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29화 〉 한밤중의 달걀 프라이. (229/289)

〈 229화 〉 한밤중의 달걀 프라이.

* * *

/우움..../

야심한 밤.

모두가 잠들어 있을 시간에 한 소녀가 감기는 눈을 비비적거리며 침소에서 일어났다.

/아...목말라.../

물을 적게 마셨는지 갈증이 솟은 마오는 칼칼한 목을 붙잡고 중얼거렸다.

/하아아암.....앗차....주무시는구나.../

졸린 눈을 감으며 크게 하품하던 마오는 곧바로 입을 틀어막고는 자신의 옆을 바라보았다.

/......../

그녀의 옆에서 곧은 자세로 미동도 없이 곤히 잠을 자는 창의 모습이 보였다.

창은 보통 잠을 통 자질 않았지만, 오늘의 그녀는 정신적 피로가 많이 쌓인 것 같았다.

아무리 용이라고 해도, 잠을 자는 기분은 상당히 아늑한 기분이었기에, 마오는 혹시나 창이 깨지는 않을까 발뒤꿈치를 올려 조심스럽게 걸어 방을 나섰다.

/으아...쌀쌀해....!/

방문을 나서자, 매서운 겨울 공기가 그녀의 뺨을 간질거렸다.

마오는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물을 마시기 위해 주방으로 걸어 내려갔다.

그때.

/.....응? 뭐지?/

분명 꺼져있어야 할 주방 불이 약하지만 확실하게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창 님은 주무시고...셰프님도....오늘은 쉰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설마...?

/도...도둑?!/

도둑이라니!

.....신종 자살...?

여기에만 용님들이 두 분 계시고 셰프님과 창님도 있는데, 이런 주막을 털 생각을 한다고?

보통 자신의 집이나 가게에 도둑이 들었다면 공포감이 들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마오는 그 도둑의 생각이 전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용님들이 계신 것을 모른다고 해도, 셰프님의 힘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꿀꺽...!/

그렇다고 해도, 도둑은 도둑.

마오는 우선, 계단 옆에 놓인 빗자루 막대를 양손으로 힘껏 끌어 잡았다.

그리고는 아주 조심스럽게, 천천히 주방으로 향했다.

/누구야!/

그리고, 드디어 주방의 입구에 다다른 마오는 한번 심호흡하고는, 곧바로 주방 안으로 달려들었다.

그런 마오가 빗자루를 휘두르며 주방을 바라보자, 의외의 인물이 주방에 있었다.

/어...어라?/

“....마오? 이 시간에 왜 안자고....으아악! 다 탄다!”

도둑의 정체는, 시커먼 연기가 몽글몽글 올라오는 팬을 붙잡고 허둥지둥하는 벼루였다.

*

“요리를, 베우고 십다고..?”

“응....”

어떻게든 타버린 팬을 정리한 두 사람은, 마주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갚자기 요리라니? 무순일이야...?”

“그게 사실은....”

벼루가 한밤중에 갑자기 주방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이러했다.

최근, 파렌과 결혼을 전제하는 사이가 된 벼루.

하지만, 자신은 요리를 너무 못했다.

아무리 파렌이 요리를 잘한다고 해도, 안사람이 되는 여자가 밥도 제대로 짓지 못하는 것은 그녀에게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파렌에게 요리를 배우자니.

[응? 요리? 괜찮아! 내가 할 게 안 해도 괜찮아!]

라고 할 것이 뻔했고.

다른 주막 사람들에게도 말하기가 부끄러워서 결국, 혼자서 요리 맹연습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결과물이 이거야...”

“우와....”

모든 설명을 끝낸 벼루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접시를 들이밀었다.

그곳에는 시커멓게 타버려 달걀인지 석탄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의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석탄 같다.”

“서...석탄...!”

하지만 마오는 마음씨는 착했지만, 눈치가 전혀 없어서, 자신이 느낀 감정을 그대로 벼루에게 말해주었다.

“...그렇지....나 같은 게.....요리도 못하고....”

그런 마오의 악의 없는 한마디가 벼루의 마음을 푹 하고 찔러버렸다.

“그....괜차나! 내가 도와줄게!”

“....정말?”

“응! 나만 믿어!”

침울해진 벼루를 위해 가슴을 두드리며 자신감 넘치게 말하는 마오.

