, 조선에서는 언제나 겨울철에 냉면을 먹었다.

그리고 이곳. 한의 한 주막에서도 겨울철의 모습이 보였다.

*

동치미 메밀국수 입니다!

아삭아삭한 무가 가득한 메밀과, 쫄깃한 메밀면의 만남.

더운 여름에 먹는 냉면도 정말 맛있지만, 동치미와 메밀을 비롯한 재료들이 특히 겨울에 더욱 맛있는 맛을 내서 겨울에 많이 먹었다고 합니다.

애초에 조선시대때는 얼음이 귀했으니, 냉면을 먹으려면 겨울철이 가장 좋았죠.

여러분들도 오늘 점심은 메밀국수 한 그릇?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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