“구럼....계란 프라이 하고 이썻지?”

“응....”

계란 프라이(Fried egg).

식용유를 프라이팬에 두르고 달걀을 넣어 얇게 부쳐낸 요리.

일단 만드는 법도 간단하고, 맛도 좋아 현대에서는 어느 나라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요리이다.

조선시대에서도 조선 후기에 들어서 건수란. 이라는 이름으로 달걀을 부쳐 먹는 요리가 나오게 되었다.

물론 스타 주막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요리법으로, 써니 사이드 업(Sunny side up: 달걀의 한쪽 면만 익혀내는 것으로 흰자와 노른자를 다 익지 않은 상태의 달걀 프라이. 주로 서양권에서 자주 볼 수 있다.)을 보통 내보내고 있었다.

“자, 내가 먼저 보여주께. 잘 보고 따라하면 됄거야.”

“아..알았어!”

마오는 벼루에게 시범을 보여주기 위해 팬을 들었다.

“먼저, 팬을 불 위에 올리고 기름을 둘어.”

“응!”

“그리고 적당히 뜨거워 지면, 달걀을 깨서 넣어.”

“....응!”

“이제 달걀이 적당히 익으면....이로케 빼면 되!”

“.....응?”

벼루는 금방까지 자신이 뭘 봤던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그녀가 당당하게 내미는 달걀 프라이를 바라보았다.

“쉽지?”

“.....모르겠어.”

“어? 모르게써?”

그렇다.

마오는 뛰어난 요리 실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완벽한 이론보단 감각파에 가까웠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요리를 가르치는 것이 너무나도 서툴렀다.

“이...일단 해 볼게...!”

“그래!”

그래도 일단, 마오가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 해 보려는 벼루가 달걀을 들었다.

“먼저...팬에 기름을 두르고......적당히 온도가 오를 정도로....어? 연기가? 너무 불을 세게 했나? 이...일단 달걀을...! 꺄악! 어떻해! 불! 불!”

그렇게 벼루는 석탄 2호기를 만들고 말았다.

“.......이상하다....쉬운데...”

“......”

금방까지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어디가고, 싸늘하게 식은 석탄 2호 사이에서 어색한 침묵이 뒤덮이고 말았다.

그때.

“여기서 뭘 하는 거냐.”

분명 두 사람밖에 없을 주방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울려 퍼졌으니.

“앗, 창 님. 일어나셔써요?”

“아...! 아...안녕하세요 창 언니...”

바로 창이 그녀들의 뒤에서 나타났다.

“잠시 자리를 비웠나 싶어서 따라와 봤는데. 뭘 하고 있는 거냐?”

“그게, 사실은....벼루가 요리를 베우고 십다고 해서...”

“...........”

“.....죄...죄송해요!”

갑작스러운 창의 등장에 벼루는 고개를 연신 숙였다.

창은 언제나 무뚝뚝하고 날이 서 있는 공기가 주변에 피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벼루는 그녀가 은근히 불편했다.

이런 밤중에 소란을 피웠으니 혼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벼루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이건 뭘 한 거지?”

“달걀 프라이요!”

“..!.....그렇군....”

‘어...어라? 혼 안 내시나?’

그런 창의 불호령이 내려올 줄 알았지만, 창은 그저 접시에 담긴 석탄 2호를 보고 흠칫 놀랄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네가 가르쳤나?”

“그게...만드는 걸 보여졌는데, 잘 모르겠대요.”

“...너는 설명하는 것이 부족해서 그렇다. 벼루. 이리 와 봐라.”

“네? 저...저요?”

“그래.”

그러더니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벼루가 쭈뼛쭈뼛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자, 내가 시범을 보여주마. 잘 보도록 해라.”

“네?! 아...네에...”

그녀는 그저 무뚝뚝한 표정으로 달걀을 집었다.

“자, 먼저 불에 팬을 올린다. 여기서 불 조절이 힘들다면, 팬을 불에서 살짝 때는 것도 좋다. 기름을 두르고, 기름이 마치 물처럼 팬에서 굴러다닌다면, 그때 달걀을 깨서 넣어준다.”

“....! 그렇군요!”

하지만, 금방의 마오가 보여준 시범과는 다르게, 창은 벼루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세세하게 설명하며 시범을 보였다.

“내가 있던 화련에서는 기름에 튀기는 느낌으로 익혀내고는 했지만, 주막에서는 대부분 위쪽을 익히지 않기 때문에, 그 방식대로 알려주도록 하지.

달걀을 깨서 넣었다면, 달걀의 흰자가 하얗게 익을 때까지 잠시 놔두도록 해.

흰자가 하얗게 익었다면, 그 위에 간단하게 간을 해줘도 좋다. 하지만 달걀은 보통 다른 요리에 곁들어 들어가는 경우가 많으니, 간이 센 요리들이랑 같이 나갈 때는 굳이 간을 할 필요가 없다.

자, 이렇게 하얗게 흰자가 있었다면, 도구를 사용해서 가볍게 밑면을 들어라.

괜히 팬을 흔들었다가는 모양이 깨지기에 십상이다.

만약, 너무 윗면이 익지 않을까 봐 걱정이라면, 팬에 물을 약간 넣고, 뚜껑을 덮어라.

만두를 찌듯이 윗면을 수증기로 익혀내 줄 것이다.

이해했나?”

“ㄴ, 네!”

그녀는 손을 쉬지 않는 상태에서 뚜렷하고 정확하게 설명을 벼루에게 들려주었다.

“이렇게 다 익었다면, 그릇에 옮겨 담으면 끝이다.”

“대...대단하네요!”

그렇게 완성된 달걀 프라이는 자신이 만든 것 보다 훨씬 아름다운 모양이었다.

“자, 이제 한번 해 봐라.”

“제...제가 할 수 있을까요?”

창의 달걀프라이에 감탄하던 벼루는 자신의 앞에 놓인 달걀을 보며 주눅이 든 채로 말했다.

“괜찮다. 누구나 처음부터 잘하는 것은 없으니, 일단 연습을 하는 거다.”

“.....해 볼게요!”

하지만, 창의 말에 벼루는 용기를 얻어, 그녀가 건네는 달걀을 받아들였다.

“자....이해한 대로만 해 보자...”

그렇게 벼루는 조심스럽게 달걀을 부치기 시작했다.

창에게 보고 들은 대로, 달걀을 익히기 시작하는 벼루.

“오...와! 됐어요! 달걀 프라이에요!”

그러자, 금방까지 자신이 만들던 석탄과는 전혀 다른, 달걀 프라이가 완성되었다.

“밑면이 너무 익기는 했지만, 이 정도면 그래도 나아졌군. 잘했다.”

“......네.”

그런 벼루를 보며 가볍게 웃어주는 창.

‘처음에는 무서운 사람처럼 느껴졌는데....의외로 상냥하시구나...’

자신의 마음속에 있던 창의 이미지를 다시금 고쳐 쓰는 벼루였다.

“...그나저나 말이다.”

“...네?”

그러던 중, 창은 무언가 머뭇거리는 듯, 말꼬리를 흐리다가, 말했다.

“나는, 언니 대신 오빠. 라고 부탁한다. 그런 말은 아직 적응하기 힘들군.”

“...아. 그러시구나...”

“......부탁...하지...”

창은 아직 언니라고 불리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인지, 뺨을 살짝 물들이며 말했다.

창은 벼루가 마치 자신의 여동생을 보는 것 같아. 더더욱 그랬다.

“...네! 창 오빠.”

“그래. 앞으로 노력해라.”

그렇게 세 사람의 한밤중 밀회가 끝이 났다.

그 뒤로.

“창 오빠. 오늘 밤도 부탁드려도 될까요?”

“....알겠다.”

창은 가끔 벼루의 부탁을 들어, 밤중에 그녀의 요리를 도와주게 되었다.

*

뭔가 쿨데레 같이 시크한 사람이 의외로 내면은 착한 그런 갭을 저는 참 좋아합니다!

착하기는 하지만 거침없는 푼수 느낌의 여캐도 참 좋아해요!

아 참.

여러분들께 보여드릴 것 있습니다.

바로, 팬아트를 받았습니다!!

팬아트라니...정말 기쁩니다!

그림은 야짤계. 라는 닉네임을 사용하시는 분께서 그려주셨습니다!

우리의 이모....아니 눈나인 백설입니다!

특유의 실눈과 나긋나긋한 미소가 참 좋아요!

특히 찌머ㅋ....(감동.

와...백설눈나....너무 예뻐요....!

후방주의)

누...눈나아아!!!!

나...나 주거어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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